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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닌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참을 수 없는 삶의 남루함과, 그 남루함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관계 속에서의 구차함, 불편함, 그 순간들을 이토록 능숙하게 포착해내는 작가가 또 있을까.
내가 좀 더 어렸을 때였다면 이 작가는 내 완소 리스트에 올라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이 비범한 재능의 작가를 도무지 사랑할 수가 없다.
아마도 이변이 없는 한 이 책을 다시 꺼내 읽거나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볼 생각 또한 하지 않을 것이다.
황정은의 글들은 얇은 막으로 위태롭게 덮어 놓았던 기억들... 어떻게 하면 내게 펜토바르비탈을 먹여줄 디그니타스로 갈 수 있을까... 란 생각에만 골몰하던, 인간혐오와 우울증에 빠져 가라앉아가던 몇년 전의 나를 떠올리게 한다.
동류의 냄새. 이 사람은 동류다.
책을 덮었는데도 아직도 사방에서 망치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서 괴롭다.
쾅! 쾅! 쾅!
가르쳐주십시오. 이 소리는 뭘까요?
그리고 이 소리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이 편지를 절반도 쓰기 전에 벌써 쾅,쾅,쾅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러자 너무 시시해져서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 되어 거짓말만 늘어놓은 것 같습니다.
다자이 오사무 - 망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