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걷는 사람들
김희영.류정희 지음 / 담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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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천히 걷는 사람들 】 속도를 늦출 때 보이는 소중한 것들






김희영 원작/ 담다 (펴냄)








천천히 걷는 것이 마치 잘못이라도 되는 듯이 속도를 재촉하는 우리 사회 분위기.

하늘색 표지가 먼저 와닿는 그래픽 노블 에세이를 만났다.






아빠 손을 꼭 잡은 아이 그리고 두 사람의 잡은 손을 반걸음쯤 뒤에서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 어느 기사에서 본 적이 있다. 여성과 아이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알 수 있다고. 이 말은 여성 상위시대를 원하는 의도로 하는 말이 아니다. 오랜 유교 문화가 뿌리 깊이 박힌 우리 한국 사회에서 과거 여성들의 모습은 어땠는가?






『천천히 걷는 사람들』은 육아 에세이의 외피를 하고 있다. 그러나 실은 ‘삶의 속도’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빠르게 해결하고, 더 잘해내고, 더 완벽해지고 싶어 조급해질수록 삶은 오히려 더 거칠어지고 메말라 간다. 이 책 속 가족도 비슷했다. 예민한 아이를 키우며 엄마는 늘 긴장 속에 있었고, 남편은 지쳐갔고, 집 안의 공기는 하루하루 날카로워졌다.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 수많은 선배들이 아무리 좋은 처방전을 내려도 현실은 비슷했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엄마가 더 이상 ‘잘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묻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점이다.


왜 이렇게 힘들까?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건 뭘까?

나는 왜 늘 서두르고 있을까?






질문이 시작되자 삶의 방향이 바뀐다. 답을 찾기보다 태도를 바꾸는 과정. 부모가 된다는 건 무언가를 더 많이 해내는 일이 아니라, 멈춰서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 되는 일이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누구라도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한국 사회가 함께 해결할 문제다. 이들 가족의 제주 생활이 좀 더 편안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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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작가의 사유와 글쓰기
김보영 지음 / 디플롯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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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F의 방향을 바꾼 작가 《 SF 작가의 사유와 글쓰기》




김보영/ 디플롯 (펴냄)










이 책은 나에게 창작 지도다.

존경하는 김보영 선생님은 한국 SF의 방향을 바꾼 작가다. 아무것도 없던 땅에 길을 낸 사람이 아니라, 애초에 길이라는 개념 자체를 새로 그린 분이다. 한국 문단에서 SF가 변방의 상상력으로 취급되던 시절, 선생님은 세계를 설계하는 언어로 SF를 끌어올렸고, 감정과 사유, 과학과 서사를 하나의 항로로 연결해버렸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작법서가 아니라 “세계로 들어가는 항해도” 여기서 어릴 때 재미있게 읽었던 《보물섬》의 지도가 떠오른다^^

낡은 종이 위에 그려진 X 표시 하나가 소년 짐 호킨스를 바다로 떠나게 했듯이, 김보영의 문장들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향해 작가를 출항시키는 신호가 아닐까? 중요한 건 보물이 이미 묻혀 있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 보물을 찾아 나서도록 만드는 ‘지도’가 존재한다는 것.





그러나 김보영 선생님의 지도는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기만 하지 않는다.

“핵심을 일부러 틀려라.”

“세계가 흔들릴 때 이야기가 시작된다.”

“독자가 들어올 수 있는 문을 여러 개 만들어라.”

