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이야기 「비가 오나 해가 뜨나」, 곧 ‘기쁠 때나 슬플 때나'의뜻이 담긴 이 작품은 레이 찰스의 노래 제목에서 딴 것으로, 외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남자가 런던의 대학교 동창 커플의 집에 초대되어 가서 벌어지는 일을 소재로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이어지고 엇갈리는지, 우리안애 있는 이상이 어떤 점화 장치를 만나면 폭발하는지, 그것이 왜 대개 불발로 끝나고 마는지, 또 한 그 불발이 어떻게 삶의 내공이 되어 가는지를 익살스럽게 보여 준다.
외국을 떠돌며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 강사 레이먼드는 런던의 대학교 동창 커플의 집에 휴가를 보내기 위해 온다. 그런데 정작 그를 맞아 줘야 할 찰리는 그가 오자마자 아내를 부탁하며 출장을 떠난다. 레이먼드를 달갑지 않게 맞이한 에밀리 또한 바쁜 일로 회사에 가 버린다.
에밀리와 음악 취향이 비슷해서 음악에 관한 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레이먼드에게 두 친구의 변화는 낯설고 그들의 집에 혼자 있는 자신이 어색하다.
편안히 쉬려고 하던 중 레이먼드는 식탁에 놓인 에밀리의 개인 수첩을 보다가 몇 페이지를 구겨 버리게 된다. 그때 찰리의 전화가 걸려왔고, 찰리는 그에게 자기 부부의 문제를 털어놓으며, 에밀리의 수첩을 엿봤다는 건 큰 사건이라고 알려준다. 그래서 수첩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레이먼드는 찰리의 도움으로 갖은 계략을 짜게 되고, 계략에 따라 또 다른 사건을 꾸미게 된다. 그러나 에밀리는 예상보다 일찍 집에 돌아와 결국 사건을 꾸미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어 버린다.
레이먼드는 그 동안의 이 두 부부의 위기의 순간들을 알게 된다.
셋째 이야기 「말번힐스」는 젊고재능 있는 무명의 싱어송라이터가 런던에서 일자리를 찾다가 여의치 않자 시골에서 카페를 경영하는 누이 부부의 집에 머물면서 노래를 만든다. 그러던 어느 날 관광차 그곳에 온 역시 프로 뮤지션인스위스인 부부를 만난다. 삶의 반환점을 돈 그 부부를 통해, 동일한사태에 전혀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두 가지 '태도'를 통해, 개인의 의지가 인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동시에 이른바 운명 앞에서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속수무책이 될 수 있는지를 사실적이고 날카롭게 포착한다.
성공을 꿈꾸는 젊고 재능 있는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주인공은, 런던에서 일자리를 찾다가 여의치 않자 몰번 근처 시골에서 카페를 경영하는 누나네 집에 머물며 노래를 만든다.
그러던 어느 날 혼자 언덕에 올라 기타를 치며 노래를 만들던 중, 누나네 카페에도 한번 들렀던 스위스인 부부인 틸로와 소냐를 만난다. 관광차 이곳에 들렀다는 이들 부부는, 생계를 위해 호텔에서 연주를 하지만 자신들만의 음악세계를 갖고 있는 프로 뮤지션이다. 주인공은 그들에게 자신이 만든 음악을 들려주며 그들과 음악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표제작이자 넷째 이야기인 「녹턴」에서는 첫째 이야기에 등장한토니 가드너의 아내 린디 가드너가 다시 등장한다. 재능은 있지만못생긴 외모 때문에 무명의 세월을 보내는 한 색소포니스트가 성형수술을 받고 베벌리힐스의 호화스러운 호텔에서 회복기를 보내던중 토니 가드너와 이혼한 후 성형수술을 받고 그곳에 온 린디를 만난다. 대부의 테마와 더불어 이 작품집의 주제가라 할 만한 토니가드너의 노래가 베네치아 운하에 이어 이번에는 베벌리힐스의 고급 호텔방에 울려 퍼진다.
색소폰니스트 스티브는 재능은 있지만 외모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 아내 헬렌은 다른 남자에게 떠났고, 새로운 남자는 이에 대한 보상으로 스티브의 성공을 위해 그의 성형수술과 회복 비용 전체를 부담하겠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거부하다가 결국 매니저의 꼬임에 넘어가 수술을 받게 된다.
성공적인 수술 후 할리우드의 일급 호텔에서 은밀하게 회복기를 보내던 스티브는, 간호사를 통해 옛 유명 가수 토니 가드너의 이혼녀 린디가 역시 성형 수술 후 바로 옆방에서 회복기를 보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은 얼굴에 붕대를 감은 채로, 음악과 자신들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린디는 스티브의 음반을 듣고서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음악계 유명인에게 소개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던 어느 날 린디는 자신의 집에서 마지막 회복기를 보내겠다고 먼저 퇴원한다. 결국 이들은 얼굴에 붕대를 친친 감은 채, 끝내 어느 쪽도 붕대를 푼 후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헤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