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팝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가수이자 기타리스트인 미셸 자우너의 작품이다. 뉴욕타임스 29주이상 베스트셀러/2021 뉴욕타임스, 타임, 아마존, 굿리즈 올해의 책/버락 오바마 추천도서에다가,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로 상당기간 순위를 차지했던 너무 유명한 책이다.

자우너는 음악과 처음 사랑에 빠진 풋풋한 시절을 생생하게 기록한다. 수많은 젊은 예술가가 겪는 시련, 이를테면 부모의 극심한 반대, 생활고, 기약 없는 미래로 불안에 떨던 경험도 솔직하게 들려준다. 미국이란 나라에서 아시아계 혼혈인 여성으로서의 삶의 이야기도 잘 녹아져 있다.

"내 배에 종양이 있대."

화창한 5월, 세상은 쉬지 않고 돌아가는데, 나는 할 말을 잃은 채 길에 멍하니 서서 내가 사랑한 누군가를 이미 죽게 만든 그 병으로 엄마가 당장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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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H마트에만 가면 우는 여자.

늘 사 먹던 김이 어디 거였냐고 이젠 물어볼 사람도 없다.

백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저자 미셀은 철저히 한국인 문화와 식성에 맞게 키워졌다.

아시아 식재료를 파는 H마트에서 사 온 재료로 된장찌개, 김치찌개, 미역국, 각종 나물 등으로 밥상을 차렸던 엄마.

미국에서 자랐지만 입맛은 토종 한국인 못지않았던 미셀은 사춘기를 겪으며 자신을 이방인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로 인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미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것 같은 혼혈인으로 살아가며 겪어야 했던 정체성의 혼란은 미셀을 가족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만드는데...

엄마가 자신의 곁을 떠나고 나서야 자신에 대한 엄마의 진정한 사랑과 추억을 되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한인 마트에서 잃어버린 한국인의 조각을 찾는 한 여성.

한국계 미국인인 미셀 자우너의 뭉클한 성장기를 담은 에세이.

H마트에서 울다』 이다.

음식은 엄마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철철이 제철 음식을 해먹고, 꼬박꼬박 명절 음식을 챙겨 먹었으며 생일날에는 미역국을 끓여먹었다.

한국만큼 구하기 쉽지 않은 식재료일 텐데 엄마는 딸의 입맛에 맞게 매번 밥상을 차렸다.

엄마는 식성뿐만 아니라 생활방식, 문화도 한국식이었는데, 아이가 다치면 "하지 말라고, 엄마가 대체 몇 번이나 말했어?" , "네 엄마가 죽었냐, 울긴 왜 울어"등 여느 미국 가정의 모습과 달리 무자비하고 때로는 냉정해 보일 정도로 딸을 다그쳐 딸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기도 한다. 미국에 살면서 오로지 한국의 문화를 고집했던 엄마와 미국인처럼 살고자 했던 딸의 문화적 차이는 결국 모녀간의 갈등을 키우는 계기가 되고 만다.

엄마의 급작스러운 암 투병으로 엄마를 간병하면서 엄마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미셀은 엄마가 자신을 얼마나 끔찍이 여겼는지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음식을 제대로 넘기는 못하는 엄마를 위해 이제 미셀이 한국을 떠올리게 할 음식을 직접 만들기 시작한다.

'엄마가 나에게 해줬던 것처럼 이제 내가 엄마의 기운을 북돋고, 몸에 충분히 영양을 공급하고, 회복에 필요한 힘을 되찾아줄 음식을 만들어야겠다.'

