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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평점 :
"한번은 미아리 극장에(푸른 하늘 은하수)라고 최무룡씨가 나오는 영화를 보러 갔어. 너 최무룡씨 알지? 몰라? 그 때 극장들은 로비에 벤처스ventures류의 경음악을 크게 틀어놓았거든, 아 신나지. 그리고 대형 거울도 있었어. 그 때 어디 가정집에서 거울을 들이고 살았나? 극장이나 가야 거울이 있지. 극장 로비에 앉아 거울을 보는데 구석에 어떤 거지가 앉아 있더라고. 거지도 영화를 보나 하고 생각하면서 다시 보니 그게 내 모습이었어. 그 때가 양복점 일하기 전에 창동으로 고물 주우러 다닐 때니까 행색이 말이 아니었지.(울먹이시다 끝내 오열. 겨우 그치고) 그 영화 줄거리가 꼭 내 이야기 같았어. 주인공이 고아인데 나랑 처지가 비슷하더라고. 영화 끝나고도 집에 갈 때까지 울었어. 당시 홀아비로 살던 네 할아버지가 나보고 왜 우냐고 하시더라고. 그래서(푸른 하늘 은하수)보고 오는 길이라고 하니, 할아버지는 먼저 그 영화를 봤나봐, 그러더니 나더러 더 울라고......(다시 오열)"
짧은 내용이 주는 긴 여운.
단락마다 완독 후에도 몇번이나 앞으로 되돌아가 또 읽게 만드는 산문집은 처음이다.
나는 이 시인의 시들보다 산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