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을 자고 일어난 고등학생 아들은 느릿느릿 움직이며 능청을 떨며 너스레를 늘어놓는다. 밥 먹고 도서관으로 가든지 할 일을 찾아 행하라고 하니 투명 인간 취급하라며 화를 돋운다. 눈앞에서 얼쩡거리며 마음 쓰이게 하지 말라는 말에 아들은 가방에 책들을 주섬주섬 넣어서는 시무룩해져 집을 나선다. 주말 아침 집에서 벌어지는 풍경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집에서도 행복할 것이라는 책을 보면서 집안에서 함께 지내는 이들과 생활하는 일이 행복할 때보다는 불행하다고 여길 때가 많은 것을 반영한 것처럼 보인다. 서로 연관성 없이 살아가는 제 삼자라면 듣기 싫은 소리를 하면서 요구하고 금기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들을 도서관으로 내몰고 전기 주전자에 물을 올리고 물 끓는 소리에 일어나 찻잔을 꺼내 다관에 물을 붓는다. 다관을 데운 물을 숙우에 버리고 헹군 찻잔에 물을 따른다. 차를 다관에 넣고 물을 부어 찻물을 우려낸다. 세 번씩 나눠 찻잔에 차를 따르며 오감으로 차를 마시며 음미한다. 오롯이 혼자인 시간 행복이 스멀스멀 피어올라 전신을 휘감아 돈다. 직장에서의 생활은 행복지수가 높은 편인데 가정에서의 삶은 불행할 때가 더 많다고 여기며 지냈던 터라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불행의 원인을 가족 구성원들의 외적 요인으로 치부하고는 원망 섞인 소리를 많이도 내고 살았나 보다.

 

   저자는 학기를 새롭게 시작하는 9월부터 집에서 행복해지기 위한 삶에 초점을 맞추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녀는 한 가정의 아내엄마로서 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생활이 많은 만큼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지향하며 사는 과정을 중시하였다. 자신의 성장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행복이 무엇인지 일깨워준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소유물과 행복의 관계를 조명하며 소유물 덕분에 경험할 수 있어 즐거웠던 점을 들어 소유물이 행복을 주는 경우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보았다. 그것은 소유한 물건이 불러일으키는 추억을 연상하며 위안을 삼고 살아가는 경우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처분하고 필요한 물건을 사서 요긴하게 사용할 때 집안의 주변 정리는 가능할 것이다.

 

   각기 사귀던 이와 결별하고 교제를 시작한 제이미와 저자는 한창 바쁠 때 약혼을 하고 결혼하여 결혼 생활에 대한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며 살기 위한 부부의 실천적 노력으로 부부 생활의 질서를 잡아갔다. 키스로 아침을 시작하며 아이들에게도 키스함으로써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이임을 자각하는 가운데 가족들 간의 유대는 돈독해졌고 칭찬으로 삶의 활기를 돋우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길을 잃었다고 연락해 온 딸의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으며 지금 그곳이 어디인지 알겠는지 물은 뒤 길을 찾아 집으로 무사히 돌아온 사례를 보면서 호들갑을 떨어서 해결되지 않을 일들이 더 많음을 인식하였다.

 

   웃음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은 한바탕을 웃어젖히며 좋아하며 기뻐하다 보니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과 사귀는 게 습관처럼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보다 낫다는 말은 내가 행복하다면 다른 사람의 행복도 커질 것이라는 말을 도출할 수 있다.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행복을 앗아가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고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에 함께 하여도 좋을 사람들과 교류하며 살아가는 일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도 절대불가결한 일이다. 낙천적이고 힘이 넘치는 호랑이 같은 성향의 티거 유형의 긍정성을 띠는 사람과 소통하며 살아갈 때 부정적인 기운에 기운 뺏기지 않는 가운데 나답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지만 행복은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이내 사라지고 마는 오아시스의 신기루와 닮았다. 올더스 헉슬리의 말대로,

의식적으로 행복을 추구해서는 행복에 도달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행복은 다른 활동의 부산물이다.’

