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고 작은
알베르틴 그림, 제르마노 쥘로 글, 정혜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무엇보다도 삽화를 찬찬히 살펴봐야 한다. 이러저러한 색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솜씨로 세밀하게 그려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이어진 선들과 둥글고 따뜻한 표정의 면면을 넘기다보면 무감했던 눈길을 사로잡는 온도를 느끼게 한다. 아이에게 전하려는 말을 천천히 남기면서 아주 작고 작았던 존재가 점점 자라나는 과정을 무한한 애정으로 바라보는 눈길이 따스하다. 그러면서도 지나치지 않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아마 수다스럽지 않은, 절제된 단어로만 나열된 문장이 주는 균형일 것이다.

 

 이 조용한 여백에서 오는 아름답지만 천천한 시간의 흐름이 서로의 존재와 유대를 반전시킬때 우리는 이 책에서 모성만이 아닌 삶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의 삶이 어떻게 시작되어 멸하게 되는가를 지극히 단순하고 또 아름답게 표현해냈다. 처음 그저 그림책일뿐 일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감상이 확장되어 여운을 느낄 수 있는 무게감을 준다. 문장이 모호하다는 점도 생각에 넓은 여지를 준다. 읽기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책이니 어느 때고 만나게 된다면 사양않고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변화해가는 삽화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쩐지 묘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빠져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