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발 달린 법랑 욕조가 들은 기이하고 슬픈 이야기
미겔 본푸아 지음, 윤진 옮김 / 복복서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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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겔 본푸아 장편소설/ 복복서가 (펴냄)











저자 개인사를 보면 베네수엘라인 어머니와 프랑스계 칠레인 아버지라는 가계도에서 소설의 모티브가 시작된다. 물론 이 소설은 저자 본인의 얘긴 아니다. 1세대 주인공 롱소니에는 포도 재배에 실패하고 이주를 결정한다. 그 와중에 예상치 못한 곳 산티아고에 정착하게 되는데 비극은 2대 아들인 라자르와 3대인 딸 마르고 그리고 그의 아들 4대 일라리오로 이어진다. 무려 100여 년의 가계도, 한 집안의 경험이자 전쟁의 시대를 살던 사람들의 비극적인 개인사다.






많은 장면이 기억에 남지만 특이할 만한 것을 대충 적어보면 1세대에서 네 발 달린 욕조를 사는 장면

2세대 라자르가 전쟁에서 겪는 비극, 3세대 딸 마르고가 칠레 최초의 여성 비행사가 되는 장면 등이다.






아직도 여자아이들한테 자수 놓는 법이나 가르치는 건 말이 안 되지 p128

( 여자가 입학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없어서 입학!! 이후 정비사들의 노골적인 성적인 농담을 견디며 비행 수업에 임하는 마르고에게 격려의 차원에서 한 말인데 이런 생각하는 남자가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시대였다.......................................:)





비행기의 유선형을 보며 마르고는 초기 사회는 분명 모계 사회였을 것이며 비행기야 말고 여성적이라고 생각하는 장면에 공감한다 ㅎㅎ 그러면서 마르고를 응원하는 마음!!! 이 무렵 전쟁이 터지는데 칠레의 당시 시대상을 읽을 수 있다.






여성 비행사들도 전쟁에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p140

프랑스를 위해 싸우러 갈래요 p141






독일군과 전쟁에서 마주했을 때 이웃 마을의 남자였던 독일 군인 ㅠㅠ

군의 비밀을 말해주는데.... 라자르는 과연 어떻게 할까? 아마 나라도 라자르처럼 하지 않았을까? ㅠㅠ





전쟁은 개인의 삶을 완전히 망가트리고 그 자손들의 삶마저 망쳐놓는다. 인류 시작부터 단 한 번도 멈춘 적 없는 전쟁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는 소설이다. 잠시 잊고 있던 전쟁사 나의 세계대전 벽돌 책을 다시 펼치게 만든 소설!!





포도나무 한 그루로 시작한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일라리오는 다시 포도나무를 가지고 프랑스에 도착한다.

프랑스에서 출발해서 프랑스에서 끝난다. 지극히 환원적인 서사다. 어쩌면 영웅 스토리다. 전쟁의 시대를 살아남은 자들은 모두 영웅이었으니....

근현대사를 살아낸 한 가족의 비극을 담담히 그려내는 소설. 마지막 희망을 다 잃은 순간에도 그들에게는 용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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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익스프레스 - 한 권으로 빠르게 끝내는
김영석(써에이스쇼) 지음, 김봉중 감수 / 빅피시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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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정성껏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김영석(써에이스쇼)지음/ 빅피시(펴냄)









역사 유튜버이신 써에이스쇼 저자님. 어릴 때부터 역사를 좋아했고 단 한 줄이라도 제대로 정리하기 위해 꼼꼼하게 공부하고 분석했다는 저자. 유튜브를 찾아보니 꽤 오래전부터 각종 세계사 관련 지식을 업로드했고 구독자 수도 거의 58만 명이 넘는 인기 채널이었다. 각 영상 일러스트가 만화 스타일이라 학생부터 성인 독자까지 두루 접근하기 좋은 장점이 있다. 이 책은 세계사의 중요한 큰 흐름을 중심으로 시간순으로 서술된 1장, 강대국의 주요 역사를 이해하는 2장으로 구성되었다. 세계사의 결정적인 장면, 4대 문명의 탄생에서 시작한 인류의 역사는 주요 문명의 흥망성쇠, 그리고 큼직한 전쟁으로 구성된다. 고대와 중세, 근세와 현대의 각 주요 사건들과 큼직한 전쟁 그리고 챕터 앞쪽의 주요 사건 연표를 통해 세계사를 좀 더 쉽게 정리해 볼 수 있다.