의미 있는 활동을 행하다 보면 어느 새 행복은 내게로 오는 것이라는 생각을 새기며 현재의 삶에 충실하고 감사하는 생활을 잇는 게 일상의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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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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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위가 한풀 꺾이고 소슬한 바람이 불어 청량감을 더하는 9월 물을 흠뻑 머금은 솜이불처럼 무겁기만 하다. 가을로 가는 길목에 2016학년도 대학 입시 수시 전형이 눈앞이라 일선 학교에서는 분주한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3학년 1학기 내신 성적을 종합하여 희망하는 대학 지원자의 서열을 정하는 일부터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작성까지 도움을 전하는 이의 고충이 커지는 때이다. 내신 절대 불변의 법칙은 입시 지원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경쟁선 상에 있는 친구보다 성적을 잘 받아야 생존할 수 있는 정글 같은 경쟁과 견제는 졸업하기 전까지 계속 된다. 1등급에서 9등급까지 엄혹하게 적용되는 내신 성적 체제에서 중하위권 성적의 학생이 명문대학을 갈 수 없는 현실은 명약관화하다.

   내신 성적에 따라 대학을 지원하고 학교 서열에 따라 명백히 갈리는 학교 간판에 짓눌려 실력이 뛰어나도 역량을 발휘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는 흔하여 이 땅에 살면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크다. 한국 사회에서 패권을 장악하며 주류에 편승해 사는 이들과는 달리 내세울 만한 것이 변변치 않은 이들이 주도권을 쥐고 척박한 환경에 뿌리를 내리고 굳건히 살 수 없는 현실에 봉착하는 일은 특별할 것도 없다. 과거에는 개천에서 용이 났지만 지금은 태어날 때부더 규정된 위계 구조의 궤도에 지배당하는 만큼 보잘것없는 환경에서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며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젊음과 낭만, 예술과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공존하는 홍대 거리를 거닐며 대학을 다녔을 계나는 한국을 탈출하기로 마음먹는다. 한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특별한 것 하나 변변히 내세울 게 없다고 판단한 그녀는 강자에게 잡아먹히고 마는 약자의 삶을 지속할 수 없다고 여겼다. W종금이라는 직장에 다니는 동안 행복하지 못했고 더 이상 재미없는 직장을 계속 다니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생각 없이 다니던 직장을 나왔다.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 아득한 공간을 탈출하여 행복하게 살고 싶은 바람은 호주 이민을 결행하게 했다.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현재를 버티며 사는 일상에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음을 알아차린 계나는 행복하게 살 수 없는 한국을 떠나 행복해지기 위해 시드니로 향했다. 그녀는 영어가 능숙하지 않아 소통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영주권과 시민권을 획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실천으로 당당한 삶을 지향하였다.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일은 재기 불능의 상황을 초래하는 만큼 호주 국민으로 새로운 삶을 설계할 수 있는 그날까지 국외자는 시련의 시간을 감내해야 했다. 제대로 된 정착지조차 얻지 못한 상황에서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수도 없는 셰어하우스를 전전하며 호주 국민으로 살아갈 꿈을 이루는데 초점을 맞추고 자신을 단련해 나아갔다.

강남 출신으로 많은 혜택을 받으며 살아온 지명과 연인 관계를 청산하고 호주로 간 계나의 만 서른이 된 날,

평생을 기다려도 괜찮아. 사랑해.’

