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들
에마 스토넥스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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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들』은 1900년 12월, 스코틀랜드 앞바다의 엘런모어 섬의 등대에서 세 명의 등대지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구상한 소설이다. 


20년 전인 1972년 겨울, 콘월 지방의 랜즈엔드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바다의 한 등대에서 등대원 세 명이 자취를 감췄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일련의 단서들이 남아 있었다. 출입문은 안쪽에서 잠겨 있었고, 두 개의 벽시계는 같은 시각에 멈추어 있었으며, 식탁에는 식사를 앞둔 식기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주임 등대원의 기상 일지에는 폭풍이 그 타워를 맴돌고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공교롭게도 그날 하늘은 맑았다. 어떤 기이한 운명이 이 불운한 세 남자에게 닥쳤던 걸까? _36


교대 근무할 등대지기를 태운 구호선이 바다 위의 타워 등대로 향하고, 등대에 도착한 사람들은 텅텅 빈 등대를 마주하며 이 책은 시작한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모험 소설가 댄 샤프가 이 미스터리한 사건에 감춰진 진실을 밝히려 하며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1972년과 1992년.. 20년 간격의 세월을 반복 서술하며 점점 미스터리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게 한다.​

1972년 세 명의 등대지기 아서, 빌, 빈스의 각자의 시선으로 이야기해 등대에 대한 각기 다른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등대지기 삶이란 단조로움 속의 외로움과 고립감의 싸움이며, 세 명의 각자 관계가 가지고 있는 미묘한 심리들이 잘 묘사되어 있다.

1992년 그들의 가족 혹은 연인인 헬렌, 제니, 미셸은 20년이 지난 후 남아있는 사람들의 각자가 이 사건을 생각하는 방향 또한 다르다. 진실을 알아내는 것과 묻는 것.

무엇보다 이 책 챕터별 끊기가 제대로다! 드라마 보는 기분이다.
제일 궁금한 1972년 부분에서 딱 중요한 부분에서 끊고 1992년으로 가고,
1992년에서는 3명의 인물이 각자 인터뷰하며 혼자 이야기하는 듯한 서술 방식이 그들의 고통과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고, 무슨 일이 있었을까하는 궁금증을 일으키며 다시 1972년으로의 반복.
중간중간 새로운 인물들도 등장하고, 각자의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어떤 진실이 기다리고 있는지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된다. 

등대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바다에 대한 묘사가 좋았다. 
등대지기들의 심리와 바다 묘사가 어우러져 나 또한 흐린 안개 낀 망망대해 바다 위에 떠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했다.


조리는 요란한 바다와 조용한 바다를 알고 있다. 너무도 결연하고 성난 굽이침 위에서 당신이 탄 배가 인류의 마지막 까막임처럼 느껴진 나머지 믿지도 않는 것을 믿게 만드는 바다, 천국과 지옥 아니, 저 위에 있는 게 뭐고 저 아래 도사리는 게 뭐든 그 중간쯤인 것 같은 바다를 알고 있다. 옛날에 한 어부가 두 얼굴을 가진 바다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었다. 둘 다 받아들여야 해, 좋은 것과 나쁜 것 둘 다. 그리고 어느 하나도 절대 무시하면 안 된다네. _14

육지 사람에게 바다는 변함없는 것이겠지만, 조리가 알기로 바다는 변함이 없지 않다. 바다는 변덕스럽고 예측할 수 없으며,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사람의 목숨을 앗아 가버린다. _23

오후가 되어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타워에 눈이 내리면 기묘하다. 방위를 가늠할 어떤 것도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지붕 위에 쌓이는 눈이나 어느 농부의 밭을 뒤덮는 눈이 보이지 않으니, 눈이 얼마나 많이 내렸는지 가늠할 수가 없다. 눈은 그저 하늘에서 계속해서 내리기만 하고 하늘은 뼈다귀 색이다. 바다는 조용히 눈을 받아들인다. 저 아래, 칙칙한 금속 색깔의 움직임이 없는 물. 등대에서 일하기 전에는 바다가 항상 같은 색이라고 생각했고, 파란색이나 녹색 외에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은 파랗거나 녹색인 적이 거의 없다. 바다는 온갖 색깔이며 거의 대부분은 검은색이거나 갈색, 누런색, 황금색, 때로 마구 휘저을 때는 분홍색이 된다. _207


[다산북스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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