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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을 얻은 개 - 진정한 자신을 만나는 이야기
도네 다케시 지음, 강소정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2년 6월
평점 :
작년쯤이었나? 국내에는 '명견 실버'로 알려진
'은아 유성 긴'이란 오래된 만화책을 읽고 좋아했었다.
일본의 동물 만화 거장인 타카하시 요시히로의 작품으로..
후속작으로는 '은아 전설 WEED'도 있고,
주로 개들이 주인공인 은아 시리즈가 그의 대표작이다.
사냥꾼에게 길러진 뛰어난 사냥개 출신의 개가
거대하고 포악한 큰 곰과 맞서,
다양한 종의 들개 무리들을 이끌고
끝내 승전을 이루며 전설로 남는 스토리인데..
나는 얼핏 이 소설의 대략적인 줄거리만 읽고,
그 만화책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 아닐까? 하는 반가움에
일부러 읽게 되었다.
그리고 몇 장 안 읽어서...알 수 있었다.
이 책은 개(동물)를 의인화해서 표현하고,
사냥개에서 출발하여 주인(사람)을 떠나
또 다른 동지들을 만나고 위대한 모험을 시작하며..
평범한 개로서의 존재를 뛰어넘는 전투를 한다는 점에서
얼핏 유사해보이지만~ 설정만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
이 소설은 결과 주제가 다른 작품이라는 것을...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느낌마저 드는
"자아"계발서 류의 작품이라고 칭하고 싶다.
- 흔히 말하는 자기 계발서가 아닌... 영혼과 진정한 나를 주제로
보다 깊고 영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기에 '자아 계발서'라 표현해봤다.
(+ 덧붙이자면...은아 시리즈를 좋아하는 독자라도, 만족할 수는 있다.
한 편으론 개의 주체적인 모험과 도전, 동물들의 우정과 의리,
리더가 통솔하고 개들이 협공하는 전투가 나온다는 점에서도
감동과 재미 역시 놓치지 않는 픽션이기도 하다.)
소설의 시작이 되는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매의 깃털이라 불리는 사냥꾼 주인의 총애를 받던
우두머리 사냥개였던 존은 사냥을 할 때마다
용기와 자부심을 갖고 그 누구보다 앞장 서 달려나가..
총에 맞아 죽어가는 사냥감의 숨통을 끊어 놓는 일을 맡아왔다.
어느 날에도 여전히 존은 총에 맞아 죽기 직전,
숨을 헐떡거리며 피를 잔뜩 흘리고 있는 존재를 가장 먼저 찾아낸다.
그런데 죽어가던 사냥감은 '늑대 다르샤' 였다.
개와 너무 닮은 늑대를 처음 만나본 존..
순간 같은 종족인데다가, 신비함마저 느껴 움찔하게 되는데..
푸르고 깊은 눈을 가진 늑대 다르샤는 죽음을 탓하지 않고,
존에게 묘한 이야기를 건넨다.
영혼의 소리를 듣고 따르며 진정한 자아로 살아가라는 이야기,
또한 진정한 자신과 자유를 찾을 수 있는~
'하이랜드'라 불리는 영혼의 고향으로 가보라는 말이었다.
원망과 아쉬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고통, 절망이 없이..
타자를 탓하지 않고 품위있게 죽어가는 다르샤의 말을 듣고 난 뒤,
존은 그동안의 삶에 대해 내면의 깊은 혼란과 의문을 갖게 된다.
그리고 사람에게 길들여져 충실한 사냥개로 살아가던
현재의 안정된 삶을 버리고,
미지의 하이랜드를 찾아서 모험을 떠나게 된다.
그렇게 영혼의 소리를 따라 용기있는 걸음을 내딛은 존은
사냥꾼 주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굶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처음 해본 토끼 사냥에서-
세상이 서로 이어져있고, 생명이 연결되어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 나 대신 희생되고 죽은 이들에 대한 책임,
살아있다는 것은 목숨에 책임을 다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48p
자신이 죽였던 북쪽 계곡의 용맹한 리더 맷돼지 갈도스의 아들인 앙가스와
깨달음을 준 할아버지 멧돼지 코우자를 만나게 되면서-
"육체는 영혼의 탈 것이며, 에고는 마부, 영혼이야말로 본질 "이라는 가르침을..
