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은 아이 - 2021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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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병 창궐로 사람들이 만나 마음을 터놓고 친밀함을 쌓을 시간조차 사이의 자유로운 만남이 줄고 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줄기처럼 막힌 데 없이 흐르면 좋겠지만 세상은 생각지 못한 일들에 발목 잡혀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아닌지 회의가 든다. 노년을 예비하는 중년이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들과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아 친구들과의 만남에 갈증이 더 나는 지도 모른다. 면회조차 자유롭지 않은 시대에 병마와 싸우다 세상을 뜬 친구들의 장례식조차 찾지 못한 채 친구를 떠나보내는 마음은 처연함을 더한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막차에 오른 우리는 부족함이 많은 시대를 함께 건너와서인지 서로 힘든 일이 있으면 팔을 걷어붙이고 친구들을 도왔다. 이해를 따지지 않고 40년 전 사춘기 때로 돌아가 정을 나누며 부족함을 채웠다. 한 교실에 60명이 넘는 친구들이 수업을 받으면서도 싫은 내색 없이 함께 생활하는데 익숙한 곤핍한 시대와는 달리 지금은 20명 내외의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생활한다.

 

    고등학교 1학년 서연이 학교 뒤 공터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하루가 지난 시간에 발견된 한 소녀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은 진실과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서연과 주연은 중학교부터 단짝 친구로 마음을 터놓고 함께하는 또래관계를 유지해 왔다. 넉넉한 가정에서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주연은 허울 좋은 껍데기 같은 가족에게 정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딸의 가시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부모는 딸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하지도 않으면서 성적 향상에 도움 될 친구를 사귀라고 말한다. 이에 비해 할머니와 함께 사는 서연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경제 활동을 잇는다

 

    다른 친구들이 학원에서 공부하는 동안 서연은 편의점에서 일하며 주연이 학원 수업이 끝나면 함께 대화하며 마음을 터놓는다. 특별하게 잘 지내는 친구가 없는 주연은 옷과 신발 등을 서연에게 나눔하며 경제적인 원조를 아끼지 않는다. 자식 사랑을 신상품으로 채우는 부모의 과시적인 사랑에 주연은 순응하며 생필품을 서연과 나눠 왔다. 주연이 생색내지 않고 서연을 챙겨왔지만 서연의 죽음 이후 유력한 용의자가 된 주연은 어떤 희망도 꿈꿀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루아침에 친구를 잃은 슬픔에 젖어 있을 겨를도 없이 충격으로 주연은 망연자실한 채 법망을 피할 재간이 없었다. 무죄를 입증해 줄 변호사, 반 학생들, 학원 수강생들, 편의점 점주 등 사람들은 저마다 진실이라 믿고 있는 이야기를 밀어붙인다. 언론은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 과정을 보도하기보다는 자극적인 보도를 내보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는데 일조하였다. 사람들은 더 이상 그날의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주연을 정해진 범인으로 거세게 몰았다. 그날의 충격으로 기억을 잃은 주연은 변호사를 만나면서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정해진 범인이란 덫을 헤어 나오기 힘들었다.

 

    뭇 입은 무쇠도 녹인다고 주연을 범인으로 몰고 가는 여론몰이는 한 개인의 힘으로는 대적하기 힘들 정도로 굳어졌다. 재판의 결과와 상관없이 주연을 범인으로 몰고 가는 이들은 누구인가? 주연을 죽이고 싶은 아이일는지도 모른다. 주연이 가정 형편이 좋은데다 학력까지 뛰어나 그녀를 시기하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연을 죽음으로 내몬 범인이 누구인지 가슴 졸이며 결말 부분을 보는데 범인은 전혀 예상치 못한 학생이었다.

