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인생 강의 - 각자도생의 시대에서 찾은 환대와 공존의 길
신정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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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트렌드를 반영하는 단어 중 하나인 각자도생은 경쟁구도에서 살아남으려는 실천을 드러냈는데 이제는 상생과 공존을 위한 적극성으로 단절의 시대를 소통으로 열어가야 합니다. 무위자연 사상으로 각인되어 있는 노자의 가르침은 물질에 대한 소유로 치닫는 시대에 필요한 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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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가 없다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서도 지인의 뒷공론까지 받아넘길 정도로 담대함은 자리하지 않아 타인의 언행에 휘둘리며 상처를 받으며 지낸다. 게다가 누웠다 하면 이내 잠들었던 청춘 시절을 비껴나서인지 숙면을 취하기 힘들고 등줄기에서는 열이 나고 얼굴은 화끈거린다. 연신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는 친구에게 갱년기 티 나게 한다 했던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갱년기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래서 눈에 보이는 현상만으로 일상을 가늠하고 진단하지 말라고 한 모양이다. 노화의 진행과 더불어 회복탄력성은 떨어지고 기억력은 가물가물하면서 예전 같지 않다는 말 대신 메모지를 곁에 두고 산 지 이태가 지났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 길어진 노년에 건강은 여생을 잘 보낼 수 있느냐를 결정짓는 바로미터로 작용한다. 지인들이 불귀의 객이 되어 이승에서는 다시 볼 수 없는 일들이 늘어나자 죽음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 가까이 있음을 깨닫는 시간이 늘어난다. 타인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눈으로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솔직해지는 순간은 그리 흔치 않다. 지나고 보면 역할에 걸맞은 가면을 쓰고 그에 부합하는 행동으로 생각을 유폐하는 시간이 많았다. 속력을 내며 사느라 방전된 에너지를 불어넣을 때를 놓치고 살던 저자는 길 위에서 스스로에게 말을 건다.

   지난봄 제주도 올레 길을 걸으며 파도에 부서지는 포말을 말없이 바라보며 유한한 인생도 어느 순간 스러져 자연으로 순환하리라는 생각에 미치자 외로움이 더한다. 지금은 친구들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해안선을 따라 걷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할 수 있는 일들은 줄어듦을 알아차리게 된다. 거문도 섬에서 나고 자란 작가는 뱃사람이라면 으레 행할 어로활동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며 바다를 배경으로 질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인심 좋은 작가가 건네는 막걸리 한 사발 쭉 들이키고는 일상의 일을 전하며 질박한 정을 주고받는다.

결핍을 견디며 사는 법을 터득한 이들은 필요 이상을 소비하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음을 안다. 권력의 중심 과잉된 욕망의 도시와는 떨어져 지내지만 더딘 변화를 미덕으로 여기며 살아온 항구 주변에 깃들어 사는 이들의 삶은 실재하는 풍경으로 꿈틀거렸다. 끝도 모를 수평선을 말없이 바라보며 침묵을 견디고 거대한 파도와 강풍을 감내하는 상황이 벌어질 때도 고립할 수 있는 근간이 있어야 섬에서의 일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섬으로 들어왔다 섬을 떠나는 사람, 평생 섬을 지키며 사는 사람, 욕망을 찾아 도시로 나갔다가 섬으로 회귀하는 사람들의 일상성이 갖는 비문학적 삶 하나하나가 문학을 키우는 질료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며 경험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긴다.

 

  “너만 먹어!”

   라며 붉어진 얼굴에 손등이 까만 소년은 호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눌은밥 한 덩이를 나에게 건네주고는 뒤돌아서 우물가로 달려갔다. 군것질 거리가 귀하던 시절 가마솥 눌은밥은 씹을 때마다 단물이 빠져나와 고소함이 입 안 가득 퍼졌다. 나이 들어갈수록 추억을 곱씹으며 그 시절을 반추하느라 머릿속은 분주하고 마음은 아련한 향수를 돋운다. 초등학교 동기들과 만나고 오는 길 함께 했던 추억의 음식을 떠올리며 허기진 마음을 달랜다.

