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온 - 두뇌 스트레칭 감성 일러스트북
상하이 탱고 지음 / 오브제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림온"은 이질적인 책이다. 우선 처음 책을 만졌을 때 느껴지는 촉감이 생각과는 달라서 '우와'하는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책에 기대해본 적 없는 독특한 촉감. 반사되지 않는 까만 표지에 숨겨진 의외의 촉감이 좋아서 몇번이나 만져보다 책을 가지고 외출하기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괜히 표지가 상해 이 완벽한 촉감이 깨질까봐 걱정됐다. 거기에 상하이 탱고라는 저자의 이름, 두뇌 스트레칭 감성 일러스트북이라는 알 수 없는 수식도 '이 책 뭐지?'싶은 궁금증을 자극했다.

 

 책은 아무런 말없이 오직 그림으로 보여준다. 종이가 가득차도록 설명을 달아놓은 것도, 다채로운 색감도 없이 그저 간결한 선으로 이루어진 그림은 분명한 '스토리'를 들려준다. 창 밖의 달밤을 바라보는 고양이가 만들어내는 단어나(15), 고래택시 (166), 사랑이 꿰어진 화살을 꼬치구이 굽듯이 잘 굽고 있는 천사의 모습(258)같은 소소한 웃음이 묻어나는 요란하지 않은 그림들을 천천히 바라보고 있자면 자신도 모르게 환상적인 상상의 세계로 초대되는 듯하다.

 

 그림에 대한 이런 재주도, 아이디어에 대한 간결하면서도 번뜩이는 빛을 품은 재주도 없어 보는 동안 부러운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특히나 단순한 선으로 힘을 빼고 그려낸 듯한 장면이 어렵지 않게 정확한 메세지로 전달되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같은 이야기를 내가 글로 쓰거나 그림으로 설명하려고 했을때 어떤 식으로 구성할 수 있을까 떠올리니 작가의 센스가 더욱 탁월하게 느껴졌다. 겉부터 속까지 재미있는 이 책을 한권쯤 소장해본다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작가가 2010년부터 그린 1600여점의 그림 중에서 꿈과 관련된 작품을 추려 담아낸 것이다. 처음에는 약간의 위트를 담은 일러스트집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꿈의 세계를 재구성'해내어 독자에게 다가가는 책이라고 하니 웃으며 가볍게 넘겼던 책장을 다시 살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떠올리는, 혹은 실제로 경험한 꿈의 세계는 어떤가 생각해보고 비교해보니 저자가 갖고 있는 유연하고 다정한 세계가 더 인상깊게 다가왔다.

 

 어릴적부터 '꼬마 니콜라'를 읽으며 접했던 장자크 상페의 그림들을 좋아해서 전시도 다녀왔었던 적이 있는데, '드림온'을 보며 비슷한 호감을 느꼈다. 상페의 삽화에 매력을 느꼈거나, 이런 느낌의 작품들이 전달해주는 메세지를 좋아한다면 꼭 책을 찾아보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