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의 교양 - 알고도 모른 척해야 하는 지위의 법칙 세계척학전집 7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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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서열의 교양」

이클립스





어떤 사람 앞에서 자꾸 작아지는 당신에게라는 이 책의 첫 문장에 오래 머물렀다.

우리는 왜 어떤 사람 앞에서는 유난히 작아질까.

왜 어떤 사람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충격받는가? 우리의 사적인 판단 그 기준은 뭘까? 어디서 오는 감정인지 궁금했다.

그렇다면 거꾸로 물어볼 수도 있다. 나는 지금, 몇 등일까....




우리는 서열을 싫어한다고 말하지만, 우리 사회는 지독하게도 서열 중심이지 않은가?

누가 더 높은 자리에 있는지, 누가 더 많은 것을 가졌는지, 누가 인정받는 사람인지 본능적으로 알아차린다.

1부에서는 인간이 어떻게 서열을 감지하고 만들어내는지를 들여다본다. 책이 언급하는 드 발의 침팬지 정치학부터 사폴스키의 서열 스트레스, 루소의 자기애와 이기심, 리어리의 소시오미터, 헨릭의 지배와 위신, 보엠의 평등의 기원, 순자의 예까지.




읽다 보면 서열이 단순히 인간 사회가 만들어낸 나쁜 관습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왕은 혼자 왕이 될 수 없다.

왕을 왕으로 만들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서로를 평가하고, 인정하고, 비교하면서 관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다. 그래서 서열은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상적인 서열의 신호들 오히려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는 신호가 되기도 하고, 부자가 왜 한가한 척했는지 설명하는 베블런의 과시적 여가를 읽으면,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나 스스로 판단하는 내가 아니라 ‘보여지는 나’를 의식하며 살아왔는지도 알게 된다.

지위 경쟁은 끝이 없다.



한 사람이 올라가면 또 다른 사람이 올라가고,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이 가지게 되면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낀다. 원하는 것을 얻었는데도 허무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이 책 후반부에 언급되는 켈트너의 권력 역설은 권력을 얻은 사람이 오히려 공감 능력을 잃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리지웨이의 지위 구성 이론은 우리가 믿고 인정하는 순간 존재하지 않던 서열조차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능력주의라는 말조차 원래는 이상적인 사회를 칭찬하기 위한 말이 아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공정하다고 믿는 기준 아래에서도 끊임없이 줄을 세운다.

나조차도 타인의 기준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그리고 오늘 밤,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좋겠다.



나는 꼭 몇 등이어야 하는가. 그 질문이 과연 중요한지를...

인문학적 사유에 관심많으신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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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안부 - 쉽게 미워하고 오래 사랑하는 계절에게
백가희 지음 / 클랩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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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여름 안부」

백가희/ 클랩북스 (펴냄)





얼마나 다정한 편지인지, 작가의 손글씨가 함께 왔다.

책을 펼치기도 전에 편지를 한참 봤다...




누군가의 손글씨에는 그 사람의 온도가 남아 있다. 활자로 읽는 문장과는 많이 다르다. 한 글자 한 글자를 직접 눌러 쓴 흔적을 보고 있으면, 이 책이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정말 누군가에게 건네는 편지처럼 느껴진다.

백가희의 《여름, 안부》는 내게 그런 책이다.

쉽게 미워하고 오래 사랑하는 계절에게, 그리고 그 계절을 지나고 있는 우리에게 보내는 다정한 편지.



네가 떠오르는 밤이야....

이 책을 읽으며 자꾸만 이런 밤을 생각했다.

사랑하고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떠오르고, 사랑이 없다면 아직 이름을 붙이지 못한 어떤 사람이 떠오르는 밤. 꼭 연인이 아니어도 좋다. 오래된 친구일 수도 있고, 한때 사랑했던 사람일 수도 있고,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이 책은 그런 사람에게 건네는 안부인지도 모른다.

1부에서는 우리가 얼마나 쉽게 미워하는지를 이야기한다. 미움은 때때로 사랑보다 편리하다. 좋아한다고 인정하는 순간 마음이 복잡해지고, 기대하게 되고, 상처받게 되니까. 그래서 차라리 미워해버리면 간단해진다. 하지만 작가는 그 쉬운 감정 너머를 오래 바라본다.




책의 소챕터 제목들을 읽다 보면 사랑이란 결국 나의 세계 안에 다른 사람의 세계가 들어올 자리를 마련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네게 이 여름이 덜 고되기를.

