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턴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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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이야기들은 정교한 세공 솜씨를

https://youtu.be/tTGEo3scnq8

보여 주면서도 이렇다할 엔딩도 확실한 결론도 없는 듯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잔잔하고 일상적이라고 여겨질수도 있다.

하지만 '녹턴'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런 밋밋함에 있다. 문장의 질감은 거의 두드러지지 않고, 구성은 의도적으로 단순하며, 다섯 개의 이야기 속에서 화자들의 목소리는 복제된 것처럼 비슷하다.

이런 밋밋함을 수놓는 '반복'이야말로 작가의 전략으로, 일단 이러한 되풀이가 의도적인 것임을 간파하고 나면 독자는 그 반복의 구조가 몹시 복잡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https://youtu.be/tTGEo3scnq8


흐릿하고 밋밋하며 지지부진하고 지리멸렬하게 반복되는 가운데 가끔 눈부신 햇빛이 비치거나 환한 별빛이 쏟아져 내리거나 할 뿐인 삶을, 동양이든 서양- 여인 이여다섯 권의 장편소설에 이어 저자가 처음으로 내놓은 작품 『녹턴은 부제 그대로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다. 야상곡이라고도 불리는 '녹턴(nocturne)'의 사전적 정의는 "저녁이나 밤에 어울리는 감정을 나타내는 몽상적인 성격의 작품이다.

첫째 이야기 「크루너」에는 토니 가드너라는 한때 명성을 누렸던가수가 등장한다. 크루너'란 '나직하게 노래하다, 조그맣게 속삭이다.'라는 뜻인 'croon'에서 파생된 단어로, 1930~1940년대에 유행했던 부드러운 콧소리가 가미된 크룬 창법을 구사하는 가수를 말한다. 「대부」의 테마가 하루에 아홉 차례 울려 퍼지기 일쑤인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 상설 밴드의 일원인 폴란드 출신의 기타리스트가어느 봄날 아침 어머니가 좋아하던 크루너 가수 토니 가드너를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토니가 곤돌라에서 세레나데를 부르는 이벤트에 그를 끌어들이면서 예기치 못한 궤도로 접어든다. 이 오프닝 스토리는 작품 전체에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드리우고전체 방향을 암시한다.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에서 상설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일하는 폴란드 출신 얀(야네크)은, 어느 봄날 아침 광장 카페에서 크루너 가수인 토니 가드너를 발견한다. 토니는 얀의 어머니가 매우 좋아하던, 지금은 한물간 가수다. 어머니와 함께한 그의 음악에 대한 추억 때문에 얀은 토니 가드너에게 다가가 말을 걸게 되고 토니는얀에게 헤어질 아내에게 들려줄 연주곡을 부탁하게 된다.

토니 가드너는 그날 밤 아내를 위해 그들이 묵고 있는 팔라초 아래에서 곤돌라를 타고 세레나데를 부르고 싶다며 얀에게 기타 연주를 부탁한다. 곤돌라를 타고 운하를 돌며 토니는 아내 린디의 인생역정을 들려준다. 그리고 이번 여행을 마지막으로 아내와 서로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헤어지기로 했음을 말해 준다. 곤돌라 위에서는 토니의 아름다운 세레나데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몇 달 뒤 얀은 토니와 그의 아내의 소식을 전해 듣고, 그날 밤의 일을 추억한다.


둘째 이야기 「비가 오나 해가 뜨나」, 곧 ‘기쁠 때나 슬플 때나'의뜻이 담긴 이 작품은 레이 찰스의 노래 제목에서 딴 것으로, 외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남자가 런던의 대학교 동창 커플의 집에 초대되어 가서 벌어지는 일을 소재로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이어지고 엇갈리는지, 우리안애 있는 이상이 어떤 점화 장치를 만나면 폭발하는지, 그것이 왜 대개 불발로 끝나고 마는지, 또 한 그 불발이 어떻게 삶의 내공이 되어 가는지를 익살스럽게 보여 준다.

외국을 떠돌며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 강사 레이먼드는 런던의 대학교 동창 커플의 집에 휴가를 보내기 위해 온다. 그런데 정작 그를 맞아 줘야 할 찰리는 그가 오자마자 아내를 부탁하며 출장을 떠난다. 레이먼드를 달갑지 않게 맞이한 에밀리 또한 바쁜 일로 회사에 가 버린다.

