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그림자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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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씨.
하고 무재씨가 말했다.
노래할까요?


따옴표가 없는 대화체가 담담한 듯 읽히며, 집중하게 된다.
최근 <나의 잠과는 무관하게>에서도 따옴표가 없는 대화체가 낯설면서도 집중하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었는데, 이 책 역시 그랬다.

시작은 은교씨를 무재씨가 잡아주고, 끝은 무재씨를 은교씨가 잡아주며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잔잔한 듯 내게 다가와서 내 마음에 실금이 생겼다 아물어져간다.
조용 조용하게 다가와 진한 발자국을 내게 남기고 간다.

은교씨와 무재씨가 향하는 어두운 밤길에 누군가를 만나고, 빛이 들어오기를.
우리의 그림자가 일어나지 않기를.



요즘도 이따금 일어서곤 하는데, 나는 그림자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야. 저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생각하니까 인력이니 뭐니 견딜 만해서 말이야. 그게 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가끔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시간이 좀 지나고 보니 그게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맞는 것 같고 말이지. 그림자라는 건 일어서기도 하고 드러눕기도 하고, 그렇잖아? 물론 조금 아슬아슬하기는 하지. 아무것도 아니지만 어느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닌 게 되어버리면 그때는 끝장이랄까, 끝 간 데 없이 끌려가고 말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_50​


[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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