 

    다급하게 뛰어오는 주연을 지켜보려던 학생은 창문을 열고 가방을 창틀에 얹었다 꺼내는 바람에 옆에 있던 벽돌이 떨어져 서연의 머리를 강타하였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떨어진 벽돌은 서연을 죽음을 몰고 갔지만 주연을 용의자로 정한 사람들은 사건의 진상 규명과는 멀어졌다. 사실과는 거리가 먼 진실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사람들 마음속 깊이 자리한 미움은 한 사람을 매장시키기도 한다. 사람들이 죽이고 싶은 아이는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특별한 주연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치자 다수의 횡포가 공포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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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 - 우울을 벗어나 온전히 나를 만난 시간
정재은 지음 / 앤의서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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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연한 일들에 지배를 받으며 버거운 일상이 야기하는 정신적 방황이 많았던 시절 우울을 떨쳐내기 위해 짐을 꾸릴 때가 있었다. 불화하는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보다는 서로 떨어져 지내는 시간을 통해 무탈한 일상의 고마움을 뼈저리게 느끼며 감사하는 마음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아쉬움을 느끼지 못하는 익숙함을 단조로운 권태로 받아들이며 낯익은 공간 너머를 갈망하며 지냈다. 아직은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때, 어린 자녀 둘을 남편에게 떠맡기고 한 달 배낭여행을 인도로 떠난 일은 지금도 잘한 일로 여겨진다. 남은 식구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지친 나를 돌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길 위에 나섰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책 한 권에 빠져든다. 살던 집을 거주민들의 기호에 맞게 고쳐가며 마음까지 고쳐가는 일은 케케묵은 마음의 더께를 걷어내고 정갈함을 선물하는 일처럼 기분 좋게 한다.

 

   우울과 무기력으로 이어진 지난 시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용기 내어 떠난 자유 여행으로 저자는 생의 전환점을 찾았다. 타인의 눈치를 볼 것도 없이 생활 속 고민을 틀어놓으며 동질감을 회복하고 가까워진 사람과 연애를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에서 벗어나는 용기를 통해서 비로소 삶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자신을 내려놓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여행지에서 운명처럼 재회한 사람과 자신을 둘러싼 고민과 우울, 불행 등을 꺼내어 보이며 교유하였다. 주고받은 이 메일로 연락을 취해 친구처럼 만나다 연애를 한 둘은 같은 공간에 둥지를 틀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행하며 나답게 사는 방법을 강구하며 지낸다.

 

   시간 품을 팔고 발품을 팔면서 작은 규모의 퇴락한 주택을 사들이고 부부는 세입자로 더 이상 이사를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집을 수리하는 대수선으로 부부가 원하는 집의 쓰임새를 찾아갔다. 집을 수리한다고 짐을 싸다 보면 버리지 못한 짐들이 많아 천덕꾸러기가 됨을 알아차린다. 짐을 보관하는 공간이 제 기능을 찾을 때까지 몇 년 동안 미련스레 이고 지고 왔던 것들을 놓아버렸다. 주택들이 즐비하게 들어앉은 골목의 집들은 높아봐야 2층인 집들뿐이라 고층건물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하늘을 찾을 필요도 없이 넓은 하늘을 실컷 볼 수 있는 매력이 큰 곳이다. 들창을 열고 하늘을 보면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곳에서 자신만의 리듬으로 삶의 결을 가꾸며 사는 모습이 그려진다. 부부라고 모든 것을 공유하며 밀착되어 지내기보다는 서로의 자율성을 인정하며 관심 있는 듯 무심한 듯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소통과 화합의 세계로 향하는 삶의 풍경이 보기 좋다.

 

   저자는 부부 싸움이 잦았던 가정의 딸로 자라며 회의와 우울감이 짙게 드리웠던 시절을 진솔하게 드러내며 습한 안개를 걷어내고 뽀송뽀송한 삶으로 치환하는 일에 적극성을 띠며 나다운 삶을 회복하는데 집중한다. 작은 집을 수리해 살면서 불편함이 생기면 다시 수리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마음까지 고쳐가며 사는 저자는 너무 애쓰지 않으며 단정하고 조용한 자신을 지키고 싶은 바람이 커서이다. 빚을 갚기까지 자신의 한계를 느끼면서도 직장 생활을 감내하였다 이후 프리랜서로 전향해 자기 나름대로 통제하는 자율적 삶을 유지하고 있다. 틈을 찾기 힘든 프리랜서 남편을 대신해 집안일을 주로 하며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전담사로 자리한 저자는 자 부엌을 6칸짜리 서랍 형태의 싱크대를 완성하였다. 안정적인 월급쟁이와는 다른 생활형이라 중고 제품을 활용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외주의 요청에 따라 들어오는 돈이 달라지니 지금부터 아껴 쓰는 생활은 몸에 배여야 한다. 부부가 서로 하는 일을 존중하며 예쁜 개 봄이와 셋이 살아가는 모습이 소박한 행복을 준다.

