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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체인지 ㅣ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8
최정화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3월
평점 :

최정화 소설/ 은행나무
혐오의 시대다. 그것도 극단적인 혐오가 판치는 세상이다. 전 세계 유례없을 만큼 심각한 양극화, 이 모든 기저에는 '교육'이 한몫한다고 리뷰에서 수없이 말했다. 엘리트주의, 1등만 치켜세우는 세상, 돈이 제일인 세상이다. 이 모든 악이 은유되고 포장되어서 의문을 가지지 않는 무사유의 시대이기도 하다. 유튜브 세상, 숏폼에 의존하고 배달음식과 외적인 미모가 중요한 세상. 청소년 50%가 스마트폰 과의존 증상, 성인도 마찬가지. 특히 0~9세 아이들의 스마트폰 의존도는 심각하다. 7세부터 고시에 내몰려 유치원 마치고 학원 뺑뺑이를 돌며, 그 유치원 교육과정이란 걸 들여다보면 온통 특별활동 수업 영어 태권도 바이올린 피아노 한자 코딩 등등등.... 이쯤 되면 사람들은 말한다. 뭐 어쩌라고? 자본주의 시대에 돈 없이 별수 있어? 누가 대통령이 돼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좁은 땅덩어리에서 인재 수출 외에 뭐 다른 먹고살게 있냐고?!! 자포자기 내지는 이 체제에 대한 체념의 마음들이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고 서초 초등 사건 이전에도 이미 교실은 붕괴되었고 이제 혁명이 아니고서는 몰락뿐이다. 누구나 알고 있다. 다만 외면할 뿐이지. 그리고 한 체제가 무너지기까지 약간의 간극, 즉 텀이 있는데 그 기간 동안 사람들은 마치 아무 일 없는 냥 안도한다. 지금이 딱 그런 시기다,. 소설 속 호르몬을 사고파는 시대, 너도나도 예쁘고 잘생긴 젊음을 선호한다. 당연한 결과다.
소설가는 곧 다가올 미래를 소설에서 보여준다. 좀 극단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다. 소설에 언급된 인물들, 노인에 대한 혐오는 현실과 다르지 않다. 돈을 벌기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들, 즉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묘사도 '무능함'이라 표현된다. 스스로 일해서 먹고 살 능력이 없는 인간! 그렇다! 이 시대는 돈 벌 능력 없는 인간은 무능하며 가치 없다고 여긴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을 뿐이다. 카프카의 변신에서 벌레로 변한 잠자의 모습 아닌가?!!
얼마 지나지 않아 떠난다는 마음으로 맞이하는 하루하루는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가. 나는 노인의 마음이 신의 시선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라지고 난 이후에도 내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흔들림 없이 유지할 수 있도록 조금씩 자리를 비워주는 일은 정신적으로 성숙한 인간만이 해낼 수 있는 고상한 경험이다 p. 09 ( 이 문장 안에 작가의 역량, 가치관, 세계관이 보였다. 이 문장이 소설 주제문이기도 하다. 나는 이 문장을 엄마에게 들려줬다. 나이 들고 죽음에 대한 문제는 가족의 문제이며 곧 나의 문제다. 언젠가 한 번은 죽는다. 다만 외면할 뿐이지....)
한국 사회에서 한 사람의 리즈 시절은 20대로 종종 한정된다. 물론 육체적인 리즈 시절로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육체로 한정하지 않는다면, 그 모든 시기가 나의 리즈 시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죽음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고요. 사실 나 바깥에선 여러 번 죽으려고 했었고, 정말 죽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한번 이 일을 당하고 나니까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아서.... p91
호르몬 수술로 생물학적 나이를 조절할 수 있다는 근미래,
내가 만약 돈이 많은 부자라면
호르몬을 주입받고 싶을까?
아니면 그 반대의 상황이라면? 너무 먹고 살 일이 막연하다면 내 젊음을 팔 것인가?!!!
(나라고 별 수 있어? 돈이 많다면 나라도 젊음을 사 개 되지 않을까. 게다가 너 나 할 것 없이 다들 젊어지는 수술을 한다면....)
중국 소설에 보면 가끔 피를 파는 사람들이 보인다. 피와 호르몬은 좀 다른 개념이긴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피를 파는 사람들을 소설로 만났을 때 그 섬뜩함은 매우 오래 남는다.
소설가들이 소설을 통해 말하는 예언들은 다 현실이 되었다. 아니, 그들의 예언보다 훨씬 과학은 발달했다. 앞서갔다.
얼마 전 대한민국이 겪은 엄청난 산불도 이미 오래전 소설에서 예언된 바 있다.
셀러, 바이어, 호르몬 리버스, 호르몬 체인지 수술
소설에 언급되는 자극적인 언어는 '나치의 언어' 즉 전체주의 '파시즘의 언어'를 닮았다. 젊은 호르몬 파는 사람이라고 쓰면 극도의 부정적인 느낌이 들기에 '셀러' 혹은 '바이어'라 표현한다. 돈 많은 사람이 돈 지랄하는 세상, 이제 갓 스무 살 ( 호르몬을 팔 수 있는 최소한의 나이가 막 되자마자 호르몬을 팔러 나온 어린애의 호르몬을 돈 주고 산다라고 하면 또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기에 '호르몬 리버스'라고 대체 언어를 쓰는 방식!!! 나치의 방식이다!! 이 사회가 그렇다. 후기 문화 파시즘을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여전히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 추구해야 할 이상향은 무엇인지 소설가는 소설의 언어로 말한다. 토론거리가 많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