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인 낙관주의자' 안에 담긴 내용이 내 인생을 "다른 사람보다 한발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도록 "인생 기술"을 알려주진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계발서나 코칭북도 그렇게 만들어 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본인 스스로가 실천하지 않는 이상. 다만 이 책이 남긴 것이 몇 가지
있다면 하나는 낙관주의와 비관주의에 대해 명확히 정리하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었고, 하나는 자신은 어떤 사람인가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었다.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리뷰가 될 것이다.
자신은 어느 쪽에 속하느냐면 지금은 덜하지만 전에는 주변으로부터 비관주의자라는 말을 뼈있는 웃음과 함께 들었던 편이다. 회의에서 새로운
안건이 나오면 '필요한가' '가능한가' '실행 시 발생할 문제상황은 무엇일까' '얼마나 더 업무를 분담해야 하는가' 같은 계산부터 돌아간다.
침묵은 금이요 참여는 추가업무라는 회의에서, 심지어 윗선의 안건에 딴지를 건다는 것. "네 알겠습니다" 라고 해도 부족할 일에 '그런데,
만약에, 혹시, 제 생각은' 과 같은 말을 붙이는 것이다.
사실 이런 말들을 입밖으로 내봤자 자신이 낸 계획에 도취되어 있는 낙관주의자들에게 "넌 왜 그렇게 비관적/부정적이야?" 라는 말밖에 더
들을 것도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나는 스스로를 비관주의자라 생각했다. 그들의 무신경한 목표와 부주의한 안건에 도움을 주고 피해를 줄이고자
경고했을 뿐인데. 아마 이런 일들로 자신을 비관주의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사람들이 더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말을 듣는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도
낙관주의자다. 세상은 망해버릴거고, 내 인생은 쓰레기처럼 될거고, 차라리 태어나질 말았어야 했어. 라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단순히 딴지 조금 건다고 해서, 계획의 실패를 먼저 예상한다고 해서 당신이 비관주의자인 것은 아니다. 그저 14403332번의 미래를
보고 성공하는 하나의 경우를 찾으려는 닥터 스트레인지 같은 사람일 뿐인 것이다. 책에서 말하듯 '결국 성공하는 것은 낙관주의자다.' 라고 하지만
매사 그들이 내놓은 기획을 보완하고 완성시키는 것은 비관주의자라 치부된 사람들의 부정이다. 미리 떠올려 본 수많은 문제상황들이 실제적인 사고에
대처 가능하도록 도움이 된다.
다만 낙관주의를 열성 숭배하는 이 책의 과격한 표현은 나를 움츠리게 만들었다. 초반부터 비관주의자들을 철저히 패배자처럼 보이게 만들고
교묘한 방법으로 그들을 배제하는 것까지 정당화하는 한편, 낙관주의에 점철해 둔 멋진 수식들을 바라보며 불편함을 느꼈다. 그런데 이를
넘어서 "유사성 원리의 활용 p,194" 와 같은 부분을 보면 "중화 기술"이 언급되는데, 내용을 읽다보면 말하고자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조차 의문이 들게 만든다. 게다가 p.44 의 두번째 문단과 같은 내용도 읽어 넘기기에 지나치다.
왜 이런 껄끄러운 부분들이 있는 것일까 생각해니 이 책은 단순히 삶의 자세를 낙관적으로 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취지를 넘어서 목표를
지나치게 '성공'을 강조하였다. 저자는 왜 이런 표현과 방식을 말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막히는 길이 많았는데, '성공'에 대한 강박이
다른 무엇보다 강하게 박혀있어서 였다는 것을 알고 나니 보였다. 책을 읽으면서 이 점이 가장 많이 아쉬웠다.
긍정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은 안다. 어느 멋진 책의 유명한 문구가 그러하듯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줄 것'이라고 하지 않은가.
바라는 것에 대한 긍정과 추구가 곧 자신을 그 길로 데려다 놓는다는 내용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낙관주의의 필요성도
이를 강조하기 위한 폭력성을 덜어내고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생각한다면 처음에 품었던 불만에 가까운 마음도 조금은 상쇄된다.
'지적인 낙관주의자'를 읽는 일은 쉽지 않다. 약간의 지루함을 잘 참아낼 수 있는 보통의 독자라면 자기계발서, 코칭북 같은 류의 책 한
권 정도는 쉽게 읽어낼 것이다. 반나절이면 읽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낙관보다는 비관주의자에 조금 더 가깝다면 이 책을 읽는 시간은 당신이
비관적인만큼 더 늘어날 것이다. 진짜로 일이 바빴다는 이유 외에, 읽다 정신적으로 지나치게 피로해져서 혹은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들에 대한 생각이
많아져서 쉬게되는 시간이 생길 것이다.
물론 물 흐르듯이 그보다 더 유연하게 이 책을 읽을수도 있다. 아마 당신이 낙관주의자라면. 당신은 기쁜 마음으로 공감하며 읽었을
것이다. 마치 혈액형이나 별자리에 자신의 유형을 맞춰보듯이. 다만 당신이 얼마만큼은 비관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책에서 표현하는 것
만큼이나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이 책을 읽으며 당신이 어떤 사람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