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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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를 알게 된 것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다. 사실 큰 관심도 없었고 좋은 일을 하는 유명하고 대단한 사람인가보다, 하는 생각뿐이었다. 큰별쌤이라는 별명도 이름에서 따왔나 의미가 무겁지않을까 싶었다. '역사의 쓸모'를 읽으려고 할 때도 재미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안했다. 역사에 대한 내용일테니 학교 다닐 적에 배워 외웠다가 지금은 대부분 잊어버린 왕조에 대해 나오겠거니 했다. 사람들이 흥미로워 할 만한 내용들은 드라마나 영화 같은 것으로 몇번이고 만들어져서 다시 본다면 좀 지루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처음 찬찬히 왜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가 설명할 때 까지만 해도 어조가 매우 친절해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책인건가 흐름이 좀 느린가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천천히 읽다가 문득 '아, 이 책 정말 괜찮구나' 싶은 마음이 든다.

 

 어쩌면 뻔한 구성이다. 역사의 일화를 가져와 현재의 삶에 빗대어 도움이 될만한 조언으로 풀어낸다. 그런데 이 과정이 자연스럽다. 역사 지식을 심각하게 뽐내면서 머리속으로 집어넣도록 압박하지 않는다.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쇠뇌'라는 무기를 만든 신라시대의 기술자 구진천을 설명한다. 그리고 그를 통해 " 한 사람의 선택이 사회의 문화를 형성하고, 그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시 영향을 미칩니다. (65)" 는 뜻을 전달한다. 사실 이전까지 책을 읽으며 내심 역사의 인물들하고 나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은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치 그 사실을 눈치채기라도 하듯 눈 앞에 던져진 문장을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 거리감이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다만 인생을 야구경기와 비유한(91-92) 부분은 생각이 좀 달랐다. 한 이닝이 끝나면 다음회가 시작할지는 몰라도 안 될 팀은 안된다.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시선으로 배우면서 공감하면서 읽었지만 정작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달고 있는 "왜 할머니, 할아버지는 태극기를 들고 광장으로 나왔을까(134)"의 내용은 조금 아쉬웠다. 자신들의 삶이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어서라는 등의 이유로 태극기부대가 되었다니, 사람이 판단하는 기본적인 옳고 그름에 대한 고려는 어찌된 것일까. 리모컨 작동법을 어려워하시거나, 여유와 돈 쓰는 일에 인색한 습관 등 초반의 나이 든 삶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공감했던 것도 너무 감성적인 접근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와 다른 입장을 이해하기란 이렇게 어려운 일일까. 이 머나먼 간극에서 최근 나온 난민 관련 책을 떠올렸다.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이라고 하지만 내가 사는 삶을 당신도 살아야 한다면 싶었다. 보는 것과 사는 것. 이해와 공감은 어느 쪽에 서 있어야 하는지, 차이에서 그것들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익숙하게 들어온 대동법(180) 이야기가 나왔을 무렵엔 나도 모르게 '왜 이렇게 대단한 인물들이 많아서 외울것도 많았던가'하고 학교 다닐 적 불평했던 마음이 불쑥 솟아올랐다. 재밌긴한데 확실히 많은 인물과 역사적 사건들이 나와서 좀 피로했던 탓이다. 그런데 그가 그의 삶을 대동법 확산을 위해 쏟아부었다는 것을 알고나니 그럼 대동법 조금 외우는 것쯤은 충분히 해도 될만한 일처럼 여겨졌다. 삶을 던졌다는데, 이름을 기억하고 외울만하다. 이해는 이런 부분에서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그리고 " 누군가와 처음 만나서 이야깃거리가 없을 때 역사를 화제에 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요.(164) " 라는 부분을 읽고서 이건 외국에 나가서 일본인을 만났을 때 이용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역사와 이해 그리고 공감이 필요한 것은 또 이런 순간이 아닐까.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에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은 장점도 되고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어우동과 나혜석을 빌어 여성에 대한 내용도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솔직히 있을거라고 생각지 못했던 내용이었고, 조금 더 깊이 다뤄도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 '역사의 쓸모'를 읽기 시작하며 별 기대가 없었던 것이 민망하게도 읽으면서 왜 수많은 사람들이 저자를 존경하고 좋게 평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모든 연령을 아울러 읽어볼만한 어렵지 않고 재미있는 인문서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문장을 옮긴다. 단지 꿈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를 생각해보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주변에 휘둘리게 돼요. 우리는 주위 사람들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원하지 않아도 그럴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좋아 보이는 것만 따라가지요. 자기 길을 모르니까요. ...중략... 꿈은 더 행복해지기 위해 꾸는 것입니다. 불행하고 싶은 사람은 없잖아요. 저는 사람들이 명사가 아닌 동사의 꿈을 꾸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지요. 그 꿈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자신만의 자리를 발견하길 바랍니다. 그 힘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거든요.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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