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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 좋다 - 법륜스님의 희망편지
법륜 지음, 박정은 그림 / 정토출판 / 2019년 10월
평점 :
청중들의 물음에 답하는 즉문즉설 강연을 SNS로 시청하며 법륜 스님의 명쾌한 답은 마음속 답답함을 씻어 내리곤 하였다. 때로는 의뢰자의 마음이 상할 수도 있는 호쾌함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내용을 곱씹어 보면 합리적인 판단임을 알아차린다. 스님은 국내·국외 1250회 강연에서 7천여 명과 마주한 이야기를 짧은 글에 담아 이미지로 구성하여 SNS채널에 발행해 크고 작은 울림을 전하였다. 이 중에서도 대중들 관심이 많은 내용들을 책으로 엮어 곁에 두고 읽으며 지금 이 시간을 잘 살아가는데 도움을 준다. 선지식의 글을 수행의 방편으로 삼아 바로 이 순간 집중하며 살아갈 당위성을 부여하며 오늘 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내리라 다짐한다.
단명한 집안의 후손이라서인지 나이 50이 넘어서면서는 내일 아침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날이 늘어났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인생에 오늘 깨어 있음에 감사하며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빗소리를 들으며 늦게까지 자리에 누워 있어도 괜찮은 주말이라 다행이라 여길 때가 있다. 정해진 일과대로 움직이며 어제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현실에 심드렁할 때도 있지만 종이 울리면 책을 꺼내 들고 앉아 뭔가를 배겠다는 아이들이 있는 교육 현장에서 일하며 지내는 일상이 감사하다. 특별한 의미를 찾아 회의할 때도 있지만 특별한 날이 따로 없다는 것을 알면 비로소 특별한 날을 만나게 된다는 말에 공감하며 오늘을 산다.
상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봐야 평정심을 유지하고 통찰력 있는 삶을 살아갈 텐데도 허상은 끼어들어 마음을 괴롭힌다. 옳다 그르다 판단하지 말고 자신의 감정 습관을 알아차리면 감정의 노예가 되지 않게 됨을 알고 마음자리를 찾아 늘 깨어 있으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자기 스스로 행복할 줄 모르는 사람이 남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임을 알면서도 자식의 삶을 통해 행복을 찾으려 했던 자신을 뉘우친다.
20대 중반이지만 아직도 어린 애처럼 굴 때가 많은 아들의 행동을 푸념하면서 너만 잘 살면 우리 집은 걱정이 없을 것이라며 듣기 싫은 소리로 아들을 통제하려 애써왔을 뿐이다. 부족함 없이 지내온 아이는 물자 귀한 줄도 모르고 용돈을 소비하는 충동성이 강한 편이다.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고 스스로 모범을 보여 아이 스스로 자긍심을 갖고 살 수 있게 하는 마음 근육을 키워주는 일이 우선임을 다시 깨닫는다. 마음의 욕심을 내려놓고 아들 입장에서 생각하며 자정 전에 잠자리에 들어 잘했다는 말을 전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지자체에서 보내는 재난안전문자를 본다. 생활 수칙을 잘 지키고 수도권으로의 외출을 자제해달라는 당부 문자가 대부분이다. 청정 남해에는 코로나19 감염자가 없어도 무증상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니 공포는 엄습한다. 필요한 용무가 있을 때는 외출하지만 볼 일만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이 일반화된 여름 초입, 답답함이 늘어나지만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의 일면이다. 자유로이 다닐 수 없는 한정된 공간에서 방송을 들으며 책을 보고 인상 깊은 구절을 글로 옮기며 지낼 수 있어 감사하다. 현실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다독거린다.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고
반대로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려 애쓴다.
지 혜로운 사람에게도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은 하려 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만을 열심히 한다. ’ - 잡아함경
타인의 삶과 자신의 삶을 견주면서 남보다 못한 점을 들어 위축되어 지내기보다는 자신이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분야를 찾아 나가는 것이 낫다. 환상 속의 나를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며 살아갈 때 자신을 사랑하며 살게 된다. 자기만의 관점을 세우고 실천하는 생활로 세상에 굴림을 당하지 말고 세상을 굴리며 살아가기를 바라며 현재에 충실한 자신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