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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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넌 미쳐가고 있어. 넌 미쳐가고 있어. 넌 미쳐가고 있어."


폭우가 쏟아지는 밤. 
남편의 경고에도 지름길인 숲 길로 차를 몰던 캐시는 멈쳐진 차 안의 여자를 마주친다.
혹시나 하는 두려움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지나쳐가고, 다음 날 그 숲 길에서 시체를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죄책감에 휩싸이게 된 캐시.
그리고 살인 사건 이후 집에는 알 수 없는 전화가 계속 오는데...


얼마 전 <테라피스트>를 재미있게 읽고, B.A. 패리스의 다른 책이 읽고 싶어서 선택한 책. ​

제인이 죽고, 죄책감과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피폐해져가는 캐시.
나도 같이 숨이 막혀가고, 진실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진다.
이 기분과 비슷한 상황이 소설 중반에 걸쳐 오래 지속되어 점점 지루해져갔다.

그러다 뒤로 갈수록 앞에 나왔던 조각들이 하나로 이어져가며, 속도감이 붙는다.
상황이 반전되며 진행되는 과정에서 캐시의 행동이 조금은 통쾌했다.
그리고 내가 예상했던 반전도, 예상못한 반전도 함께 나와 조금은 보답받는 느낌이었다. 

아직 B.A. 패리스의 책은 <테라피스트>와 <브레이크 다운> 2권 뿐이지만,
개인적으로 <테라피스트>를 더더더 재미있게 읽어서 좀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B.A. 패리스의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지.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에 집중하려 노력하지만 머릿속은 온통 어젯밤 생각뿐이다. 내가 차를 세웠다 다시 출발시키던 그 순간을 자꾸자꾸 되돌려본다. 차 안의 그 여자, 그때는 살아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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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스트
B. A. 패리스 지음, 박설영 옮김 / 모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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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믿지 말아요."​


앨리스는 연인 레오와 런던의 호화로운 주택 단지의 집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한다.
그러다 얼마되지 않아 이 집이 살인사건 현장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앨리스.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밝혀진 피해자의 남편은 자살을 했다. 
레오는 이 사실을 숨기고 이 집으로 이사를 왔으며, 이웃 사람들도 모두 의심이 간다. 
피해자의 남편이 정말 범인인 것일까? 아니라면 범인은 과연 누구인가? 


처음부터 집의 비밀과 더불어 많은 범인 후보들이 있어 긴장감을 가지며 읽어나갔다.
주인공 앨리스가 살인 사건 피해자의 이름이 자신의 언니인 니나라는 이름과 같아 사건의 실마리를 파헤치는데 집착이 장난 아니다. 
그러니까 내용이 진행이 되는거겠죠. 앨리스에 대해 하고싶은 말이 좀 더 있지만, 더 말할 수가 없네요;

읽으면서 긴가민가했던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고..
(확신을 가졌어야 했는데, 나의 추리력이 조금 아쉬웠다.)
범인의 정체에 이어 숨 쉴 틈없이 생각지 못했던 반전까지 나와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새벽.. 졸린 와중에 끝까지 읽고 자겠다는 일념에 읽다 반전에 눈이 커지며 정신이 말짱해졌다)

테라피스트를 재미있게 읽었더니, B.A. 패리스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진다.


그가 복도에서 가방을 집어 들고 손을 흔들더니 현관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의 뒤로 문이 닫히고 그의 발소리가 진입로를 따라 잦아들다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귀를 기울인다. 순간 숨 막히는 정적에 휩싸이며 누군가 여기 있었다는, 외부인이 우리가 자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완벽한 고요에 사로잡힌 채 서 있으니 또 다른 생각이 머릿속을 쾅 하고 때린다.
난 이 집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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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들
에마 스토넥스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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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들』은 1900년 12월, 스코틀랜드 앞바다의 엘런모어 섬의 등대에서 세 명의 등대지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구상한 소설이다. 


