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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푸른 벚나무
시메노 나기 지음, 김지연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시메노 나기 (지음)/ 더퀘스트
100년을 살아온 나무의 시점, "나는 카페 체리 블라썸의 마당에서 가지를 펼치고 있는 커다란 몸집의 오래된 산벚나무다."로 시작하는 문장!!!!
마당의 한 쪽에 자리 잡은 카페 체리 블라썸, 크림색 외벽에 짙은 바다를 닮은 청록색 슬레이트 지붕.
레트로 감성을 찾는 이들이 사진을 찍고 가는 이 카페의 주인 외할머니에서 어머니로 이어지는 여성 3대의 이야기다.
오가와 이토, 요시모토 바나나를 잇는 일본 힐링 소설계 스타작가 스메노 나기의 신작을 말로만 들었는데 왜 그를 힐링 소설의 대가라 부르는지 알 것 같다. 힐링 소설 감성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도 무한 상상력을 제공하는 시간이었다. 눈앞에 그려지는 듯한 소설의 풍경,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그곳에 가보고 싶다.
그해, 푸르렀던 벚나무 아래 우리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지켰을까?
소설에 묘사된 각종 음식 디저트들, 봄날 카페에 어울리는 음식들!! 이 계절에는 사쿠라모찌가 어울리고 하는 장면!! 죽순밥을 해 먹는 장면 등 일본 음식에 대해 잘 모르는 내게 무척 신비로운 풍경이었다. 벚나무의 잎을 먹는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난 주로 지적 욕구 해결을 위해 책을 읽는데 남들이 힐링 소설 힐링 소성하는 이유! 아하! 힐링 된다는 말이 이런 의미구나 생각하게 된다 ^^
벚나무의 감정을 어쩜 이리 미세하게 표현했을까...
꽃의 수명은 의외로 길다는 문장! 너무 좋았던 문장은 p21에 있다.
꽃은 수명이 짧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 꽃의 수명은 의외로 길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길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한순간이라고 한탄하기보다 이렇게 길구나, 하면서 상상력을 펼쳐본다면 똑같은 시간의 길이도 다르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때로는 허무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짧은 생명을 덧없다고 슬퍼하면서 다른 시각을 갖지 못하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p21
주어진 일을 망설임 없이 묵묵히 행하는 모습, 본질을 가르쳐 주는 자연이 항상 옆에 있다는 것을 안다면 사람도 기댈 곳이 없다며 불안해하지 않아도 될 텐데. 훨씬 더 풍요로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 텐데 p62
사춘기 자녀에 대한 고민, 무뚝뚝한 남편에 대한 이야기는 대한민국이나 일본이 다르지 않았다 ㅎㅎ 일본! 어쩜 이리 가부장적인지 놀라운 문화다. 일상이라 놀라워한다는 것이 더 놀라울 뿐!!!
벚나무는 껍질까지도 공예품으로 쓰인다고 한다. 우리는 벚꽃의 아름다움만 떠올리곤 한다. ( 올봄에도 벚꽃 앞에서 인생 사진을 찍어보려고 했던 나인데 ^^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벚나무의 넉넉한 마음을 이 소설이 아니라면 알았을까?) 게다가 벚꽃이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이유는 만개한 상태에서 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기를 잃고 녹슨 듯한 색깔이 되기 전에 꽃잎을 떨구는 벚나무의 모습에서 과연 인간이 나무보다 우월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조용히 스며드는 위로, 잊고 있던 감정들을 다시 꺼내주는 이야기. 우리는 거대한 자연의 일부다. 아니 일부라고 하기에도 너무나 작은 존재들이다. 이 작은 존재들이 싸우고 전쟁하고 서로를 죽인다. 100년의 벚나무의 시점에서 보면 과연 어떤 의미일까....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자살률 1위인 우리나라, 이 책은 삶의 의미를 되찾아주는 소설이다. 지금 힘든 순간을 살아가는 당신이라면 아마도 읽다 보면, 어쩐지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그러했기에....
읽고 나누고 싶은 사람과 함께 읽는 거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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