 

   돈을 안 들이고도 행할 수 있는 일을 통해서라도 비참해지지 않고 즐겁게 살아가는 일에도 근육이 붙은 저자는 웬만한 것은 손수 행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며 절세 효과를 누리며 산다. 아름다운 봄날 봄이 화사한 빛으로 온 봄이와 세 차례 산책하며 마을의 구석구석을 탐방하는 주인의 사랑은 생명체에 대한 사랑으로 비춰진다. 지난 시절 기억의 흔적들을 움켜쥐고 살았던 것들을 하나 둘 놓아버림으로써 물리적인 짐을 덜어내며 마음을 가볍게 하는 일은 내 집에 깃들어 살면서 나답게 사는 이치에 담겨 있다. 나무와 함께 살면서 계절이 우리의 시간 속으로 들어서서 계절의 변화를 농밀하게 느끼게 하였다. 연초록에서 진초록으로 달라져가는 여름의 농도를 알아차리는 때는 지금을 오롯이 사는 현재형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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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꾼다는 것 - ‘내-생태계’와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 너머학교 열린교실 16
박사 지음 / 너머학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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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제력을 잃고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열네 살 아이들과 만나는 수업은 녹록치가 않다. 자신의 언행을 성찰하기보다는 타인의 언행에 참견하기를 일삼으며 수업 진행을 방해하는 이들이 있어 교사들은 교단에서 어린 학생들과 함께하는 일에 회의가 더한다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아무 말이나 늘어놓으면서 글쓰기는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여 표현하는 시간은 확보되어야 할 일로 비춰진다. 쓰기를 귀찮아하며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시간 자체가 싫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 상황에 말과 개념을 바꾸어 가는 일은 필요하다.

   삶의 변성기를 겪고 있는 십대들이 자신의 일상을 소중히 여기며 말과 행동으로 새로운 삶을 벼림으로써 -생태계를 부지런히 잘 가꾸어 가길 바라며 함께 책을 읽었다. 눈에 드러나는 부분에 신경을 쓰면서 외모를 가꾸는 것은 아이들이 성장하며 나와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접하는 세계가 넓어지고 있음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체형을 비롯한 외형적 특징 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내장까지 가꾸며 지내야 한다. 건강할 때는 장기의 활동이 소중함을 잊고 지내다가도 내장에 염증이 생기면 -생태계가 탁해져 일상생활마저 힘들어질 수가 있다.

 

   신체를 움직이며 섭취한 음식을 소화시키고 소모하여 노폐물을 배출함으로써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몸을 깨끗이 씻어 청결을 유지하는 일은 나와 남을 존중하는 행동으로 귀결된다. 자신을 가꾸기 위해 나른 생명체에게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 물건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유통 과정까지 면밀히 살펴 소비할 필요가 있다. 외 밖에도 외모와 태도, 주변 공간뿐 아니라 가족과 친구 등 관계를 포함해 -생태계를 풍요롭게 가꾸는 의미와 방법을 자세히 알려 -생태계를 부지런히 잘 가꾸면 우리-생태계도 좋은 영향을 받게 됨을 일깨운다.

 

   널브러진 방안에 들어서면 정신이 산란해져 일이 손에 안 잡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행하지 못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지른 것들을 치워 말끔히 정리하고 도움 되지 않는 쓸데없는 생각들까지 정리하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나만의 정리 규칙을 세워 정리 요령을 쌓아 나만의 취향을 갖는 일은 한 사람이 성인으로 자리하는데 필요한 습관으로 모아진다. 나만의 기준을 명확히 하여 복잡한 인간관계를 정리하여 단순한 관계로 심도 있는 관계를 유지해 에너지 소모를 줄여야 한다. 소중한 사람을 아끼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도 있음을 새기며 모두에게 사랑받을 욕심을 내려놓는 용기를 내야 한다.

 

   ‘재물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나 목숨을 잃으면 전부를 잃은 것이라고 한다.’

