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인을 위한 미래 인문학 - 새로운 세대를 위한 지적 탐험
윤석만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교양인을 위한 미래 인문학'은 재밌다. 읽기 편하고, 다양한 주제의 내용을 접근성 좋게 다룬다. 최근에 읽은 야마구치 슈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철학은...'이 실용의 측면에서 철학을 삶의 무기화했다면 '... 미래 인문학'은 멸종 위기의 교양인을 양성하기 위해 이 정도는 알고 사유해볼 준비가 되있으셔야 하지 않으시겠냐는 제안서 같았다. 물론 읽기보다 보기에 더 익숙한 현대인들의 독해력과 참을성을 잘 고려한 양식으로 읽기에 부담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지대넓얇' 류의 책에 익숙하거나 관심이 있다면 커피체인점 한구석에서 백색소음을 배경으로 무난히 읽을만하다.

 

 이전에 읽었던 '철학은...'이 재밌는 책이긴 했는데, 과연 여타의 소설이나 '~해도 괜찮아' 류의 접근성 좋은책들에 비해 얼마만큼의 반향을 얻을 수 있을까 싶었는다. 그런데 생각보다 인터넷에서 영업?내지는 반응이 보이는게 아닌가. 그 성공의 밑받침에는 '철학은...'의 미끼상품과도 같았던 '르상티망'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그동안 쉽게 '신포도'라고 표현해왔던 개념의 고급스런 대체어를 소개하면서 지적 허영심을 소소하게 채울 수 있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그런데 이 '...미래 인문학'은 그 이상의 재미와 기능을 장착하고 있다. 그리스, 로마, 몽골, 중국 등의 문화와 역사를 망라하며 미래에 대한 탐구를 곁들이고 있기 때문에 책으로 읽는 '알쓸신잡' 같다.

 

 재밌었던 몇가지 부분을 소개하자면 첫째로 기계, 인공장기와 컴퓨터로 대체될 수 있는 미래 인간을 두고 어디까지 기계와 인간으로 규정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현시점에서 우리는 인공장기를 단 사람을 기계로 구분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래에 한 사람의 신체와 기억을 본떠 옮겨와 인공으로 만든 휴머노이드가 있다면 그 사람의 지인은 자신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휴머노이드를 자신의 친구로 인정해줄까? 이런 전면적인 개조가 아니더라도 뇌를 바꾸는 '더 게임'이라는 영화처럼 외형은 바뀌었으나 기억정보를 담고 있는 뇌를 인증을 통해 바뀐 존재라는 것을 인정해줄까? 이런 가벼운 의문들부터 시작한다.

 

 다음으로는 저출산에 대한 살벌하게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이 문제를 (p.110 7 바보가 돼 버린 사람들)의 내용과 이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됐다. 역플린효과 혹 덤앤더머로 비유되는 인류의 지능저하 문제에 관련한 카툰을 전에 본 적이 있는데, 교육과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아이를 적게 낳고 반대의 경우에서 아이를 더 많이 낳기 때문에 인류 지능의 평균이 낮아지게 될 것이란 내용이었다. 재밌는 점은 우리나라의 경우 생활에 여유가 있을수록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 기반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못한 경우 둘 다 포기하는 세대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물론 '미래 인문학의 바보가 돼 버린 사람들'에서는 단지 부모세대의 교육 소득수준 뿐 아니라 기술발전을 통한 알고리즘 수집을 바탕으로한 선택적 정보제공, 이미지와 동영상 중심의 뇌의 피동화를 함께 언급했다. 다만 저출산 문제가 대두되는 한편 인류가 가진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인구과잉과 자원 고갈이 꼽힌다는 점이다. 이는 다운그레이드를 추구하는 책 초반의 타노스의 주장(p.69 1 타노스의 변명/ p.198 8 여섯 번째 대멸종, 지구 파멸을 앞당기는 인류)을 뒷받침하기도 한다. 이쯤되면 인구의 문제는 독일과 영국에서 출산률 비중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무슬림 이주민들로 넘어가고, 난민 문제로 번진다. 거기에 인도나 중국 같은 나라의 보호/관리되지 않는 출생자들과 인권문제도 따라온다.

 

 '미래 인문학'은 친절하게도 책의 한 권에 걸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내용들을 자연스럽게 접근시키며 독자로 하여금 사유하도록 권한다. 이를테면 철기 사용에 따른 문명의 발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p.211 1 2500년 전 철기 혁명으로 활짝 핀 인문의 꽃) 자연스럽게 관포지교 같은 고사성어를 끌어와 소개한다. 거기에 다른 참고서적이나 이론보다 더 효과적으로 다양한 영화의 내용을 예로 들어준다. 덕분에 대부분의 내용을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는데 ,우민화의 대표적 장치인 3S 중 영화(Screen)가 교양서적의 이해를 돕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최근 접한 교양서 중 가장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딱딱한 책의 인상에 굴하지 않고 (...) 넓은 관심을 받게 된다면 좋겠다. 이 책을 통해 중고등학교의 논술이나 토론 그룹 활동을 하면 괜찮을 것 같다. 현실적으로 관심이 높을만한 문제들로 구성되어 있고 무엇보다 쉽고 재밌다. 여러 상황에 참고할 수 있도록 영화가 소개되어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잘은 아니어도 기본은 알고 싶은 초심자에게 반가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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