저자의 미국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문예지 『뉴요커』에 실려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결국 책으로까지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다수의 독자에게 가닿았던 것은, 그의 이야기가 상실과 애도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었기 때문 아닐까. 미셸은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스러운 투병 과정을 지켜보고 결국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영영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경험에서 받은 깊은 상처를, 그 쓰라린 상실감을 음식에 대한 추억을 매개로 성숙하게 수용해나가는 모습을 자신의 글로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그와 동시에 어머니의 고독을 이해하려 애쓰고, 결함투성이인 아버지를 연민하고, 어머니를 잃은 아픔을 공유하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들어나가는 과정도 보여준다. 그리고 가장 막막하고 고통스러운 순간에 든든하게 곁을 지키면서 위로를 해준, 지금은 남편이 된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통해진실한 사랑을 깨달아간다.살아가면서 물리적·심리적 장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 소소한 일상은 영화에서 묘사한 한인 이민 가족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아 공감했고 위로도 받았다. 하지만 시종일관원대한 자기 증명의 꿈에 사로잡힌 아버지의 도전과 좌절과 성장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서사 속에서, 어머니가 꿈꾸던 행복한 삶과 소망, 어머니가 맛보았을 좌절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는 간간이 스치듯 그려지기만 해서 못내 아쉬웠다. 게다가 할머니와의 관계를 통해 내적으로 성장하는 극 중 아들과 달리 딸은 그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도 계속 마음에 남았다. 언젠가 자기만의 목소리를 갖게 된 딸의 시선으로 어머니의 삶을 돌이켜본 이민자 이야기도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기적처럼 이 책의 번역 의뢰가 들어왔다. 예술가가 된 딸의 시선으로 1세대 이민자인 어머니의 삶을 되짚는 이야기가.

자우너의 가족은 중산층이라 경제적으로 크게 어렵지 않았고, 전업주부였던 어머니는 한 해 걸러 한 번씩 딸을 데리고 한국에 갔다. 자우너는 한인 교회의 한글학교에서 한글을 읽고 쓰는 법을 배웠고, 잦은 한국 방문과 한국 친척들과의 친밀한 교류 덕에 어머니 나라의 문화도 풍부하게 경험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를 딴 세상 사람처럼 느낀다.

예술가라는 겹겹의 소수자로 살아가면서 맞닥뜨린 또다른 종류의 좌절과 혼란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묻는다. 너는 누구냐고, 너 같은 아시아계 여자 가수는 이미 있는데 너는대체 무얼 보여줄 거냐고. 하지만 영민하게도 그는 곧 자명한대답을 야무지게 찾아낸다. 자신은 자유롭게 개성을 추구하며살아가는 미국인인 동시에 갈비와 김치를 좋아하고 치킨을 먹을 땐 반드시 무피클로 입가심하고 펄 시스터즈의 ' 커피 한잔'을 들으면서 애수에 잠기는 한국인이기도 하다고, 이렇게 자우너는 자신에게 다가온 장벽을 하나하나 당당히 극복해내면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점점 더 단단하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변해간다.

이러나저러나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으로 와닿은 부분은,

시종일관 어머니의 투병과 때 이른 죽음이라는 무거운 상실의 시간을 견디면서도 음식을 만들고 나누고 추억하면서 부지런히 자기 치유와 타인과의 연결과 소통을 도모하고 자기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저자의 건강한 삶의 태도였다.

살아가면서 아무리 막막한 순간이 오더라도 어디엔가는 반드시 당장의 숨구멍을 만들어낼 여지가 있고, 하루하루 그런 반짝이는구멍들을 찾아내는 일이야말로 우리의 의무라고 그가 말하는 자란 나라의 문화와 성장 배경이 어머니의 가치관과 습관, 두려움과 소망을 만들어냈다는 사실도 이해하게 된다.

그렇다고 어머니를 단순히 이민자라는 정체성 안에만 가둬 바라보지 않는다. 자우너는 누군가의 아내와 엄마로 가족들을 보살피는 역할을 평생의 소명으로 삼아 충실하게 살아온 어머니의 삶을 오만하게 폄하한 자신의 짧은 생각을 반성한다. 어머니의 삶 또한 책이나 음악을 만들거나 일터에 나서서 돈을 벌어오는 삶 못지않게 가치 있는 삶으로 존중하게 된다.

또한 저자는 타인의 입맛을 잘 기억해뒀다가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짬뽕과바삭바삭한 전을 좋아하고, 홈쇼핑에서 구입한 물건으로 한껏멋부리고 동네 미술 수업을 들으러 다니며 미숙하게나마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자기 이름을 새기고 싶어하는 아마추어 예술가이기도 하다. 누구누구의 엄마로만 존재하는 게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소망을 가지고 고민하며 성장해나가는사람이기도 한 것이다.

백인 중심의 미국 사회에서 아시안 혼혈인으로 살아가야 했던 미셀은 많은 방황도 하지만 지금은 '리틀 빅 리그'라는 밴드를 결성해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음악에 담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H마트에서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떠올리며 한국의 음식과 문화를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도 잃지 않으려 한다.

