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기는 힘이 세다 2 - 지치지 않는 교사들의 아름답고도 세속적인 독서교육 배우는 사람, 교사
경기도중등독서교육연구회 외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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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시로 대학을 가는 아이들이 대부분인 농어촌 지역의 고3교실에서도 EBS문제지 풀이 위주의 수업이 일반적이다. 문제풀이 기술을 앞세워 다섯 보기 중 정답일 확률이 높은 답을 찾는 빠른 길을 뚫는 게 목표인 것처럼 다른 방법은 별로 생각지 않은 수업을 행해 왔다. 문학 작품을 공부할 때면 외적인 내용을 곁들이며 처져 있는 아이들을 깨우지만 이내 아이들은 심드렁해져 고개를 숙이고 만다. 나 홀로 수업에 익숙해 한 시간 떠들고 나올 때면 밀려드는 허탈감이 컸다. 고등학교에 재직할 때는 중학교로 가서 원 없이 독서 교육 실컷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여전히 못할 이유는 도처에 자리했다.

 

   사유하며 표현하는 일에 익숙지 않은 중학생들은 물음을 던지고 함께 생각해 의견을 공유하자는 말을 피하고 싶어 하였다. 생각도 해보지도 않고 그냥 귀찮다며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 뱉는다.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고 상대의 말에 귀 기울여 소통하는 힘을 생각하며 이런저런 수업을 병행했으나 만족스럽지 않았다. 수업으로 지치지 않는 교사와 배움에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마음을 바로 잡고 생각하는 배움을 실천하는 독서를 염두에 두고 매시간 책 읽고 표현하는 힘의 막대함을 역설했다.

 

   기승전책으로 불리는 국어 시간은 입시에 대한 부담 없이 기획한 수업을 시도할 수 있어 여건은 좋은 편이다. 진득하게 앉아 집중하여 책 읽기를 힘들어하지만 조금씩 시간을 늘려 가는 학생들을 보며 잘 안 된다고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알아차릴 수 있다. 등교하면 도서실에서 책을 찾아 읽고 골똘히 생각하는 학생 한둘의 모습에서 희망을 떠올리며 함께 읽기는 힘이 세다는 글 속에 실린 교사들의 독서교육의 실천적 사례에 감화 받는다.

 

   정시로 대학을 주로 가는 대도시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시행하는 인문 독서 프로젝트, 자아 정체성을 찾아 진로를 탐색하는 독서, 시를 읽고 함께 하는 공부 등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 나와 다른 이를 이해하여 조화로운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문학 작품 읽기는 공존과 연대의 가치를 일깨우며 공동체적 삶을 실현하는데 도움을 준다. 교과서 속 사건들이 일어난 원인과 배경, 사건 발발 후 영향 등을 중심으로 수업이 이뤄지는 역사 시간, 선생님은 그림책 읽기로 교과서 속 사건에만 머물러 있던 데서 벗어나 현재적 관점으로 통찰하는 힘을 길러주었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학생들도 흥미롭게 보는 역사 만화를 읽기 교재로 삼아 지금도 되풀이되는 적폐를 새기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며 일상을 보내는 일은 나은 자신과 대면하는 순간으로 이끌 것이다.

 

