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히라노 게이치로 장편소설/ 하빌리스 (펴냄)










작 후기를 읽으며 무너졌던 마음이 다시 일어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최연소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일본 문학계에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낸 작가님을 이름만 알고 소설을 접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분의 작품 《본심》리뷰를 읽으며 꼭 읽어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다.







내 인생을 사랑하지 못하면 안 되는 걸까. 아니면 내 인생을 사랑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사랑하는 누군가가 필요한 걸까… 우리의 선의는 대개는 소소한 것처럼 보이는 법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계기는 분명 어디에라도 있을 수 있다.” (히라노 게이치로) 이 문장은 표면적으로는 인생과 선택에 대한 사유이지만, 책의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핵심적 질문이자, 나를 읽는 자리로 자연스레 끌어당겼다.







이 책은 작가가 10년 만에 내놓은 단편집으로, 우리 일상이 만들어내는 선택의 순간과 그 여파를 깊이 들여다보는 다섯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단편은 제목처럼 단순한 풍경이나 일상적 장면을 표면에 두면서도, 그 안에 숨어 있는 인간의 내면적 갈등과 ‘나’라는 존재에 대한 질문을 진득하게 꺼내 놓는다.








후지산을 향해 여행하는 노우에 가나와 쓰야마 겐지. 데이트 앱을 통해 만난 두 사람. 코로나가 한창일 때 배경으로 도쿄 올림픽이 연기된 부분도 언급된다. 여성이 위험에 처했을 때 도와줘요 사인도 이번에 알았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버릴 수도 있었던 결정적인 순간이 있다. 살면서 놓치거나 붙잡는 선택의 순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의인들의 삶은 종종 뉴스 기사로 만나곤 한다. 어린 학생들을 구하느라 목숨을 던진 의인이 만약 내 연인이라면 그래도 좋을까...?





후지산이라는 상징적 장소를 둘러싸고, 인물은 과거의 선택과 현재의 삶을 조용히 되짚으며 소설은 끝난다. 열린 결말에 대해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읽었을까? 내게는 일본 소설 특유의 감성과 여운으로 기억된다.








기억에 남는 문장

후지산의 정면이라는 건 어느 방향에서 본 모습일까 p59


눈 덮인 러시아에 가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보는 소망이 있는데, 내가 사랑하는 그곳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이다. 가장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가장 끔찍하고 무모한 짓을 저지르는 그들을 보며 그들의 신은 어떤 모습일지 묻게된다. 어떤 장소에서 답을 찾을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나도 종종하곤한다. 지금 여기서 찾을 수 없는 답은 거기서도 찾을 수 없음을 나는 안다....









#후지산

#히라노게이치로

#양윤옥

#일본소설

#일본문학

#단편소설집

#선택의순간

#가능한인생들

#운명과우연

#다른삶의가능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손으로 쓰는 나의 인생 이야기 - 자서전 쓰기 Re:Start 1
안은진 지음 / 아티오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안은진 저 | 아티오









시리즈의 제1권을 시작한다. 처음에 이 책 실물을 만나기 전에 건강을 다루는 실용서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펼쳐보니, 이 책은 몸을 관리하는 법보다 기억을 불러내는 법, 그리고 삶을 한 번 더 정리해 보는 노년의 건강과 삶에 가까운 책이었다. 책의 목차와 친절한 가이드를 잘 따라가다 보면 누구나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자서전 책을 만들 수 있다.

저자가 대신 써주는 자서전이 아니라, 질문과 빈칸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어린 시절의 집, 첫 직장, IMF 시절의 고단함, 부모와의 이별, 그리고 아직 남아 있는 꿈까지. 인생을 시간 순서로 천천히 다시 걸어보게 만드는 구성이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노년기만을 독자로 상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세대 전체에 열려 있다는 점이다. 지금 당장 내 인생을 쓰기엔 이르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도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볼 좋은 추억이 된다. 특히 글쓰기를 좋아하거나, 기록을 통해 삶을 정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서전 초안으로 삼기에도 충분하다. 나도 이 시리즈를 수업에 응용해 보고 있다. 학생들을 만날 때는 자서전이 아니라 ‘나를 설명하는 연습’으로 쓰면 될 것 같다. 진행 중인 글쓰기 모임에서도 서사 실험의 재료 쓰기로 변형하여 활용이 가능하다.