부정적인 두려움으로 가득 찬 에고의 소리를
뛰어넘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산교육을 시켜 준
전설의 붉은 마수 '조박'과의 조우와 선문답 같은 대화에서-
공포라는 환상을 버리고 진정한 자신과 마주보고 대결하라는 가르침을..
"도망치면 칠수록 '공포'와 '불안'은 더 따라오거든.
결국 그것에 붙잡혀서 그 진정하지 않은 자신이,
진정한 자신으로 뒤바뀌어 버리는 거야" -91p
(+ 조박 에피소드를 읽을 때...슬램덩크로 유명한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만화 베가본드의 야규 세키슈사이가 떠오르기도~
無와 부드러움에 대해 가르치는 절대 고수...
조박이 딱 주인공에게 한 수 가르침을 주는 천하무적 야규 할아범 같았다는~)
가조와 사냥개 무리들, 예언자 쥐 쿠요를 통해서 한 발 더 나아간 가르침을...
수호자인 붉은 외눈의 흰 늑대 게트릭스와 푸른 눈의 흰 늑대 벨킨,
은백색의 신비한 능력을 가진 치유馬로 숲의 여신이라 불리는
화이트 킹의 여동생 샬레인을 운명적으로 만나면서
놀랍고 진정한 변화의 경험을 하게 된다.
이 부분에서 또 하나의 리더 사냥개인 시저와 마리우스 형제의 개군대들,
신비의 백마를 노리는 사람들 무리와의 전투와 반전은
울컥하는 감동을 자아내기도~ 내가 이 책 읽다 눈물이 맺힐 줄은 모름 ㅠㅠ
특히 이 책에서 주목할 부분 중에 하나는 이 책의 작가 '도네 다케시'씨가
지난 2016년 폐암 4기와 뇌와 장기, 뼈까지 온 몸에 전이되어
의사에게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의학적 사망 선고를 통보 받았으나..
불가사의한 신비 체험으로 2017년 7월에 암이 거의 사라지는
기적적인 치유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존의 여정과 깨달음의 과정은
결국 저자가 깨달은 철학과 동일하게 느껴지고, (존이 바로 저자구나~ 존=작가)
용서의 중요성과 사랑의 위대한 힘을 가르쳐준~
신비한 치유의 능력을 가진 샬레인의 이야기에서는
저자의 치유 경험에 대한 힌트,
용서와 사랑이 가진 기적같은 힘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듯 다가왔다.
(+ 저자와 인터뷰하고 싶다...대체 그가 경험한 것은 정확히 무엇이었나?
이런 우화와 소설의 형식이 아니라,
그의 구체적이며 직접적인 답변이 듣고 싶어진다..)
존은 하이랜드에 가기 위해, 마지막으로 진짜 스승을 만나게 되는데..
죽지 않는 할아버지 늑대 레드르크와 나눈 대화와 수업은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깨달음을 궁극적으로 집약하여 들려주고 있다.
단순한 동물 우화로 치부하기에는...
저자가 경험했던 기적과 깨달음이 무엇인지 더 들어보고 싶다~
작가와의 심도있는 직접적인 인터뷰를 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책을 매우 좋아하는 내가 작가와 직접 인터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것은
러시아 소설가들과 일본 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 뿐인데..
베가본드에서 느낀 철학과 메시지+ 연극 아트의 대사에서 인상깊게 들었던
치유와 깨달음에 효과있다는 어느 프랑스 철학 이론+ 책 힐링코드의 교훈 등...
그러고보니, 이 소설엔 그것들과 비슷하게 겹쳐 들리는 부분들이 있었던 거 같다.
나는 오직 성경의 하나님과 예수님을 믿는 기독교인으로서
범신론이나 종교다원주의는 경계하기 때문에,
이 책의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싶은 부분들도 꽤 있었으나..
한번쯤 기독교적인 해석과 성경적 분별이 필요한 주제라는 생각에
오히려 의미심장하고 반갑게 읽기도 하였다.
내 생각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깨달음을
책 한번 읽고, 전부 다 바로 깨닫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존 처럼...깊은 내면의 여정과 결단을 겪어야 할 것이다.
아집에 사로잡힌 에고의 불평 불만의 소리들과
세상 문화, 문명 시스템이 만든 거짓 교훈, 허상에 속지 말고,
내 영혼의 간절한 외침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교훈은 깊이 새길 만하다.
"당신의 잃어버린 자아, 영혼의 소리를 찾아서
결단과 모험을 시작해 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