   방황한 시간이 길었던 국어 교사는 그 시간이 있었기에 현실의 벽과 타협하지 않고 진로를 선택하고 미래를 그릴 때가 있었다고 회고하며 수업 사례에 그 내용을 녹여냈다. 작품을 읽고 경험과 결부지어 의미를 재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잃어버린 자발성을 찾아가는 일은 교사와 학생의 경계를 세운다고 소리를 지르던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관련 도서를 읽고 친구들과 책 속 의견을 나눔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치유하며 성장하는 독서 활동 시간이길 바라며 연수 경험을 나눈 교사들의 실제 수업 사례는 함께 읽기의 힘이 끌어낸 결과물로 여겨진다. 가르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교사와 기꺼이 배우려는 학생이 서로에게 스며드는 수업을 그리며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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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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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을 바로 잡기 힘들 정도로 마음이 산란할 때면 집 가까이 있는 절을 찾는다. 5리 산길을 걸어 대숲을 가로질러 도착한 절 마당에는 주지 스님의 도반으로 통하는 보리가 꼬리를 흔들며 참배객을 맞는다. 석가모니불을 모신 대웅전으로 들어가 삼보에 귀의하는 의식을 치른 뒤 정적이 흐르는 법당 안에 홀로 앉아 참선하며 흐트러진 마음을 바로 잡는다. 침묵하며 내면으로 빠져드는 시간은 내려놓지 못해 생기는 번민을 삭여준다. 원망하는 마음을 거두고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반문하며 명산대찰을 찾아 먼 길을 나서는 것일 테다.


   2018630일 바레인에서 열린 제42차 유네스코 세계유산 위원회는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 봉정사, 부석사, 통도사 7곳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그윽한 계곡이 있는 자연적 환경과 어울리는 절의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은 문화유산인 사찰에 대한 이해를 드높이는 계기로 삼을 수 있어 일상 속에 산사를 담고 지내는 독자의 기쁨은 배가 된다. 남도 1번지 문화유산 답사기를 들고 찾았던 강진의 무위사, 해남의 대흥사와 일지암에서의 추억은 빛바랜 사진들처럼 아련한 그리움을 낳는다.


  늦가을 노란 은행잎 떨어진 비탈길을 걸어 일주문에 이르는 영주 부석사는 화엄 세계를 연 의상대사와 선묘 아가씨의 사랑이 얽혀 있는 부석사의 창건 유래로 애틋함을 내포한다. 극락세계를 주재하는 아미타여래의 상주처인 무량수전이 내려다보고 있는 장쾌한 경관은 소백산맥을 정원으로 삼은 듯 펼쳐져 있다. 현존하는 목조건물 중 최고(最古)인 봉정사 극락전, 참선방인 영산암의 낮은 돌담 너머로 안마당을 구경하며 복잡한 마당의 조화가 주는 편안함을 더할 수가 있다.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만나는 무지개 모양의 승선교에 비친 붉은 잎들은 선암사 가는 길을 환상적인 분위기로 이끈다. 선암사는 크고 작은 당우들이 길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 같은 절로 철 따라 피고 지는 꽃들로 사계절 내내 그윽한 향기를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불교의 뿌리를 튼실하게 지켜내기 위해 경내에 석등을 들이지 않았고, 심검당 환기 구멍에 수()와 해() 자를 새겨 불조심을 각별히 해온 실천적인 노력에 숙연해졌다. ()자형 건물로 가운데 넓은 공간을 경계로 남녀 화장실이 나뉘어 있는 뒷간은 개방형으로 근심을 해결하는 매력을 발산케 하는 곳이다.


  양쪽에서 흘러드는 계곡을 끌어안아 절집 전체를 4구역으로 나누고는 크게 남원과 북원으로 갈라놓은 대흥사의 가람배치는 산사의 아늑함과 대찰의 위용을 담은 계획 아래 건립되었음을 방증한다고 한다. 다선 일치를 실현하고 추사 김정희와 교유하였던 초의 선사가 칩거하던 일지암을 찾아 하룻밤 묵으며 스님께서 내어 준 차 한 잔은 지금껏 녹차와 함께 하는 인연을 잇게 하였다. 동백꽃이 아름다운 조용한 절 선운사, 선비의 기풍이 서려 있는 도솔암 내원궁 지장보살좌상을 참배하러 가는 길은 학업에 대한 열의를 더하는 길이기도 하다.