저자의 노래를 감상해보시려면

https://youtu.be/xFKH42R8wak


https://youtu.be/xFKH42R8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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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턴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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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이야기들은 정교한 세공 솜씨를

https://youtu.be/tTGEo3scnq8

보여 주면서도 이렇다할 엔딩도 확실한 결론도 없는 듯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잔잔하고 일상적이라고 여겨질수도 있다.

하지만 '녹턴'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런 밋밋함에 있다. 문장의 질감은 거의 두드러지지 않고, 구성은 의도적으로 단순하며, 다섯 개의 이야기 속에서 화자들의 목소리는 복제된 것처럼 비슷하다.

이런 밋밋함을 수놓는 '반복'이야말로 작가의 전략으로, 일단 이러한 되풀이가 의도적인 것임을 간파하고 나면 독자는 그 반복의 구조가 몹시 복잡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https://youtu.be/tTGEo3scnq8


흐릿하고 밋밋하며 지지부진하고 지리멸렬하게 반복되는 가운데 가끔 눈부신 햇빛이 비치거나 환한 별빛이 쏟아져 내리거나 할 뿐인 삶을, 동양이든 서양- 여인 이여다섯 권의 장편소설에 이어 저자가 처음으로 내놓은 작품 『녹턴은 부제 그대로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다. 야상곡이라고도 불리는 '녹턴(nocturne)'의 사전적 정의는 "저녁이나 밤에 어울리는 감정을 나타내는 몽상적인 성격의 작품이다.

첫째 이야기 「크루너」에는 토니 가드너라는 한때 명성을 누렸던가수가 등장한다. 크루너'란 '나직하게 노래하다, 조그맣게 속삭이다.'라는 뜻인 'croon'에서 파생된 단어로, 1930~1940년대에 유행했던 부드러운 콧소리가 가미된 크룬 창법을 구사하는 가수를 말한다. 「대부」의 테마가 하루에 아홉 차례 울려 퍼지기 일쑤인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 상설 밴드의 일원인 폴란드 출신의 기타리스트가어느 봄날 아침 어머니가 좋아하던 크루너 가수 토니 가드너를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토니가 곤돌라에서 세레나데를 부르는 이벤트에 그를 끌어들이면서 예기치 못한 궤도로 접어든다. 이 오프닝 스토리는 작품 전체에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드리우고전체 방향을 암시한다.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에서 상설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일하는 폴란드 출신 얀(야네크)은, 어느 봄날 아침 광장 카페에서 크루너 가수인 토니 가드너를 발견한다. 토니는 얀의 어머니가 매우 좋아하던, 지금은 한물간 가수다. 어머니와 함께한 그의 음악에 대한 추억 때문에 얀은 토니 가드너에게 다가가 말을 걸게 되고 토니는얀에게 헤어질 아내에게 들려줄 연주곡을 부탁하게 된다.

토니 가드너는 그날 밤 아내를 위해 그들이 묵고 있는 팔라초 아래에서 곤돌라를 타고 세레나데를 부르고 싶다며 얀에게 기타 연주를 부탁한다. 곤돌라를 타고 운하를 돌며 토니는 아내 린디의 인생역정을 들려준다. 그리고 이번 여행을 마지막으로 아내와 서로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헤어지기로 했음을 말해 준다. 곤돌라 위에서는 토니의 아름다운 세레나데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몇 달 뒤 얀은 토니와 그의 아내의 소식을 전해 듣고, 그날 밤의 일을 추억한다.


둘째 이야기 「비가 오나 해가 뜨나」, 곧 ‘기쁠 때나 슬플 때나'의뜻이 담긴 이 작품은 레이 찰스의 노래 제목에서 딴 것으로, 외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남자가 런던의 대학교 동창 커플의 집에 초대되어 가서 벌어지는 일을 소재로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이어지고 엇갈리는지, 우리안애 있는 이상이 어떤 점화 장치를 만나면 폭발하는지, 그것이 왜 대개 불발로 끝나고 마는지, 또 한 그 불발이 어떻게 삶의 내공이 되어 가는지를 익살스럽게 보여 준다.