   신분상의 차이와 경제적 간극에 부딪혀 헤어진 지명은 꿈꾸던 기자가 되어 그녀를 찾았지만 이들은 만남을 지속할 수는 없었다. 문화적 차이가 배태하는 차별을 떨쳐내지 못한 채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고 상대를 지치게 하는 사랑은 서로에 대한 절실함의 부족으로 이별을 초래하였다. 만날 사람은 어디에서든 만나게 되어 있다는 운명론처럼 호주에서의 강퍅한 삶에 웃음을 주기도 했던 재인과 계나의 만남은 새로운 지평을 여는 관계로 발전한다. 무엇을 하고 사느냐의 문제보다는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고민하며 지낸 시간은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가운데 서로의 발전을 응원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애국심을 강요하는 애국가에 실린 가사를 꼬집으며 고국은 대한민국 자신을 사랑했지 나라의 영광을 드러내 줄 구성원을 아꼈을 뿐이라고 상대적 박탈감을 표현했을 때는 안타까운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기득권 계층의 세습에 저항하여 부조리의 원인을 파헤쳐 그것을 바로 잡기보다는 한국을 피해 다른 나라로 이민을 떠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희망을 생각할 수도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당당히 살아갈 힘조차 얻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소진하며 사는 하루살이 운명처럼 연명하는 일을 방관해서도 안 될 일이다. 소수의 행복 증진을 위해 다수의 국민들을 들러리 서게 하는 불합리한 요소를 시정하여 이 땅을 사랑하며 살아갈 가치를 복원하는 일이 우선시된다면 이 사회는 점진적으로 나아질 것이라 믿고 싶다.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사회의 도래를 바라며 젊은이들이 이 땅에서 재능을 발휘하며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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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팔로 하는 포옹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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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로우니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말하고 하지만 크고 작은 사랑은 삶의 의미를 규정하고 서로의 성장을 돕는 긍정적인 힘이 강하다. 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들은 사랑의 열매를 거두지 못한 미완의 사랑으로 가슴에 생채기를 품고 사는 이들이 많음을 대변한다. 새벽 3시 어둠에 잠겨 있던 물상들이 기지개를 켜고 빛을 향해 가고 있는 시각에 깨어나 공허함을 채워 줄 몰입은 뒤섞인 내면의 숨결을 골라 정제된 작품을 만드는 창조의 시간으로 변형 시킨 요요의 차선재가 있다.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공간인 방은 형성된 관계를 파괴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선재를 잉태함으로써 부부의 연을 맺었던 어머니는 아들을 떠났다. 선재는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아 무연의 상황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만큼 독립시계제작자로 실력을 발휘하며 지내면서도 수영과 속내를 털어놓으며 지내던 교감의 시간으로 돌리고 싶었다. 꿈꾸던 일상을 현실화하며 제 영역을 굳건히 붙들며 지내는 이들이지만 소식이 끊어졌던 시간의 간극을 메워가기에 세월은 덧없이 흘러버렸다.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이들과의 이별은 가슴 속 애증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운 채 그리움의 심연 속으로 이끌어 감내할 수 없는 현실의 무게를 더한다. 사랑하던 여인의 이별 통보는 상대를 만나지 못한 아픔보다 누군가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그녀에 대한 반목을 키웠고 헤어나지 못할 늪지대로 그를 몰아넣어 회생불능의 지경으로 이끌었다. ‘힘과 가속도의 법칙을 이용해 보험 사기단으로 활동 중인 현수는 고통이 자신을 새롭게 해주기를 바라며 자동차에 온몸을 던지며 육체적 분리로 고해와 같은 일상의 무게와 무거운 심장의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살아간다. 헤어진 여자 친구 정윤을 불러내 술을 마시는 알코올중독자 모임의 일원인 규호는 술을 마시면 무중력 상태에서 꿈속을 거니는 듯 탈현실적 삶에 젖어 의미 있다고 여긴 것들을 놓아버림으로써 무위의 상태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살아남기 힘든 절망적 상황에서 살기 위해 분투해보지만 생명력 있게 살기 힘든 상황이 펼쳐지는 와중에도 생존에 대한 본능은 삶을 애착하게 만든다. 