사랑의 결을 읽기 좋은 계절.

안부라는 말은 참 이상하다. 잘 지내라는 짧은 말 안에는 네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는 마음과 부디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나는 아직 너를 생각하고 있다는 마음이 함께 들어 있다.




매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가끔 네가 떠오르는 밤에

‘잘 지내고 있을까’ 생각하는 것.

《여름, 안부》를 읽고 나니 나도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고 싶어졌다. 에세이 전문 작가 백가희의 문장을 읽으며 아직도 무더운 여름밤, 내내 고민하고 나고 글을 쓰고 싶어진다... 여름끝에서




#백가희

#여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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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인간적인 물리학 - 삶의 궤도를 찾아가는 10번의 시간 여행
팀 폴러트 지음, 배명자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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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 이토록 인간적인 물리학 」

삶의 궤도를 찾아가는 10번의 시간 여행




물리학이 이토록 주목받는 시대가 있었을까 싶다. 어려운 수식과 낯선 개념으로 가득한 학문이라고만 생각했던 물리학이 요즘은 입문자들을 위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는 추세다.

처음에는 138억 년 우주의 역사를 따라가는 물리학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것은 우주의 역사가 아니라, 그 우주 속에 잠시 존재하는 나의 역사에 더 가까웠다.

빅뱅에서 시작된 입자들이 별이 되고, 행성이 되고, 생명이 되고, 마침내 인간이 된다는 서술. 그러니까 내 몸을 이루는 원자 하나하나에도 우주의 오래된 시간이 들어 있는 셈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라는 존재가 조금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우주와 분리된 작은 존재가 아니라

우주가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낸 하나의 장면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흔히 우주를 바라보는 사람과 우주를 나누어 생각한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저곳에 우주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별을 바라보고 있는 나 역시 우주의 일부다. 나를 이루는 원자도, 내가 딛고 있는 땅도, 저 멀리 빛나는 별도 결국 같은 우주의 물질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물리학은 점점 철학이 된다.


우주의 나이는 138억 년. 태양계, 외계 생명체, 양자역학 등 흥미로운 챕터들!!!

거대한 우주의 역사 앞에서 인간의 삶은 정말 찰나에 가깝다. 그렇지만 그 찰나가 결코 하찮은 것은 아니다.


수십억 년 동안 이어진 물리적 과정 끝에 내가 태어났고, 지금 이 순간 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라고 질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짧다는 것은 어쩌면 삶의 결함이 아니라 삶의 특별함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 이르면 죽음마저 물리학의 언어로 다시 바라보게 된다. 죽으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이루던 물질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언젠가 다른 생명의 일부가 될 수도 있고, 지구 어딘가에서 또 다른 형태로 존재할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나’의 죽음을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죽음을 완전한 소멸이 아니라 존재의 형태가 바뀌는 일로 바라보게 한다.


이토록 거대한 우주에서, 이 짧은 시간 동안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일이니까. 물리학을 읽으며 삶을 생각하게 되는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어렵기만 한 과학 지식을 철학적 질문으로 시작해서 풀어주는 책이다. 과학의 공식이나 과학적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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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역사가 한눈에 보이는 최소한의 중세 수업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37
임승휘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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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천 년의 역사가 한 눈에 보이는 최소한의 중세 수업』

임승휘 지음/ 21세기북스




우리는 중세 하면 가장 먼저 ‘암흑기’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전염병과 전쟁, 종교재판과 십자군, 이단 심문과 마녀사냥……

이렇게 중세는 오랫동안 우리에게 ‘어둡고 야만적인 시대’라는 이미지로 기억되어 왔다. 왜 이런 이미지가 생겼을까?

실제로 중세는 정말 암흑뿐인 시대였을까?


중세를 이해하려면 그 시대의 사람들을 오늘날의 기준으로 재단하기보다 그들이 살았던 세계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신이 시간의 중심에 있었고, 현실과 환상이 지금처럼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았으며, 죽음 이후의 세계가 지금보다 훨씬 가까이 느껴졌던 시대.

그들에게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하루의 시간조차 지금과 달랐지 않을까?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기사’의 탄생이었다. 우리는 기사를 흔히 갑옷을 입고 말을 타고 등장하는 영웅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책 속에서 만난 기사는 단순한 영웅이 아니었다. 전쟁과 권력, 왕권과 귀족사회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주인공으로 등장한 존재였다. 말을 탄 기사의 모습 뒤에는 당시 사회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었는지가 숨어 있었다.