저자처럼 역사를 좋아하는 분들도 많지만 역사는 흔히 암기과목으로 생각되어서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분들도 많다. 책을 읽으며 그 이유가 뭘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니 역사적 사건과 사건 사이 행간에서 갈팡질팡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 그리고 지리적으로 지금 설명하는 역사가 어디쯤에서 일어나는 일인지 헷갈리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건 모두 내 이야기 ㅎㅎㅎㅎ) 성인 독자가 되어 이 행간을 보충하기 위해 수많은 역사책을 교차로 읽어서 그 틈을 메우는 중인데 한번 암기과목으로 인식된 역사가 여전히 내게는 쉽지 않다.




도움이 되는 점은 간략한 사건 설명과 더불어 명화 속에서 본 세계 역사, 즉 해당 역사를 설명하는 삽화다. 역사와 명화를 동시에 접하는 느낌이다. 책에 언급된 역사적 장면은 대부분 저자가 유튜브 영상에서 다룬 내용이라 혹시 책과 함께 영상을 같이 보신다면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현대사 파트의 결정적인 장면은 소련의 붕괴, 1991년 냉전의 종식을 분기점으로 한다. 물론 어디를 분기점으로 보느냐에 대한 부분은 학자들마다 다를 것이다.




파트 2에서 지역적 측면에서 세계사의 결정적 영향을 끼친 곳, 로마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등을 다루는 부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그리고 중동전쟁의 영토 변천사 장면 인상적이다. 팔레스타인의 영토는 눈에 띄게 줄어드는 중이다. 참고 문헌을 보면 수많은 역사책을 인용 및 참고한 점, 재미와 정보 위주의 역사책이므로 다른 기존 역사책과 병렬 독서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문명의 발생부터 최근의 역사까지 한 권으로 만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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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담 내일의 고전
김갑용 지음 / 소전서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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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용 장편소설/ 소전문화재단 내일의고전 제1호!






이 소설을 정의 내리기 힘들다.

무엇이든 정의 내리고 규정해야만 의미 있는 독서가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정의 내리기 힘든 경우, 예를 들면 줄거리 중심으로 읽을 소설이 아닌 경우를 만날 때! 자주 만나기 힘든 경험이라 좀 특별하다. ( 사실, 책을 처음 받고 몇 번 읽기를 시도했을 때, 초반 몰입이 안 돼서 두 번, 세 번 자꾸만 몰입을 시도했고 마침내 하루 만에 다 읽었다. 책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난 다음, 다시 내가 펼치고 싶은 페이지, 손 닿는 페이지를 넘기며 읽고 또 읽은 책이다. 완독 후에도 자꾸만 소설 언저리를 기웃하게 된다.





줄거리 중심으로 서사를 인지하기보다 문장 하나하나에 몰입하고 싶은 소설이다. 1990년생 작가라고 쓰여있다. 200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작가.

굳이 작가의 나이를 언급할 필요 없지만,

책 후반부를 읽으며 작가가 학창 시절을 보낸 시절을 상상해 보게 된다.

소설가의 연인, 동거인으로 묘사되는 그녀.

고양이를 사랑하는 그녀가 부럽기까지 했다. 어떤 면에서 실제로 존재했던 사람인가 싶은 의문이 들 만큼, 존재감을 또렷이 드러내지 않는 그 여자.