비행물체는 땅으로 내리 꽂힌 자리에 구멍을 냈고 사람들은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 형체가 사라지고 마는 불가항력적 상황에서 어딘가를 향해 걷던 중 만난 윤정화와 나는 막연한 기대로 부풀어 올랐던 적이 있다. 위태롭지만 예측 불허의 상황에서 같은 공간 위에서 불안정한 시간을 녹여낼 대화 상대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다. ‘보트가 가는 곳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난관이지만 도처에 자리한 구멍 옆에 떨어진 바나나로 굶주림을 해결하고 대양을 건너 외계인이 오지 않을 무위의 공간으로 가려는 열망 이면에 구멍 속으로 사라져간 여인을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 또한 멍에로 자리한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대상은 어느 구멍 아래에서 자생 능력을 잃고 파멸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아 스러져갔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성행위를 하나의 상품으로 상업화하여 발전해 온 포르노 시장의 성장률은 외설을 통해 내면의 욕구를 채우려는 이들의 수요가 늘어난 만큼 포르노 제작 기술이 발달되어 왔다. ‘상황과 비율속 춘하프로덕션 차양준이 도약을 위한 지지대 마련을 위해 노력하듯 포르노 배우 송미는 바람 든 봉지를 터뜨리면서 연출된 성 행위에서 느끼지 못한 쾌감에 전율하였다. 기획된 대로 움직이며 촬영하는 동안 기계적으로 움직이던 그녀에게 차양준의 시선은 서로의 가슴을 지피는 사랑의 불씨로 새로운 삶의 이유를 찾아가는 단초로 작용할 것처럼 보인다. ‘픽포켓은 마음의 주머니 속에 사리어 있는 우상의 궤적을 찾아 길 위에 서는 이들의 만남과 소통을 다뤘다. 좋아하는 가수의 실종으로 그녀의 행적을 찾아 길을 떠난 친구들은 그동안 점점이 박힌 고립의 선들을 하나로 이어 그녀를 찾아 나섰다. 욕심 없이 좋아하던 우상은 무모한 도전처럼 보이지만 낯선 곳으로 걸음을 옮기게 하는 용기를 주는 사랑의 대상이었음을 새삼 발견하게 한다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면서 제 욕심을 채우려는 일에 몰두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애착과 소유욕을 발견한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나의 이기심을 넘어 상대로 확장해 가는 넉넉한 마음을 지니지 못한 채 살아가는 어리석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수많은 뱀들의 노기(怒氣)가 응집되어 지축을 흔드는 지진으로 숱한 목숨을 앗아가는 재해 현장에서 추억 속 연인을 불러내 실연의 아픔을 상쇄하려는 뱀들이 있어이야기 속 정민철이 남편의 실종으로 혼비백산한 연인 영선을 다독거리며 슬픔에 잠긴 그녀에게 안아달라고 부탁하는 이기심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큐레이터와 화가로 만나 관련 이야기를 나누다 명사를 잃어가는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하고 친밀감에 달뜬 이들의 만남과 소통은 지난한 시간을 견디게 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기대감으로 시작할 수도 있는 사랑을 담은 종이 위의 욕조는 엇갈린 시간의 교착점이 또 다른 사랑을 잉태할 수도 있음을 가늠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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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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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되뇌며 살아서인지 복종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표면적 의미에 대한 거부 반응이 있어 왔지만 한용운 님의 복종(服從)’ 시를 암송하면서 단어의 이면적 의미에 주목하였다.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시적 화자인 나는 여러 의미로 불리는 당신에 대한 복종으로 자유보다 더 큰 존재의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자발적 복종의 의미를 발현하였다. 타의에 의한 복종은 고통스럽지만 자발적인 복종은 달콤한 행복을 줄 수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며 존재의 정당성을 의심하지 않았던 시기를 지나 학위를 받은 뒤 학문의 정점에 올랐던 위스망스 전공자인 소르본 대학교 교수인 프랑수아는 스스로 무엇인가를 잃어버렸다는 의식에 젖어 지내고 있다. 이른 나이에 교수가 되어 전문적인 직업으로 사회에 편입되었지만 후진들 양성과 학문적 궁구라는 소명의식도 없이 학부 여학생들과의 성적인 쾌락을 좇으며 지낼 때가 있지만 그것 역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 일쑤였다. 사랑이라는 감정도 없이 본능적인 행위를 일삼다 끝내는 권태로운 일상을 지속할 뿐이다. 그는 지금껏 삶의 동반자이자 충실한 친구라고 여겼던 위스망스 연구로 박사 논문을 발표하고 난 뒤 삶의 열정은 끝나버렸고 헛헛함만이 크게 자리하였다.