외국을 떠돌며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 강사 레이먼드는 런던의 대학교 동창 커플의 집에 휴가를 보내기 위해 온다. 그런데 정작 그를 맞아 줘야 할 찰리는 그가 오자마자 아내를 부탁하며 출장을 떠난다. 레이먼드를 달갑지 않게 맞이한 에밀리 또한 바쁜 일로 회사에 가 버린다.

에밀리와 음악 취향이 비슷해서 음악에 관한 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레이먼드에게 두 친구의 변화는 낯설고 그들의 집에 혼자 있는 자신이 어색하다.

편안히 쉬려고 하던 중 레이먼드는 식탁에 놓인 에밀리의 개인 수첩을 보다가 몇 페이지를 구겨 버리게 된다. 그때 찰리의 전화가 걸려왔고, 찰리는 그에게 자기 부부의 문제를 털어놓으며, 에밀리의 수첩을 엿봤다는 건 큰 사건이라고 알려준다. 그래서 수첩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레이먼드는 찰리의 도움으로 갖은 계략을 짜게 되고, 계략에 따라 또 다른 사건을 꾸미게 된다. 그러나 에밀리는 예상보다 일찍 집에 돌아와 결국 사건을 꾸미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어 버린다.

레이먼드는 그 동안의 이 두 부부의 위기의 순간들을 알게 된다.

셋째 이야기 「말번힐스」는 젊고재능 있는 무명의 싱어송라이터가 런던에서 일자리를 찾다가 여의치 않자 시골에서 카페를 경영하는 누이 부부의 집에 머물면서 노래를 만든다. 그러던 어느 날 관광차 그곳에 온 역시 프로 뮤지션인스위스인 부부를 만난다. 삶의 반환점을 돈 그 부부를 통해, 동일한사태에 전혀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두 가지 '태도'를 통해, 개인의 의지가 인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동시에 이른바 운명 앞에서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속수무책이 될 수 있는지를 사실적이고 날카롭게 포착한다.

성공을 꿈꾸는 젊고 재능 있는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주인공은, 런던에서 일자리를 찾다가 여의치 않자 몰번 근처 시골에서 카페를 경영하는 누나네 집에 머물며 노래를 만든다.

그러던 어느 날 혼자 언덕에 올라 기타를 치며 노래를 만들던 중, 누나네 카페에도 한번 들렀던 스위스인 부부인 틸로와 소냐를 만난다. 관광차 이곳에 들렀다는 이들 부부는, 생계를 위해 호텔에서 연주를 하지만 자신들만의 음악세계를 갖고 있는 프로 뮤지션이다. 주인공은 그들에게 자신이 만든 음악을 들려주며 그들과 음악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표제작이자 넷째 이야기인 「녹턴」에서는 첫째 이야기에 등장한토니 가드너의 아내 린디 가드너가 다시 등장한다. 재능은 있지만못생긴 외모 때문에 무명의 세월을 보내는 한 색소포니스트가 성형수술을 받고 베벌리힐스의 호화스러운 호텔에서 회복기를 보내던중 토니 가드너와 이혼한 후 성형수술을 받고 그곳에 온 린디를 만난다. 대부의 테마와 더불어 이 작품집의 주제가라 할 만한 토니가드너의 노래가 베네치아 운하에 이어 이번에는 베벌리힐스의 고급 호텔방에 울려 퍼진다.

색소폰니스트 스티브는 재능은 있지만 외모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 아내 헬렌은 다른 남자에게 떠났고, 새로운 남자는 이에 대한 보상으로 스티브의 성공을 위해 그의 성형수술과 회복 비용 전체를 부담하겠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거부하다가 결국 매니저의 꼬임에 넘어가 수술을 받게 된다.

성공적인 수술 후 할리우드의 일급 호텔에서 은밀하게 회복기를 보내던 스티브는, 간호사를 통해 옛 유명 가수 토니 가드너의 이혼녀 린디가 역시 성형 수술 후 바로 옆방에서 회복기를 보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은 얼굴에 붕대를 감은 채로, 음악과 자신들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린디는 스티브의 음반을 듣고서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음악계 유명인에게 소개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던 어느 날 린디는 자신의 집에서 마지막 회복기를 보내겠다고 먼저 퇴원한다. 결국 이들은 얼굴에 붕대를 친친 감은 채, 끝내 어느 쪽도 붕대를 푼 후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헤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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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70년 가까이 되는 서양식 대저택에 살고 있는 대가족 이야기.