철저히 작품과 작가를 분리하여 읽는 편이지만, 소설 마지막에 가서는 화자가 곧 소설가 자신이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냉담》이라는 제목과 흰 눈이 생각나는 표지의 은빛회색이 주는 색감, 전주 페이퍼 제지라는 본문의 종이, 그리고 이 소설을 읽은 만성 수족냉증을 앓고 있는 독자 바로 나. 그 모든 박자가 조화롭다. 냉기가 밀려와 몸을 으스스 떨었다.





코로나 시절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작가도 작품에서 자주 말한다.

팬데믹 시절을 쓴다는 것에 대해, 너무 가까운 역사라 그것이 다 끝난 이후 쓰겠다고 결심했으나 정작 끝이 언제인지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종종 코로나 팬데믹을 소재로 한 소설을 만날 때가 있는데 너무 빨리 그 시절을 쓰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가까운 거리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 그러나 이 시기가 많이 지난 후, 이 시절을 보낸 느낌을 기억이나 할까.... 그렇다면 팬데믹을 쓰는데 시의적절한 시기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역학조사관과 대화하는 장면 잊을 수 없다. 아래 문장에서 특히 도둑 어쩌고 하는 문장 정말 웃프다 ㅎㅎㅎㅎ 이 문장이 소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인데 이 사회가 화자를 바라보는 관점 아닐까 싶다.

혹은 화자와 같은 정체성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볼 때 역학조사관의 관점처럼 그들은 도둑 취급이 된다.

(CCTV를 통해 본 당신은 대로를 걷는 사람이 아니며, 한가운데로 걷는 자들을 혐오하고, 쥐새끼처럼 되는 한 벽에 바싹 붙어 도망 다닙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순종합니다. 전문가에게 힘을 쓰지 못하지요. 전문가의 말이란 따를 수밖에 없음을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우리는 전문가입니다. 그 사실을 명심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당신의 당당하지 못한 면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우리가 빛을 밝힐 부분이란 바로, 짙게 그늘져 드러나지 않은 한구석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빛을 알지 못하는 사람같이 구는군요. 성경에서 도둑들을 그렇게 일컫는다지요 P71)





토성의 겨울을 쓴 작가

소설 《냉담》.... p316 긴 호흡으로 지면을 가득 채운다. 내용 혹은 문장이 길어서 긴 호흡이라는 뜻이 아니다. 한 문단 혹은 챕터를 다 읽고 나서야 꿈인지 현실인지 혹은 그 너머인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어떤 세계인지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의 슬픔은 태생적이라는 문장이 잊히지 않는다.

책, 소설, 소설가, 소설을 쓴다는 일에 대해 작가는 말한다. 공공기관 혹은 공공의 것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 보였다. 공공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극히 개인적으로 쓰인다. 공공은 정작 공공의 것이 아니었다. 얼마 전에 읽은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도서관에 대한 소재가 있었는데 순간 그 소설이 떠올랐다.





. 시대를 온전히 살아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시대를 완전히 살아낸 인간인가?!!! 유행하는 모든 것에 둔감하고 그 여파가 미치는 영역에 관심 없는 삶을 살았으니....

그런 의미에서라면 나는 시대를 온전히 살아내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나 전혀 슬프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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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왕이 되는가 - 스릴과 반전, 조선 왕위 쟁탈기
조성일 지음 / 가디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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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큐레이터가 쓴 조선의 역사 스물 여섯명의 왕들 그 즉위기라니! 정말 흥미로운 책입니다. 과거는 기억하지 않으면 잊힙니다. 조선 왕위 계승이 오늘날 우리 정치에 어떤 의미를 시사할까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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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짐승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9
모니카 마론 지음, 김미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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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마론 (지음)/ 문학동네









처음 표지를 본 그 짧은 몇 초!!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 미리 상상해 봤다. 과연 완독 후 책을 덮었을 때 감정은 어떨지!!!!!

여자는 누구이길래 첼로 뒤에 쓰러져있는 걸까? 게다가 제목마저 슬픔 짐승이다... 소설은 독일 통일 직후의 베를린을 배경으로 한다.


