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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평점 :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은 책 한 권, <하쿠다 사진관>입니다.
지금 읽기 딱 좋은 책으로 추천드립니다.
배경은 제주도의 작은 사진관이고,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섬사람일 때도 있고, 사진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일 때고 있고, 제주도와 ˝해녀˝일 때도 있어요. 따듯하고 인간적인 이야기였습니다.
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좋아하셨다면, 이 책도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마냥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좋은 이야기책, 하쿠다 사진관을 소개합니다!
‘하쿠다‘는 제주도 말로 ‘하겠습니다‘ 그런 뜻이야. 그러니까 ‘무엇이든 멋지게 촬영하는 사진관‘이라는 뜻이지
도서 소개 - 차례 등
이야기를 주로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은 2명입니다.
첫 시작부터 우리와 함께하는 여주인공 ‘연제비‘
유아교육학과를 나와서 어린이집, 사진관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인스타그램의 인플루언서?에요. 사진도 잘 찍고, 광고도 잘 하고, 감각 있는 사람. 그리고 혼자만 끌어안고 있는 비밀이 있는 사람.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정리하고 한 달 동안 제주도를 즐겼던 제비.
그리고 빈손으로 제주도를 벗어나려다가 우연히 대왕물꾸럭 마을의 ‘하쿠다 사진관‘에 눌러 살게 됩니다.
그녀를 중심으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또 다른 주인공은 ‘하쿠다 사진관‘의 주인장, 석영.
사진만 바라보고 살다 이제 제주도에 정착하고 싶어 하는 든든한 남자로 해녀를 짝사랑 중인 준비된? 가장입니다.
사실.. 이 책을 처음 펼쳐서 주인공들을 펼쳤을 때는 로맨스?? 로맨스인가??하고 설렜는데 말이죠. 그건 아니었음. ‘하쿠다 사진관‘에서 보여지는 사람들의 이야기였어요.
배경이 제주도니까 제주도 사람들의 풍습, 타지 사람에 대한 배척, 괸당(사랑하는 사람, 혈연으로 맺은 친족)이 되는 방법 등 제주도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어요.
해녀
물소중이(잠수복)
˝ 해녀 엄마를 둔 모든 딸이 물질을 할 수 있는 건 아냐. 모든 해녀는 스스로 숨 참는 법을 익혀야 한다. 사후 세계처럼 어둡고 찬 바다로 매일 들어갈 용기를 내야만 하고.˝ - 해녀 양희
해녀복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요.
만삭이 되어도 입고 나가야만 했던 해녀복. 그래서 옆선이 트인 형태이기도 하대요. 몸이 변해도 입어야 하니까.
몸을 푼지 며칠이 안되어도, 월경이어도 나가야만 했던 물질.
면으로 만든 해녀복 하나 입고, 만삭에도 겨울바다를 나서야 했던 제주도 어머니의 복. 물소중이.
이 내용을 이야기로 듣고, 위의 노래를 보니까 진짜 눈물 났어요.
물소중이 옷을 입고 스냅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버럭 화를 내는 해녀들의 장면이 나옵니다.
근데 이 내용을 알고 보니 이해가 갔어요. 그분들에게 이 물소중이 옷은 함부로, 패션으로 입는 옷이 아닌 거예요.
중년 라이더들의 모임
하쿠다 사진관을 처음으로 찾아와서 ˝스냅사진˝맛집으로 알려진 계기가 된 분들이 나옵니다.
50대 여고 동창들의 라이더 모임!!
진짜 멋졌어요~~ 그리고 그 순간을 찍는 석영의 한 마디가 있죠.
이것이 그들에게 마지막일 수 있으니까.
며칠 전 읽은 ˝메타인지 대화법˝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언제나 마지막처럼 상대방을 대하라는 말이죠.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할 것. ˝죽음˝, ˝정성˝이라는 단어도 생각났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정리되는 생각들이 참 좋더라고요^^
예비부부의 웨딩사진
˝ 일을 잘하는 건 노력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행운의 영역˝이라고 말하는 똑 부러진 신부.
이 예비부부는 사진관의 사진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상대방을 다시 보게 되죠.
사진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정말 좋은 도구구나.. 하는 생각도 든 장이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구절들
˝ 특별히 애쓰지 않는다면 이 얄팍한 인연은 얼마 못 가 끊어질 거야.˝
- 제비 (하쿠다 사진관 보조)
인연은 붙잡아야 하는 거죠. 지금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식물을 기르는 것처럼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어느샌가 사라진다는 걸 너무 늦게 알기도 해요.
˝돈하고 바꿀 가치가 있어야 예술이 되는 거야. 비쌀수록 더 가치가 있는 거고.˝
- 석영 (하쿠다 사진관 사진사)
저도 이런 가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누군가의 손에 들리고, 입혀져도 당당할 수 있는 작품으로.
그러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만들어봐야겠죠? ㅎㅎ
˝살아보니 그렇더라. 뭔가를 위해 무슨 일을 하다 보면, 계속하다 보면, 그게 언젠가 너를 구하는 거야.˝ - 양희 (해녀)
하릴없이 흘러가는 시간과 의미 없어 보이는 일이라도 그 시간을 내가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단단히 쌓이기도 하고 모래처럼 쓸려가기도 해요. 내가 보내는 시간이 의미 있는 시간이길.
˝그러지 마. (왜 그 전공을 선택했는지) 생각해야 해. 너처럼 똑똑한 애들일수록 더 깊이 생각해야지. 자기 결핍을 메꾸려는 똑똑이들처럼 무서운 인간도 없어. 이걸 기억해. 네 구멍을 메꾸려고 남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너 자신을 소진해서도 안 돼. 내 말은, 무의미하게 소진해서는 안 된다는 거야.˝ - 종군사진기자 스테판 거츠가 지질학과 대학원생에게
진로를 결정할 때도, 인간관계에서도 명심해야 해요.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더 깊이 생각해 봐야 하죠. 더 늦기 전에. 잘못된 길로 가기 전에.
˝너한테 뭐가 중요한지, 그거는 네가 알지. 누구나 그렇잖아.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 필요 없어. 너는 지금 살아있지? 그건 참 대단한 일이야. 나는 네가 숨 쉬는 것도 장하다.˝ - 석영
그냥 웃고 지나갈 수 있는 대화였는데, 괜히 마음이 따듯해지는 구절이더라고요.
때로는 그저 숨 쉬고,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을 수 있다는 것이.
˝즐거운 사진만 있으면 감각이 무뎌져요. 이런(싸우는 사진)이 중간중간 있으면 아이의 웃는 얼굴이 소중해집니다.˝ - 석영 (p341)
삶도 같아요. 그쵸?
언제나 웃는 일상이면 그게 소중하지 않을 텐데, 순간이 소중하다는 걸 안다는 건 그만큼 힘든 시간을 견뎠기 때문일지도.
그냥 평범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따뜻하게 가슴을 울리기도 하고, 생각을 정리하기에도 좋은 책이었습니다.
제주도라는 지역적 특징과 독특한 캐릭터들, 현실성이 섞인 재미있는 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