러시아인 할머니, 이모와 외삼촌이 같이 살고 있고, 부모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공부를 시키며,

아이 넷 가운데 둘은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다르다.

한 가족의 이야기지만, 가족 개개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첫번째 장은 이 집의 아이 넷 중 둘째 리쿠코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런데 두번째 장의 "나"는 다른 인물이다.

그렇다. 할머니 시점부터 막내 우즈키 시점까지 에피소드별로 화자가 바뀌면서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래서 소설의 전개가 참 신선하다.

나는 그들을 따라 1982년에 갔다가, 1963년에도 가고, 2000년에도 간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로 이어붙이며 나 또한 역사를 알고 있는 가족이 된 느낌이다.

가족으로서 행하는 의식과 주고받는 말, 이를 테면 '포옹 혹은 라이스에 소금을' 같은 그런 것들이 제각기 떠다니는 일원들을 한 가족으로 묶어준다.

적과 점이 모여 한 가족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사가 된다.

8년 전쯤, 어릴 때 살았던 옛집을 찾아가본 적이 있다. 먼 지방도 아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임에도 언제 한번 가봐야지 하다.

가 결국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찾아가던 길이었다. 그런데 동네 어귀에들어서면서부터 이미 내 가슴은 콩닥콩닥 뛰고 있었다. 그동안 그 집이며 주변이 얼마나 변했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만은 아니었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두근거림이었다. 이윽고 낯익은 집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시작한 순간, 가슴 한편이 뭉클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아마도 오랜 기억 속의 나 자신과 우리 가족의 추억을 마주한다는 생각, 그리고 다시 오지 않을 날들에 대한 그리움에서 비롯된 감정이었으리라.

젊었던 부모님, 든든하게 털어 놓을수 있었던 단짝 친구들과 산과 바다로 뛰어다니던 기억, 슬플땐 바닷가 바위위에 앉아 있던 추억들. 지난일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한참 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창업주인 할아버지와 러시아인 할머니, 이모와 외삼촌까지 한집에 사는 대가족.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공부시키는 교육 방침.

더구나 네 아이 중 둘은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다르다. 그외 남의 이목을 사기에 충분한 요소를 지닌 사람들, 그런데 이들 가족이 참 묘하다. 가족 한 사람 한 사람 그리고 주변인의 독백과도 같은 이야기를따라가노라면 예기치 않은 곳에서 크고 작은 수수께끼가 풀리기도 하고, 어느새 동화되어 나 자신이 이들과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같은 계절을 함께 지나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다양한 사람, 다양한 인생이 담긴 '' 장이 바뀔 때마다 다음 화자는 누구일지 설레는 마음도 없지 않았고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읽게 된다. 꽤 두꺼운 분량인데 에피소드로 시공간이 왔다갔다 한다.

그때 우리가 바라보았던 것은 정원 한 모퉁이에 척척 완성되어가는 건물이아니었다. 갓 깎은 나무 벤치도, 새 욕조도 아니었고, 빨갛고 노란 선이 구불구불 들러붙은 배전반도 아니었다. 나와 우즈키가 숨죽인 채 열심히 지켜보았던 것은 순식간에 사라져가는 정원의 한 모퉁이였다.

벽을 기던 벌레였고,흙이었고, 일찍이 그곳에 세워져 있던 갈퀴와 대빗자루였고, 사라져버린 아라키 씨였고, 할아버지였고, 그곳에 흐르던 시간이었다. 본문 중에서모든 일에 시작과 끝이 있듯 흐르는 시간과 함께 끊임없는 이별과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면서 한 가족의 역사는 그렇게 또 흘러갈 것이다.

우리 삶은 대부분 이유가 있고, 그때는 그럴 수 밖에 없었거나, 우리도 모르게 자연히 흘러가게 되는 어떤 힘이 있다.

누군가 한명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일들이 대부분이라 할지라도.

"하지만 역사는 과거가 아니란다. 지금도 우리는 역사의 한가운데에 있어."

-

"아까 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 건 사랑스러웠던 어린 고이치의 모습일까,

아니면 그 무렵의 젊고 건방졌던 내 자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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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4-06 19: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사는 과거가 아니고, 우리가 역사의 한가운데 있다는 말이 와닿네요!!