이 문장들은 좌표이자 방향이자 경고문이다. 보물섬의 지도처럼, 한편으로는 모험을 부르고 한편으로는 위험을 암시한다. 김보영의 SF가 위대한 이유는 세계를 발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세계로 들어가는 항로까지 설계하기 때문이다.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핵심이 틀려야 서사가 시작된다’는 선언이다. 하드 SF의 문법은 정확성을 향하지만, 김보영은 그 정확성의 한가운데에 일부러 균열을 낸다. 그 균열은 오류가 아니라 이야기의 엔진이다. 세계가 어긋나는 순간, 인물은 선택을 강요받고 독자는 사유를 시작한다. 이는 그렉 이건의 《쿼런틴》을 예로 들며 설명되는데, 겉으로는 과학적으로 치밀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중요한 전제가 ‘틀려 있기’ 때문에 이야기 전체가 움직인다는 분석은 김보영식 SF의 핵심을 정확히 짚는다. 과학은 장식이 아니라 세계를 흔드는 장치여야 한다는 것.




여기서 나는 최근 읽었던 류츠신의 《삼체》를 떠올렸다. 《삼체》 역시 거대한 물리학적 상상 위에 서 있지만, 독자를 사로잡는 힘은 과학적 설명 그 자체보다 ‘우주의 질서가 인간의 윤리와 충돌하는 순간’에서 발생한다. 문명이 생존을 위해 선택하는 비정함, 우주적 스케일 앞에서 무력해지는 인간의 감정.... 이것은 김보영이 말하는 “세계가 인물만큼 중요하다"라는 SF 적 태도와 정확히 맞닿는다. 다만 둘의 차이는 온도에 있다. 류츠신이 차갑게 문명 단위의 계산을 밀어붙인다면, 김보영은 그 계산속에서 상처받는 개인의 감각을 놓지 않는다. 여성 SF가 보여주는 섬세함은 바로 여기에서 빛난다. 세계의 구조와 감정의 결을 동시에 설계하는 능력!!!




또 하나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독자를 고려한 구조적 작법이다. 〈인터스텔라〉의 이중 스토리라인 분석처럼, 과학을 이해하지 못해도 감정선으로 따라갈 수 있도록 길을 두 겹으로 깔아둔다. 이는 내가 꿈꾸는 작품 ‘청소년도 읽고 성인도 감동하는 SF’에 거의 정답에 가깝다. 청소년에게는 감정과 성장의 서사를, 성인에게는 사유와 세계관의 깊이를 동시에 제공하는 방식. 김보영은 이걸 이론이 아니라 실제 집필 경험으로 설명한다는 점에서 믿을 수밖에 없다.








특히 감탄한 부분은 “읽을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읽히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작법의 출발점으로 삼았다는 고백이다.

이것은 작가의 자존심이 아니라 독자에 대한 전략적 애정이다. 《삼체》가 방대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페이지를 멈출 수 없게 만드는 것도 결국 서사의 견인력 때문인데, 김보영은 바로 그 ‘견인 장치’를 '언어화'해서 보여준다. SF 가 어렵다는 편견을 깨는 기술이자 태도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SF가 장르가 아니라 사고방식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김보영은 여성 작가가 SF에서 어떤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의 궤적으로 증명했고, 동시에 ‘세계 설계 + 감정 밀도 + 독자 접근성’이라는 세 요소를 모두 잡는 방법을 제시한다. 류츠신이 우주적 절망을 보여주었다면, 김보영은 그 우주 속에서도 인간의 이야기를 끝까지 붙드는 법을 알려준다.








세계를 크게 설계하되, 인물의 감정을 중심에 놓고, 독자가 들어올 수 있는 문을 두 겹 세 겹 만들어라—김보영이 걸어온 길 자체가 그 답이다.


김보영 선생님 존경합니다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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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씨의 한국인도 모르는 한복 이야기
신채민 지음 / 예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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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한복 씨의 한국인도 모르는 한복 이야기』



신채민 / 예미 (펴냄)








저자는 한복을 박물관 속 유물이 아닌, 거리와 여행지, 세계 무대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옷으로 보여준다. 한복은 어렵지 않다, 한복은 고루하지 않다, 한복은 입는 순간 삶의 감각을 바꾸는 ‘문화적 선택’이다라는 관점이다.