 

   인간의 탐심을 적절히 조절하여 사회를 형성하며 사는 인간들은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국가를 이루어 정치적 활동의 영향에 놓인다. 한 개인의 역사도 어떤 정치적 환경에 놓이느냐에 따라 인생의 향방이 달라진다.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에서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과 이슬람 정당인 이슬람박애당 대표가 맞붙음으로써 극우 정권에 대한 위기감은 프랑스 전역에 팽배해졌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국민전선의 사회당과 이슬람 박애당이 맺은 밀약으로 이슬람 정권이 들어서게 되자 프랑스 사회에는 걷잡을 수 없는 변혁의 소용돌이 속에 휩싸였다. 공립학교가 이슬람 학교로 바뀌면서 기존의 교수 중에는 거액의 은퇴 연금을 받고 교수직에서 물러나야 했고, 잔류 교수들은 이슬람으로 개종하였으며 베일을 쓴 여학생들이 공부하는 교육 환경에 놓였다

 

   삶에 이국적인 향취를 주는 여성과의 만남에 비중을 두고 살았던 프랑수아의 연애사의 정점은 미리암과의 사랑이 그녀의 이스라엘 이민으로 끝나버리자 그의 육신은 다양한 고독의 근원지로 자리했다. 교수직에서 물러나 파란의 가장자리를 벗어나 외곽에 자리한 호텔에 머물며 주어진 시간을 죽이며 일상을 보내는 일로 고독하게 지내다 위스망스 논문을 쓰기 위해 머물렀던 리귀제 수도원으로 돌아갔지만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말한 그의 낙담은 도처에 자리하였다. 피정이 실패로 돌아섰음을 감지하고 수도원 생활을 청산하고 떠났던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감행하였다. 살던 집으로의 회귀는 누벨 소르본 교수직 수락과 플레이아드 총서 감수를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발판이기도 했다.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는 이슬람 사회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소르본 대학 총장은 적재 적소에 필요한 부인을 적절히 활용하는 이야기는 경직된 원칙주의에서 비껴나고 싶은 프랑수아의 바람을 돋우었다. 프랑스를 넘어 유럽 국가에서도 이슬람당이 패권을 장악함으로써 테러에 대한 공포로 확산되었고 이슬람 세계에 억눌린 위기의식은 팽배해졌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아버지는 어머니와는 다른 욕정을 새어머니와 해결하며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 것처럼 프랑수와는 이슬람교 개종식을 거침으로써 남편에게 헌신적이고 순종적인 여성이 주는 쾌락을 맛보고 싶어 했다. 재직하던 대학을 나온 뒤, 자신에 대한 의무라고 합리화하여 충분한 은퇴 연금으로 에스코트걸을 고용해 성욕을 분출하는 적나라한 행위에서는 욕정을 이기지 못하는 지식인의 고독한 몸부림은 원초적인 색욕의 그림자에 지배를 받는 지식인의 음울한 일면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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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 - 한국과 일본, 라면에 사활을 건 두 남자 이야기
무라야마 도시오 지음, 김윤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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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학이면 세 끼를 집에서 해결해야 하는 불편함으로 한 끼 정도는 면으로 해결할 때가 있다. 다양한 면이 나와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고 있지만 인스턴트식품이 갖는 부적합한 영양 성분 때문에 즉석 식품을 꺼려하는 편이다. 어쩔 수 없이 라면을 섭취해야 하는 경우 열량을 낮추고 몸에 안 좋은 성분을 거르기 위해 두 군데의 냄비에 물을 끓였다가 라면만 넣어 삶은 뒤 그 국물을 따른 뒤 새롭게 끓인 물에 스프를 풀어 라면을 완성한다. 자극적인 맛은 덜하지만 불가피하게 라면을 섭취하는 경우 이 방법을 따른다.

