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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이스
최이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12월
평점 :

최이도/ 해피북스투유
소설을 읽다 보면 주인공의 모습에서 나조차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나를 발견하는 순간이 있다.
내게 『체이스』가 그랬다.
멈출 줄 모르고 달리는 재희를 보며 나는 몇 번이나 속으로 외쳤다.
제발, 멈춰.
그렇게까지 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왜 스스로를 몰아붙이느냐고. 그런데 문장을 넘길수록 깨닫게 된다.
그 외침이 사실은 재희를 향한 말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던진 말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이상하리만큼 숨이 가쁘고,
어느 순간에는 눈물이 차올랐다.
사고는 서사의 출발점이지만, 이 소설의 진짜 이야기는 그 후 시작되었다.
재희가 무엇을 잃었는지가 아니라, 잃고 난 뒤에도 삶이 어떻게 계속되는지를 끝까지 따라간다는 점이 흥미롭다.
재희는 단순히 ‘열심히 사는 인물’이 아니다. 그는 왜 달리는지 스스로에게 묻지 못한 채, 달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을 증명하려는 인물이다.
멈추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질 것처럼 느끼기에, 속도를 늦추는 선택지 자체가 그의 삶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안타까웠다.
그래서 재희의 질주는 종종 아름답기보다 불안하다.
엄마 소라와의 관계 또한 이 작품을 현실에 단단히 붙잡아 두는 축이다.
소라는 악역이 아니다. 다만 불안이 사랑보다 앞서 나간 인물이다. 딸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믿었기에, 그 가능성이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순간을 견디지 못한다. 모녀의 긴장은 많은 독자에게 낯설지 않은 감정일 것이다. 꿈을 향한 응원이 언제부터 통제가 되었는지, 그 경계가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이 소설은 과장 없이 보여준다.
뒤처질까 봐, 쓸모없어질까 봐,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될까 봐. 조금 더 잘 이해하고 조금 더 정확히 말해야 한다는 이유로 나 역시 쉽게 멈추지 못해왔다는 사실을 이 소설이 들춰냈다.
지금 이 속도가 정말 나의 선택인가라는 질문을 그동안 얼마나 회피한 나인가!
소설이 남기는 여운은 늦게 왔고 오래 지속되었다.
당신은 무엇을 쫓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은 정말 당신이 선택한 속도인가. 재희를 끝까지 따라가며
나는 처음으로 달리지 않는 삶을 상상해보는 하루다.
아직 그 방법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멈춰야 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
이 소설은 내게 조 잔인했고, 또 충분히 정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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