  일주문 지나 열병식하듯 늘어서 있는 전나무숲길을 걸어 이르는 내소사는 대웅보전의 꽃창살 사방연속무늬는 멋스러움으로 탐방객을 매료시킨다. 산신각에 올라 경내를 굽어보는 맛이 개심사 답사의 절정이라니 대웅보전에 들렀다 그냥 나온 게 마음에 걸렸다. 원목을 그대로 세워 듬직함을 보이는 무량사 일주문을 지나 석등, 석탑, 극락전이 일직선으로 배치된 무량사 전경을 보면 정연함이 드러난다. 절이 서지 않으면 도적의 소굴이 될 것이라던 지증대사가 창건한 문경의 봉암사는 1년에 한 번 부처님오신 날에 산문을 열어 열두 송이 연꽃 봉오리에 앉은 자태를 대중들에게 선보인다. 대웅전 기단석의 물받이통은 낙숫물이 마당을 파지 않도록 기능적인 홈통을 설치하는 지혜를 선보인다.


   안개가 짙게 내려앉은 사이로 늘어선 솔밭을 지나 운문사 가는 길은 장엄한 새벽 예불로도 유명세를 탄다. 비구니 스님들이 부처님께 귀의하며 일심으로 드리는 의식은 비장미까지 더해 전율케 한다. 관룡사 절집에서 50미터 위족에 있는 용선대 벼랑에 있는 석조여래좌상은 8세기 초 석굴암 이전에 조성한 것으로 추정된다니 모진 비바람을 견딘 인고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다산초당에 들렀다 오솔길을 따라 세 굽이를 걷다 보면 백련사에 이른다. 정다산이 강진 유배 시절 백련사 혜장을 만나러 다니던 길이라 그의 고독한 유배생활의 숨통을 틔워주던 길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애틋함으로 녹아 있는 길이기도 하다.


   태백산 깊은 골짜기에 자리한 정암사는 좁은 절 마당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전각과 탑까지 절묘하게 공간 배치하여 아늑하고 호쾌한 분위기를 두루 갖추었다니 조형미가 더해 보인다. 묘향산 분지에 자리한 보현사 813층 석탑의 균형감은 비례를 염두에 둔 조상들의 지혜로부터 발현되었다. 내금강에 넓게 터를 잡고 앉은 표훈사는 수많은 탐방객들이 들렀던 대찰로 사계절마다 개성 있는 이름으로 불리는 금강산의 진수를 담고 있다니 재개될 금강산 여행을 그리며 승()과 속()이 함께하는 자리에 나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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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 피할 수 없는 내 운명을 사랑하는 법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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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습 한파로 따뜻한 남해의 기온이 영하권에 머물러 기도를 가려던 걸음을 멈추고 그동안 배달된 책을 읽었다. 중년에 이르러 늘어난 불안은 안전사고에 대한염려로 이어졌고, 가족들뿐 아니라 인연 있는 이들의 하루가 무탈하게 지나가면 다행이라 여기며 무사 안일로 치달을 때가 늘어났다. 경험이 쌓일수록 고통보다는 안일함을 선호하며 고난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만 커지고 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질병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면 비껴가지 않는 병마를 원망하는 마음이 컸을 뿐이다. 피할 수 없는 고통에 버거워하며 사는 게 힘들다는 말을 넋두리처럼 내뱉기 일쑤였다.


  스물다섯의 나이에 바젤대학교의 고전문헌학 교수로 재직하던 니체는 피할 수 없는 질병에 시달리며 철학가의 길을 걸었다. 그는 고통스런 시간을 응시하며 시련의 시간이 길어짐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정신적 평정과 충일을 찾아갔다. 안락한 생존과 쾌락에만 연연해하는 병약한 말세형 인간에서 벗어나 기품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에 초점을 맞췄다. 지금 자신이 맞닥뜨린 운명을 회피하려 발버둥치기보다는 험난한 운명에 감사하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함을 일깨운다.


  불가항력적인 운명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패배주의에 젖어 지내는 이들은 허무함에서 오는 자살을 떠올리는 경우가 있다. 더 이상 삶의 희망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려는 이들의 소식이 기사화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와 달리 일본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고노스케는 자신 앞에 놓인 상황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며 운명을 사랑하였다. 그는 가난하게 태어난 것, 허약 체질로 질병을 앓은 것,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할 정도로 못 배운 것을 세 가지 은혜로 삼아 운명에 굴하지 않았다. 니체 역시 운명을 긍정하고 사랑함으로써 험난한 운명을 자신이 성장할 발판으로 삼았다.