자서전 쓰기의 의미는 뭘까 생각해 보면? 그것은 대단한 업적을 남기겠다는 것은 아니다. 아무도 묻지 않았던 나의 시간을, 처음으로 내가 묻는 일이다. 바쁜 현대 사회를 살며 우리는 늘 앞으로만 간다. 다음 일정, 다음 역할, 다음 책임. 그 사이에서 이미 지나온 날들은 별일 없었던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접혀 버린다. 하지만 자서전을 쓰기 시작하면 알게 된다. 별일 없던 날은 하나도 없었다는걸. 일부 기업인 정치인 유명 인사들의 자서전을 보면 자기 칭찬, 자랑하기 바쁘다. 자서전은 기억을 자랑하기 위한 기록이 아니다. 삶을 이해하기 위한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왜 그때 그렇게 버텼는지, 어떤 선택 앞에서 내가 자주 망설였는지, 왜 어떤 이름을 아직도 마음속에서 부르고 있는지. 나만의 언어 나만의 글로 적어 내려가다 보면, 과거의 나는 설명이 필요한 타인이 아니라 이제야 말을 건네는 나 자신이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엄마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가 엄마의 과거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거의 모른다. 엄마의 첫사랑, 첫 직장, 가장 빛나던 순간, 가지 않은 길들. 이 책은 그런 이야기들을 조용히 끌어올릴 수 있는 장치를 제공한다. 말로 꺼내기 어려운 기억도, 글로는 천천히 적어볼 수 있으니까.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책이 ‘노년’을 끝이 아니라 정리와 전환의 시기로 다룬다는 것이다. 은퇴 이후의 삶, 나를 위한 시간, 남은 꿈과 버킷리스트를 묻는 마지막 장은, 나이 듦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능동적으로 설계하게 만든다.



“당신의 인생은 이미 충분히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다.”

꼭 끝까지 채워야 할 필요도 없다. 몇 장만 써도 좋고, 중간에 멈춰도 괜찮다. 중요한 건, 누군가의 기준이 아니라 내 손으로 내 삶을 한번 써보는 경험이다. 그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으니까!









#내손으로쓰는나의인생이야기

#시니어라이프가이드북

#자서전쓰기

#아티오

#안은진

#리스타트시리즈

#건강취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I 사피엔스,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 괴베클리 테페에서 AI 문명까지 인류 노동의 역사와 미래
백완기 지음 / 지베르니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백완기 (지음)/ 지베르니








AI 이야기는 넘쳐나는 시대다.

일자리가 사라진다, 인간은 쓸모없어진다, 기술이 모든 것을 대체한다라는 말은 이제 더 시선을 끌지 못한다.

그런데 이 책은 묻는 방향이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책은 미래 예측서가 아니라 시간을 길게 잡아당기는 책이다. 백완기는 AI를 설명하기 위해 최신 기술부터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를 1만 년 전으로 데려간다. 농경도, 국가도 없던 시절에 세워진 최초의 신전, 괴베클리 테페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부분 흥미로웠다. 인간은 언제나 ‘살기 위해 일했을까’, 아니면 ‘일하면서 인간이 되었을까’라는 자연스러운 질문의 흐름.

저자의 이력이 흥미로웠는데 젊은 시절 그는 노동 현장에서 투옥을 겪었고, 이후에는 공공직업교육기관의 수장으로 기술과 인간을 연결해온 분이다. 그래서인지 책의 문장은 관념적이지 않다. 노동을 이론으로만 아는 사람의 문장도, 기술을 맹신하는 사람의 언어도 아니다. 몸으로 통과한 역사다.


