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 피할 수 없는 내 운명을 사랑하는 법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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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습 한파로 따뜻한 남해의 기온이 영하권에 머물러 기도를 가려던 걸음을 멈추고 그동안 배달된 책을 읽었다. 중년에 이르러 늘어난 불안은 안전사고에 대한염려로 이어졌고, 가족들뿐 아니라 인연 있는 이들의 하루가 무탈하게 지나가면 다행이라 여기며 무사 안일로 치달을 때가 늘어났다. 경험이 쌓일수록 고통보다는 안일함을 선호하며 고난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만 커지고 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질병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면 비껴가지 않는 병마를 원망하는 마음이 컸을 뿐이다. 피할 수 없는 고통에 버거워하며 사는 게 힘들다는 말을 넋두리처럼 내뱉기 일쑤였다.


  스물다섯의 나이에 바젤대학교의 고전문헌학 교수로 재직하던 니체는 피할 수 없는 질병에 시달리며 철학가의 길을 걸었다. 그는 고통스런 시간을 응시하며 시련의 시간이 길어짐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정신적 평정과 충일을 찾아갔다. 안락한 생존과 쾌락에만 연연해하는 병약한 말세형 인간에서 벗어나 기품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에 초점을 맞췄다. 지금 자신이 맞닥뜨린 운명을 회피하려 발버둥치기보다는 험난한 운명에 감사하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함을 일깨운다.


  불가항력적인 운명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패배주의에 젖어 지내는 이들은 허무함에서 오는 자살을 떠올리는 경우가 있다. 더 이상 삶의 희망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려는 이들의 소식이 기사화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와 달리 일본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고노스케는 자신 앞에 놓인 상황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며 운명을 사랑하였다. 그는 가난하게 태어난 것, 허약 체질로 질병을 앓은 것,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할 정도로 못 배운 것을 세 가지 은혜로 삼아 운명에 굴하지 않았다. 니체 역시 운명을 긍정하고 사랑함으로써 험난한 운명을 자신이 성장할 발판으로 삼았다.


  신은 죽었다고 말한 니체는 선민사상에서 나온 교조주의적 절대적인 믿음에 반기를 들고 전통적인 종교와 철학에 회의하고 투쟁하기를 바랐다. 확신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롭게 볼 수 있는 능력을 쌓을 때 강한 힘은 나온다고 보았다. 온갖 폭풍우를 견디고 뿌리를 깊게 박고 서 있는 나무처럼 살기를 바랐던 그는 강한 긍지와 용기를 발현하며 패자에게는 관용을 베푸는 대신 자신보다 강한 자에게는 의연하게 도전하며 정체성을 찾기를 바랐다.

   ‘위험하게 살아라. 베수비오 화산의 비탈에 너의 도시를 세워라.’

  가혹한 운명에서 비껴난 안락한 생존을 극복하고 자신의 운명과 투쟁하는 삶으로 자신을 강화하고 고양시키는 차별성으로 개성을 중시하는 삶을 살라 당부한다.


   50대 초반 병약해지는 육체와 퇴화하는 정신과 조우할 때마다 노년에 대한 불안은 커진다. 질병 속에서 스스로 해결할 일을 처리하지 못하는 일만큼은 피하며 살고 싶지만 마음먹은 대로 인생의 시간은 흘러가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두려움은 커진다. 생명력을 상실하고 거대해진 문명 아래 나답게 살지 못하는 시간은 기품 있게 죽어갈 권리까지 앗아갈 것이다. 어떠한 곤경이 내게 오더라도 통념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살다 가기를 바란다. 인생을 놀이처럼 즐기다 가는 아이처럼 살다 갈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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