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 이상 소설 전집 ㅣ 시간과공간사 클래식 6
이상 지음, 신범순 해설 / 시간과공간사 / 202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날개: 이상 소설 전집」

무너지는 내면을 기록한 문장들, 이상이라는 세계









이상이라는 작가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난해함이다.

여러 출판사 판본으로 이상을 읽었다....

문장은 익숙한 문법에서 벗어나 있고, 인물의 행동은 쉽게 이해되지 않으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내가 지금 무엇을 읽고 있는지조차 모호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런데 이상을 읽는 일은 어쩌면 처음부터 이해하려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는 데서 시작해야 하는것 아닐까 생각해본다.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과 불안, 자기 자신조차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의 내면을 그의 문장만큼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도 드물기 때문이다.




이번에 이 책 《날개: 이상 소설 전집》을 읽으며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은 이상의 소설이 단순히 낯설고 실험적인 문학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 안에는 자신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사람, 타인과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는 사람, 살아가면서도 삶의 바깥을 서성이는 사람의 모습이 있다. 그의 인물들은 어딘가 비틀려 있고, 불편할 만큼 솔직하다. 그런데 그 기이함을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인간의 가장 익숙한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대표작 「날개」의 화자는 자신의 아내와 함께 살면서도 아내의 세계에 온전히 들어가지 못한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함께 생활하지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부부라는 관계가 반드시 친밀함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보다 기묘하게 보여주는 작품이 있을까.

“우리 부부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늠바리인 것이다.”




이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발이 맞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걸음이 다르다는 뜻만은 아닐 것이다. 같은 길을 걸어도 보폭이 맞지 않고, 한 사람이 향하는 곳을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반드시 헤어져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서로 맞지 않는 채로 세상을 걸어갈 수도 있다. 다만 그 길을 계속 함께 걸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을 때, 관계는 더욱 막막해진다.

이상의 인물들은 자신의 처지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것 같다가도 이내 판단을 유보하게 된다. 그들은 스스로를 관찰하면서도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자신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려다가도 그 의미를 무너뜨린다. 그래서 독자는 인물을 쉽게 평가하기 어렵다. 무기력하다고 생각하려고 하지만 또 마냥 그렇지도 않다.

인간은 다면체다.




가장 난해하고 모호한 인간을 설명하는데 이상만큼 어울리는 작가가 또 있을까?

정말 천재 중의 천재라는 생각이 읽을수록 그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중용 中庸 - 삶의 무게를 잡아주는 2500년의 지혜
자사 원작, 심범섭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중용』 삶의 무게를 잡아주는 2500년의 지혜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선택 앞에 선다. 내 생각을 어디까지 주장해야 할지, 누군가의 잘못을 어디까지 용서해야 할지, 옳다고 믿는 것을 지키면서도 다른 사람과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할지 고민한다. 때로는 너무 강하게 밀어붙여 관계를 망치기도 한다.






중용이라고 하면 흔히 양쪽의 의견을 적당히 받아들이거나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태도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중용은 무조건 중간을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 흥미롭다. 계절이 때에 맞게 바뀌고 자연이 저마다의 질서를 따라 움직이듯, 자신이 놓인 상황을 제대로 살피고 그에 맞는 판단을 내리는 일에 가깝다. 때로는 단호해야 하고, 때로는 기다려야 한다. 물러서는 것이 지혜로운 순간이 있는가 하면, 물러서지 않는 것이 도리인 순간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똑같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 헤아릴 수 있는 기준을 갖는 것이다.





책에서 설명하는 천도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하늘과 자연에는 저마다의 질서가 있고, 인간 역시 그 질서를 살피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관점이다. 봄이 여름으로, 여름이 가을로 이어지는 자연의 순환처럼 삶에도 때와 흐름이 있다. 우리는 모든 일을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할 수 없고, 모든 순간에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도 없다.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듯 자신의 마음과 주변의 상황을 살피는 일, 어쩌면 중용은 그렇게 세상을 세심하게 바라보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특히 중용을 설명하는 여러 개념 가운데 내게 와닿았던 것은 시중이다. 때와 상황에 맞게 중심을 잡는다는 뜻이다. 어제 옳았던 선택이 오늘도 반드시 옳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던 말이 다른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고, 같은 충고도 건네는 시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원칙을 지키는 일만큼이나 그 원칙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고민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원칙이 없다면 상황에 따라 흔들리기 쉽지만, 상황을 살피지 않는 원칙은 때로 사람을 다치게 한다. 중심을 지킨다는 것은 고집을 부리는 일이 아니라 원칙과 현실을 함께 바라보는 능력일 것이다.




