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 오프라 윈프리, 세기의 지성에게 삶의 길을 묻다
오프라 윈프리 지음, 노혜숙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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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성? 가장 먼저 접하는 말이 어쩐지 툭하니 눈끝에 걸렸다. "세기의 지성에게 삶의 길을 묻는" 일이 영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책 안으로 발을 한걸음 내딛기도 전에 돌아나왔다. 그리고 컴퓨터의 검색창을 켜서 영성을 검색했다. 정확한 의미로 구분하지 않으면 이 책을 읽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인간의 삶의 가장 높고 본질적인 부분이며 진정한 자기초월을 향하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역동성을 통합하려는 고귀하고 높고 선한 것을 추구하는 삶의 실제. _네이버] 종교적 의미를 조금 걷어내고 그러나 여전히 영성과 영혼, 영적 본질 같은 말들에는 의심을 품으며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덥고 눅눅한 장마의 시작에서 벗어나 갖가지 색의 자연으로 물들어 있었다. '위스덤'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점은 사진이었다. 독특한 판형에 담아낸 자연의 풍경들은 안정적인 기분과 함께 현실에서 벗어나 그 안으로 마음을 집중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때로는 글보다 배경이되기도 하고 한 페이지가 되기도 하는 사진들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어디 먼 곳의 한 찰나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 '네가 원래 갖고 있는 온전함, 선함, 아름다움을 잊지 말고 선을 향해 가라.' 용서와 자비와 마음챙김을 수련하는 것으로 당신의 마음이 선을 향해 가게 하십시오. 넬슨 만델라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가진 선함을 보면 절대 손해보는 일이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그들이 알아서 더 잘하게 됩니다." (p.22) "

 " "선해지려는 노력으로는 선해질 수 없다. 이미 우리 안에 있는 선을 발견하고 그 선이 모습을 드러내게 해야 한다." (p.110) "

 

 최근에 읽은 책에서 링컨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라는 말과 마주쳤는데, 이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와서 인상적이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내면에는 악이 들어있고 매 순간 그것을 교화하고 경계하여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유지해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조금 더 비틀자면 사람들이 가진 선함을 보던 만델라도 이해를 포기하고 혹은 이해를 했기 때문에 이혼한 것이 아닌가. 계속되는 사랑과 신, 내면의 무언가에 대한 형이상학적 대화를 읽다가  " 우리가 사는 세상이 영화이고 신이 우리가 출연하는 영화의 감독이라면 우리는 감독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하셨죠. (p.60) " 하는 부분에서 문득 나와 정말 길이 다르구나 싶었다. 세상의 부조리를 안배해놓은 신이 정말 있다는 것일까. 있다면 신이 맞을까. 거기에 희생자에게 현지를 썼다는 샤카 상고르와의 인터뷰 내용을 보며 '살인을 저지른 나 자신을 용서(135)'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한참을 생각했다. 암담한 부분이었다. 줄줄이 등장하는 세기의 지성들과 나누는 대화에 공감할 수 없다니, 오프라가 "우리는 같은 부류의 사람이군요(62)" 하고 '하이파이브(29)'를 청하지 않을거라 생각하니 씁쓸했다.

 

 하지만 모든 내용이 다 별로라는 건 아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천애 고아가 된 것 같았(94)"다는 셰릴 스트레이트의 인터뷰는 언젠가부터 품고 있던 불안, 나이를 먹을수록 더 커지는 인생의 한 우울을 정확히 짚어냈다. 연로해지시는 부모님의 모습, 때로 들려오는 주변의 부음으로 문득 언제가 다가올 부모님과의 이별을 의식하게 되는 것이다. 평소에도 생각하고 있던 문제여서 꽤 공감하며 읽었다. 거기에 " 달리는 기차를 멈추고 싶지 않다고 "예"라고 말하지 마세요 (100) " 의 길지 않은 내용도 한참을 그 안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읽으면서 가장 재밌었던 부분을 "부라는 말의 어원은 웰빙입니다.(193)"는 내용인데 책의 의도와는 달리 우리 사회 현실을 떠올리면 아주 풍자적으로 해석되는 부분이었다. 가볍게는 화는 90초면 사라진다(83)는 내용을 오래도록 간직해볼 생각이다. 사라지지 않더라도 90초 정도는 더 참을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오프라 윈프리라고 하면 어쩐지 한김 식은 느낌이다. 미국에 살지 않아서 현지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도 오프라 윈프리가 한참 화제가 될 때가 있었다. 오바마 때였을까. 그래서 지금 오프라 윈프리의 새 책이 나왔다고 해서 아직 그녀의 영향력이 크게 미치고 있을까 잠깐 궁금해했었다. 한때는 초등학생들의 롤모델 포트폴리오 단골 손님이었지만 지금은 엘렌 드제너러스가 아닐까. 레즈비언이라는 점도 문화다양성을 추구하는 현재 분위기와 맞고. 오프라 윈프리의 화제성에 대해서를 떠나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책의 제목과 전체적인 분위기다. 위즈덤이라는 흔한 제목 -이미 10년쯤 전에 비슷한 컨셉으로 나온 고가의 인터뷰집이 이미 있는- 도 자기계발 분야에서 과거에 인기를 끌었던 시크릿이란 책을 연상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차라리 좀 더 감성적인 제목을, 아니면 '위스덤'보다는 영어 원제를 직역하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표지의 독특한 질감 홀로그램처럼 보이는 빛의 반사같은 것은 다 좋은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2019년 같은 느낌은 없다. 어찌되었든 위즈덤은 오프라 윈프리의 이름을 걸고 나온 신간이고 그녀의 영향력과 명성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거리감이 느껴졌지만 조용한 밤에 차분하게 읽어볼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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