   건강할 때 정신과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며 사는 일상을 챙기며 살아갈 필요가 있다. 성장기에 해당하는 청소년기에 건강을 돌보고 외모를 가꾸며 지내는 일의 소중함을 -생태계가꾸기를 통해 살펴보았다. 주변을 청소하고 정리하며 복잡한 인간관계까지 조율하는 일련의 과정은 스스로 주인 되어 살아갈 세상을 준비하는 흐름이기도 하다. 내 삶과 관련 있는 일상을 선하게 가꾸어 가는 일은 -생태계를 포괄하는 우리-생태계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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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벅 창비청소년문학 12
배유안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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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사는지 묻고 그 물음에 답하며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여기면서도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대중이 정해 둔 기준을 따르며 허둥대며 사느라 자아의 본질을 잊고 지내기 일쑤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은 많지만 왜 공부하는지 모른 채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강압적 틀에 매어 사느라 고단한 나날을 보낸다. 한번 뛰기 시작한 수천 마리의 양 떼는 계속 뛰다 자기가 왜 뛰는지 모르고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뛰다가 절벽을 만나면 속도를 줄이지 못해 속도에 밀려 그 아래로 떨어져 죽고 만다는 스프링 벅을 모티브로 한 소설을 만났다.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이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수동적으로 살아내느라 힘겨운 시간을 채워가는 이들이 즐비하다. 학업 위주의 성취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학생으로 산다는 것은 하고 싶은 것들을 행하며 살아갈 자유보다는 하고 싶지 않아도 성취해야 할 것들을 향해 질주하라는 말이 횡행한다. 정원수처럼 부모가 틀어주는 방향대로 성장해온 성준 형이 수능 고득점으로 일류대학에 진학하였으나 죽음으로 생을 마감한 사건은 가히 충격적이다.

 

   개인의 적성과 취미를 고려해 선택적으로 운영되는 특별활동 시간마저 학습에 도움 되는 부서로 편성되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욕심에 학생들 마음은 멍들어간다. 학교축제의 꽃이라 불릴 연극 공연을 앞두고 연극반 학생들은 연습실에서 연습하느라 일정 시간을 보낸다. 이 사실을 안 창제 어머니는 연극부에서 아들을 빼달라고 한 일이 있던 날 창제는 가출했다 한 달이 넘어서야 학교로 돌아왔다. 봉사 나갔던 시설을 찾아 그곳에서 육체적인 노동을 주로 하며 자신이 가야 할 길에 대한 방향을 정하고 돌아왔다. 부모가 바라는 대로 부모의 뜻을 거역하지 않고 살아내는 게 최선이 아니라 여기면서도 틀을 깨는 일은 드문 일인데 나답게 살아갈 중심을 잡기 위해 길을 나선 창제의 용기가 돋보인다.

 

 

   형의 죽음으로 동준 네는 비통함에  괴괴한 집안 분위기로 전락하여 웃음은 찾아볼 수 없었고, 가족들 간의 대화마저 끊어져 무거운 침묵이 자리했다. 수시에 떨어진 형이 수능시험을 잘 봐서 남들이 가고 싶은 명문대학에 들어가 부모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는데 이제는 이승에서 만날 수도 없다니 동준의 의구심은 더했다. 형의 죽음 원인을 찾아 궁리하던 동준은 수학 과외 선생인 장근 형이 전한 수능 대리시험 소식을 접하고 충격에 휩싸였다. 이 모든 사실을 감내하며 대학생활을 지속하기 힘든 성준은 사는 게 부끄럽다는 말을 전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불법을 저질러서라도 아들을 명문대에 진학시킨 어머니 판단과 행동을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처져 있는 어머니를 봐야 하는 아픔도 컸다.

 