20년 전인 1972년 겨울, 콘월 지방의 랜즈엔드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바다의 한 등대에서 등대원 세 명이 자취를 감췄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일련의 단서들이 남아 있었다. 출입문은 안쪽에서 잠겨 있었고, 두 개의 벽시계는 같은 시각에 멈추어 있었으며, 식탁에는 식사를 앞둔 식기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주임 등대원의 기상 일지에는 폭풍이 그 타워를 맴돌고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공교롭게도 그날 하늘은 맑았다. 어떤 기이한 운명이 이 불운한 세 남자에게 닥쳤던 걸까? _36


교대 근무할 등대지기를 태운 구호선이 바다 위의 타워 등대로 향하고, 등대에 도착한 사람들은 텅텅 빈 등대를 마주하며 이 책은 시작한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모험 소설가 댄 샤프가 이 미스터리한 사건에 감춰진 진실을 밝히려 하며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1972년과 1992년.. 20년 간격의 세월을 반복 서술하며 점점 미스터리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게 한다.​

1972년 세 명의 등대지기 아서, 빌, 빈스의 각자의 시선으로 이야기해 등대에 대한 각기 다른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등대지기 삶이란 단조로움 속의 외로움과 고립감의 싸움이며, 세 명의 각자 관계가 가지고 있는 미묘한 심리들이 잘 묘사되어 있다.

1992년 그들의 가족 혹은 연인인 헬렌, 제니, 미셸은 20년이 지난 후 남아있는 사람들의 각자가 이 사건을 생각하는 방향 또한 다르다. 진실을 알아내는 것과 묻는 것.

무엇보다 이 책 챕터별 끊기가 제대로다! 드라마 보는 기분이다.
제일 궁금한 1972년 부분에서 딱 중요한 부분에서 끊고 1992년으로 가고,
1992년에서는 3명의 인물이 각자 인터뷰하며 혼자 이야기하는 듯한 서술 방식이 그들의 고통과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고, 무슨 일이 있었을까하는 궁금증을 일으키며 다시 1972년으로의 반복.
중간중간 새로운 인물들도 등장하고, 각자의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어떤 진실이 기다리고 있는지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된다. 

등대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바다에 대한 묘사가 좋았다. 
등대지기들의 심리와 바다 묘사가 어우러져 나 또한 흐린 안개 낀 망망대해 바다 위에 떠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했다.


조리는 요란한 바다와 조용한 바다를 알고 있다. 너무도 결연하고 성난 굽이침 위에서 당신이 탄 배가 인류의 마지막 까막임처럼 느껴진 나머지 믿지도 않는 것을 믿게 만드는 바다, 천국과 지옥 아니, 저 위에 있는 게 뭐고 저 아래 도사리는 게 뭐든 그 중간쯤인 것 같은 바다를 알고 있다. 옛날에 한 어부가 두 얼굴을 가진 바다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었다. 둘 다 받아들여야 해, 좋은 것과 나쁜 것 둘 다. 그리고 어느 하나도 절대 무시하면 안 된다네. _14

육지 사람에게 바다는 변함없는 것이겠지만, 조리가 알기로 바다는 변함이 없지 않다. 바다는 변덕스럽고 예측할 수 없으며,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사람의 목숨을 앗아 가버린다. _23

오후가 되어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타워에 눈이 내리면 기묘하다. 방위를 가늠할 어떤 것도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지붕 위에 쌓이는 눈이나 어느 농부의 밭을 뒤덮는 눈이 보이지 않으니, 눈이 얼마나 많이 내렸는지 가늠할 수가 없다. 눈은 그저 하늘에서 계속해서 내리기만 하고 하늘은 뼈다귀 색이다. 바다는 조용히 눈을 받아들인다. 저 아래, 칙칙한 금속 색깔의 움직임이 없는 물. 등대에서 일하기 전에는 바다가 항상 같은 색이라고 생각했고, 파란색이나 녹색 외에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은 파랗거나 녹색인 적이 거의 없다. 바다는 온갖 색깔이며 거의 대부분은 검은색이거나 갈색, 누런색, 황금색, 때로 마구 휘저을 때는 분홍색이 된다. _207


[다산북스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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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코를 위해 (스페셜 리커버 에디션)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모모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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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8월 22일 요리코가 죽었다.
 