가필드 2022-04-06 19: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읽는 나무님 저도 이 문구가 인상적이더라구요 ^^

scott 2022-04-09 15: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라이스에 소금이라면
밥에 소금을 치능!ㅎㅎ

반세기에 걸친 3대의 이야기!
어린 고이치 어떻게 성장 했을지 궁금해지는 스토리네요 ^ㅅ^

가필드 2022-04-09 15:58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 3대에 걸친 대가족 이야기죠 ^^
러시아 할머니와 일본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우여곡절 스토리지요 댓글 주셔서 감사드려요 스콧님 화창한 주말인데 날씨처럼 행복한 시간되세용 ^^
 

오늘은 오랜만에 전시회를 다녀왔어요

동대문 DDP 배움터 2층 디자인 박물관에서 하는 GUCCI Garden ARCHETYPES; 절대적 전형을 보러 갔지요.

일층 입구 모습입니다.


Room 1. Control Room

여러개의 모니터가 있고 구찌의 패션 영상들이 상영되고 있어요

Room 2-1. Gucci Bloom

두번째 룸에 가면 들어서자마자 2017년 출시한 구찌 블룸향 냄새가 납니다.

Room 2-2. FW 2017 Gucci and Beyond


Room 3. Cruise 2016 The Dionysus Dance

스크린벽과 미로처럼 거울이 같이 배치됨


Room 4. Pre-Fall 2018 Dans Les Rues

파리 어느 골목길에 들어선 느낌이 드는 복도.

프랑스 68혁명을 기념하는 2018 프리폴 캠페인을 통해

프랑스의 청춘을 예찬한다고 하네요 .


Room 5. Cruise 2020 Come As You Are_RSVP

"구찌는 그 자체로 파티이고 모두가 초대받았다."

하모니 코린이 감독한 2020 구찌 크루즈 컬렉션 캠페인

스크린 속 영상은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화려한

파티 씬들을 연상시킨다.


Room 6. SS 2016 Rebellious Romantics

흥에 겨운 젊은이들이 춤을 추러 돌아가기 직전의 모습을

구현해 놓았어요


Room 7. Cruise 2019 Gucci Gothic

온 세상의 부활을 상징하는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한 캠페인.

광야가 대홍수로 자취를 감추더라도 언젠가는 돌아올 수

있으리라는 희망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고 해요.

자연의 냄새가 느껴져서 전 개인적으로 이방이 제일 좋았어요


Room 8. FW 2018 Gucci Collectors

수집가들이 아끼는 비밀스러운 세계를 만나는 창



Room 9. SS 2018 Gucci Hallucinations

스페인 아티스트 이그나시 몬레알이 866시간을 들여

완성한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공간

Room 10-1. SS 2020 Of Course A Horse

oom 10-2. Pre-Fall 2017 Soul Scene

반짝이는 차르르 커튼을 열고 들어가면 댄스 플로어가 보이고

자유롭게 댄스하고 즐기는 뒷배경의 영상과 포즈를 전시했네요


Room 11. FW 2019 Pret-A-Porter

패션쇼 백스테이지의 뜨거운 에너지를 보여주는 공간

Room 12. FW 2015 Urban Romanticism

지하철 객차에서의 시간은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갖는 찰나의 휴식이다.

도시에 존재하는 최고의 동굴이자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안전을 지키면서도 황홀경에 빠질 수 있는 공간.

생생한 재현을 위해 제작에 두 달 가량이 소요되었다고 하는데요


Goods Shop

위의 지하철 문을 통해 나오며 전시 관람이 끝.

곧이어 굿즈샵 이 보여요

노트 에코백 등을 판매하는데 가격대가 꽤 더라구요.

혹시 보실분들은 동대문 ddp 디자인 박물관 4.10일까지 연장되었다고 하니 참조하세요

예매를 하시면 덜 기다리시고 무료관람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서두르시는게 좋을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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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01 16: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울이군요 ㅎㅎ ㅠㅠ. 와 진짜 독특하네요. 강렬하고 ~ 색감이 쨍하네요. 꽃무늬도 정겹고 ~ 초현실주의 작품전 같아요. 첫 사진의 저 눈모양 열기구는 르동 그림을 본 뜬건가봐요 ~ 가필드님 덕에 사진으로나마 잘 봤습니다 ~~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