 

    세계 인스턴트 라면협회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국가 중 1위로 오른 한국은 지난해 1인당 연평균 라면 섭취량은 74.1개라니 날로 이채로운 라면이 출시되는 것만 봐도 라면 시장은 불황을 모르고 있다고 여길 정도다. 라면 마니아가 많은 만큼 한국의 라면 시장은 활성화되어 세계로 수출되는 품목으로 각광받는다니 인스턴트식품인 라면의 성장세를 가늠해볼 수 있다. 제국주의의 침탈로 곤핍한 시기를 지내고 광복 후 국가 재건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여력도 없이 발발한 한국전쟁으로 피폐해진 한국의 식량난 타개를 목적으로 19639월 한국 최초의 라면으로 삼양 라면은 출시되었다.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기 힘든 상황에서 주식인 쌀을 대체하여 한 끼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식품을 공급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라면은 삼양식품 설립자인 전중윤 회장과 일본의 묘조식품의 오쿠이 사장의 인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오쿠이 사장은 가난한 나라 한국의 국민들이 누구나 배부르게 먹기를 바란다는 간곡한 전회장의 호소를 받아들여 라면 제조과정에서부터 기밀에 해당하는 스프 배합표까지 알려주며 협력 체제를 굳혀 갔다. 한 집안의 음식 맛은 장맛이 결정짓듯 라면의 국물 맛은 스프 맛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도 오쿠이 사장은 실패를 거듭하여 이뤄낸 스프 배합표까지 내주었다. 그 후 전 회장은 전수받은 라면 제조 공법 기술을 토대로 대량생산으로 박리다매를 내걸고 라면 시장을 이끌어갔다. 라면의 원활한 재료 공급을 위해 대관령 목장을 인수하여 5원 짜리 꿀꿀이죽으로 주린 배를 채우는 국민들의 허기진 배를 달래주었다

 

    한국 전쟁 후 보험업계의 실력자로 부상한 전중윤 회장은 위기에 몰린 제일생명을 구하라는 재무부의 요청대로 보험사 사장 자리에 올랐지만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보험계를 떠나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였다. 유지(油脂) 제조회사인 민성산업을 인수해 삼양제유로 바꿔 라면 제조 원료 중 유지부터 시작할 요량이었다. 기존에 걸었던 길과는 다른 길이었기에 무모해보일 수 있는 길이지만 가지 않은 길에 도전하며 척박한 환경을 극복해나갈 용기를 내었다. 일본의 닛신식품 안도 도모후쿠의 라면 발명 이후 오쿠이 사장의 도움으로 건면사업에 착수하여 굴지의 라면 식품업계를 키워 온 동안 공업용 쇠기름 사건으로 타격을 받기도 하였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기업을 키워왔다.

 

   주황색 표지에 삼양 로고가 박힌 라면을 양은 냄비에 끓여 둥근 소반에 둘러앉아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거운 김을 피해 후루룩거리며 젓가락질하던 추억은 따스함으로 스며든다. 다양한 즉석 식품들이 주를 이루는 바쁜 시대 트렌드에서도 주도권을 쥐고 있는 하면 시장은 다양한 요리법만큼이나 소비자들의 애환이 녹아 있는 라면이다. 급식이 이뤄지지 않을 때 학교를 다닌 아이들은 컵라면에 물을 부어 후루룩 먹던 기억 때문에 라면은 쳐다보기 싫다고 하지만 가슴이 아려올 때면 따끈한 라면 국물에 식은 밥 한 덩이 넣어서 울음을 삼키던 음식이다. 인스턴트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칼칼한 라면을 먹어야할 때는 냄비 두 개에 물을 끓여서 염분과 칼로리를 낮춰서 먹을 필요가 있을 듯하다. 해외 오지를 여행 할 때 무심코 들른 구멍가게에서 발견한 한국 라면을 보고 반가움에 일렁이는 눈물을 감추고 라면을 사서는 봉지에 뜨거운 물을 넣어 반쯤 불린 라면을 먹었던 기억은 집을 나설 때마다 생각난다. 지금은 추억 속 아련한 향수를 달래는 음식 라면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뿌리를 내리기까지의 역사를 통해 굶주림을 면해주는 유용한 음식으로 사랑받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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