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끝나고 나는 더 좋아졌다
디제이 아오이 지음, 김윤경 옮김 / 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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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이런 종류의 글들이 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읽기에는 편한데 심적으로는 자꾸 속엣말이 불쑥 올라오곤 한다. 한두해 살다보니 책에 나오는 상황이나 감정들을 제법 겪어도 봤다. 그랬더니, 저자가 전하는 자신 스스로의 진정을 다한 조언이나 위로가 절대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남을 위로해준 적도 없으면서 이 친절한 응답을 두고, '아니, 그건 아니지'하고 고개부터 가로젓고 보는 것이다. 사실, 한때는 이 다정한 위로에 마음이 기울었던 적도 있다. 생각하기에 거의 시초가 될 법한 '그 남자 그 여자' 라는 책이 아직도 책장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랬던 나는 어디에 있을까, 생각하며 읽었다. 내 고집이 생길만큼 때가 탄 것인지, 쉽게 흔들리지 않을만큼 단단해진 것인지 모르겠다.

 

 "그 사람을 좋아하는 자신이 싫다면 그건 거리가 너무 가깝다는 뜻일 겁니다. 이때 너무 가까운 채로 그대로 있다보면 자기혐오에 빠져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게 될 거예요.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 거리까지 떨어져봐요. 타인으로서의 거리까지 떨어지지 않고서는 자신을 긍정할 수 없다면, 곧 이별인거죠. - p17 이별의 완벽한 타이밍"

 

 거의 첫부분의 내용이다. 가장 첫번째 꼭지부터 생각에 생각이 꼬리물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사이여도 결국 서로 다른 우주를 가진 타인이고, 거리가 너무 가까워지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타인의 거리에서 머물러야하고, 머무를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 거리까지 떨어져서야 자신이 완성된다면/긍정한다면 이별이라니, '사랑이 끝나고 나는 더 좋아졌다'지만 너무 극단적 처방이 아닌가! 사실 남의 사랑문제에 있어 가장 쉬운 조언 중 하나가 "헤어져"일 것이다. 인터넷 고민 게시판에 올라오는 "헤어져" 소리가 절로 나오는 일들도 나 자신의 감정과 버무려지면 "그래도..." "하지만..." 하는 생각들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자기 자신에게도 때로 환멸이 나는 마당에 남을 사랑하는 일이 오죽하랴.

 

 이어지는 "아무 짓도 안 할 테니 걱정 마!(p19)" 를 너무 믿지 말라는 조언이나, 콘돔 안쓰려는 남친에 대한 고민, 헤어지고 나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같은 개인의 성향 갈리는 문제들, 한때 유행했던 사랑의 유통기한 - 나때는 2년이었는데 여기엔 3년으로 나오는 그것에 대한 내용, 책에서는 '이별괴물'이라 표현한 안전이별에 관한 내용, 헤어졌는데 계속 눈물이 나요/힘들어요/돌아올까요 와 같은 질문 등등을 보면 이 책의 주 독자층이 십대에서 많게는 이십대 초반 정도까지 되리라 생각된다. 상대방이 이런 말을 할 때는 그냥 과감히 헤어져라 하는 조언도 있으니 그런 부분은 유용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 모든 사랑에 대한 크고 작은 고민과 조언들이 전부 여자들을 향하고 있다는 점은 안타깝다. '사랑이 끝나고 나는 더 좋아'질만한 조언이 실질적으로 나오지 않았던 점도 그렇다.

 

 책을 읽기 전에 띄지 뒷면에 있는 체크리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혈액형이나 별자리를 믿는 것처럼, 일곱개의 항목에 어느 것 하나 어긋나지 않는 자신을 꼽아보면서 이 책이 궁금해졌었다. 같은 음식을 자주 먹으면, 마음에 드는 음악을 질릴 때까지 반복해서 들으면, 계획 없이 돈을 쓰면, 일을 미루다 막바지에 이르러 간신히 하면, 귀찮아, 졸려, 지겨워 라는 말을 자주 하면, 편한 사람에게 거칠게 말하면, 낯가림이 있으면 대체 무엇이 문제길래 '나만의 자리'를 찾아야 할 때일까! 난 원래 그런 사람으로 지내왔는데! 물론 씀씀이나 생활태도 같은 것들은 고쳐야 할 필요가 있지만, 저 항목들이 죽어가는 연애세포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었다. 책 안에 답이 없었다는게 함정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이 책을 어떻게 느꼈을지 궁금해진다. 내가 너무 메마른 것은 아닌지 염려도 된다. 사랑에 무덤덤해지고, 혼자가 힘들지도 않은 나이에 너무 빨리 이른 것은 아닌지. 오히려 그게 더 쓸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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