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귀엽게 보이는 높이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민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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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읽다 졸리면 그냥 주무세요. " 라니, 그 말은 믿은 자신의 순진함을 반성했다. 아! 아직 나에게도 이렇게 순진한 면이 많이 남아있었구나 재발견하게 되는 순간이다. 졸리면 자라니, 아저씨 너무 시끄럽다구요! 모리미 도미히코의 스타일을 몰랐던 내 탓일까 세상에 이렇게 뭐든지 할 말이 많고 수다스러운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 많다. 글에서도 수다스러운게 느껴질 정도면 어떤 느낌인지 알려나. 다만 읽다 졸리다는 건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 너무 말이 많은 사람 옆에서 그 수다스러움을 참아내고 있자면 자기도 모르게 졸음이 쏟아지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아,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말이 많다.

 

 어쩌면 이렇게 하고픈 말이 많고, 떠오르는 생각이 많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글들이 담겨있다. 에세이에 익숙하지 않은 편이라 이 사람의 이 수다스러움은 감탄할 정도다. 남성작가라는 걸 의식하며 읽는데도 때때로 여성작가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섬세함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어린시절 동생들에게 책을 읽어줬다는 얘기는 순간 장녀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헷갈렸다. 책을 읽어주는 오빠라니, 형사님 저는 그런 오빠를 본 적이 없습니다. 하고 증언하고 싶어지게 만든다. 진짜일까 자기 자신을 포장하기 위한 문학적 허용같은 거짓말이 아닐까. 작가가 될 떡잎의 오빠는 그럴 수도 있는건가 의심스럽다.

 

 아주 일본스러운 문체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흥미로웠던 건 일본에도 '청춘18티켓 (p.148)'이란 상품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제 곧 대학생들의 여름방학 기간동안 '내일로'라는 열차 상품을 팔텐데, 일본에도 이런 상품이 있다니! 일본의 철도문화도 잘 발달해있으니 당연하겠지만 몰랐던 사실을 알게돼서, 새삼 '내일로'를 이용했었던 과거의 기억이 함께 떠올라서 반가웠다. 내일로 말고도 성인을 위한 짧은 열차 상품을 팔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입석 여행을 즐길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려서 내일로와 같은 상품은 과거 혈기왕성하던 때가 있었다는 추억으로 묻혀버렸다. 대학생분들 나이와 시간, 체력이 되는 한 여행을 떠나세요. 특히 나이와 체력.

 

 읽으면서 2-3페이지 정도 되는 짧은 글이라도 이렇게 많은 글을 써냈다는 것이 무엇보다 대단하게 여겨졌다. 유명한 작가들의 작법 중 하나가 매일 같은 때에 정해진 시간만큼 글을 쓰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이 귀엽게 보이는 높이'를 읽으면서 이 많은 글을 쓰려면 아무래도 자신만의 글쓰기 규칙이 있겠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엉뚱맹랑한 글을 쓰는 사람에게 엄격함이 존재하는걸까 의심스럽기도 했다. 새벽까지 밤새는 일을 밥먹듯이 하고 내키는대로 살면서 자유롭게 이리저리 글을 쓰는 러프한 타입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일을 시작하는 법에 대하여 (p.342)'를 보면 글쓰는데에 있어서는 확실히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언제 어느 순간에나 손을 뻗어 읽어도 부담없을만큼의 무게를 가진 책이다. 실제 책의 두께나 무게는 그렇지 않지만서도. 다소 내용이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비유하자면 소금간이 절묘하게 짭짤한 비스켓같은 느낌이다. 언제 먹어도 무난하지만 가끔 느껴지는 짠맛이 포인트가 되고 자꾸만 당기는 느낌! 이미 유명한 작가이지만, 작가 특유의 색이 더욱 진하게 드러나는 이 에세이집은 아마 팬들의 얼굴에 시종일관 웃음이 떠나지 않을만한 신간이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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