괴베클리 테페, 이집트의 거대 건축, 아테네의 시민 노동, 이슬람 문명이 보존한 지식, 르네상스와 산업혁명까지. 책은 문명이 전환될 때마다 노동의 정의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언급한다. 그리고 그 끝에 AI 시대를 놓았다.







핵심 문장은 오래 남는다.

노동은 문명을 만들고, 문명은 다시 노동을 새롭게 정의한다라는.






18세기 산업혁명이 인간을 ‘시간표에 묶인 존재’로 만들었다면, AI 혁명은 인간을 ‘노동에서 풀려난 존재’로 시험대에 올린다. 책은 낙관도 비관도 선택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바꾼다. AI 시대의 승부는 기술의 양이 아니라, 사람이 일하고 살아갈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현대차·도요타·샤오미의 공장 설계 비교는 인상적이다. 자동화의 목적이 ‘사람을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잘 일하도록 돕는 구조’일 때, 기술은 위협이 아니라 문명이 된다. 이 대목에서 이 책은 단숨에 한국 사회로 다시 돌아오는 느낌이다. 식민지와 전쟁, 압축 성장이라는 극단적 경험을 통과한 한국이 AI 전환기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꽤 구체적인 설계도라고 느껴진다.






정치 개혁과 세제 개혁, 그리고 2B교육, 머리와 몸을 동시에 쓰는 인간, 생산 수단이 아니라 존엄을 가진 존재로서의 인간을 회복하는 미래로 !!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어떤 인간으로 남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다.











#AI사피엔스

#무엇을하고살것인가

#백완기

#노동의역사

#AI시대필독서

#인문에세이

#교양독서

#문명과노동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투명한 소녀 상상 고래 27
차율이 지음, 도밍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차율이 (지음)/ 고래가숨쉬는도서관 (펴냄)






표지의 소녀는 왜 울고 있을까? 짙푸르고 깊고, 차갑고, 숨을 오래 참아야 닿을 수 있는 바다의 색깔~~

소설은 청소년들의 상처를 감추지 않는다. 상처 위에 환상을 덧칠하지도 않는다. 조금 희망적인 것은 상처가 다른 형태의 세계로 변형되는 순간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우리 학생들의 현실이 무겁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대한민국의 어린이들은 행복한가? 청소년들은 어떤가?





나의 청소년기를 돌아보면 그 시절에도 어른들은 같은 말을 했다. 조금만 참으라고, 대학생이 되면 재밌는 일이 많고 할 수 있는 일도 많다고, 그러나 불과 몇년만에 대학생이 되었고 즐겁고 재미난 유흥거리가 많은만큼 책임감도 함께 커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 어른들은 하나만 말해주고 둘은 모를까?

차율이의 첫 단편집에는 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머리에 꽃이 피는 아이들, 스마트폰을 닮은 외계인,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바다로 들어간 신인류, 그리고 마녀가 산다는 저택. 얼핏 보면 기묘하고 환상적인 설정이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감정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학업 스트레스, 중독, 차별, 가정 폭력. 아이들이 겪고 있지만 어른들이 쉽게 외면해온 것들이다. 이 시기만 지나면 된다고 조금만 참으라고 하면서....






「내 머리에 꽃이 핀다면」에서는 아이의 고통이 꽃이라는 형태로 드러난다. 감당할 수 없는 마음이 몸 바깥으로 자라나는 순간, 그 기이함은 오히려 더 슬프게 느껴진다. 의대 입시를 위해 초3때부터 의대반을 다닌 아이들....그들에게 나타난 괴바이러스의 정체는?


「지구인 정복 일지」는 웃기고 기묘한 설정으로 시작하지만, 스마트폰에 잠식된 우리의 얼굴을 정면으로 비춘다. 외계인은 낯설지 않다. 너무 익숙해서 섬뜩하다.

표제작 「투명한 소녀」는 인간이기를 멈추고 바다로 들어간 아이의 이야기다. 해양 생물의 성질을 갖는 ‘어인’이 된 소녀는 투명해진다. 보호받지 못한 몸과 마음이, 이 세계에서 사라지는 방식이 너무도 조용해서 그 긴 여운이 오래 오래 남았다.