제철에 맛볼 수 있는 그 지역의 토박이 음식을 준비하며 밥을 같이 먹던 시간은 추억을 되새기며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영혼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자퇴와 가출을 병행하였던 10대의 방황이 정점에 오를 때 저자는 범어사에 머물며 여러 가지 푸성귀로 싸 먹던 쌈밥들의 다양한 맛을 떠올리며 여러 경험이 잣는 쌉쌀함과 싱그러움이 공존하는 인생을 돌아보았다. 된장을 풀어놓은 물에 짱뚱어를 삶아 으깬 뒤, 시래기와 애호박 등을 넣어 한소끔 끓여낸 탕은 고봉밥을 먹어치우던 밥도둑이었다. 고슬고슬 지은 쌀밥 반찬의 진수인 지역의 젓갈 등이 즐비한 남도 음식이야기는 외가에서 먹은 굴비젓갈을 올린 비빔밥의 감칠맛을 떠올리게 한다.

 

   다양한 경험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창조적인 작가로 살기를 바랐던 저자가 보낸 시간 속 세월은 부침(浮沈)의 인생에 걸맞은 경험이 변주한 음식의 나눔으로 <<밥도둑>>은 지난 추억의 장터로 사람 사는 냄새를 더한다. 밥 한 끼 하자는 소리를 아끼며 지내는 시간이 늘어난 세상살이에 밥을 나누는 일은 상대와 소통하는 시간이다. 결핍으로 이어지던 시대 썩어가는 생물을 응용하여 만든 음식으로 이웃들과 나누어 먹던 감자떡의 추억은 그 시대를 함께 지냈던 이들과 이야기 나누며 건네고 싶은 명물이다.

 

   생명적 유기체는 누구든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으로 향하는 여정에 놓여 있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 한두 달이 멀다하고 접하는 부음(訃音) 중에서도 젊은 생명이 제 빛을 발하기도 전에 세상과 결별하였다는 소식은 헛헛함에 휩싸이게 한다. 스물 셋에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제자의 상가를 찾았을 때 남은 식구들과 친구들은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오열하고 있어 비통함은 배가 되었다. 다양한 죽음을 목도하면서 슬픔에 젖을 때마다 불가항력적인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살아가야할지 고민한다. 순연한 흐름으로 죽음을 수용하며 남은 자들을 배려하는 넉넉한 사랑은 전하지 못하더라도 불평을 늘어놓기보다는 푸념을 거두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부터 실천하며 지낸다.

 

   동생이 태어난 지 오래지 않아 아버지는 서른 중반에 서둘러 이승을 뜨고 말았다. 무엇이 그리 급하였던지 가을걷이를 끝내고 동네 어귀의 다리에 짐을 부리고 앉아 막걸리 한 순배를 돌리다 쓰러져서는 일어나지 못하였다고 한다. 동네 어른들은 아버지가 선하여 이를 시샘한 염라대왕이 서둘러 아버지를 데려간 것이라 둘러댔다. 아버지 빈자리를 채우며 생업에 뛰어든 어머니는 물리적·시간적 한계를 넘어서는 실천력으로 한 집안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느라 고단한 시간을 보내야 했고 슬하의 남매 역시 농사를 거들며 자립할 힘을 길러야 했다. 어느 한쪽이 빠진 부분을 채우는 일이 쉽지 않음을 일찍부터 알아서인지 타인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는 자기관리능력은 조금씩 쌓여갔다.

   살다 보면 우리네 삶이 최적의 선택과 결정보다는 불가항력적인 결정대로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왕왕 벌어진다. 작은 개체인 점들이 모여 하나의 연결 고리인 선으로 이어져 크고 작은 영향 아래 놓여 또 다른 파장을 불러일으켜 은폐된 진실을 규명하려는 움직임으로 이끌기도 한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들어온 이복동생의 돌연한 사고사는 점점이 떨어져 있던 이들을 하나의 선으로 결박하여 인간의 품위를 짓밟고 만다. 고립된 섬처럼 찍힌 작은 점에 지나지 않았던 동생의 죽음은 생전에 잘해주지 못하였다는 부채감에서 시작된 동생의 죽음을 추적하던 중 죽음의 단서를 찾아 나섰다.

