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팝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가수이자 기타리스트인 미셸 자우너의 작품이다. 뉴욕타임스 29주이상 베스트셀러/2021 뉴욕타임스, 타임, 아마존, 굿리즈 올해의 책/버락 오바마 추천도서에다가,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로 상당기간 순위를 차지했던 너무 유명한 책이다.

자우너는 음악과 처음 사랑에 빠진 풋풋한 시절을 생생하게 기록한다. 수많은 젊은 예술가가 겪는 시련, 이를테면 부모의 극심한 반대, 생활고, 기약 없는 미래로 불안에 떨던 경험도 솔직하게 들려준다. 미국이란 나라에서 아시아계 혼혈인 여성으로서의 삶의 이야기도 잘 녹아져 있다.

"내 배에 종양이 있대."

화창한 5월, 세상은 쉬지 않고 돌아가는데, 나는 할 말을 잃은 채 길에 멍하니 서서 내가 사랑한 누군가를 이미 죽게 만든 그 병으로 엄마가 당장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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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H마트에만 가면 우는 여자.

늘 사 먹던 김이 어디 거였냐고 이젠 물어볼 사람도 없다.

백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저자 미셀은 철저히 한국인 문화와 식성에 맞게 키워졌다.

아시아 식재료를 파는 H마트에서 사 온 재료로 된장찌개, 김치찌개, 미역국, 각종 나물 등으로 밥상을 차렸던 엄마.

미국에서 자랐지만 입맛은 토종 한국인 못지않았던 미셀은 사춘기를 겪으며 자신을 이방인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로 인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미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것 같은 혼혈인으로 살아가며 겪어야 했던 정체성의 혼란은 미셀을 가족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만드는데...

엄마가 자신의 곁을 떠나고 나서야 자신에 대한 엄마의 진정한 사랑과 추억을 되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한인 마트에서 잃어버린 한국인의 조각을 찾는 한 여성.

한국계 미국인인 미셀 자우너의 뭉클한 성장기를 담은 에세이.

H마트에서 울다』 이다.

음식은 엄마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철철이 제철 음식을 해먹고, 꼬박꼬박 명절 음식을 챙겨 먹었으며 생일날에는 미역국을 끓여먹었다.

한국만큼 구하기 쉽지 않은 식재료일 텐데 엄마는 딸의 입맛에 맞게 매번 밥상을 차렸다.

엄마는 식성뿐만 아니라 생활방식, 문화도 한국식이었는데, 아이가 다치면 "하지 말라고, 엄마가 대체 몇 번이나 말했어?" , "네 엄마가 죽었냐, 울긴 왜 울어"등 여느 미국 가정의 모습과 달리 무자비하고 때로는 냉정해 보일 정도로 딸을 다그쳐 딸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기도 한다. 미국에 살면서 오로지 한국의 문화를 고집했던 엄마와 미국인처럼 살고자 했던 딸의 문화적 차이는 결국 모녀간의 갈등을 키우는 계기가 되고 만다.

엄마의 급작스러운 암 투병으로 엄마를 간병하면서 엄마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미셀은 엄마가 자신을 얼마나 끔찍이 여겼는지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음식을 제대로 넘기는 못하는 엄마를 위해 이제 미셀이 한국을 떠올리게 할 음식을 직접 만들기 시작한다.

'엄마가 나에게 해줬던 것처럼 이제 내가 엄마의 기운을 북돋고, 몸에 충분히 영양을 공급하고, 회복에 필요한 힘을 되찾아줄 음식을 만들어야겠다.'

