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 고대 가요.향가.고려 가요 편 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하태준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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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서에 수록된 문학 작품들을 읽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생각해본다. 생각보다 가깝다. 애들 가르치면서 읽어봤다. 읽기만 했나, 외우고 분석하고 수업도 하고 문제도 내고 학교 다닐 때보다 더 열심히 팠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건 읽은 것이 아니었다. 읽지 않고, 외우고 분석하고 수업도 하고 문제도 냈던 거다. 그래서 언제 읽었더라 하고 내면이 진실된 반응을 먼저 한 것이다. 학생 때는 그렇다. 작품을 읽지만 읽는다기 보다는 해체한다. 교과서에 나온 지침대로 이 단어에는 이 의미가, 이 부분에는 이 기능이 있다는 것을 외운다. 그렇다면 과연 이 책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매력적인 터치의 삽화가, 친절한 설명이, 함께 넣어 놓은 핵심 정리가, 문학 작품을 공부하지 않고 읽도록 해줄 수 있을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교과서'란 단어가 들어갔기 때문에 문학 작품으로서 작품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두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아쉽지만, 생각해보면 교과서에 나온 작품들을 좀 더 쉽게 마스터하기 위한 기능적인 부분을 뺄 수 없음에 공감도 된다. 다만 삽화들이 주는 안정적 분위기와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좀 더 천천히, 풍요로운 감상으로 작품을 읽어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책이 참 괜찮아서 아쉬웠던 점이다. 딱히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라고 제목이 붙여져 있지 않았다면 오히려 시리즈 별로 챙겨두기 더 좋았을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이 삽화가 가볍지 않고 전체적으로 색감이며 분위기가 좋다. 지금은 고대 가요, 향가, 고려 가요 편으로 나왔지만 좀 더 친숙한 현대시나 소설 쪽으로 넘어온다면 책 읽고 모으기 좋아하는 어른들의 눈에도 들 것 같다. 하지만 제목에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로 되어 있다면 매력적인 책임에도 중학생 조카 읽어보게 권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책 내용은 마음에 들지마는. 그리고 이 지점에서 또 하나의 의문점이 고개를 든다. 과연 이 책을 실용적 측면에서 고전 문학을 '그림으로 마스터하'기 위해 읽는 중고생이 있는가.

 

 물론 있기는 할 것이다. 공부하랬더니 책상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한참을 있기에 뭐하나 보면 교과서가 아닌 책을 읽고 있던 과거의 나와 같은 학생. 공부는 뭐 그냥 그래도 책 읽는건 했던 유형이라면 "엄마 이거 문학 공부하는 책이야!" 하면서 하기 싫은 공부는 안해도 책은 읽을테니. 그렇지만 그런 타입은 대개 이런 풀이 없이도 대부분의 고전 문학 작품을 -시험 위주의 교과서 해석 방식으로- 이미 이해한다. 이 책을 읽는다면 그저 재미로 읽을 뿐. 다만 이런 친절한 그림으로 고전 문학을 마스터해야 하는 유형의 아이들은, 또 딱히 이런 자상한 책에 관심이 없고 그나마 한문제라도 더 맞히려면 핵심만 달달 외우는 공부법이 실용적이다. 책은 참 좋은데 과연 주요 독자층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올지 의문이 든다. 안그래도 공부하느라 바쁜 우리의 10대가 과연 책을 얼마나 읽을 수 있겠는가! 

 

 예전에 외국에서는 문학 시간에 단기간에 최대한 많은 작품을 가장 효율적으로 분석하여 외우는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듣고 놀랐다. 학기를 통틀어 여러 작품 중 한 권의 책을 선정하여 모두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며 공부한단다. 토론도 하고 에세이도 쓰고. 우리가 손들어 정답을 외칠때 걔들은 의견과 감상을 말한댄다. 힘들겠지만 우리도 그런 수업시간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친절한 작품집도 더 많이 읽히겠지. 어른이지만 그래도 삽화와 함께 찬찬히 읽어봐도 좋겠다. 학생 때 읽었던 것과는 다른 마음으로 다른 감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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