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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하이데거 - 20개의 키워드로 전하는 인생의 지혜
한상연 지음 / 김영사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 마흔에 읽는 하이데거 』
한상연 저 │ 김영사
서양 철학을 공부하면 하이데거를 피할 수 없다. 그런데 하이데거는 꼭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철학자일까. 나는 오히려 마흔이 아니라 전 연령, 어느 나이에라도 하이데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삶이 익숙해질수록 우리는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보다 '남들도 이렇게 사니까 나도 이렇게 살면 되겠지'라는 쪽으로 쉽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질문도 같았다. 나는 지금 내 삶을 살고 있는가?
하이데거의 철학은 어렵다. '존재', '현존재', '세계-내-존재', '기획투사', '결단성' 같은 개념을 읽다 보면 한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 몇 번씩 앞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의 좋은 점은 어려운 개념을 단순히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결국 그 개념이 지금 나의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는 데 있었다.
특히 '세상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뜨끔했다.
우리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을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살아간다. 좋은 직업, 안정적인 삶, 성공, 적당한 나이에 해야 하는 일들.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통해 확인하려 할 때가 있다.
나 역시 언제부터인가 '내가 정말 원하는 것'보다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를 먼저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나 싶었다.
하이데거가 말하는 '잡담'도 그래서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수다를 많이 떠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서 이미 만들어진 이야기와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정작 자신의 생각을 잃어버리는 상태가 된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하루 종일 수많은 소음 속에서 살아간다. 의도하든 아니든간에 SNS에서는 다른 사람의 삶을 보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무엇이 좋은 삶인지, 무엇을 해야 성공하는지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 목소리를 듣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생각인지 남의 생각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래서 책에서 이야기하는 침묵이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바깥의 목소리를 잠시 멈추고 내 안에서 무슨 말이 나오고 있는지 들어보는 것.
어쩌면 우리가 '나답게 살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나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시간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3부에서 만나는 결단성 역시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인생에는 정답지가 없다. 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지, 어느 길이 옳은지 미리 알 수 있는 사람도 없다. 결국 내가 놓인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선택하고, 그 선택의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하이데거가 말하는 자유는 생각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자유가 아니라 누구도 대신 선택해줄 수 없는 순간에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이데거의 철학은 막연한 자기계발서와 다르다. '당신답게 살아라'라고 쉽게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선택이 정말 나의 선택인지 끝까지 의심하게 만든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삶과 죽음,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처음에는 조금 무겁게 느껴졌지만 오히려 이 부분에서 하이데거가 왜 삶을 이야기하면서 죽음을 빼놓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시간이 무한히 주어진 것처럼 살아간다. 나중에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언젠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미룬다. 하지만 삶에는 분명 끝이 있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남의 일 먼 훗날이라고 생각해왔던 나인데...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선명하게 바라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4부에서 '놀이', '작품과 사물', '테크네'를 통해 삶의 의미와 행복을 이야기하는 부분도 좋았다.
삶의 의미가 반드시 거대한 목표를 이루는 데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를 깊이 들여다보고, 만들고, 몰입하고,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을 발견하는 과정 자체가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무언가를 끝까지 움켜쥐고 있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물러나야 하고, 놓아야 하고,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에서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필요도 있다.
어쩌면 삶을 잘 산다는 것은 계속 앞으로 달려가는 능력이 아니라 언제 멈추고, 언제 선택하고, 언제 놓아야 하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덮으면서 다시 제목을 바라봤다.하지만 이제는 이 책이 꼭 마흔이라는 나이에 한정된 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열아홉에도, 서른에도, 마흔에도, 예순에도 우리는 어느 순간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삶을 바꾸는 것은 언제나 거창한 깨달음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다시 질문하는 순간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학이 필요한 요즘이다. 이 책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