내게 필요한 건 단 하나, 요리코의 죽음에 대한 진상뿐이다.
단언해도 좋다, 나카하라 형사는 뭔가 숨기고 있다.」
 
 
여고생 딸 요리코가 공원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딸이 임신한 상태로 살해당했다는 걸 알게 된 아빠는 범인을 추적한다.
범인을 찾아내 살해를 하고, 자신도 자살을 하는데...
 
그 옆에 남겨진 일기. 
그리고 파헤쳐져가는 진실. 
 

도입부의 일기 내용에 절로 몰입감이 생기며 쭉쭉 읽어 나갔다.
범인을 살해하고, 자신은 자살하는 부분까지가 일기에 해당되는데, 전체 분량의 약 18%다.
그리고 탐정 린타로에 의해 처음부터 이 사건은 파헤쳐진다. 그러면서 밝혀지는 숨겨진 진실들.

결말이 궁금해 새벽까지 다 읽고 잤다. 끊을 수 없었다.
뒤로 갈수록 내가 예상하는 대로 흘러가는데, 예상이 맞으면서도 거기서 한 번 꼬고, 또 마지막까지 반전까지.
 
내가 예상했던 대로만 흘러갔다면 아쉬웠을텐데, 마지막 반전은... 씁쓸했다...





비뚤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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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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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한 소년이 있었다. 그는 한 소녀를 사랑했고 그 소녀의 웃음 소리는 그가 평생을 바쳐 대답하고 싶은 문제였다. _22


소설 속의 소설 「사랑의 역사」

레오 거스키가 이디시어로 쓴 「사랑의 역사」
즈비 리트바노프가 스페인어로 번역 출간한 「사랑의 역사」
제이콥 마커스의 의뢰를 받아 샬럿 싱어가 스페인어에서 영어로 번역한 「사랑의 역사」

알마를 사랑한 레오, 그 사랑을 담은 시간의 흐름 속의 거대한 역사인 「사랑의 역사」
레오의 친구인 즈비, 로사의 사랑을 얻기 위해 ​레오의 「사랑의 역사」를 베끼고 결국엔 스페인어로 출판까지 하게 되고, 
다비드 싱어, 여행 중 헌책방에서 발견한 「사랑의 역사」를 읽고 연인 샬럿에게 주며 결혼해 「사랑의 역사」 속의 알마의 이름을 딸에게 지어준다.

책 제목처럼 거대한 사랑의 역사와 여러 가지의 사랑의 형태를 보여준다.
알마에 대한 사랑이 기록이 되어 시작한 이야기가 여러 인물들이 얽히며, 각자의 이야기들이 얽히고 설키며 연결되고 결국엔 하나로 합쳐지는 퍼즐같은 소설.

챕터별 레오, 알마, 즈비 시점이 반복 서술되는데, 교차되는 시점에서의 흐름이 조금씩 다 달라서 읽으면서 조금 헷갈렸다. 뒤에서는 알마 동생 버드의 시점까지 등장.
신기했던 건 레오 파트에서는 레오의 성격이 보이고, 알마 파트에서는 알마의 성격이 보이고, 즈비 파트에서는 즈비 성격이 보이는데, 서로가 자기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있어 각자의 개성이 드러난다는 부분이 신기했다. 거기에 소설 속의 소설 「사랑의 역사」도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서 읽힌다는 것이 신기한 경험이었다.

마지막 <A+L> 챕터가 인상깊었던 점은 
왼쪽 면에는 레오, 오른쪽에는 알마. 책을 닫으면 둘은 만난다. 책을 열면 둘은 대화를 시작한다. _옮긴이의 글 中
읽으면서도 뭉클해졌는데, 옮긴이의 표현까지 합쳐지니 크흐!
 
왠지 이 책은 이렇게 보내는게 아쉬운 것 같다. 이번엔 여러 조각들이 하나씩 맞쳐져가는 재미로 읽었는데, 퍼즐이 맞쳐진 지금 다음에 다시 읽으면 새로운 느낌으로 읽을 것 같다. 웬만해선 재독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 책은 다시 생각나서 재독할 것 같은 책이다. 

 
때로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 생각한다. 때로 내 일생에 대해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삶을 살았다. 어떤 종류의 삶이었을까? 하나의 삶을, 살았다.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참을 수 없는 것은 거의 없다는 걸 깨달았다. _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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