  신은 죽었다고 말한 니체는 선민사상에서 나온 교조주의적 절대적인 믿음에 반기를 들고 전통적인 종교와 철학에 회의하고 투쟁하기를 바랐다. 확신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롭게 볼 수 있는 능력을 쌓을 때 강한 힘은 나온다고 보았다. 온갖 폭풍우를 견디고 뿌리를 깊게 박고 서 있는 나무처럼 살기를 바랐던 그는 강한 긍지와 용기를 발현하며 패자에게는 관용을 베푸는 대신 자신보다 강한 자에게는 의연하게 도전하며 정체성을 찾기를 바랐다.

   ‘위험하게 살아라. 베수비오 화산의 비탈에 너의 도시를 세워라.’

  가혹한 운명에서 비껴난 안락한 생존을 극복하고 자신의 운명과 투쟁하는 삶으로 자신을 강화하고 고양시키는 차별성으로 개성을 중시하는 삶을 살라 당부한다.


   50대 초반 병약해지는 육체와 퇴화하는 정신과 조우할 때마다 노년에 대한 불안은 커진다. 질병 속에서 스스로 해결할 일을 처리하지 못하는 일만큼은 피하며 살고 싶지만 마음먹은 대로 인생의 시간은 흘러가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두려움은 커진다. 생명력을 상실하고 거대해진 문명 아래 나답게 살지 못하는 시간은 기품 있게 죽어갈 권리까지 앗아갈 것이다. 어떠한 곤경이 내게 오더라도 통념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살다 가기를 바란다. 인생을 놀이처럼 즐기다 가는 아이처럼 살다 갈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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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면 왜 안돼요? - 남들처럼 산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닌데
정제희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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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하고 계십니까?’

  ‘당신은 꿈을 이루며 살고 계십니까?’

   이란어 통역사·번역가 등의 전문가로 자존감을 높이며 자신의 길을 가꾸어가는 저자는 일반적 관렴의 틀을 벗어나려는 강단진 태도에서부터 출발하였다. 취업이 잘되는 학과를 선택하라는 현실적인 제안을 거부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란어를 전공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오롯이 살아내는 일에 골몰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야할 길이라 여기는 대열에서 이탈해 혼자만의 길을 걸어가는데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테헤란 나이트>>책으로 만난 저자는 5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이란어로 먹고 살면서 신나게 일하는 사업가로 변신하였다. 외국을 드나드는 상선을 탔던 아버지가 고국에 들를 때 사온 선물 꾸러미에 적힌 기이한 글자에 끌려 이란어 전공이 유일한 대학교에서 공부한 뒤 여느 취업 준비생들처럼 지냈다. 기업체가 좋아할 문구를 넣어 자신을 포장하는 자소서를 쓰고 서류전형에 응해봤지만 소모한 시간을 되돌리기에는 늦을 때가 많았다. 남들처럼 자격증을 취득하고 토익 점수를 받아 입사 지원 자격을 갖춘 뒤 대기업에 입사하였지만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놓칠까봐 조바심 나는 시간이 흘러갔다.

 