에밀리와 음악 취향이 비슷해서 음악에 관한 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레이먼드에게 두 친구의 변화는 낯설고 그들의 집에 혼자 있는 자신이 어색하다.

편안히 쉬려고 하던 중 레이먼드는 식탁에 놓인 에밀리의 개인 수첩을 보다가 몇 페이지를 구겨 버리게 된다. 그때 찰리의 전화가 걸려왔고, 찰리는 그에게 자기 부부의 문제를 털어놓으며, 에밀리의 수첩을 엿봤다는 건 큰 사건이라고 알려준다. 그래서 수첩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레이먼드는 찰리의 도움으로 갖은 계략을 짜게 되고, 계략에 따라 또 다른 사건을 꾸미게 된다. 그러나 에밀리는 예상보다 일찍 집에 돌아와 결국 사건을 꾸미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어 버린다.

레이먼드는 그 동안의 이 두 부부의 위기의 순간들을 알게 된다.

셋째 이야기 「말번힐스」는 젊고재능 있는 무명의 싱어송라이터가 런던에서 일자리를 찾다가 여의치 않자 시골에서 카페를 경영하는 누이 부부의 집에 머물면서 노래를 만든다. 그러던 어느 날 관광차 그곳에 온 역시 프로 뮤지션인스위스인 부부를 만난다. 삶의 반환점을 돈 그 부부를 통해, 동일한사태에 전혀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두 가지 '태도'를 통해, 개인의 의지가 인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동시에 이른바 운명 앞에서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속수무책이 될 수 있는지를 사실적이고 날카롭게 포착한다.

성공을 꿈꾸는 젊고 재능 있는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주인공은, 런던에서 일자리를 찾다가 여의치 않자 몰번 근처 시골에서 카페를 경영하는 누나네 집에 머물며 노래를 만든다.

그러던 어느 날 혼자 언덕에 올라 기타를 치며 노래를 만들던 중, 누나네 카페에도 한번 들렀던 스위스인 부부인 틸로와 소냐를 만난다. 관광차 이곳에 들렀다는 이들 부부는, 생계를 위해 호텔에서 연주를 하지만 자신들만의 음악세계를 갖고 있는 프로 뮤지션이다. 주인공은 그들에게 자신이 만든 음악을 들려주며 그들과 음악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표제작이자 넷째 이야기인 「녹턴」에서는 첫째 이야기에 등장한토니 가드너의 아내 린디 가드너가 다시 등장한다. 재능은 있지만못생긴 외모 때문에 무명의 세월을 보내는 한 색소포니스트가 성형수술을 받고 베벌리힐스의 호화스러운 호텔에서 회복기를 보내던중 토니 가드너와 이혼한 후 성형수술을 받고 그곳에 온 린디를 만난다. 대부의 테마와 더불어 이 작품집의 주제가라 할 만한 토니가드너의 노래가 베네치아 운하에 이어 이번에는 베벌리힐스의 고급 호텔방에 울려 퍼진다.

색소폰니스트 스티브는 재능은 있지만 외모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 아내 헬렌은 다른 남자에게 떠났고, 새로운 남자는 이에 대한 보상으로 스티브의 성공을 위해 그의 성형수술과 회복 비용 전체를 부담하겠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거부하다가 결국 매니저의 꼬임에 넘어가 수술을 받게 된다.

성공적인 수술 후 할리우드의 일급 호텔에서 은밀하게 회복기를 보내던 스티브는, 간호사를 통해 옛 유명 가수 토니 가드너의 이혼녀 린디가 역시 성형 수술 후 바로 옆방에서 회복기를 보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은 얼굴에 붕대를 감은 채로, 음악과 자신들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린디는 스티브의 음반을 듣고서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음악계 유명인에게 소개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던 어느 날 린디는 자신의 집에서 마지막 회복기를 보내겠다고 먼저 퇴원한다. 결국 이들은 얼굴에 붕대를 친친 감은 채, 끝내 어느 쪽도 붕대를 푼 후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헤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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