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 애플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조용한 천재
린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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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쿡은 잡스의 유산을 보전하며 '내 안의 모든 것,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회사에 쏟아붓고자' 노력하겠지만 결코 잡스와 같아지는 것을 목표로 삼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내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요. 그래서 내가 될 수 있는 최상의 팀 쿡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실로 그는 지금도 그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p.41) "

 

 상대적인 것일 수 있어 확언하기는 어렵지만 대체적으로 젊은 감성과는 동떨어진 편이다. 갤럭시말고는 핸드폰을 써본 적이 없고 주변의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다. 언젠가 지인이 자신의 주요 고객층은 아이폰 유저였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한 경영인의 인터뷰를 본 내용을 얘기한 적 있었다. 아이폰 유저들이 흔히 말하는 '감성'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 고객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흐름이었다. 커피를 마시며 '어머 그럼 갤럭시 유저는 뭐 감성이 없나' 하고 한마디했지만, 확실히 아이폰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감성'이란 것이 있긴 있나보다. 젊음, 유행, 인싸같은 수식어를 단. 쨌든, 잡스의 죽음 이후 여전히 잘 나가지만 - 아이폰의 전망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던터라 '팀 쿡'에 대한 책이 궁금했다.

 

 다른 이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는 인물의 이야기는 새로웠다. 아무 접점이 없는 사람이지만 잘 알려진 유명인의 죽음에 대한 내용은 여전히 애석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잡스가 애플에 미치는 영향, 그 자체로 애플과 동일시 될 수 있는 존재감이 그의 죽음과 함께 팀 쿡에게로 승계되는 계승적 구도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주었다. 잡스가 그 누구로도 대체될 수 없다고 생각해왔던 인물이 바로 그 사람의 빈자리를 대신하여 애플을 이끌어가게 되었을 때, 그가 느꼈을 부담이 과연 어땠을까. 전에는 쉽게 새로 나온 제품의 디자인이나 반응에 기대 '애플은 전보다 못해졌어'라고 가볍게 생각했지만, 빈자리를 채워 운영할 결단을 내리고 지금껏 보여준 행보만으로도 대단하다 생각하게 되었다.

 

 잡스의 죽음 이후에 몰아닥친 상황이 이어질거라 생각한 것과는 달리 팀 쿡의 어린시절부터 이어지는 내용들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그가 참가했던 몇몇 활동들은 비즈니스적 면모가 두각을 나타냈음을 보여주는 예시로 쓰였고, 앨라배마에서 겪었던 인종차별 사건들, 게이인 성 지향성 등은 그가 요즘 시대에 맞는 가치관을 가진 인물임을 보여주는 점으로 정리되었다. 누군가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초반 부분은 전형적인 전기물의 양식을 그대로 이용했기 때문에 심심하게 느껴졌다. 왜 우리가 자소서를 쓸 때 '엄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밑에서 자라'같은 상투적 표현이 지양되지만 막상 쓰려면 그런 표현들이 절로 나오는 실수를 여기서도 범한 것이다. 좀 아쉬운 부분이었다.  

 

 우리가 알고 싶었던 팀 쿡에 대해서는 6장에 이르러서야 등장한다. 책에서는 잡스 이후 팀 쿡이 선보인 첫 프레젠테이션에서 느꼈을 대중의 실망감까지도 잡스가 보여줬던 흥미로운 애플 제품발표회의 전형을 깨버린 것으로 표현된다. 다만 읽다보면 애플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 팀 쿡에 대해 말하는 것과 다름없음이 보인다. IBM과의 파트너쉽이 가져온 영향, 애플워치의 등장 같은 기업 연혁이 팀 쿡과 불가분의 것이지만 그를 말하는 게 될 수 있을까. 10장에서 나오는 커밍아웃 부분에서 이런 갈증이 조금 해소되는 듯 싶다가 그가 가진 소수와 다양성에 대한 열린 태도가 여성인력고용 같은 카테고리와 엮이면서 기승전애플로 돌아간다.

 

 다만 컴퓨터 산업의 줄기를 꿰고 있는 사람이라면 팀 쿡의 여정이 보여주는 이 산업 흐름이 꽤 흥미로울 것이다. 문과라서 어떤 부분들은 좀 전문적인 내용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냥 이런 흐름이었구나 하고 읽어 지나간 부분도 있었다. 잘 모르더라도 IBM, 컴팩, IE, 애플, 마이크로 소프트, 델, 게이트웨이 같은 들어본 적 있는 이름들이 나와서 해당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의 눈으로 보면 또 다르게 느껴지겠다 싶었다.

 

 팀 쿡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잡스의 이야기도 나올 수 밖에 없는 부분들이 있는데, 간혹 팀 쿡을 극대화하기 위해 잡스를 좀 쳐낸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p.146,171,182,187,244,391) 팀 쿡만의 장점을 드러내다보니 그런 것 같은데, 잡스를 다룬 책에서는 반대되는 방식을 썼겠지 비교해보고 싶어 스티브 잡스에 대한 책을 가진게 있었나 한시간을 찾아봤다. 결국 못 찾았다. 분명히 있었던 것 같은데 왜 안보이는지 아쉬웠다. 독서의 끝이 엉망이 된 책장 정리라는 과업을 남기고 말았다. 조잡함을 경멸했던 잡스와 과도한 재고를 증오했던 쿡의 체제를 따라 영원히 고통받는 갤럭시 유저는 책장 정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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