영상을 찾아보며 한복의 다양한 변형 형태 감각적이고 아름다웠다. 순수 그 존재 자체 고유의 모습이 더 좋은 내게는 무척 낯선 모습이었다. 이렇게 여러 형태로 변형해서 한복이 널리 알려지고 입는 옷이 되는 것은 물론 반가운 일이지만 어깨뿐 아니라 가슴이 다 드러낸 한복 저고리는 충격감 그대로다. 이렇게까지 변형된 모습이 과연 한복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초반부는 한복에 대한 오해를 걷어내는 작업이다. 역사·구조·명칭 같은 기본 상식을 부담 없이 풀어주면서도, 한복의 선과 여백, 색의 철학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특히 p.31에서 언급한 대목은 인상적인데 드라마 「킹덤」에서 시작된 한복의 재조명, 그리고 K-팝과 애니메이션이 결합된 콘텐츠가 전통을 다시 ‘힙한 문화’로 끌어올렸다는 분석은, 한복이 어떻게 글로벌 문화 코드가 되었는지를 짚어준다.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서사와 이미지가 결합할 때 전통은 다시 살아난다"라는 이야기로 보인다






전통 한복을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현대 옷장 속에 한복을 스며들게 한다. 댕기를 허리띠로 변주한 스타일링이라든지, 허리 치마 하나로 일상복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법 등등 외국인들에게 한복 입문 장벽을 완전히 허물어 주는 듯하다. 한복을 특별한 날의 의상이 아니라, 감각적인 레이어드 아이템으로 재정의되는 모습...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한복을 소개할 때 무척 흥미로울 것 같다. 내가 가장 갖고 싶었던 템은 한복 질감으로 만든 가방이었다^^ 장식이 아닌 상징, 꾸밈이 아닌 소망을 담은 한복은 ‘옷’에서 ‘마음의 언어’가 되는 듯 하다. 한복의 결, 색, 온기를 담아 우리 것이 널리 세계에서 사랑받길 바라는 마음이다.







#한복씨의한국인도모르는한복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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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 수집 (스프링) - 우리의 하루를 빛내는 60가지 문장들
이아르 지음, 이로 그림 / 퍼스트펭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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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이아르 (지)/ 퍼스트펭귄(펴냄)



저마다의 행복은 다르다. 표지를 보는 순간 마음이 환해지는 이 책!! 혼자인 시간을 두려워하지 말라~ 나의 진심을 만나는 시간이다.

행복한 사람은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 나에게 없는 것보다 이미 있는 것을 먼저 본다고 한다. 거꾸로 뒤집어 생각해보기 방식 아닐까!


스프링북이라 한 장 한 장 넘기는 감각부터 가볍다. 책상 위에 세워 두고 하루에 한 페이지씩 넘기다 보면, 읽는다기보다 습관처럼 행복을 연습하게 된다. 짧은 문장 하나, 포근한 색감의 그림 하나가 하루의 속도를 살짝 늦춘다. 나의 일상에서 그냥 지나쳐 왔던 평범한 장면들이 다르게 보이는 느낌이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숨을 고르는 시간, 무사히 하루를 마쳤다는 안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평온함. 행복은 새로 만들어야 할 무엇이 아니라, 이미 있었음을 알아차리는 일이라는 걸 이 책은 반복해서 보여준다.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스프링 북을 들고다니며 몰랐는데 오늘 보니 뒷면이 그냥 여백이 아니라 줄노트로 연한 선이 그려져서 나만의 글을 쓸 수도 있다는 점!! 이 공간은 적극적인 독자로 끌어당긴다. 오늘 내가 건져 올린 작은 기쁨을 적어도 좋고,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남겨 엽서처럼 써도 좋았다. 그렇게 이 책은 읽히는 데서 멈추지 않고, 나만의 행복 아카이브로 확장되는 느낌이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 두 분의 협업은 오래 여운을 준다. 하루를 돌아보면 별다를 것 없었다고 느끼는 날들에, 이 책은 속삭이는 느낌이다.

