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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주의자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소슬기 옮김 / 은행나무 / 2022년 6월
평점 :
『직관주의자』

콜슨 화이트헤드(장편소설)/ 은행나무(펴냄)
내겐 《할렘 셔플》, 《니클의 소년들》로 강렬함을 남긴 작가 콜슨 화이트헤드. 퓰리처상을 무려 2회 수상한 작가이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그는 늘 사회 이슈적인 시사를 다뤄왔고 소설의 내용은 우리가 충분히 논의해 볼 만한 대상이었다. 이번 신간 역시 마찬가지다. 최초로 흑인 여성 엘리베이터 조사관이라는 등장인물에서 이미 마음을 빼앗겼다. 요즘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들의 대활약이 눈에 띈다^^
인간을 아프리카계, 아시아계......이렇게 지목하니 뭔가 더 편하적으로 나누는 느낌이랄까? 이런 구분을 통해 우리의 정체성이 확립되는 걸까? 내가 미국에서 살았다면 나는 한국계 미국인이 되는 건가? 너무 비약일지는 모르지만, 사소한 단어에도 약간의 회의감을 느낀다.
소제목은 단 두 개~!! '상승'과 '하강'이었다. 소제목에서 이미 뭔가 여운이 있었다.
이곳은 고층 빌딩으로 가득한 가상도시, 흑인을 유색인종이라 부른다. 흑인 여성 엘리베이터 점검원 라일라 메이 왓슨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비유를 하자면 마치 물과 기름이랄까? 그녀는 묵묵히 엘리베이터 추락 사고의 비밀을 밝혀낸다. 철저한 고증과 원인 분석으로 과학적 소양을 갖춘 재능 있는 인물이다.
눈에 보이는 경험을 중요시하는 기존의 경험주의자, 이와 반대로 엘리베이터에 탑승했을 때 자신이 느끼는 감정으로 엘리베이터를 점검하는 직관주의자들. 경험주의자 VS 직관주의자
과연 누가 옳을까? 누가 맞을까? 옳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뿐, 시각이 다르듯이 피부색이 다를 뿐이다.
자신이 검사를 했던 유명 건물의 엘리베이터 11호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람들은 모두 라일라를 범인으로 의심했다. 이 부분에서 그녀가 백인이었어도 지목당했을까....? 누명을 벗기 위해 라일라는 블랙박스와 추락 사고의 진실을 직접 조사하는데...
사람들의 하늘을 향한 욕망은 인종차별과 함께 사회문제로 대두된다. 수직만이 진실인 사회에서 수평적 사고를 하는 것은 죄일까?
우리 삶이 그렇지 않을까? 상승곡선과 하강곡선..... 오르락 내리락하며 조금씩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작품에서 흑인 여성 엘리베이터 점검원이라는 점, 자유와 해방이라는 서사, 놀랍게도 이 작품이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점에 상당히 매력이 있었다.
사회 이슈적인 이 소설은 사회구조상의 문제점과 인종차별을 전격 다루며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로서의 소명을 다하는 콜슨 화이트헤드. 엘리베이터가 주는 수직성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한 발 앞선 진보, 과학 기술발전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언제 추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감수해야 한다. 이 작품을 읽으며 현대의 고도화된 계급 시회를 떠올렸다. 남을 밟고 올라서지 않으면 내가 디딜 자리가 없는 사회, 누구 하나를 추락시켜야 내가 설 수 있는 사회를 우리는 살고 있는지?
작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고도의 수직 계급사회에서 당신은 몇 층으로 가고 싶나요? 가장 꼭대기 층?? 얼마나 높이 있든 하늘은 여전히 항상 우리 인간들보다 더 높은 곳에 있을뿐이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