 

   단기간에 목돈을 만질 수 있다고 사회적 약자를 유혹하여 하부로 삼는 구조망으로 연결된 먹이사슬의 정점인 다단계 수법은 서로에게 덫을 놓는다. 다단계 수법의 그물망은 독립된 개체의 점조직들이 상부와 하부로 나뉘면서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서로를 잠식하는 연결고리에 지나지 않았다. 가학적인 폭력으로 피해의식을 부추기며 자유롭게 숨 쉬고 뜻한 대로 움직이며 살아갈 힘까지 앗아가 버린 악인들의 행동은 거대한 자본의 힘에 굴종하여 기생하는 삶을 잇는 선들의 법칙이었지만 이들은 하나의 연결고리로 유대하고 연대하여 공공의 선을 실현하는 일에는 실패하였다. 가족이 함께 밥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마저 유기한 채 지내온 시간들을 복원할 수 없기에 지금부터라도 구성원들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묻고 응대하는 가운데 소원해진 관계는 서서히 회복될 것이다. 신기정이 신하정의 죽음의 궤적을 좇아 외로운 삶을 끝낼 수밖에 없었던 인생을 연민하면서 진정한 애도를 시작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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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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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회의 부정적인 일면을 담은 기사들을 접할 때마다 마음 편하게 살아갈 수 없는 세상임을 절감한다. 상대의 마음을 읽고 이해하려는 능력보다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채 처한 상황을 탓하며 기저에 자리한 감정 폭발이 야기하는 사건·사고가 배태하는 불안은 크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과 만나 소통하며 사는 일을 다행으로 여기고, 타인의 아픔에 공명하는 미담을 위안으로 삼는 일이 늘어난다. 38도를 웃도는 한여름 열기를 식혀 줄 소나기를 맞으며 웃음 짓고 고마워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일상의 소중함을 확인한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생각하는 부분이 다른 것 같지만 또래들과는 다른 측면이 강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편도체 크기가 작아서 자극이 들어와도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는 감정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다. 눈앞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보고서도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윤재는 유아 때부터 감정을 인식하거나 언어적으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 때문에 또래 집단에서 튀는 아이로 통하였고 질책의 소리를 들을 때가 늘어났다. 두뇌를 계발하기 위해 견과류를 씹어 먹듯 아몬드를 먹는 것처럼 윤재 어머니는 상황에 따른 감정을 아들에게 교육하여갔다

    상대가 던지는 말 속에 담긴 참 의미와 자신이 하는 말에 담아야 할 바람직한 의도까지 짝지어 외워야 했지만 어머니는 포기하지 않으면 충분히 익힐 수 있다고 믿는 듯하였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고 적절히 표현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알기에 윤재 가족이 겪었을 고충이 가늠된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일수록 특별함은 기존의 사회적 질서에 융해되지 못한 채 겉돌 수밖에 없다. 단순한 감정이라도 읽고 표현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려는 어머니의 노력은 크리스마스이브 그의 생일에 방점을 찍고 만다.

 

   자신의 심리 상태와는 달리 환히 웃고 있는 상대를 골라 흉기로 찌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묻지 마 살인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괴물 같은 손자를 예쁘게 봐왔던 할머니는 저승으로 갔고, 목숨을 건진 어머니는 식물인간처럼 누워 지내야 했다. 중고 서적을 판매하는 서점을 운영하던 어머니를 대신해 오래된 책들 사이 선현들이 전하는 사상과 작가들이 전하는 다양한 인생 경험 속에 시간을 녹여냈다.

    아픈 아내의 죽음을 앞두고 정상에서 벗어난 행동으로 도움을 준 일을 계기로 만난 은 감정 과잉으로 여러 문제를 일으켜 교화시설까지 다녀온 이력이 있었다.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윤재와 감정대로 행하며 폭력적 언행을 일삼는 곤은 서점을 오가며 마음의 빗장을 열고 대화하는 가운데 조금씩 서로를 이해해간다. 나비의 날개를 찢어 고통을 느끼게 하려 했던 곤의 행동에 무감각한 윤재를 이해하고 그대로의 모습을 수용하기까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상대에 대한 관심과 사랑만 필요했을 뿐.............

 

   윤재는 자신에게 고통, 죄책감, 아픔 등을 알려주려 했던 곤과는 달리 바람과 꿈, 자연의 향기 등을 가르쳐 주려 했던 도라를 만남으로써 새로운 감정의 변  화를 느낄 수 있었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도라는 정적으로 흘렀던 윤재의 고정적인 마음에 윤활유로 자리하였다. 도라에게 호감을 갖는 자신의 심경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그 변화가 싫지 않았던 이유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표정에 서린 감정을 읽기 위해 이목구비를 관찰하며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윤재로 자리해 갔다

    수학여행 중 조작된 절도 사건으로 학교를 나간 곤의 진심을 외면한 죄책감으로 뒤엉킨 윤재는 진정성 있는 친구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용기를 내었다. 조직폭력의 은신처로 곤을 찾아 부정의 늪에서 나가자며 갖은 폭행을 감내하던 윤재는 친구에게 자신의 진심이 통하기를 바랐다. 곤이 행한 잘못에 대한 회개와 응징은 뒤따라야겠지만 문제아로 재단하고 구원의 여지조차 주지 않는 것은 가혹한 일로 여겼기에 끝까지 친구를 찾았을 것이다.

