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 삶이 흔들릴 때마다 꼭 한 번 듣고 싶었던 말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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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날의 연속이다. 불교방송을 들으며 일상의 리듬을 찾아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시간 아래 너무 게을러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채근하며 책을 읽는다. 갈등이 증폭되는 구성의 글보다는 다정한 말투로 자신의 경험을 객관화하여 조곤조곤히 들려주는 글들을 자주 접하며 지낸다. 글을 쓰면서 생활인으로 살고 싶은 바람이 컸던 저자는 방송아카데미 과정을 끝내고 낯선 걸음이 익숙해지기까지 13년간 방송계에서 일했다. 그 시절 맺은 인연을 돌아보며 느낀 정회와 방송국을 그만 두고 어머니를 간병하며 지낸 시간, 아이를 키우면서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 등의 의미를 관조하며 글을 써내려갔다.

    자신의 한계를 잊고 숨을 참는 순간 물숨을 먹게 되고 바다는 목숨을 앗아간다는 사실을 해녀들은 잘 알면서도 심해까지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다 목숨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다. 홍매화가 피어 봄소식을 알리는 날 열일곱 살 아이의 엄마는 물질을 하러 바다 속으로 갔다 더 이상 볼 수 없는 세상으로 떠나고 말았다. 문상을 간 자리, 어머니 영정 사진 앞에서 우두커니 앉아 꺼이꺼이 울던 아이의 모습은 비통한 오열에 가까웠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이별은 상흔을 깊게 낳아 좌절의 심연으로 이끌 때가 많다.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날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고 지내다 맞닥뜨린 죽음은 더 잘해주지 못해 아쉬운 회한을 남긴다. 저자 역시 투병하던 어머니를 여의고 오래지 않아 아버지를 떠나보내야 했다.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음을 알아차린 아버지가 딸에게 주고 싶은 선물을 사양한 일은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을 줄 알지 못해 아쉬움이 더한 일로 남은 듯하다.

 

   ‘내가 옳은 방향으로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해도 한 가지는 기억하자. 나는 누구나에게 개새기가 될 수 있다.’ 드라마 ‘www’

   드라마 대본 중 구절이 폐부를 찌른다. 자신이 의도하지 않아도 나의 선택과 결정이 누군가에게는 나쁜 결정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독단과 아집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연륜이 쌓인다고 지혜가 저절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으로 지혜의 물꼬는 트일 수 있음을 알아차리고 살아야 한다. 여러 유형의 어른들을 만나면서 어떻게 나이 드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고민하며 지낸다. 90년 이상을 살면서 몸에 배인 관행대로 아랫사람들을 부리려고 해 힘들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 이야기는 듣지 않은 채 본인의 생각만 옳다고 여기며 자신의 마음은 다치지 않으려 애쓰면서 상대를 함부로 상처 내는 일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 들수록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는 말이 떠올라 웃음 지으며 품위 있는 어른으로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음을 절감한다.

 

   각자의 시간과 위치, 상황에 따라 우리가 만나는 사람은 달라진다. 여고 시절 영원한 우정을 맹세했던 친구들도 각기 다른 가정을 꾸려 저마다의 시간에 놓이다보니 소원해졌다. 2~3년에 한두 번 볼 때가 있지만 서로를 그리워하며 추억하는 마음은 그대로인데 처한 상황들이 달라 생각지 못한 채 지내왔을 뿐임을 알아차리고 서로를 다독였다. 13역을 행하며 지쳤던 마음을 위로하고 다독이며 머지않아 우리도 오롯이 우리만의 시간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조금씩 삶의 궤도에서 비껴나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돌아갈 때에도 조바심내지 않고 기다릴 줄 아는 여유도 조금씩 생겨나 다소 너그러운 나와 대면하는 시간이 눈물겨울 때도 있다. 혼자서 자신만의 패턴대로 잘 지내다가도 비가 내려 울적해지는 날 먼저 전화 걸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벗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첼로 거장 로스트로포비치는 첼로 신동 장한나에게,

   ‘한 달에 네 번 이상 연주하지 않기.

   음악만 하는 친구들이랑 열심히 놀기.

   학교 열심히 다니기.’

   를 주문했다고 한다. 좁은 식견으로 세상을 살지 않도록 이끈 선생님은 살면서 겪는 수많은 인간관계를 이해하고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며 시련을 극복해갈 것인지 스스로 터득할 수 있도록 조언했다. 누구나 모두 힘들게 싸우고 있으니까 만나는 사람들에게 친절하라고 주문한 플라톤의 철학과도 상통한다. 다양한 형상으로 살아가는 이들 개개인의 성향과 기질, 성격이 다름을 수용하고 자신의 생각과 어긋나더라도 이해하며 중도적 삶을 유지하며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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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심리학 - 사는 게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양창순 지음 / 다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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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이 뜻대로 안 된다며 푸념을 늘어놓을 때면 팔자소관일 것이라는 말로 갈무리할 때가 있다. 패배주의적 입장에서 해도 안 될 운명인 모양이라며 더 이상의 희망을 품지 않은 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일 때가 늘어난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동기를 부여하는 일에 용기를 쉽게 내지 못하는 연령대에 이르고 보면 더더욱 운명론적으로 흐르는 자신과 맞닥뜨린다. 자녀들에 대한 근심은 끊이지 않고 쌓여 가는 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나만의 세계로 빠져들고 싶어지지만 존재할 때까지는 관심과 사랑을 쏟는 대상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지나온 시간을 성찰하며 분석하는 정신의학 전문가로 내담자를 만나오면서 채워지지 않는 뭔가를 보완하기 위해 명리학을 공부한 저자의 글은 동·서양의 접점이 새로운 문화를 이루고 있다.

