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겔만 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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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 편의를 위한 도로 확장으로 부치던 녹차 밭이 들어가 보상금으로 나온 1억 여 원의 돈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라는 일흔 둘의 엄마에게 노후 자금으로 비축해두라고 당부하였다. 길어지는 노후를 스스로 대비하지 않고는 자식들에게 홀대를 받을 수도 있으니 그 돈은 간직하고 있다 요양원을 갈 때 요긴하게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껏 자식들을 키워 사회인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한 공을 생각하기보다는 자신들에게 부양책임이 올까 부담스러워하며 노인 문제를 풀어야 할 과제로 여기는 추세가 늘고 있다. 거주하고 있는 남해군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지 오래라 거리마다 지팡이를 짚고 느리게 움직이는 할아버지, 보행기를 밀고 다니는 할머니들을 만날 때가 많다. 교통 흐름을 방해하는 이들로 간주하며 지청구를 늘어놓을 때도 있지만 우리 또한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고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

 

   퇴직 후 노년을 보내기 위해 찾은 요양소에서의 일상은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지만 다이아몬드 주식회사가 시설을 인수한 뒤에는 경비절감을 이유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박탈하여 무력감을 학습하는 시간이 많았다. 시설의 부조리한 운영에 순응하며 무력하게 지내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계획을 착수한 메르타 할머니는 인생의 황혼기를 즐겁게 보내기 위해 자금이 필요하다고 여겨 뜻을 같이하는 노인들과 5인조 강도단을 결성하였다. 계획을 수립하는 지략가인 메르타는 지금껏 순응적으로 환경에 적응하며 지냈던 시간을 뒤집더라도 새로운 삶을 위한 발판을 이루기 위해 그동안의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지혜를 모았다. 처음에는 은행을 털어 현금을 확보하려 했으나 실패로 돌아갔고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다른 계획을 구상해 치밀한 전략을 펴나갔다. 뛰어난 기술력을 겸비한 천재 할아버지, 은행원 출신으로 계산에 밝은 안나그레타 할머니, 감성적 깊이로 예술적 안목이 뛰어난 스티나 할머니, 선원 출신으로 해상의 일에 밝은 갈퀴 할아버지의 모험은 궁극적인 목적을 위한 길에서 이탈하지 않고 이어진다.

 

   해서는 안 되는 게 많았고, 금기 사항이 많은 노인 요양소에서의 삶은 자유로운 활동이 거세된 채 보내야 하는 요양소에서의 일상을 벗어나 인생의 황혼기를 즐기며 당당하게 살고 싶은 열망은 노인들 을 하나로 묶어주었다.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새로운 일에 착수하려는 모험에 나선 5인조는 돈 많은 부자들의 돈을 조금 나눠 갖자며 자신들의 강도 행각을 합리화할 때도 있지만 교도소에 가게 되더라도 다이아몬드 요양소에서의 삶은 끝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요양소를 탈출한 노인들은 늙음을 무기로 경비원들의 경계를 느슨하게 하여 구상한 일들을 실행으로 옮기며 성과를 낳기 시작했다. 형편없는 물건을 손에 넣었을 때도 낙담하기보다는 성공한 경험을 축하하며 훈련 과정으로 여기는 낙천적인 태도를 취했다.

 

   국립박물관으로 들어간 일행은 보행기에 실을 만한 안성맞춤인 명화로 점찍은 르누아르와 모네의 그림을 훔친데 성공한 뒤 박물관장을 협박하여 요구한 그림 값을 챙겨서는 잃어버린 국보급 명화들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으로 범죄를 마무리지으려했다. 이미 받은 돈을 숨길 곳을 둘러싸고 논의를 하면서도 이들이 머물렀던 호텔의 스위트룸에 숨겨 둔 그림들의 자취를 찾을 수 없게 되자 언론에서는 미증유의 그림 도난 사건을 보도하며 어떤 증거도 찾지 못한 경찰의 무능함을 드러내기에 이르렀다.

 

   일이 뜻한 대로 돌아가지 않아 갑갑함을 느낀 5인조 노인 강도단은 완전 범죄를 저지를 이들이라며 범죄행각을 고백하며 자수하였다. 각기 흩어져 수감되어 있는 동안 마지막 한탕을 구상하며 현금 수송 차량을 터는 탈취범의 강도짓을 들은 뒤 때를 기다리며 숨겨 둔 현금을 가로채서는 그것을 안전하게 운송하는 일에 성공하여 실패를 모르는 노인들의 치밀한 범법 행위를 보면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즐거운 노년의 삶을 보내기도 힘든 것인지 회의가 들었다. 노년의 삶이 길어지는 장수 시대에 품위를 잃지 않고 살아갈 일이 요원해 보이는 것은 젊은 층에 기대어 사는 노인들의 무력감만 부각시키어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노인들 역시 지난한 시간 속에 직분에 충실한 삶을 잇다 때가 되어 일선에서 물러난 만큼 이들이 일상 속 즐거움을 추구하며 살아갈 자유가 보장돼 연륜에서 나온 생활 속 지혜를 발현하며 상생하는 공동체적 삶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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