자신이 경험한 것만 쓴다는 아니 에느로 작가의 소설을 몇 편 읽고 광분하던 어떤 여자가 있었다. 더러운 '성 경험'을 그것도 '불륜'을 소재로 썼다며 작품을 마구 도려내던 여자의 핑크색 립스틱 입술이 생각난다.

누군가의 지독한 미움을 받는다면 오히려 그 존재를 사랑하게 되는 나의 광기.... 비난받고 미움받고 온갖 혐오와 조롱을 당하는 존재에 대해 그리고 존재를 비난하며 자신의 자존감을 세우는 또 하나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어느 쪽이든 자신의 존재가치를 치열하게 증명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내게는....

작품을 읽으며 어느 부분에서는 아니 에르노가 떠올랐다.







어떤 독자는 이 소설 줄거리만 보고 마구 비판했으며

또 어쩐 분은 문장이 너무나 아름답고 섬세해서 책 전체를 필사하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늘 그렇듯, 양자의 중간 어디쯤 끼어서 내 생각 또렷이 드러내지 못하는 회색 인간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사랑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회색 인간 내 존재를 증명해 내는 순간이다. 소설처럼 나도 한 사람, 이름을 잊었다.


주인공은 사랑이 떠난 후에서야 비로소 사랑과 융화하여 살아간다. 떠난 후에 융화라니 얼마나 기이한 일인가!

나는 더 이상 내 사랑과 나를 구분하지 않으며, 그 이후로 내게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은 내가 원했던 것이다.







아니 에르노 1940년생

이 책의 저자 모니카 마론 1941년생

난 자꾸만 공통점을 찾고 있었다 ㅠㅠ


기이한 시대를 살았던 소설가들은 대부분 그렇게 쓰고 만다 ㅠㅠ 사랑에 모든 것을 걸로 사회적 존재로서의 삶을 거부하는 것은 비난받을 일인가!

남의 사랑에 광분하고 도덕의 잣대를 마구 휘두르는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도덕적으로 사시는지 궁금하네 ㅎㅎㅎ

하! 그러고 보니 그 과목, 도덕이 참 싫었다.


전쟁의 시대에 태어나 분단의 갈등, 통일의 혼란을 다 겪은 작가가 쓴 소설

동시대를 살아온 우리 작가들의 소설은 어떤가...

만약 통일이 된다면 혼란의 시기를 겪고 쓰일 소설은 또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 본다 ㅎ


나의 마지막 연인. 그 남자 때문에 나는 세상을 등졌다. 나를 떠났을 때 그는 안경을 잊고 내 집에 두고 갔다. 나는 몇 년 동안 그의 안경을 썼다. 건강하던 내 눈을 그의 근시와 뒤섞어 흐릿한 눈으로 만들었다. 그것이 그의 곁에 머물 수 있는 마지막 가능성이었다 ( 하! 나는 정말 이 문장 읽고 ㅠㅠ 한 줄도 더 진도를 나갈 수 없었다.... 책 읽기를 멈추고 말았다. 이 마음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알기에 ㅠㅠ 이렇게라도 하고 싶은 마음, 거울을 보지 못하는 여자의 마음, 세월이 멈춰버린 느낌, 더 이상 삶의 에피소드를 만들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마음에 대해!!

이미 죽은 채로 살아가는 것, 죽은 채로 잠들지 않은 수많은 밤을 보내는 일이 무엇인지 안다...... ㅠㅠ)






가을에 그가 떠났다면 그 해가 마지막 가을인 것이다. 그러나 책 속 화자가 사랑을 지탱하는 방법은 나의 그것과 매우 달랐다. 나는 죽음을, 책 속 화자는 삶을 택했다.







: SF덕후라면서, 로맨스는 그리 싫다면서 기승전 로맨스적인 삶 지향하는 우주 씨!!


인생에서 놓쳐서 아쉬운 것은 오직 사랑뿐이다!

(...... 사랑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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