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하게 산다는 것 - 불필요한 감정에 의연해지는 삶의 태도
양창순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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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계절을 지나오는 동안 반대로 몇몇의 인간관계를 잃으며/정리하며 정서적으로는 차갑고 서늘한 시련을 맞았다. 이 정도 시간이 지나왔고 가볍고 거추장스러운 인맥은 이미 다 정리했다고 여겼는데, 이제서야 찾아온 소원함은 의외였고 뜻밖의 상실이었다. 섭하고 혼란한 마음에 지인들을 붙잡고 토로해보기도 하고 얼마간을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어떤 의미로 받아들어야 하지' 고민해보았지만 20년 가까운 세월에서도 서로의 경중이 달랐던 탓이고 나의 욕심이었던 탓이지 다른 결론은 없었다. 소란했던 마음도 계절에 따라 가라앉고 이제 막 안과 밖 온도가 반전되어 가려는 시기에 이 인간관계에 대한 책을 만나게 되었다. 어떤 부분은 그렇구나 싶고 어떤 부분은 조금 아쉽구나 싶은 다소 심심한, 이 책의 표현을 빌자면 담백한 책이다.

 

 고민의 터널을 지나오고 난 뒤이고 평소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범위에서의 내용이라 책을 읽으며 큰 감흥은 없었다. 다만 지금 막 인간관계로 괴로움을 겪고 있거나 삶이 너무 번잡하여 방향성을 찾는 사람이라면 책을 읽는 2시간 정도의 시간 동안 마음 결을 정리할 틈은 되어 줄 것 같다. 머리로는 다 아는 내용이어도 괴로울 때는 생각이 마음까지 가서 닿기 오래 걸릴 때도 있고, 평소보다 감정의 낙폭이 크니 책이 주는 영향도 더 크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아니면,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이 있거나 이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도 비슷한 결의 흐름으로 공감하며 읽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몇 부분이 '하얀 개 소니아'일 것으로 추정되는 소재가 짧게 등장하는데 다른 개의 이야기라면 어쩔 수 없지만, 알고 있는 소니아의 이야기와는 조금 다르게 설명되어 있었다. 주인 할아버지가 죽고 난 뒤에 까맣던 털이 하얗게 변해버린 리트리버 소니아의 이야기는 일본 티비 프로그램에 소개되고 책으로 나올 정도로 유명해서 몇번이고 찾아봤던 내용이다. 여기서도 까만 털이 하얗게 되고, 원반 장난감과 관련된 내용, 나중에 다시 털이 까맣게 돌아왔다는 개의 이야기가 나온다. 몇가지 요소가 비슷해 소니아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주요 골자를 뺀 내용이 달라 왜 이렇게 내용을 옮겼을까 의아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p.175-176 4장 담백한 삶을 위한 마음 솔루션 중)

 

 그 외에도 1장의 첫 꼭지부터 '먹방'에 대한 언급이 눈에 들어왔다. " 그런 의미에서 나는 먹방의 유행이 일종의 '정신적 퇴행 현상'과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덜한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병이 나거나 힘든 일이 생길 때 엄마부터 생각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p.25 1장 먹방과 스트레스, 담백함의 연결고리 중) " 앞뒤의 내용을 살펴 읽으며 스트레스가 쌓였는데 마땅히 풀 다양한 방법이 없어 이를 위한 한 갈래로 먹방이 대두되었다는 요지로 전달하려는 뜻을 이해하긴 했지만 '정신적 퇴행 현상' 이라는 표현에 우선 깜짝 놀랐던 마음은 " 혼밥은 사회적 자폐"라는 표현을 봤을 때의 뜨악함을 연상시켰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핵심은 마음가짐을 담백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는 몇 해 전부터 열심히 유행해오던 미니멀라이프 적인 삶의 태도와 같다. 다만 이 담백함에 대한 방향성이 내부와 외부로 갈라진다. 인간관계든 물건이든 필요해서, 좋아서, 보여주려고, 욕심이 나서 같이 여러 이유로 더 많이 좋은 것으로만 가지려고 하기를 멈춘다. 그리고 가급적 비워내고, 내려놓으려 노력한다는 의도가 공통적이다. 하지만 욕망을 내려놓고 비워내는 일이 어디 쉬운가. 오히려 다른 저작물인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는 제목의 책에서 더 심리적인 친밀함을 느낀다. 12년에 까칠하게 살기로 했던 사람이 까칠과는 거리가 먼 담백한 삶을 이야기하는 약 6년 사이의 간극이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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