 

   ‘구할 수 없는 인간이란 없다. 구하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의식을 잃고 식물인간처럼 병석에 들어있던 엄마가 휠체어를 타고 아들의 변화된 모습에 웃음을 띠는 모습에서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처한 상황을 들어 노력과 정성만으로 불가능한 일들이 많다고 지레 포기하기보다는 끝없는 관심과 사랑으로 누군가의 이지러진 삶을 조금씩 채워 갈 때 우리 인생은 무르익어 갈 수 있음을 알아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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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미래 - 세계적인 석학에게 인류의 마지막 대안을 묻다
김우창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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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육체적인 노동에서는 자유로워졌지만 건강한 미래를 전망하기에는 낙관적이지 않다.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우주에서 분리해 살 수 없는 인간의 영혼은 불편하게 지냈던 과거에 비하면 황폐화로 치닫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을 열어 환기조차 하지 못하는 시대를 살고 있어서인지 편리한 생활만을 따르다 건강을 잃고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인간들을 떠올리게 된다. 정보를 소화하고 총체적인 사고 속에서 문제를 생각하는 이성적 능력을 실현할 때 지속 가능한 미래는 가능할 것이다.

 

   자연 환경 파괴를 일삼으며 소비 위주의 삶으로 치닫는 자본주의 시대의 해악은 자연재해와 인간적 재앙을 야기하였다. ‘방법서설에서 밝힌 올바른 판단력은 세상에서 가장 공평하게 분배될 수 있도록 바른 길을 찾아 서서히 움직이는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윤리적 기준을 지켰는지 사물을 대하는 태도를 회의하며 대상에 대한 존중을 견지할 때 인간적으로 살 수 있는 길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본질을 잃어버린 채 공부를 성공의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음울한 미래를 예견하면서 동서양의 석학 6인은 윤리적 지표를 다지기 위해 공동체 윤리를 중시하는 유교적 가르침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1부에서는 인간을 지구라는 행성에 가두기보다는 광활한 우주 안에서 우리 위치를 재확인하며 인간을 생명력 있고 역동적인 우주의 일원으로 여길 필요가 있다고 봤다. 뚜웨이밍은 인간의 의미와 자연의 고유한 가치를 믿는 영적 휴머니즘 회복을 위해 내면을 닦으며 지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을 연대하며 동행하는 이로 규정하고 그들에게 동정심을 가질 때 공동체적 삶은 깊이를 더할 것이다.

 

   2부에서는 공유재인 지구의 생태계 한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자유 시장의 논리만을 따라서는 안 된다고 한다. 삶의 터전인 자연이 우리가 축적해온 생산 활동의 부작용을 더 이상 완충해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정작용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글로벌 자본주의에 저항하기 위해 국가적 권리로 회귀하는 것이라 역설하는 슬라보예 지젝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주시하였다. 어빈 라슬로는 자연적인 생명 유지 시스템과 인간의 사회 생태학적 경제 시스템이 조화를 이뤄 동시에 작동될 때 인간과 자연 사이에 조화는 깃들 수 있음을 설파한다

 