별다를 것 없어서, 그래서 더 소중하다고....


행복 수집이라니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힘든 하루를 햇살처럼 안아주는 이라는 책의 부제가 더 다정하게 느껴진다. 내가 걷는 이 길이 누군가의 이정표가 되고 잠시 멈추면 보이는 것들,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는 순간에 다가오는 행복감!! 하루에 하나씩 나만의 행복찾기 이제 시작해보는 나만의 프로젝트다.


책은 내 삶을 당장 바꾸는 책이라기보다, 삶을 바라보는 각도를 조금 조정해 준다. 넘기며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그런 그림이다. 작은 각도 차이가 하루를 생각보다 환하게 만든다. 오늘도 책을 넘기며, 나만의 행복 하나를 조심스럽게 수집해 본다


#오늘도행복수집

#행복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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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전집 2 다시 읽는 우리 문학 2
이효석 지음 / 가람기획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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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가람기획 (펴냄)











무려 스물아홉 편의 단편소설, 구하지 못할 소설은 아쉽게도 수록되지 않았고 발표 연대순으로 수록되어 있다. 한국 단편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이효석 전집 2』를 읽는 시간은, 한 작가의 이름을 다시 배우는 기념비적인 경험이었다. 내겐 수능 지문으로서의 「메밀꽃 필 무렵」... 단지 수능 문학으로 호명되어 온 이효석을 만나는 시간 새해를 맞이하며 뜻깊은 경험이다. 여기에는 자연을 노래한 서정의 작가로서의 모습뿐 아니라, 감각과 욕망, 상실과 고독을 끝까지 밀고 나간 근대적 소설가 이효석을 복원한다.







각 단편을 따로 리뷰를 해도 무방할 만큼!!! 특히 「낙엽기」나 「마음에 남는 풍경」을 읽다 보면 사건은 이미 지나가 버렸는데, 장면의 온도와 빛, 공기의 촉감이 마치 방금 만난 것처럼 오래 남는다. 이효석의 소설은 줄거리를 따라 읽기보다, 풍경 속에 잠시 서 있는 느낌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사랑과 욕망을 다루는 방식이다. 「개살구」, 「해바라기」, 「장미 병들다」 같은 작품들에서 사랑은 고백이나 결말로 수렴되지 않는다. 이효석은 감정을 설명하지 않고, 감정이 발생하는 조건 예를 들면 계절, 빛, 냄새, 신체의 감각을 정교하게 배치한다. 그 결과 독자는 인물의 마음을 직접 접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하다.






인상적인 작품은 「황제」다. 이 작품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이효석의 이미지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말년의 나폴레옹을 1인칭 회고 형식으로 그려낸 이 소설에서, 이효석은 역사적 인물을 빌려 인간의 허영과 고독, 쇠락의 감각을 탐문한다. 향토성과 서정의 작가로만 기억되던 이효석이, 얼마나 대담하게 서사 실험을 감행했는지를 보여준다. 와!!! 놀랍다. 그는 왜 나폴레옹에 자신을 투영한 걸까... 천재적 성공, 절대 권력, 역사적 영광을 모두 경험한 뒤, 완전한 몰락과 고독을 겪은 인물 나폴레옹이다.







이효석은 이 인물을 통해 성취 이후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위대함이 사라진 뒤에도 인간은 존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나폴레옹은 영웅이라기보다 정점 이후의 인간’을 사유하기 위한 가장 적합한 가면이 아닐까.... 이 한 편만으로도 이 전집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







이효석을 향토 서정 작가로만 규정하는 기존 편견을 깨며 역사·자아·권력에 대한 사유를 담은 소설이라는 점을 느끼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오히려 이효석을 이미 안다고 생각했던 독자일수록,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낯섦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단편소설이라는 형식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를 다시 체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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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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