    이승에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형을 가슴에 묻고 춤을 추며 춤으로 열정을 표현하고 싶은 미키 역을 맡아 열연한 동준은 연습에 몰입할 때면 울적함을 떨칠 수 있었다. 놀이처럼 춤을 추고 쌓인 스트레스를 풀며 새로운 힘을 얻는 학생의 꿈을 막는 어른들과의 마찰을 주축으로 하는 연극은 성적 위주의 교육 풍토를 비판한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는 학생들의 꿈을 응원하기보다는 부모들 방식대로 자식들을 키워내려는 의도를 이식하려는 뜻을 강하게 드러낸다. 작가로 생활하기 위해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를 세우고 글쓰기에 두각을 드러내는 예슬이의 당당함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몰입하는 즐거움에 빠져들게 한다. 아이들을 곁에 두고 뜻대로 안 된다고 푸념하며 훈육하기보다는 이들이 선택의 기회를 넓혀 경험 속에 중심을 바로 잡고 성장하는 사회인으로 자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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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 좋다 - 법륜스님의 희망편지
법륜 지음, 박정은 그림 / 정토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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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중들의 물음에 답하는 즉문즉설 강연을 SNS로 시청하며 법륜 스님의 명쾌한 답은 마음속 답답함을 씻어 내리곤 하였다. 때로는 의뢰자의 마음이 상할 수도 있는 호쾌함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내용을 곱씹어 보면 합리적인 판단임을 알아차린다. 스님은 국내·국외 1250회 강연에서 7천여 명과 마주한 이야기를 짧은 글에 담아 이미지로 구성하여 SNS채널에 발행해 크고 작은 울림을 전하였다. 이 중에서도 대중들 관심이 많은 내용들을 책으로 엮어 곁에 두고 읽으며 지금 이 시간을 잘 살아가는데 도움을 준다. 선지식의 글을 수행의 방편으로 삼아 바로 이 순간 집중하며 살아갈 당위성을 부여하며 오늘 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내리라 다짐한다.

 

    단명한 집안의 후손이라서인지 나이 50이 넘어서면서는 내일 아침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날이 늘어났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인생에 오늘 깨어 있음에 감사하며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빗소리를 들으며 늦게까지 자리에 누워 있어도 괜찮은 주말이라 다행이라 여길 때가 있다. 정해진 일과대로 움직이며 어제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현실에 심드렁할 때도 있지만 종이 울리면 책을 꺼내 들고 앉아 뭔가를 배겠다는 아이들이 있는 교육 현장에서 일하며 지내는 일상이 감사하다. 특별한 의미를 찾아 회의할 때도 있지만 특별한 날이 따로 없다는 것을 알면 비로소 특별한 날을 만나게 된다는 말에 공감하며 오늘을 산다.

 

    상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봐야 평정심을 유지하고 통찰력 있는 삶을 살아갈 텐데도 허상은 끼어들어 마음을 괴롭힌다. 옳다 그르다 판단하지 말고 자신의 감정 습관을 알아차리면 감정의 노예가 되지 않게 됨을 알고 마음자리를 찾아 늘 깨어 있으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자기 스스로 행복할 줄 모르는 사람이 남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임을 알면서도 자식의 삶을 통해 행복을 찾으려 했던 자신을 뉘우친다.

 

    20대 중반이지만 아직도 어린 애처럼 굴 때가 많은 아들의 행동을 푸념하면서 너만 잘 살면 우리 집은 걱정이 없을 것이라며 듣기 싫은 소리로 아들을 통제하려 애써왔을 뿐이다. 부족함 없이 지내온 아이는 물자 귀한 줄도 모르고 용돈을 소비하는 충동성이 강한 편이다.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고 스스로 모범을 보여 아이 스스로 자긍심을 갖고 살 수 있게 하는 마음 근육을 키워주는 일이 우선임을 다시 깨닫는다. 마음의 욕심을 내려놓고 아들 입장에서 생각하며 자정 전에 잠자리에 들어 잘했다는 말을 전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지자체에서 보내는 재난안전문자를 본다. 생활 수칙을 잘 지키고 수도권으로의 외출을 자제해달라는 당부 문자가 대부분이다. 청정 남해에는 코로나19 감염자가 없어도 무증상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니 공포는 엄습한다. 필요한 용무가 있을 때는 외출하지만 볼 일만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이 일반화된 여름 초입, 답답함이 늘어나지만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의 일면이다. 자유로이 다닐 수 없는 한정된 공간에서 방송을 들으며 책을 보고 인상 깊은 구절을 글로 옮기며 지낼 수 있어 감사하다. 현실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다독거린다.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고

   반대로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려 애쓴다.

   지 혜로운 사람에게도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은 하려 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만을 열심히 한다. ’ - 잡아함경

   타인의 삶과 자신의 삶을 견주면서 남보다 못한 점을 들어 위축되어 지내기보다는 자신이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분야를 찾아 나가는 것이 낫다. 환상 속의 나를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며 살아갈 때 자신을 사랑하며 살게 된다. 자기만의 관점을 세우고 실천하는 생활로 세상에 굴림을 당하지 말고 세상을 굴리며 살아가기를 바라며 현재에 충실한 자신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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