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 - 구글, 아마존, 애플, 테슬라가 그리는 10년 후 미래
W. 데이비드 스티븐슨 지음, 김정아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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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통 '이 책을 지금 보다니 당신은 이미 늦었다, 지금이라도 봤으니 다행이다, 빨리 대비해라, 남들 다 하고? 난 뒤에는 늦는다'는 말들이 가득해서 나도 모르게 조급해졌다. 하도 몰아치는 바람에 내 생에 큰 변수가 없다면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까 헤아려봤다. 의학기술이 발전하면서 IoT 덕분에 기대수명이 더 늘어난다면 50년은 족히 더 살리라. 남은 날이 이리 많은데 IoT 모르면 자연인이 돼야 하는가요, 두려웠다. 세상에 공인인증서 건너뛰는 삼성페이 쓰는 것도 신세계라 생각하고 있는 중인데, IoT가 뭔가요 진짜. 중년을 바라보는 청년의 삶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위기감이 느껴졌다. 닥치고 공부! 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처음 책 표지를 마주하고는 IoT가 무엇이었더라, 하고 생각했다. 분명 들어본 적 있는 말인데 확 떠오르질 않아서 불확실하게 사물인터넷?하고 짐작했다. 맞았다는 기쁨도 잠시 구체적인 설명이 되질 않는다. 확실히 나도 들어본 적 있는 말이라면 이쯤해서는 시대의 상식일텐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설명하긴 어려워도 우리는 사물인터넷이 반영된 세계를 오래 전부터 상상해왔다. 팀 버튼의 '가위손(1990)'에 나온 장면이다. 에드워드가 만들어진 성에 발명가가 설치해놓은 쿠키기계가 있다. 이 기계의 모습은 마크 와이저가 91년에 쓴 논문에서 "컴퓨터가 우리 일상에 완벽히 스며들어 마침내 보이지 않게 될 어느 하루(p.70)" 를 그린 것과 같다. 좀 더 쉽게 다가가려나. 

 

 읽다보니 문득 걱정했던 것 과는 다르게, '그다음에 올 혁명(p.49)'을 일반 소비자/시민의 위치에 선 내가 선점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이 선점은 주로 자신들의 사업 체계에 IoT 기술을 도입하여 발전해나가야 할 기업들의 과제인 것이다. 소시민 입장에서는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안다면 더 좋겠지만, 어찌보면 이 서비스를 이용해나갈 정도의 변화에 적응하면 되는 일 아닌가 하고 좀 안일해졌다. 책 안에서도 각 장의 중간에 있는 자가 진단 코너를 보면 '당신의 기업'으로 시작되는 질문들이 주를 이룬다. 당신의 기업이라니, 위기감은 줄어들고 대신 거리감이 느껴진다.

 

 대신 일반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기계와 사물인터넷의 조합이 얼마만큼의 노동력을 대체할 것인가에 대한 걱정만 하면 된다. 이 기술의 발전이 직접적으로 노동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 보여주는 예는 -팀 버튼이 여러번 나오는데- 영화 '배트맨'과 '아이언맨'이다. 배트맨과 아이언맨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그들의 가장 직접적인 조력자가 알프레드와 자비스로 대비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계, 사물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의 알프레드는 일자리를 잃게 되고 그 빈 공간을 자비스가 채운다. 업계 최상의 능력치를 지닌 알프레드도 이러할진데 각 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인력이 떨어져나가게 될까. 사람들이 괜히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리는 것이 아니다.

 

 이것말고는 개인정보에 관한 우려가 있겠지만, 우리나라 개인정보는 이미 다 털릴만큼 털려 공공정보나 다름없으니 외려 덤덤하다. 처음에 발전하는 사회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년을 맞이할까봐 걱정했던 일도 '스마트에이징(p.219)'같은 기술이 구원해줄 것이라 생각하니 잦아들었다. 이게 뭔지 모르겠어서 큰일이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치고는 재밌고 가벼운 마음으로 끝맺었다. 무엇보다 좀 생소하고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좋았다. 보기와 달리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니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가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한번쯤 읽어본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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