가필드 2022-04-01 16:5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미니님 역시 보시는 눈이 있으시네요 르동의 외눈박이 키클롭스를 삽입하셨네요 제가 남겨주셔서 더 감사하쥬 ^^ 남은 오후
행복한 시간 되세요

라로 2022-04-01 16: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꼭 갔을 그런 전시회네요!! 감사합니다. 저는 엄마에게 물려받은 구찌백이 있어요. 그거 이번 일욜 교회에 갈 때 들고 갈까봐요.^^;

가필드 2022-04-01 17:01   좋아요 2 | URL
라로님 구찌팬들은 더 좋아하실것 같아요 ^^ 한번 뽐내시고 가시길 응원드려요 어머니도 자주 들으시면 좋아하실거 같은데요 ^^

라로 2022-04-01 17:08   좋아요 2 | URL
네. 엄마는 7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그 구찌백은 제가 사드린 거에요. 남편의 첫 월급으로. 😅 엄마가 살아계셨을 때 폼 내고 나가실 때 자주 들고 다니셨어요. 😅😅😅

가필드 2022-04-01 17:23   좋아요 2 | URL
라로님 에고 제가 실수를 했네요 백 보면서 어머니 생각 많이 나시겠어요 😅😅😅😅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이정호 그림 / 알마 / 201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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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무관심해져 현대인들조차 병 앞에서는 누구나 비껴 나갈수 없다.

병원을 가게 되면 환자를 공장의 부품처럼 대하는 의사분들이 계시고 바쁘신 중에도 진심으로 대하시는 의료진들로 몸이 힘든데 마음도 힘든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들에게는 첫번째 처럼 대접을 받게 되면 돈벌어다는 일인이구나 씁쓸함으로 돌아가게 되거나 아주 운이 좋아 후자의 의사분을 만나게 되면 집에서 멀어도 그분의 진심어린 진료에 꼭 그곳만을 찾아가게 되는 경향이 많아진다.

이 책의 저자이자 신경과의사인 올리버 색스도 그런 분중 하나이다.

심각한 뇌의 손상을 입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체험하고 쓴 이야기이다.

심각한 내용이긴 하지만 워낙 유명한 책이라 읽고 싶었다.


저자는 신경 의학자이며, 책 내용은 저자의 임상사례를 모은 것이다. 하지만 그의 서술이 학술적으로는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할 것 같다. 철저히 대상을 객관화하는 시점에서 환자를 신경과 화학물질로 이루어진 시스템으로 보기 보다는, 인간적인 존재 전체를 대상으로 이른바 '주체성의 신경학'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에 관한 신뢰와 존엄성, 뭐 그 정도 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뇌와 신경의 경이로움을 간직한 '사람'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고 있다.

-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본문중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포함한 올리버 색스의 저술들은 모두 신경장애라는 매우 전문적인 분야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총 4부 24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1부와 2부에서는 주로 뇌(특히 대뇌우반구) 기능의 결핍과 과잉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3부와 4부에서는 지적장애를 지닌 이들에게서 발견되는 발작적 회상, 변형된 지각, 비범한 정신적 자질 등 현상적인 징후들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

각 에피소드마다 ‘뒷이야기’ 코너를 삽입하여, 저자가 만난 같은 증상의 다른 환자에 대한 경험들을 덧붙이고 있어요.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들과 치료 여부조차 미지수인 신경질환 환자들의 임상 기록을 이야기를 들려주듯 독특하게 기록한 이 책의 방식은 의학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던졌다.

극도의 혼란 속에서도 성장과 적응을 모색하며 자신의 감추어진 능력을 일깨워나가는 환자들. 그들의 모습을 저자는 신경학자로서의 전문적 식견과 따스한 휴머니즘, 인간 존엄에 대한 애정과 신뢰 가득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아주 작은 뇌 손상이 몸 전체의 기능에 영향을 끼치고,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고, 괴팍한 성격과 돌발적인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이웃이 오히려 관심과 배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일 수 있다. 올리버 색스의 책은 전문 분야의 지식을 대중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서, 사회의 의식 수준을 올려준 책이다 . 미국의 대학에서는 신경학 뿐아니라 여러 교과목에서 널리 읽혀지고 있다.