내게 중용이란 한자어의 장벽때문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어려운 한자를 조금 쉽게 접근하고 고전의 재미를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장하석의 과학하는 마음 - 불확실성의 시대를 건너는 삶의 태도
장하석 지음 / 흐름출판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장하석의 과학하는 마음」 정답을 아는 것보다 질문을 이어가는 일이 중요하다



과학하는 마음이란 어떤 마음일지 먼저 생각하며 읽었다.

과학이라고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정확한 수치와 실험 결과, 논리적인 증명, 그리고 마침내 도달하는 하나의 정답. 우리는 과학을 객관적이고 확실한 지식의 세계라고 생각하곤 한다. 나 역시 과학이라는 학문에는 엄밀한 근거와 증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학이 발전해 온 과정을 들여다보면, 오늘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지식도 처음부터 진실로 인정받았던 것은 아니다.



과학이란 누군가의 의심과 질문, 실패와 새로운 발견이 쌓여 지금의 지식에 이르렀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생각해 보게 된 것은 과연 과학을 잘 안다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였다. 과학 지식을 많이 알고 있는 것과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같은 일일까. 정답을 빠르게 찾아내는 능력과 아직 답을 알 수 없는 문제 앞에서 성급하게 판단하거나 결론 내리지 않는 태도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우리는 학교에서 과학을 배울 때 이미 밝혀진 사실과 법칙을 익히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실제 과학의 역사는 그렇게 반듯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기존의 설명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나고, 오랫동안 옳다고 믿었던 생각이 수정되며, 때로는 서로 다른 이론이 경쟁하는 가운데 새로운 지식이 만들어진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아까 처음 품었던 나의 질문. 과학하는 마음이란.

과학을 배운다는 것은 지식을 쌓는 일만이 아니라, 지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과학이 우리 일상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날씨와 동식물의 행동, 해와 달과 별, 물과 공기처럼 매일 마주하는 것들에도 수많은 과학적 질문이 숨어 있다. 너무 익숙해서 의문을 품지 않았던 현상들이 사실은 여전히 탐구할 가치가 있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세계를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그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깊이 묻지 않을 때가 많다.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보면서도 지구와 우주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생명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 안에 어떤 복잡한 원리가 작용하는지 생각할 기회는 많지 않다.

과학하는 마음은 어쩌면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현상에 질문을 던지고, 자신이 알고 있는 설명이 충분한지 살펴보는 것.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세상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과학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뿐 아니라, 불확실한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까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기보다 질문할 수 있는 용기가 중요한 시대다.



자신의 판단이 틀릴 가능성을 인정하는 겸허함, 그리고 당장의 쓸모를 넘어 더 넓은 세계를 탐구하려는 호기심은 첨단과학 인공지능의 시대에 더욱 요구되는 인간만의 가치다.

과학은 좀 더 쉽게 더 가까이 접하고 싶은 분들꼐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뇌는 자연을 원한다 - 환경신경과학 석학이 밝혀낸 지친 뇌를 가장 빨리 회복하는 방법
마크 버먼 지음, 김미선 옮김 / 다산북스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 뇌는 자연을 원한다 」

지친 뇌를 쉬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의 뇌는 어떤 자연을 원하는 걸까? 제목부터 궁금해서 펼친 책이다.


우리는 피곤하면 잠을 자거나 소파에 누워 영상을 본다. 잠깐이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쉰 것 같고, 커피 한 잔이면 다시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몸은 가만히 쉬고 있었는데도 이상하게 머리가 무겁고, 충분히 잔 것 같은데 좀처럼 개운하지 않은 날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지치는 걸까.


