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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빙산 - 김상미의 감성엽서
김상미 지음 / 나무발전소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달콤한 빙산】 김상미의 감성 엽서

김상미 저 | 나무 발전소
감성 가족 에세이 카테고리에 있는 이 책, 표지가 참 마음에 들었다. 빙산의 의미와 하늘빛 색깔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이 책.
작가세계로 등단 이후, 수많은 시집과 산문집, 박인환 문학상, 지리산 문학상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하신 김상미 시인, 먼저 시인에 대해 찾아봤다.
자신을 숨기지 않는 언어, 과장하지 않는 문장으로 오래 사랑받아온 시인이라고 한다. 고백시의 대가’, 한국의 아니 에르노라고 불리는 시인. 이 책의 서두에서 이미 깊은 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 화백의 집과 백석 시인의 집을 비교하는 장면
부유한 집보다 자작나무로 만든 산골 집이 좋다는 시인의 소박한 마음이 전해진다. 대들보도 기둥도 온통 자작나무로 만들어진 집, 나도 살고 싶다.
그의 시와 산문은 늘 삶과 문학이 분리되지 않는 자리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개인의 경험을 이야기하지만, 사적인 고백에 머무르지 않는다. 사랑, 욕망, 가난, 고독, 나이 듦 같은 삶의 핵심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솔직하지만 절제되어 있고, 뜨겁지만 차분한 문체다. 이런 균형감이란 정말 부러운 재능이다. 시인은 바다가 보이는 언덕 마을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이 또한 부럽다.
이 책은 ‘엽서’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가볍게 읽히는 감상 잡과는 거리가 멀다. 느리지만 깊은 산문의 기록,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뉜 구성은 삶의 순환을 닮았다. 시는 위안이기 이전에 스스로를 지탱하는 삶의 기준이었고, 자신을 너무 사랑했기에 더 밝고 더 깊은 색으로 불타오른 언어로 느껴진다. 이런 사랑 나도 하고 싶다.
책의 아름다움은 거창한 사유보다 사라질 뻔한 장면을 붙잡는 감각이 돋보인다.
삶에 대한 태도 또한 단정하다. 사랑한다면 파투가 나더라도 끝까지 가는 편, 내일 먹을 양식이 없어도 타인의 몫을 빼앗지 않는다는 고백은 너무 솔직하게 느껴진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 책은 노년의 문장이 가진 드문 활력을 보여준다. 욕망이 사라진 자리에서 오히려 더 불타오르는 감성이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책에 언급된 많은 작가들, 작품들을 검색해 본다. 시인의 문학적 토대가 되어주었다는 알베르토 망구엘이라는 이름은 책을 통해 처음 접한다.
시인은 이제 누구와도 맞서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대신 서서히 녹으며 아직 걷지 못한 길, 열지 못한 창문, 마시지 않은 시냇물을 주변 사람들과 함께 맛보자고 제안한다. 글은 타인을 지나 결국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길이라고 내게 말해주는듯하다.
책은 한 장의 엽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시를 쓰는 사람에게는 언어를 사랑하는 방식으로, 시를 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살아 있다는 감각을 되살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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