 

    분석적인 설계도면 같은 좌뇌의 학문인 정신의학과 직관적이고 입체적인 우뇌의 학문인 명리학의 만남은 4장에 걸쳐 기술된다. 명리학의 원리, 정신의학과 명리학의 관계, 사주팔자를 중심으로 한 오행의 원리, 임상에 활용한 사례 등을 구체화하였다.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잘못된 일들을 남 탓을 하는 투사 방어기제가 발달한 사람일수록 자신을 객관화하여 볼 필요가 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하며 사는 일이 쉽지 않아 일이 잘 안 풀릴 때면 점집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보도는 운명의 지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들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저자는 점괘를 말하며 마음 졸이는 환자들의 태도를 배격하기보다는 필요한 부분을 보충해야 할 동기를 부여받고는 명리학을 연구하였다.

 

    서양의 점성학과 닮은 동양의 명리학은 출생의 비밀(사주팔자)을 밝혀 소중한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고 내 운명의 이치를 깨닫게 해주는 학문이다. 과거 자신의 행동을 분석하고 그 이유를 알아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 정신을 분석하고 상담을 받는다. 13역 이상을 맡아 행하며 신경 쓰고 살아갈 일들이 많아 마음 편한 날이 드물다는 푸념은 끊이지 않는다. 단순하게 살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직장 내에서의 인간관계의 어려움, 가족 간의 갈등으로 인한 가정 문제, 경제적인 어려움 등 한 개인이 짊어지고 사는 문제는 곳곳에 자리한다. 흘러간 과거의 매 모습에 연연해하지 말고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시작할 힘을 싣는 일은 자기 수용에서부터 출발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하면서 힘든 상황에서도 품위를 지키며 매 순간 변화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라는 다짐과 함께 긍정적인 희망을 버리지 않을 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성격이 운명을 만든다.’

    위기의 순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 타고난 틀인 기질을 어떤 모습으로 만드는가가 심리라면 그 결과 형성되는 것이 성격이다. 수태되어 한 생명으로 세상에 나온 날은 온 우주의 기가 얽혀 있음을 명리학에서는 밝힌다. 자신을 상징하는 오행인 일간을 찾고 나머지 일곱 자가 일간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핌으로써 오행이 나타내는 변화의 상징을 알고 대처해갈 필요가 있다. 오행은 상생하고 상극하며 순환을 한다. ()은 화()를 낳고, ()는 토()를 낳고, ()는 금()을 낳고, ()은 수()를 낳고, ()는 목()을 낳아 상생(相生)한다. ()는 화()와 상극하고, ()는 금()과 상극하고, ()은 목()과 상극하고, ()은 토()와 상극하고, ()는 수()와 상극한다. 생년월일과 생시로 알아보는 만세력을 참조하면 자신의 강점이 무엇이며 약점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릴 수가 있다.

 

    인수와 식상이 함께 있으면 남을 가르치는 능력이 뛰어난 편이라는데 나의 사주가 그러했다. 학생들과 함께 부대끼며 사느라 고단할 때도 있지만 젊은이들의 유연한 생각들을 접하며 경직된 사고를 뒤집는 탄력성을 발휘하며 시절의 흐름과 자연의 흐름을 타고 싶다. 밥을 나누는 자리 그 사람과 멀리 떨어져 앉아 밥을 먹어도 소화가 안 되고 콱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의 오행의 흐름과 맞서는 사주팔자일 것이라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중도를 잃지 않는 가운데 스스로를 절제하며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받아들임으로써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것도 품격 있는 노년을 대비하는 것일 테다. 10년마다 큰 운이 함께한다니 202110월에는 좋은 일들이 올 수 있도록 운의 리듬을 잘 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싶다. 나의 기질을 알고 좋은 성품을 닦아 가는 마음자리인 심상을 닦아가는 일은 현실에서도 필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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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 2020년 전면 개정판
정목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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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러스 감염의 우려가 큰 코로나 19 확산으로 집에서 주로 밥을 먹으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이 길어진다. 고적한 시간을 혼자서도 잘 보내고 있지만 열흘 이상을 이러고 지내다 보니 갑갑해진다. 바깥 공기를 마시며 들길을 걷는 시간이 귀한 일이었음을 간과하고 지내온 시간을 돌아본다. 골목길 지나 집으로 가는 길 풀빵을 팔던 아주머니 등에서 쌔근쌔근 잠든 아가의 평온한 얼굴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은 평화로운 시간을 바라는 마음이 커서일 것이다. 지나고 보니 밋밋하다고 여긴 무탈한 일상이 소중하게 다가오는 때, 공포심을 더하는 코로나 19 확산이 멈추길 바라며 정목 스님의 글을 읽으며 평정심을 찾는다.