   남들이 다니고 싶은 대기업에서 석 달 일하고 내린 결론은 이란의 중심부로 가서 이란어 공부뿐 아니라 이란의 문화까지 깊숙이 이해하는 이란 전문가로 일하는 꿈이었다. 대체 불가한 이란어 전문가로 현지 언어를 익히고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구상을 실천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입학 지원서를 신청하고 학생 비자를 발급받는 데도 많은 시간이 흘렀고, 테헤란대학교 여성학 석사 과정을 지원했다 외국인은 뽑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고는 다른 학과를 찾아봐야 했다. 세 번째 관문을 통과하고 국제관계학을 공부하며 시행착오를 겪을 때마다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과정으로 여겼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전하는 선물 쉬리니 다르머니가 안 통하는 피루즈 교수를 만나 요령을 부리지 않아도 버틸 수 있을 만큼 내실을 다질 수 있었고, 써레네 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타국에서 따스한 정을 확인하며 지낼 수 있었다. 신실한 종교 생활로 자유를 통제받기도 하였지만 이란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문화 깊숙이 들어가 호흡하는 생활로 근본적인 삶의 자세를 배운 시간은 경험의 총체로 삶의 태도를 길러 주었다. 이란 영화를 보며 관심 분야를 다양하게 접하고 이란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아갔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회사에 들어가 이란 현지를 누비며 한국 기업체와의 연결 고리를 찾으러 발품을 팔며 경험을 쌓아갔다.

 

   대기업 간부가 이란을 찾았을 때 안내를 맡아 통역했던 경험은 잠재적인 능력을 발휘하며 살아갈 힘을 불어넣었다. 미지의 나라에서 새로운 도전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유학생의 능력을 인정해주면서 잘 될 것이라는 어른의 한마디는 이란 아토즈대표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가로 서게 한 시초로 자리한다. 이는 기업컨설팅을 주로 하는 업체로 투자에 앞서 기업에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기관을 직접 찾거나 연락해 전수 조사를 마친 뒤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공신력을 키워왔다. 경제적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어학원과 기업 컨설팅 업체를 이원화해 운영하며 이란의 지평을 확대하는 견인차 기능을 수행하는 모습에서 뚝심 있는 운영자의 실천력을 가늠할 수 있다.

 

   일정한 소득이 있는 직장인으로 어렸을 때부터 꿈꾸었던 일에 종사하면서도 자신이 이 길을 잘 걷고 있는지는 명확히 말하기 힘들어진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남들과 다른 길을 걸으려는 이에게 쉬운 길이 있는데 왜 어려운 길을 택하느냐며 꿈을 꺾어온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 부모의 바람과 자신의 바람이 괴리되어 진로를 고민하는 고등학생들에게 현실적인 직업을 권하며 그 길로 내몰지는 않았는지 반성한다. 저자는 이란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 취업 전에서 고배를 마실 때마다 자존감은 곤두박질쳐 위축될 때 이름을 새롭게 바꾸고 불운을 행운으로 바꾸어갈 용기를 내었다. 세상이 정해 놓은 답을 따르느라 자신을 소모하며 살아온 시간들에 마침표를 찍고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이란어 통역사로 자리한 비터의 삶과 정제희의 삶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실패하고 좌절하더라도 타인이 자신을 보는 시선에 연연해하지 않고, 남들과는 다르지만 특별함을 이뤄가는 일에 도전적인 저자는 마침내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주인공으로 자리할 수 있음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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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겔만 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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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 편의를 위한 도로 확장으로 부치던 녹차 밭이 들어가 보상금으로 나온 1억 여 원의 돈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라는 일흔 둘의 엄마에게 노후 자금으로 비축해두라고 당부하였다. 길어지는 노후를 스스로 대비하지 않고는 자식들에게 홀대를 받을 수도 있으니 그 돈은 간직하고 있다 요양원을 갈 때 요긴하게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껏 자식들을 키워 사회인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한 공을 생각하기보다는 자신들에게 부양책임이 올까 부담스러워하며 노인 문제를 풀어야 할 과제로 여기는 추세가 늘고 있다. 거주하고 있는 남해군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지 오래라 거리마다 지팡이를 짚고 느리게 움직이는 할아버지, 보행기를 밀고 다니는 할머니들을 만날 때가 많다. 교통 흐름을 방해하는 이들로 간주하며 지청구를 늘어놓을 때도 있지만 우리 또한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고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

 