저자의 미국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문예지 『뉴요커』에 실려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결국 책으로까지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다수의 독자에게 가닿았던 것은, 그의 이야기가 상실과 애도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었기 때문 아닐까. 미셸은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스러운 투병 과정을 지켜보고 결국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영영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경험에서 받은 깊은 상처를, 그 쓰라린 상실감을 음식에 대한 추억을 매개로 성숙하게 수용해나가는 모습을 자신의 글로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그와 동시에 어머니의 고독을 이해하려 애쓰고, 결함투성이인 아버지를 연민하고, 어머니를 잃은 아픔을 공유하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들어나가는 과정도 보여준다. 그리고 가장 막막하고 고통스러운 순간에 든든하게 곁을 지키면서 위로를 해준, 지금은 남편이 된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통해진실한 사랑을 깨달아간다.살아가면서 물리적·심리적 장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 소소한 일상은 영화에서 묘사한 한인 이민 가족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아 공감했고 위로도 받았다. 하지만 시종일관원대한 자기 증명의 꿈에 사로잡힌 아버지의 도전과 좌절과 성장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서사 속에서, 어머니가 꿈꾸던 행복한 삶과 소망, 어머니가 맛보았을 좌절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는 간간이 스치듯 그려지기만 해서 못내 아쉬웠다. 게다가 할머니와의 관계를 통해 내적으로 성장하는 극 중 아들과 달리 딸은 그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도 계속 마음에 남았다. 언젠가 자기만의 목소리를 갖게 된 딸의 시선으로 어머니의 삶을 돌이켜본 이민자 이야기도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기적처럼 이 책의 번역 의뢰가 들어왔다. 예술가가 된 딸의 시선으로 1세대 이민자인 어머니의 삶을 되짚는 이야기가.

자우너의 가족은 중산층이라 경제적으로 크게 어렵지 않았고, 전업주부였던 어머니는 한 해 걸러 한 번씩 딸을 데리고 한국에 갔다. 자우너는 한인 교회의 한글학교에서 한글을 읽고 쓰는 법을 배웠고, 잦은 한국 방문과 한국 친척들과의 친밀한 교류 덕에 어머니 나라의 문화도 풍부하게 경험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를 딴 세상 사람처럼 느낀다.

예술가라는 겹겹의 소수자로 살아가면서 맞닥뜨린 또다른 종류의 좌절과 혼란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묻는다. 너는 누구냐고, 너 같은 아시아계 여자 가수는 이미 있는데 너는대체 무얼 보여줄 거냐고. 하지만 영민하게도 그는 곧 자명한대답을 야무지게 찾아낸다. 자신은 자유롭게 개성을 추구하며살아가는 미국인인 동시에 갈비와 김치를 좋아하고 치킨을 먹을 땐 반드시 무피클로 입가심하고 펄 시스터즈의 ' 커피 한잔'을 들으면서 애수에 잠기는 한국인이기도 하다고, 이렇게 자우너는 자신에게 다가온 장벽을 하나하나 당당히 극복해내면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점점 더 단단하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변해간다.

이러나저러나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으로 와닿은 부분은,

시종일관 어머니의 투병과 때 이른 죽음이라는 무거운 상실의 시간을 견디면서도 음식을 만들고 나누고 추억하면서 부지런히 자기 치유와 타인과의 연결과 소통을 도모하고 자기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저자의 건강한 삶의 태도였다.

살아가면서 아무리 막막한 순간이 오더라도 어디엔가는 반드시 당장의 숨구멍을 만들어낼 여지가 있고, 하루하루 그런 반짝이는구멍들을 찾아내는 일이야말로 우리의 의무라고 그가 말하는 자란 나라의 문화와 성장 배경이 어머니의 가치관과 습관, 두려움과 소망을 만들어냈다는 사실도 이해하게 된다.

그렇다고 어머니를 단순히 이민자라는 정체성 안에만 가둬 바라보지 않는다. 자우너는 누군가의 아내와 엄마로 가족들을 보살피는 역할을 평생의 소명으로 삼아 충실하게 살아온 어머니의 삶을 오만하게 폄하한 자신의 짧은 생각을 반성한다. 어머니의 삶 또한 책이나 음악을 만들거나 일터에 나서서 돈을 벌어오는 삶 못지않게 가치 있는 삶으로 존중하게 된다.

또한 저자는 타인의 입맛을 잘 기억해뒀다가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짬뽕과바삭바삭한 전을 좋아하고, 홈쇼핑에서 구입한 물건으로 한껏멋부리고 동네 미술 수업을 들으러 다니며 미숙하게나마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자기 이름을 새기고 싶어하는 아마추어 예술가이기도 하다. 누구누구의 엄마로만 존재하는 게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소망을 가지고 고민하며 성장해나가는사람이기도 한 것이다.

백인 중심의 미국 사회에서 아시안 혼혈인으로 살아가야 했던 미셀은 많은 방황도 하지만 지금은 '리틀 빅 리그'라는 밴드를 결성해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음악에 담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H마트에서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떠올리며 한국의 음식과 문화를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도 잃지 않으려 한다.

저자의 노래를 감상해보시려면

https://youtu.be/xFKH42R8wak


https://youtu.be/xFKH42R8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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