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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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최고의 책. 쇼코의 미소로 내게 들어왔고, 밝은 밤으로 나를 적셨다. 최은영 작가님의 후속작이 기다리고 기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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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 그림자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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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씨.
하고 무재씨가 말했다.
노래할까요?


따옴표가 없는 대화체가 담담한 듯 읽히며, 집중하게 된다.
최근 <나의 잠과는 무관하게>에서도 따옴표가 없는 대화체가 낯설면서도 집중하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었는데, 이 책 역시 그랬다.

시작은 은교씨를 무재씨가 잡아주고, 끝은 무재씨를 은교씨가 잡아주며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잔잔한 듯 내게 다가와서 내 마음에 실금이 생겼다 아물어져간다.
조용 조용하게 다가와 진한 발자국을 내게 남기고 간다.

은교씨와 무재씨가 향하는 어두운 밤길에 누군가를 만나고, 빛이 들어오기를.
우리의 그림자가 일어나지 않기를.



요즘도 이따금 일어서곤 하는데, 나는 그림자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야. 저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생각하니까 인력이니 뭐니 견딜 만해서 말이야. 그게 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가끔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시간이 좀 지나고 보니 그게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맞는 것 같고 말이지. 그림자라는 건 일어서기도 하고 드러눕기도 하고, 그렇잖아? 물론 조금 아슬아슬하기는 하지. 아무것도 아니지만 어느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닌 게 되어버리면 그때는 끝장이랄까, 끝 간 데 없이 끌려가고 말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_50​


[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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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잠과는 무관하게 소설Q
강성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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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하늘에서 흰 것이 마구 떨어지고 있었는데 이런 밤이 처음이 아닌 것 같았다. 반복되는 꿈속에 있는 것처럼. _46 「겨울 이야기」


14편의 짧은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의 탈을 쓴 시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설같기도, 시같기도.
이야기보단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꿈을 꾸는 듯한 몽롱한 느낌, 현실과 꿈의 경계에 잠시 다녀온 느낌이다.


진서는 무얼 더 기억하고 있을까. 내가 잊어버리고 잃어버린 것들은 또 얼마나 될까. _27 「나무 위에 있어요」

길가에 내놓은 의자에 주인이 있나요.
그러니까요. 주인도 아닌데 어떻게 잃어버려요. _33 「의자 도둑」

소장님 이거 혹시 꿈일까요? 아까부터 계속 꿈꾸는 기분이에요.
누구 꿈?
제 꿈이겠죠? _141 「전화벨이 울렸다」


[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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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성소년
이희주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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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 요셉이 그를 잡아 세웠다. 갈 땐 가더라도 요셉, 마지막으로 너는 한번 안고 가야지. 그런 생각에 이른 안나는 코웃음을 쳤다. 요셉을 안는다니. 그건 납치라도 하지 않고선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정말이지, 납치라도 하지 않고서야……


"오늘, 내 최애를 납치했다."
인기 아이돌 요셉을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하다 못해 납치극을 벌인 네 여자 안나, 미희, 나미, 희애.
네 여자의 한 남자를 향한 광기와 욕망.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범죄를 저지른 네 여자의 비틀린 사랑.
각 인물들의 감정 묘사가 눈에 띄고, 뒤로 갈수록 파국으로 치닫는 전개가 이어진다.
(제일 충격받은건 박!!)

난 파국이라 생각했지만, 네 여자에겐 아닐지도...
네 여자의 결말도 각자의 사랑법인듯.

각 인물들의 감정 묘사가 불편하면서도 내면의 끈덕함이 올라오는데, 끝나고나서도 한참동안 묘한 느낌이 이어졌다.


인간의 마음은 두터운 커튼이 드리워진 방.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영원한 미스터리잖아요.

아버지는 성인이었습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기로 하고 모두를 사랑하기로 한 성소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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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꼬치의 기쁨
남유하 저자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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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레인의 기대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았다! 
『양꼬치의 기쁨』 속 10편의 목차 중에 제일 기대가 되는 작품을 골라 기대평을 남기는 이벤트였다.

「닫혀 있는 방」, 「초신당」, ​「양꼬치의 기쁨」, 
「뒤로 가는 사람들」, 「상실형」, 「초대받은 손」, 「흉터」, 
「기억의 꿈」, 「내 이름은 제니」, 「두 시간 후, 지구 멸망」​

나는 제목만 봤을 땐, 10편 중 「닫혀 있는 방」을 선택했다. '방'이라는 공간은 매일 있는 공간이라 왠지 현실과 맞닿아 공포감을 줄 것 같아서 선택했다. 

​공포영화도 잘 안 보는데, 공포호러 소설이라니...
나에게 새로운 장르의 도전이었다.
첫 공포호러 소설이기도 하고 내가 읽을 수 있을까 걱정하며 펼쳐보았다. 하지만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까가 더 궁금했나보다.

책 표지부터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일상 속 틈새의 두려움과 공포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현실에 있을법한 다양한 갈등에 잔인함 혹은 환상적인 요소를 가미해 공포감을 준다.
각 편마다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나 기이한 분위기가 넘쳐난다. 
오히려 장편이었으면 흐름이 길어지고, 긴장감이 오래가 읽기에 내 심장이 힘들었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잔인하고, 비위가 약하면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을 수도. 만약 영상으로 나온다면 난 영상으로는 못 볼 것 같다. 무서워!
잠 못잘까 나름 상상력을 제한하며 읽었는데, 걱정과는 달리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었다.

듀나 소설가와 박현주 소설가의 추천사 중 "그 순간의 카타르시스를 기다리고 있었으리라."와 "그 공포에는 슬픔이 배어 있지만, 승리감도 함께한다."는 문장에 나도 깊이 공감했다.

그로테스크한 카타르시스가 느끼고 싶다면, 『양꼬치의 기쁨』을 읽어보시길!

책을 다 읽고 나면 책 표지도, 작가님의 사인도 달리 보이게 된다. ​

제일 긴장감 넘치고 소름이 많이 돋았던 편은 「초신당」
분위기부터 심상찮고, 특히나 '머리카락'으로 소름주기 있기?! 읽으면서 소름돋고, 괜히 간질거리고, 나도 모르게 내 머리카락 만지작거린다.... 뿐만 아니라 끔찍한 장면들의 향연...

인상깊었던 소재는 「상실형」
상실형은 살인이나 강간, 방화 등 중죄를 저지른 피고에게 신체 일부를 '상실'하는 형벌로, 어느 부위를 상실할 지 모르며 끌려들어갔다 나오는데 속이 시원해지면서도 긴장감이 크흐!

표제작 「양꼬치의 기쁨」의 잔인함 속의 블랙 유머의 문장으로 리뷰를 마친다. ​


[퍼플레인 기대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도서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영화에서 본 것처럼 정수리에 콱 박힐 줄 알았던 칼날은 남편이라는 해골이라는 단단한 장벽을 넘지 못하고 뚝 부러져 나갔다. 헨켈을 샀어야 해. 아내는 칼 손잡이를 쥔 채 마트에서 행사하는 중국제 칼을 산 걸 후회했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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