우리가 쉬고 있다고 생각하는 시간에도 뇌는 수많은 자극을 받아들이고 있을 수 있다고한다. 스마트폰의 알림과 영상,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 주변의 소음까지. 하루를 보내는 동안 우리의 주의력은 생각보다 많은 일을 감당한다. 그렇다면 지친 뇌를 회복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휴식일까, 아니면 지금과는 다른 환경일까.


이 책이 제안하는 답은 자연이라는 점 놀라웠다

흥미로운 점은 자연이 단지 기분을 좋게 만드는 배경이나 잠시 머리를 식히는 장소로만 다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마크 버먼은 환경이 인간의 인지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며, 자연을 접하는 일이 주의력과 기억력 같은 인지 기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본다. 공원을 걷거나 나무를 바라보는 일이 단순한 기분 전환을 넘어 뇌의 회복과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휴식의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책을 읽으며 특히 눈길이 가는 것은 자연을 만나기 위해 특별한 결심이나 대단한 준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멀리 여행을 떠나거나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잠깐 공원을 걷고, 창밖의 나무를 바라보고, 생활하는 공간에 식물을 들이는 일에서도 시작할 수 있다.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만 그 혜택을 누리는 것도 아니다. 자연을 특별히 선호하지 않더라도 인지적인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연구는 자연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준다.


물론 자연이 모든 피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매일 머무는 공간과 눈에 들어오는 풍경, 끊임없이 주의를 빼앗는 자극을 돌아보는 일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결하려 했던 문제를 환경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우리가 시도할 수 있는 변화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선은 개인의 생활을 넘어 학교와 직장, 병원과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으로까지 확장해볼수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알갱이들 - 제6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황보나 지음 / 사계절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알갱이들」

죽음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까지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황보나 지음 | 사계절




문학상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박지리문학상의 당선작을 매년 찾아보곤 했다. 한 해의 수상작을 기다린다는 건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만나는 일이기도 했지만, 박지리라는 이름이 남긴 문학적 질문이 어떤 모습으로 이어지는지 지켜보는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소식은 놀라웠고, 안타까웠다. 한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작가와 문학의 가능성을 발굴해 온 문학상이 문을 닫는다는 사실이 아쉽게 느껴져서 그래서 이 작품이 내겐 더 애틋하다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이름을 알린 작가의 첫 소설이라는 점에서도 반가웠지만, 무엇보다 죽음과 애도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점이 흥미로웠다.

죽음은 언제나 남겨진 사람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떠난 사람은 더 이상 자신의 죽음을 설명할 수 없고, 남겨진 사람들은 그 부재를 받아들일 만한 이유를 찾으려 한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무엇을 놓쳤는지, 다른 선택을 했다면 달라졌을지. 답을 얻을 수 없는 질문들이 마음속을 맴돌고, 일상은 그 질문을 해결하지 못한 채로...



소설의 인물들은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거나 슬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극적으로 그려내기보다, 정미의 죽음 이후 남겨진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 부재를 통과하는 모습으로 살아간다.

살아 있는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 사이로 정미라는 존재가 끊임없이 떠올랐다. 정작 정미는 살아 있는 모습으로 등장하지 않는데도, 소설 속에서 정미의 자리는 좀처럼 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지점이 이 작품의 중요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다는 뜻만은 아닐 것이다. 함께했던 시간과 미처 알지 못했던 마음, 뒤늦게 떠오르는 사소한 장면들까지 더해져 한 사람의 부재는 오히려 더 복잡해진다. 누군가의 죽음을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부분은 남는다. 가까운 사람이었다고 해서 그 사람의 모든 마음을 알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죽음 이후에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삶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마지막이라는 말은 때때로 모든 것이 끝났다는 인상을 주지만, 문학은 꼭 그런 방식으로만 끝나지는 않는다. 한 작품이 남긴 질문은 독자의 마음속에서 계속 이어지고, 한 문학상이 발견한 작가의 다음 작품은 또 다른 독서의 시작이 된다. 박지리문학상이 문을 닫는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그동안 이 상이 세상에 건넨 작품들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죽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남겨진 사람의 슬픔을 타인이 온전히 헤아릴 수 있을까. 작가는 그 질문에 쉽게 답하지 않는다. 오히려 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서둘러 덮지 않아서 좋았다. 여운을 길게 남기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