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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실 역은 삼랑진역입니다
오서 지음 / 씨큐브 / 2024년 12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210/pimg_7853912274599061.jpg)
오서 지음/ 씨큐브(펴냄)
제1회부터 관심 있게 봤던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이다. 삼랑진이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청춘들의 사랑과 삶의 다양한 가치를 담은 소설. 첨단과학의 시대 인공지능, AI를 다룬 소설들이 너무 많이 출간되는 요즘 오히려 이런 풋풋한 감성을 주는 소설, 큼직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도 잔잔하게 마음의 물결을 일으키는 소설이라 오히려 더 좋았다. 삼랑진이라는 자그마한 소도시는 이 지역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르는 곳이다. 기차에서 나란히 앉게 되면서 인연이 시작되는 두 사람 주인공 창화와 미정.
두 사람은 서울 생활을 뒤로하고 고향으로 향하는 중이다. 창화는 부산으로 미정은 삼랑진으로... 같은 방향의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서...
KTX가 아닌 무궁화만의 감성이 있다. 지방 소도시 역마다 다 서고 속도가 느린 여러모로 불편한 무궁화를 택한 이유는 뭘까...
20대부터 비혼주의인 미정이 나이가 더 들면서 오히려 여러 시선에 굴복하는 결혼이 싫어진다는 말 공감한다.
두 사람은 얘기를 나누다가 헤어지는데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지 않은 채로 ㅎㅎ
잔뜩 기대감이 높은 부모님께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공무원이 되라고 하신 아버지, 대기업이 좋다며 우긴 창화..
국민 넷 혹은 다섯 명 중 한 명은 서울 생활이다. 서울공화국인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 지방 소멸의 현실... 이제 지방에는 특히 농촌에는 늙으신 노인들뿐이다. 새로 유입되는 인구도 거의 없고 아이 울음소리 듣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마지막 출생신고가 심지어 1990년대 이후로 없었던 도시도 많다고 한다. 간혹 결혼 이민 여성의 출산으로 인해 아이가 태어나기도 하지만 이내 도시로 나가버린다.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복지 혜택을 누리기 위해... 소설을 읽다 보면 이런 구체적인 현실이 세세히 언급되지는 않지만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다.
딩크족인 미정의 친구 현주의 고민, 시댁과의 갈등도 충분히 공감되었다. 결혼이 집안과 집안의 연결, 이런 의미가 아닌 두 사람만의 결합이라면 좋겠다.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며느리란 어떤 의미인가... 반대로 처가 눈치 보는 남자들도 많다지만 여전히 결혼한 여자는 친정보다는 시댁이 우선이다.
#삼랑진역 에 내린 미정의 일상, 나는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부모님과 함께 티격태격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혼자 지내는 서울 생활보다 나아 보였는데 나만의 생각일까.
앞뜰에는 가지와 오이가 자라고 옆에는 꺳잎, 고사리도 옹기종기 자라는 작은 축사에서 가끔 소 울음소리가 들리는 시골,
기차의 정차가 잦은 이유는 작은 역도 소외시키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부족해 보여도 불필요해 보여도 모두 같은 역이기에 존중하겠다는 마음이다. 누군가에게 잠깐 머물러 준다는 것도 어쩌면 같은 마음이 아닐까 P39
너무 뜻밖에도 삼랑진에 내려와 사진관 자리에 카페를 차린 창화 그리고 두 사람의 인연은 본격 이어지는데,,,
책에 소개된 #힐링 코스.... 밀양의 유명한 곳, 얼음골 사과, 정겨운 시골 풍경이 나도 본 듯이 그림처럼 묘사되었다.
삼랑진 토박이인 상욱과 창화의 대화에서 상운은 "저예? 어떤게예?" 이런 말을 쓰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 물론 억양 자체는 그 지역 특색의 사투리가 박혀있지만 단어가 저 정도까지는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ㅋㅋㅋ
에필로그의 저자 말이 기억에 남는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다수결의 힘을 믿는다. '다수' 혹은 '평범한'카테고리 안에 머물기를 바랐다. 그게 맞는 줄 알았다. 최근에 우리 사회에서 소수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 모두가 옳다고 믿는 길이 때로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