   쑨거는 특수성보다 보편성을 상위의 가치를 지닌다고 여기는 서양의 관점과는 달리 동양에서는 각기 다른 특수성 사이에서 상호 이해를 도모하는 보편성으로 보았다.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과 무분별한 개발로 지구의 온도는 올라가 지구 전체가 사막화되면 쓸 수 있는 물의 양이 점점 줄어들어 지구에서 생명체가 사라져버릴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어빈 라슬로는 물질적이고 지엽적이며 개인주의적인 관점을 버리고 세포를 일깨우는 간섭성을 각인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의식의 진화를 토대로 한 우리 삶의 진화를 표방하는 실천이 모아질 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가계 소비 지출이 많아질수록 자연적 생태계는 파괴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보온성을 위해 라쿤털이 들어간 외투를 입을 때 특정 동물의 멸종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다양한 특수성을 살리는 개방으로 교류의 장을 열어갈 때 인류는 현안을 해결하며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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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가는 기분 창비청소년문학 75
박영란 지음 / 창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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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이 흑점을 지나는 시간에도 불을 환히 밝히고 구매자를 기다리는 편의점을 볼 때마다 잠들어야할 시간에 잠을 쫓으며 가게를 지키는 이가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진다. 딸랑거리는 소리를 듣고 일어나서는 손님을 맞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파리한 얼굴은 잠을 쫓느라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지인은 24시간 문을 열어야 하는 프랜차이즈 편의점 내부 규정에 따라야 하는 처지라 문을 닫고 싶어도 임의로 문을 닫을 수 없다고 하였다. 오랫동안 운영하던 마트를 접고 새로 생긴 원룸 가에 24시 편의점을 연 외할아버지는 프랜차이즈 기업 경영의 무자비함을 느끼며 회한에 젖기도 하였다.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원룸 가에 모여든 이들의 삶은 지속될수록 재기의 기회조차 얻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외할아버지가 운영하는 편의점을 지키는 소년은 필요에 따라 이곳을 이용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양한 군상들이 자아내는 삶의 리듬 속에 깃든 희로애락을 나눈다. 정체성을 지키지도 못한 채 남들이 규정해둔 성공적인 삶의 규칙을 따르며 살아내느라 소진해가는 범주에서 비껴난 인물들은 제 나름대로의 빛깔로 물들이며 지낸다. 자신을 낳아준 엄마와는 떨어져 지낸 지 오래, 외조부모와 함께 살면서 한동네에 사는 장애 소녀 수지와 마음을 나누며 지내지만 오래지 않아 수지는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스쿠터 뒤에 수지를 태우고 다니던 시간의 소중함을 떠올리며 수지의 행방을 찾아보지만 그녀의 행방은 묘연하였다.

 

   이렇다 할 이별의 한마디도 못한 채 수지를 떠나보낸 뒤 엄마와 그녀가 살던 시가지를 찾았지만 꿩 구어 먹은 자리처럼 소식을 알 길은 없었다. 그녀가 떠나고 난 뒤 좀 더 잘해주지 못한 것들이 수면 위로 떠올라 회한이 더할 때, 아픈 엄마를 데리고 와 유통 기한이 지난 도시락으로 주림을 면하고 한기를 피하는 꼬마 수지와 밤을 지냈다. 오갈 데 없는 꼬마 수지는 애어른처럼 세상살이를 전하며 마음을 크게 다친 엄마의 보호자로 한몫했다. 감당할 만큼의 인생 무게만 자신에게 온다더니 해결해야 할 삶의 숙제는 으레 있기 마련이다. 민들 몰래 길고양이 밥을 주러 다니는 캣맘, 불쑥 나타났다가 훅 사라지는 정체 모를 청년 은 편의점을 찾아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 다른 것을 배우기 꺼려하고 겁내는 인생에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알면 안 된다고 여기는 것들을 배워 낡은 습을 버리고 새롭게 살아가는 인생의 표본을 만들어내는 변수로 자리하고 싶은 바람으로 항해사의 길을 걷고 싶다는 훅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비밀리에 동거 중인 고등학생 미나 커플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해 또 다른 꿈을 꾸고 꼬마 수지의 엄마는 의지가지없는 신세로 전락하기까지의 내력을 전하며 그동안 말을 잃고 지낸 사실을 밝히며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깊은 밤 편의점 계산대를 지키며 이곳을 찾은 이들과 소년의 피상적인 만남은 두려움으로 걸어둔 빗장을 거두고 감춰 둔 속살을 드러냄으로써 이들은 가까워졌다. 특별한 출생이 달갑지 않은 소년은 돌아오지 않은 엄마를 기다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세상을 떠돌던 엄마가 안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프랜차이즈 사업에 손을 댔다 파산 위기에 몰리자 중국으로 돈벌이를 떠난 아버지를 기다리며 꿋꿋하게 지내려는 수지 모녀 등의 사연은 떠나간 수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날면서도 모른 체한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지난겨울 소년이 편의점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며 자신의 생활을 성찰하는 시간 속에 더불어 살아갈 플랫폼의 문화로 비춰진다. 편의점을 찾는 이들과 어우러져 서로를 걱정하고 풀어야 할 문제를 조금씩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각박한 세상을 살아갈 성장 동인으로 자리할 수 있음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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