무엇보다 오래 생각하게 만든 것은 공포라는 감정이었다. 중세인들은 왜 그렇게 구원을 갈망했을까? 죽음은 지금보다 훨씬 가까웠고, 질병과 전쟁은 일상의 일부였으며, 내일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그런 세계에서 천국과 지옥, 죄와 구원은 단순한 종교적 관념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그것은 실제로 삶을 결정하는 현실이었다. 그래서 교회가 사람들의 삶 깊숙이 들어갈 수 있었고, 성인과 순례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죽음 이후의 세계를 향한 두려움이 신앙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이렇게 바라보니 중세의 종교는 단순히 ‘사람들을 지배했던 권력’이라는 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동시에 불안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붙잡았던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하지만 신의 이름으로 자행된 십자군과 학살, 이단에 대한 심판을 읽다 보면 또 다른 얼굴을 만나게 된다. 인간은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가.

책에서 언급되는 알비파를 둘러싼 갈등과 이단 심문의 역사는 종교와 권력이 만났을 때 신념이 어떻게 폭력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중세의 역사는 신앙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권력의 역사이고, 공포의 역사이면서 인간이 구원을 찾으려 했던 역사였다.

이 책을 덮으며 중세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물론 중세에는 분명 어둠이 있었다.



하지만 그 어둠만으로 천 년의 시간을 설명할 수는 없다. 그 안에는 사랑과 욕망이 있었고, 신앙과 의심도 있었다.

권력을 향한 욕망과 구원을 향한 갈망이 있었다.



무엇보다 그 시대에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죽음 이후에는 무엇이 있는가,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 질문은 놀랍게도 지금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발견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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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야기
스기마타 미호코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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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야기』 천재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한 사람

스기마타 미호코 지음 · 서수지 옮김/ 사람과나무사이




우리는 천재라는 이미지로만 그를 기억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생각하면 양가감정을 느낀다.

한편으로는 인간의 능력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경이로운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천재’라는 단어가 오히려 그를 너무 쉽게 설명해버리는 것은 아닐까 싶다. 출판사 소개글을 읽어보니 정말 흥미로웠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다빈치의 인간적인 모습들!!!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을 그린 화가라는 것 까지 알고 있지만 그는 헬리콥터와 탱크를 상상한 발명가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며 내가 알던 다빈치는 극히 일부만 아는 것임을 깨닫는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완벽한 천재’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다빈치였다. 사생아로 태어나 어린 시절 어머니와 떨어져 지냈고, 스물넷에는 동성애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의뢰받은 작품을 끝까지 완성하지 않고 떠나버리기도 했으며, 때로는 화가가 아니라 군사 기술자와 공학자로 살아가기도 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것은 그의 인생에서 아버지 세르 피에로의 역할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 점이다. 사생아였던 아들을 완전히 외면한 아버지로만 생각했지만, 레오나르도의 재능을 알아보고 당대 최고의 공방이었던 베로키오 공방으로 이끈 사람이 바로 아버지라고 한다. 한 인간에 대해 단면적인 면만 보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르네상스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피렌체와 메디치 가문의 후원이 한 예술가의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 환경이 되었는지도 새롭게 다가왔다. 결국 천재 한 사람의 탄생 뒤에는 개인의 재능뿐 아니라 그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줄 사람, 시대, 공간이 함께 존재했던 것이다.




이 책에는 우리가 천재에게 기대하는 완벽함과는 거리가 먼 모습들이 곳곳에 서술되어 있다.

하늘을 나는 기계부터 인체, 물의 흐름, 자연의 구조까지 그의 관심에는 경계가 없었다.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그는 융합형 인재였다. 무엇인가를 단순히 아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직접 보고, 의심하고, 질문하고, 스케치하며 자신의 방식으로 이해하려 했던 과학자적인 관점!!




이 책을 통해 느낀 다빈치는 모든 것을 잘하는 사람이라기보다 모든 것에 궁금해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천재라서 위대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관찰하고 질문했기 때문에 위대하다.

기존에 다빈치를 위대한 천재, 완벽한 천재라고만 알던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책을 읽으며 오히려 그의 미완성 작품들이 다빈치라는 인간을 더 잘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완벽하게 완성된 결과물만을 남긴 사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각하고 시도하고 또 다른 궁금증으로 이동했던 사람. 어쩌면 그의 진짜 유산은 몇 점의 걸작보다 그가 남긴 수많은 질문과 기록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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