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지구 - 다가오는 인구 감소의 충격
대럴 브리커.존 이빗슨 지음, 김병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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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앞으로 30년 안에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고령화된 나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대략 2750년에 한국인은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p.126) "

 

 아이언맨이 3000만큼의 사랑을 남기고 간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 중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에 나온 빌런 타노스를 생각해보자. 타노스는 전 우주의 생명체를 반으로 줄이기 위해 인피니티 스톤을 모은다. 일일이 행성들을 공격해 절반을 학살할 수도 있지만, 스톤을 모으면 그 힘으로 손가락을 한 번 튕기기만 하면 순식간에 랜덤으로 절반의 생명을 공정하게 없앨 수 있다. 청소와 정리를 위한 무차별 삭제는 지나치게 극단적인 해결책이지만 그가 내세운 조절의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영화처럼 우주까지 나아가지는 않더라도 인구의 감소가 지구의 환경과 자원 확보 등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류가 아닌 지구가 겪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 원인이 인류에서 비롯되는 와중에, 인류가 겪는/겪을 인구 감소의 문제는 꼭 부정적인 것일까. 타노스의 선택이 잔혹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더 옳지 않았을까.

 

 '텅 빈 지구'에서 다루는 인구 감소의 문제에서 우리나라는 꽤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른 나라들보다도 독보적인 걸음으로 고령화시대/인구절벽에 접근하고 있다는 씁쓸함이 책에서 한국을 발견했다는 반가움과 한데 버무려진다. 우스운 일이었다. 사실 인구 감소의 문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2750년에 한국이 사라지는 일은 무감하게 받아들이면서 책 한 권 안에서 한국을 발견하면 비록 그것이 좋지 않은 케이스에 대한 내용일지라도 반가운 것이다. 공감할 사람이 있을까 궁금한 이런 이중적인 심리도 책을 읽으면서 발견하게 되는 인구 감소의 원인들과 얽혀있다. 외국인 저자가 썼지만 한국인 독자를 공감토록 만들만큼 '텅 빈 지구'는 한국의 현 상황을 매우 예리한 시선으로 객관적으로 분석했다. 페미니즘과 유교문화에 관련된 내용도 나오기 때문에 ㅍ만 들어가도 거부감드는 사람은 불만스러울수도 있겠다.

 

 " 적어도 한국 사람들은 자신들의 외국인 혐오증에 대해서 당혹해 한다. ...중략... 그러나 그것은 일종의 연막이다. 한국인들은 오로지 한국 사람만이 한국인이라고 믿는다. 그게 전부다. (p.123) "

 

 현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문제인만큼 책에서 언급한 원인들은 우리사회의 민감한 문제를 모두 건드린다. 한국은 지난 2018년 책에서 강조하는 인구대체율(2.1)의 반도 못 미치는 0.98의 초저출생률을 기록했다. 이 출생률 감소라는 결과값의 원인들 중 하나는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젊은세대가 건국이래 부모세대보다 가난한 첫 세대라는 현실에 연애, 결혼, 취업, 출산, 주택마련 거기에 +a 의 포기라는 N포세대가 되면서 출생률 감소의 큰원인이 된다. 더불어 여성의 교육과 의식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페미니즘 이론과 운동이 부각되고 전통적인 여성관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삶을 추구하게 된 여성들이 많아진 것도 한 영향을 준다. 거기에 난민/이민 등에 대한 개방적 정책이 마련되지 않았고 이에 대한 여론 역시 좋지 않기도 하다. 앞에서 언급한 한국의 소멸에 무감한 반응을 하는 이유가 위의 N포세대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고, 한국에 대한 분석이 반가운 이유는 민족주의에 영향을 받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 모든 원인들이 어떻든, 인구감소 전망은 확실시되어 있다. 인구 감소가 불러오는 변화가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까. 문화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소비가 줄고, 고령화로 인해 젊은세대가 부담할 세금이 늘어나는 등의 문제를 빼면 자연환경이 좋아지고, 일자리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앞의 문제들은 2050년 즈음을 기점으로 예시되어 있고 뒤의 요인들은 현재 체감하고 있으니 현상황에서는 더욱 인구 감소가 문제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면 미래엔 지금 인구감소를 걱정할 필요없이 영화에서 봐왔던 것처럼 인공자궁안에 인공수정된 아이들을 키워내 인구수를 조절할지도 모르겠다. 각 나라별로 올해의 인공출생 목표량을 정해 국민을 생산하고 공공으로 양육해내어 필요한 인구를 충당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심각한 인구감소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거기에 존엄사의 허용이 있다면 인구과잉으로 인한 피크오일/피크밀에 대한 우려마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관심가는 내용이었던만큼 흥미롭게 읽었다. 다만 심도있는 문제제기와 다양한 현실접근에 비해 미래 전망에 대한 예측 비중은 적은듯해 아쉬웠다. 인구 감소가 불러일으킬 변화를 좀 더 깊이있고 세세하게 다뤘다면 인류에겐 디스토피아, 환경에겐 유토피아적 미래소설이 되었겠지만 읽기에는 좀 더 재밌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미래에 대한 우리의 예측은 언제나 확언할 수 없고, 미래에 대비하며 살기에 현생이 너무나 현망진창인 시대에 서있으니 내일 일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는 오늘의 나처럼 - 미래의 일은 미래의 우리에게 맡기고 현실을 살 수 밖에 없다. 인구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트렌디한 사회문제를 아우르고 있기도 해서 비혼 비출산, 다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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