   퇴직 후 노년을 보내기 위해 찾은 요양소에서의 일상은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지만 다이아몬드 주식회사가 시설을 인수한 뒤에는 경비절감을 이유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박탈하여 무력감을 학습하는 시간이 많았다. 시설의 부조리한 운영에 순응하며 무력하게 지내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계획을 착수한 메르타 할머니는 인생의 황혼기를 즐겁게 보내기 위해 자금이 필요하다고 여겨 뜻을 같이하는 노인들과 5인조 강도단을 결성하였다. 계획을 수립하는 지략가인 메르타는 지금껏 순응적으로 환경에 적응하며 지냈던 시간을 뒤집더라도 새로운 삶을 위한 발판을 이루기 위해 그동안의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지혜를 모았다. 처음에는 은행을 털어 현금을 확보하려 했으나 실패로 돌아갔고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다른 계획을 구상해 치밀한 전략을 펴나갔다. 뛰어난 기술력을 겸비한 천재 할아버지, 은행원 출신으로 계산에 밝은 안나그레타 할머니, 감성적 깊이로 예술적 안목이 뛰어난 스티나 할머니, 선원 출신으로 해상의 일에 밝은 갈퀴 할아버지의 모험은 궁극적인 목적을 위한 길에서 이탈하지 않고 이어진다.

 

   해서는 안 되는 게 많았고, 금기 사항이 많은 노인 요양소에서의 삶은 자유로운 활동이 거세된 채 보내야 하는 요양소에서의 일상을 벗어나 인생의 황혼기를 즐기며 당당하게 살고 싶은 열망은 노인들 을 하나로 묶어주었다.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새로운 일에 착수하려는 모험에 나선 5인조는 돈 많은 부자들의 돈을 조금 나눠 갖자며 자신들의 강도 행각을 합리화할 때도 있지만 교도소에 가게 되더라도 다이아몬드 요양소에서의 삶은 끝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요양소를 탈출한 노인들은 늙음을 무기로 경비원들의 경계를 느슨하게 하여 구상한 일들을 실행으로 옮기며 성과를 낳기 시작했다. 형편없는 물건을 손에 넣었을 때도 낙담하기보다는 성공한 경험을 축하하며 훈련 과정으로 여기는 낙천적인 태도를 취했다.

 

   국립박물관으로 들어간 일행은 보행기에 실을 만한 안성맞춤인 명화로 점찍은 르누아르와 모네의 그림을 훔친데 성공한 뒤 박물관장을 협박하여 요구한 그림 값을 챙겨서는 잃어버린 국보급 명화들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으로 범죄를 마무리지으려했다. 이미 받은 돈을 숨길 곳을 둘러싸고 논의를 하면서도 이들이 머물렀던 호텔의 스위트룸에 숨겨 둔 그림들의 자취를 찾을 수 없게 되자 언론에서는 미증유의 그림 도난 사건을 보도하며 어떤 증거도 찾지 못한 경찰의 무능함을 드러내기에 이르렀다.

 

   일이 뜻한 대로 돌아가지 않아 갑갑함을 느낀 5인조 노인 강도단은 완전 범죄를 저지를 이들이라며 범죄행각을 고백하며 자수하였다. 각기 흩어져 수감되어 있는 동안 마지막 한탕을 구상하며 현금 수송 차량을 터는 탈취범의 강도짓을 들은 뒤 때를 기다리며 숨겨 둔 현금을 가로채서는 그것을 안전하게 운송하는 일에 성공하여 실패를 모르는 노인들의 치밀한 범법 행위를 보면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즐거운 노년의 삶을 보내기도 힘든 것인지 회의가 들었다. 노년의 삶이 길어지는 장수 시대에 품위를 잃지 않고 살아갈 일이 요원해 보이는 것은 젊은 층에 기대어 사는 노인들의 무력감만 부각시키어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노인들 역시 지난한 시간 속에 직분에 충실한 삶을 잇다 때가 되어 일선에서 물러난 만큼 이들이 일상 속 즐거움을 추구하며 살아갈 자유가 보장돼 연륜에서 나온 생활 속 지혜를 발현하며 상생하는 공동체적 삶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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