이웃에 대한 관심과 이해, 배려가 필요한 시대

자기 자신의 온전한 삶을 살기에도 벅찬 현대인에게, 자신과 행동을 달리하는 사람, 비정상적인 태도로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보기란 쉽지 않다. 올리버 색스의 책은 우리에게 ‘따뜻한 지성’의 모범을 보여줌으로써 사람이 사람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함께 사는 길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당연시하는, 내 몸과 나 자신에 대한 자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기억이라는 것이, 망각이라는 것이 삶에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단지 치료 방법을 잘 모를 뿐, '정신병'도 결국 뇌가 '아픈' 것이라는 점.

그리고 신기한 듯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에 또 다른 고통이 덧씌워진 삶이 거기 있다는 것.그리고 때때로 불굴의 의지가 삶의 의미를 계속 줄 수 있다는 것.

**건강하다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사고로 혹은 선천성 증상으로 뇌질환을 겪고 있는 분들이나 신경증적인 문제가 있으신 분들 , 같이 살아가는 옆에 있는 이웃들에 대해서도 관심있는 격려와 시선 편견들을 생각해 볼수 있었다.

본문중

그는 자신의 몸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대신 음악에 맞춰 행동할 수 있었다. 바로 그 때문에 그는 동작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면의 음악'이 멈추면, 그는 당황해서 행동을 딱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외부 세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표상과 의지로서의 세계>에서 쇼펜하우어는 음악을 '순수 의지'라고 불렀다. 그가 만약 P선생,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완전히 상실했지만 음악 즉 의지로서 세계를 완전히 파악하는 P선생을 만났다면 얼마나 매료되었을까? (45쪽)

우리가 우리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기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필요하다면 되살려서라도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 즉 지금까지의 이야기인 내면의 드라마를 재수집해야 한다. 우리의 정체성, 자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한 편의 이야기 즉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내면의 이야기를 필요로 한다. 그와 같은 이야기에 대한 필요성, 아마도 그것이 톰슨씨가 장광설 만들기에 필사적인 이유를 설명해주는 단서이기도 할 것이다. (214쪽)

"발작이 일어나서 행복했습니다. 일생에서 가장 건강하고 행복했던 경험이었습니다. 이제 어린 시절의 기억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자세한 부분까지 낱낱이 떠올릴 수는 없지만 분명히 있었다는 것만은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비로소 나는 어느모로 보나 만족스럽고 완전한 존재가 되었답니다." (271쪽)

만일 장애가 없었다면 그는 카루소 같은 대가수가 되었을까? 아니면 음악적 재능의 발달은 어느 면에서는 뇌장애와 지능 장애에 대한 보상이었을까? 답은 아직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의 아버지가 친밀한 부자관계 또는 저능아인 아들에 대한 헌신적인 애정을 통해서 음악적인 소질뿐 아니라 음악에 대한 정열까지도 그에게 전달했다는 사실이다. 아버지는 아둔하고 덜 떨어진 마틴을 사랑했고, 그도 아버지를 열렬히 사랑했다. 그리고 부자간의 애정은 음악에 대한 사랑을 공유함으로써 더욱 끈끈하게 맺어졌다. (346쪽)

"조, 그 숫자(4875)는 어디가 특별하지?" "13으로도 나누어지고 25로도 나누어지는 점이요." "7241은 어디가 특별하지?" "13과 557로 나누어지는 점이요." "그럼 8741은?" "그건 소수예요." (3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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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25 1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당연한듯 물 먹고 걷고 하는 행동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깨달았습니다 ㅎㅎ 가필드님 말씀처럼 병에 대한 무지가 환자들을 더 힘들게 하는 듯 합니다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

가필드 2022-03-25 17:41   좋아요 1 | URL
미니님 오랜만인거 같아요 항상 좋은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려요 그러게요 병에 대한 무지로 환자들을 두번 힘들게 하는 거네요 미니님도 불금 되세용 😊

scott 2022-03-28 0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등장하는 환자들의 증세들 모두 천재성이 보여지능 ㅎㅎ
그러나 ㅠ,ㅠ
코로나를 앓고 나면 전과 다른 증세(미각-후각-시각)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가필드님 무사히 건강하게!^^

가필드 2022-03-30 22:16   좋아요 0 | URL
스콧님도 읽으셨군요 ^^ 코로나에서 비껴갈순 없죠 ㅠㅠ 스콧님도 하루하루 잘 버티시길 빌어드립니다 아직까진 서바이벌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