「나비 저택」은 외롭고 아름다운 공간이다. 마녀의 소문이 도는 저택은 사실 누군가의 상처가 머물 수 있는 마지막 장소처럼 느껴진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결말에 있다.


물론 모든 이야기가 통쾌하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어떤 상처는 벌을 받지 않고, 어떤 고통은 끝까지 남는다. 하지만 그 미적지근함이 오히려 진실에 가깝다. 삶은 늘 권선징악으로 끝나지 않으니까. 대신 버티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라고. 사라지지 않아도, 도망치지 않아도, 다른 선택지가 존재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도밍 작가의 그림은 이 세계를 완성해주는 느낌이다. 화려하고 기묘한 이미지들은 이야기의 여백을 더 깊게 만든다. 글과 그림이 서로를 설명하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슬픔을 남긴다.

이미 투명해진 기억을 가진 사람들, 한때 바다로 도망치고 싶었던 사람들, 혹은 지금도 누군가의 상처를 알아보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속삭인다.

자기 자신을 버릴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그리고 이겨내는 방법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고.

아픈 세계를 은유하는 방식이 더 오래 남는 판타지. 상처 위에서 자라난 이야기들. 추천합니다




#투명한소녀

#차율이

#한국판타지

#단편소설집

#어둡고아름다운

#짙푸른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방순례
헤르만 헤세 지음, 육혜원 옮김 / 이화북스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해르만 헤세/ 이화북스(펴냄)








읽고 나니 왜 제목이 동방순례인지 새삼 와닿는다. 이 책을 읽으며 중학교 때 읽었던 [데미안]을 다시 읽었고, 《유리알 유희》와 《싯다르타》까지 병렬 독서로 읽었다. 나아가 구스타프 융을 모르고서는 헤세를 채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 생각해서 융의 분석 심리학 3부작 중 제1권을 읽고 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융의 언어는 의외로, 헤세의 문장만큼이나 친숙했다.


이 책이 『유리알 유희』의 모태라는 평가는 평면적이다. 그보다 훨씬 깊다. 헤세는 먼저 길을 잃었고, 그다음에야 제도를 상상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지?







먼저 무너졌고, 그다음에야 유희를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하나의 상징이자 체계가 아니라 헤세가 스스로를 치유한 방식은 아니었을까? 가장 먼저 헤세를 만났던 『데미안』이 자아의 분열을 말한다면, 『싯다르타』는 그 분열을 지긋이 바라보는 느낌의 책. 『유리알 유희』는 그 관조를 제도로 승화시킨 책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모든 것은 결말 비슷한 느낌. 작가로서 쓸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유리알 유희의 결말은 소설 중 최고의 결말이다. 물론 호불호가 있다. 열린 결말을 별로 안 좋아하는 독자라면 조금 망설여지기도 할 것이다.





이 작품의 어떤 부분은 ‘미완성’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은 결함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완성에 가까운 결말을 씀으로써 헤세는 이 소설에서 완성된 세계관을 잠시 내려놓고, 다시 글을 써야만 했던 시기의 자신을 숨기지 않는다. 그 점이 노벨문학상 수상에 이어지지 않았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스스로 말하기를, 너무 사적인 것을 많이 쓴 건 아닌가라고 말했고 그 말은 진실이었다.

과연 헤세가 이 책에서 말하는 자기실현이란 무엇일까. 『동방 순례』에서 헤세가 그리는 ‘자아실현’은 흔히 말하는 성취나 완성의 상태와는 거리가 멀다.






이 작품의 결말은 헤세가 1933년 11월 19일에 쓴 한 편지와 깊게 연결된다. 그는 이렇게 적는다. 젊음의 과제는 자신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고, 늙음의 과제는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인간은 먼저 하나의 온전한 인격이 되어야 하며, 그 형성 과정에서 겪은 고통을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자신을 내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깊이 각인되어 오래 남을 헤세의 문장이다.


언젠가 시간이 좀 지난 후 꼭 다시 읽어볼 책이다.



#동방순례,

#헤르만헤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