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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우리를 꿈꾼다 - 예술적 인문학 그리고 통찰 : 심화 편
임상빈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예술적 인문학 그리고 통찰 |심화편|
예술은 우리를 꿈꾼다

임상빈/마로니에 북스
예술은 어렵다?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감상할 때마다 느끼는 점이다. 예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 입장에서 작품을 즐기고 이해하고 감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인문학도 어려운데 예술적 인문학이라니? 이 또한 고정관념일까? 순수예술을 전공한 저자는 예술이 그들만의 전유물, 소수만을 위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주었다. 저자 임상빈 교수는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현재 성신여자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국내외 여러 기관에서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어릴 때 부터 미술작가가 꿈이었던 그는 꿈을 이룬 케이스이다. 이 또한 부러운 점이다.
저자가 책에서 강조하고픈 것은 예술의 중요성, 인문학으로써의 예술, 자기 계발을 위한 예술의 세 가지인데 결론은 예술적인 삶을 살고 예술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라는 것이다. 1장에서 《예술》, 《인문》, 《통찰》 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서두를 연다. 우리가 미술관에서 본 작품의 이미지는 우리의 상상과 다르다. 저자는 자유의 여신상이 자신이 상상한 것보다 실제로 봤을 때 훨씬 작았다고 이야기한다. 뉴욕의 더러운 길거리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것과는 사뭇 다름에 충격이었다고 한다. 작품 자체가 뿜어내는 매력은 좋은 것인데 그것의 유명세를 이용해 유혹하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한다. 이런 경험은 한 번쯤 있을 것 같다. 루브르 박물관의 작품을 상상하고 꿈을 꾸다가 막상 가서 보면 실망한 점도 있다는 것. 혹은 반대로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크고 웅장해서 놀란 적도 있다.
책에 수록된 작품들 중 눈길이 가는 것이 많았다. 그중에 몇 가지 나열해보고 싶은 것은 [자연에서 찾은 예술적인 형태들] 고사리 같은 식물이 돌돌 말린 것을 그림으로 표현했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웠다. 마치 진짜 식물 같았다. 이전에 수학 책에서 본 내용인데 식물의 아름다움은 수학자들이 큰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나라 작가 서도호 님의 〈유니폼들 자화상: 나의 39년 인생》 이라는 작품도 인상적이었다. 유치원 원복부터 초중고 교복, 나아가 군복과 양복까지 옥걸이에 차곡차곡 걸려 있었다. 마치 옷 가게에 온 것 같은 분위기. 그런데 나는 이 작품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인간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전시에서 작품을 보면 어떨까? 예술은 이렇게 받아들이는 내 마음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이나 싶은 생각을 해보다. 눈앞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듯한 《마술적 환영》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다. '환영'인데 실제보다 생생한 게 묘하게 신기하다. '마술적 환영주의'란 뭘까? 사실적인 이미지, 느낌 오는 이미지,다중 감각적인 느낌을 포함한 일종의 《재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술의 도구적 측면. 작품을 어떤 도구로 만들 것인가? 저자는 재료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아쉽게도 미술학과에서 경제적인 이유로 그 과목의 이수 학점 수도 줄이는 추세다. 그가 입대했을 때 변변치 않은 재료를 자기고 선임들의 자화상을 그린 예를 들었다. 재료의 중요성과 함께 작품을 어떤 요소로 만들 것인가? 어떻게 전시하며 우리는 그 작품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관한 문제이다. 전시장에 놓인 작품만이 예술품이 아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우리는 누구나 작품을 설계하고 구상할 수 있다. 노래방에서 누구나 가수이듯 예술도 언제 어디에서나 가능해야 한다. 실제로 예술작품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자꾸 정답을 찾으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주입식 교육에서 언제나 미술 작품은 교과서에 수록된 나의 생활과는 거리가 멀게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SNS가 발달하고 오히려 우리는 누구나 예술가가 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고 본다.
내가 찍은 사진을 올릴 수도 있고 나아가 편집 영상 더 나아가 직접 방송 제작하는 크리에이터까지 다양하다. 예술은 교과서대로 살면 성공하기 힘들다. 끝없이 새로운 구성을 해야 한다. 경제학 박사가 실제로 사업 현장에서 성공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결국 답이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막 나가봐야 안다. 남의 얘기로만 책상 위에서 머리만 쓴다면 실제 현장에서 대박 맞기란 도무지 쉽지가 않다 . 정말 공감 가는 얘기다.

제도권 미술에 대한 소개도 있었다. 개별 화랑, 아트 페어, 미술관과 문화축제 등. 일단 제도권 미술은 하얀 벽을 선호한다. 관리도 편하고 어떤 작품이든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다. 국제 표준화의 일환이기도 하다. 공공성과 지역성이 강한 것으로는 공공미술과 게릴라 아트가 있다. 도로에 수성페인트를 엎지르고 도망간다. 차들이 지나갈 것이고 도로는 순식간에 알록달록 차바퀴 자국으로 위에서 내려다보면 하나의 작품이다. 도로가 캔버스 차들은 붓이 된다. 이퍼 루빙의 《게릴라 아트》작품으로 《페인팅 리얼리티》 라는 작품이다. 이런 실험적인 작품들을 정말 좋아한다. 캔버스와 물감 이렇게 고정화된 채로 작품을 연상하는 우리들에게 예술을 보는 유연한 사고를 전달한다. 좋은 '모더니즘'의 추구는 '새로움'의 추구다. 가치 판단 기준을 제시하며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자 하는 열정적인 에너지다.
책의 제목이 왜 '예술은 우리를 꿈꾼다' 일까? 생각해봤다. 예술을 꿈꾸는 것은 우리였다. 누구나 예술에 대한 열망을 한 번쯤 품을 수 있다. 반대로 생각해본다. 내가 미술관에 걸린 작품이 되어 보는 상상. 좀 더 창의적으로 사는 삶, 잘 사는 삶에 가까워지기 위해 반대로 생각하기. 기존의 것을 내려놓기로 결심해본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 이해하지 못해도 좋다. 더 이상 죽은 지식이 아니라 살아있는 예술에 한발 다가서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