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너는 노땡큐 - 세상에 대들 용기 없는 사람이 뒤돌아 날리는 메롱
이윤용 지음 / 수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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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예쁘고 가볍다. 한편으로는 조금 유치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제목이. 환기도 할겸 요즘은 종종 카페를 찾아 책을 한권씩 읽곤 하는데, 이 책은 어쩐지 민망했다. 제목이 어쩐지 나를 '세상에 대들 용기 없는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것 같고, 기껏해야 '뒤돌아 메롱'만 날리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았다. 사실 나는 세상에 대들 의욕이 없고, 인간관계 파탄 내기는 식은 죽 먹듯 경험하고 살았는데도. 그러니까 난 그렇게까지 소심한 사람은 아닌데! 하다가 오히려 그걸 신경쓴게 더 소심한가 싶지만. 거기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류의 책이 아니라 더욱 내 필요에 의한 선택처럼 보이지 않으려 했다. 자존심이 있지. 엄밀히 따지면 '이제 너는 노땡큐' 해서가 아니라 '다 꺼져 이것들아' 같은 느낌으로 살아서 친구가 없습니다.

 

 사실 소소하게 공감될 법한 일상의 상황, 관계들에 대한 내용이라 킬링타임으로 가볍게 읽기엔 좋다. '자니?', '지금 어디야?' 같은 전 남친 시리즈나 휴게소에서 라면먹다 남친이랑 헤어진 친구 얘기는 웃긴다. '상행위'에 음란마귀 낀 눈도, 미역 50g이 20인분이 된다는 것, 스타벅스 다이어리 같은 얘기도 심지어 얼마 전에 친구를 만나 나눈 얘기라 더욱 공감이 된다. 나 역시도 매년 다이어리를 모았는데, 말 그대로 쓰진 않고 모으기만 해서 어느 순간 현타 맞고 (지난해 디자인도 별로여서) 끊었다. 그런데 친구가 문득 3월이 되어서야 '작년 스벅 다이어리 또 받았어?' 하고 물어와서 '아, 혹시 내 인생을 보고 가서 썼나' 새삼스러웠다. 다만 이 정도 얘기는 이미 여기저기서 많이 본 내용이라 식상하다. 굳이 또 꺼내서 모아놓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심술궂은 생각이 든다.

 

 가장 공감됐던 것은, 바로 오늘 동네에 있는 큰 마트에서 과자 1+1 행사를 한다는 소식을 접수했다. 아침을 잘 챙겨먹고, 양치를 하고, 눈곱이나 좀 뗀 다음 마트에서 하나둘 모은 쇼핑백을 네개 챙겨 전장으로 떠났다. 십만원 어치의 과자를 반값에 사서 쇼핑백에 구겨 담아 돌아오면서 승전의 기쁨을 무게로 만끽했다. 집에 돌아와서 과자를 쌓아놓으니 서재 겸 팬트리로 쓰고 있는 작은방이 더 작아졌다. 일년에 한두번 있을까싶은 이 행사를 위해 오랫동안 시물레이션을 해왔는데, '쇼핑 욕심 (p.99)'를 읽다가 문득 '이게 아니었나' 싶어졌다. 유통기한이 반년 정도 남은 십만원어치의 과자를 먹는 일은 누가하는 걸까. 그리고 그 사람은 십년정도 한결같이 다이어트 중인 인물일텐데. 벼락같은 뒤늦은 깨달음을 뒤로하고 다음 1+1 행사는 정말로 진짜 딱 10개의 과자만 사기로 생각해둔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길티플레져 같은 책이 아닌가 싶다. 내 스타일 아닌데, 솔직히 유치하다고 생각하는데 읽다보면 웃긴다. 40대의 연애는 진짜 그럴 수 있을까, 정말 그렇다면 느물대는 중년의 불륜 연애는 왜 이다지도 드라이하고 산뜻하지 못한 전설을 남길까, 나는 연하남에게 이름으로 불리고 싶은가 누나 소리를 듣고 싶은 것인가,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한다는 것과 살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는 걸 인정해줘도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쪼잔하고 구구절절 구질한 생각을 종류별로 하면서 낄낄대는 시간을 조금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 끝에는 올 겨울이 오면 가끔 만나는 친구 주머니에 슬쩍 천원씩 챙겨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한다. 그건 정말 괜찮은 내용이었다. 자신이 아직 어리고 무르다고 느껴진다면 '노땡큐'에 익숙해지도록 한번쯤 읽어봐도 좋겠다. 아니라면 재미로 한번쯤 읽어봐도 나쁘지 않다.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싸이월드 다이어리 감성? 혹은 파워블로그의 일상글을 추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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