    느릿느릿 움직여도 달팽이는 자기만의 속도로 목적지를 향한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이 내포하는 의미처럼 조금 더디 가더라도 자기만의 걸음으로 갈 길을 걸어가는 일은 긴 인생에 필요하다. 성향이 다른 점은 생각지 않고 남과 비교하며 조바심을 내어 따라가느라 챙기며 지켜야 할 것들을 놓치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빠르게 질주하는 시대에 느릿느릿 움직이며 사는 사람들이 시대착오적 유형으로 비칠 수도 있으나 자기만의 속도로 정체성을 지키며 사는 일은 흔들림 없는 삶을 지속하는데 도움이 된다. 여행자의 걸음으로 익숙한 삶의 터전을 벗어나 새로운 물상을 보며 현지 문화를 즐기는 자신과 대면하고 싶은 시간 내면의 고요함으로 빠져든다.

 

    현명한 사람은 지나간 과거를 슬퍼하지 않고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지 못할 때가 많아 걱정을 포함한 번뇌는 끊이질 않는다. 불안한 감정이 일어나면 그저 불안함을 받아들이고 걱정하는 마음이 일어나면 지금 걱정하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함을 밀려왔다 빠져가는 파도를 보며 깨닫는다.

    ‘깃발도 바람도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는 것은 그대들의 마음이다.’

    많은 감정의 넘나들이 역시 마음이 일으키는 속임수, 환영이라고 말하는 스님의 가르침에 숙연해진다. 호흡하는 길을 따라 흘러왔다 사라지는 감정을 살피어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라는 상을 버리고 마음을 비울 때 행복은 깃들 수 있음을 알고 올라오는 감정을 그 느낌 그대로 알아차려 그 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하는 일은 삿된 마음을 비우는 훈련을 통해 가능해진다. 관계가 편치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도움 준 한 가지를 생각하며 부정적 감정을 소멸해가는 연습은 일상에서 지속되어야 함을 일깨운다.

 

   ‘지금 이 순간, 왜 충만한 삶을 누리지 못하고

    과거에 매이거나 미래에 목말라 하는지요?

    미래는 언제나 오늘입니다.

    이미 와버린 미래는

    오늘, 지금 이 순간이란 말이지요.’ (55)

    상실의 고통에 맞닥뜨릴 때마다 미래의 목표점을 향해 안달재신하며 보내온 시간이 부질없음을 알면서도 이 순간에 충실하지 못한 채 지내왔다. 건강하게 잘 지내던 이가 하루아침에 피안의 세상으로 떠나고, 전화하면 곧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시한부 삶을 선고받고 외로운 투병 생활을 잇는 일들이 흔한 50대에 집중해야 할 시간은 바로 지금, 오늘임을 알아차린다. 다음으로 미루지 말고 함께하고 싶은 이들에게 마음을 담은 한마디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안부를 묻는 일부터 시작할 일이다. 말과 행동으로 짓는 과보를 새기며 말을 탄생시키는 생각을 조심하여 삿된 언행은 삼가야 한다. 저마다 중력을 갖고 있는 생각은 가까이 있는 생각들을 끌어당기는 만큼 좋은 쪽으로 이끌 수 있도록 바른 생각으로 일상을 보내면 좋을 것이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날 아프게 하지 마라.’

    애절한 사랑을 담은 다모의 명대사는 너와 내가 분리된 남남이 아니라 똑같은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존재임을 환기한다. 서로를 돌보고 아픔을 위로해주며 작은 것도 나누는 마음이 사랑임을 발견한다. 서로 소유하려 들지 않고, 서로의 자유를 방해하지 않는 마음의 친구로 명명하는 소울 메이트는 인생의 든든한 자산으로 소중히 다뤄야할 보석 같은 존재이다. 세상이 내 뜻대로 안 된다고 화를 내기보다는 내 방식이 아닌 세상의 물길에 따른 흐름을 음미하며 나와 관점이 다른 사람을 만나더라도 마음을 닫지 말고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 음미하는 관점의 전환이 다양한 개체가 호흡하는 사회로 자리할 것이다. 자신과 상대에 대한 일방적 판단이나 편견에서 벗어나 행운을 빌어주는 마음으로 축복하는 마음이 모아질 때 평화는 가까이 깃들 것이다.

 

   보글보글 끓어오른 찻물을 다관에 부어 데우고 그 물로 찻잔을 헹궈 숙우에 버린 뒤 찻잔에 부어 식힌 물을 다관에 붓고 차가 우려지길 기다린다. 찻잎을 따서 볶고 비비기를 반복해 말리는 힘든 과정을 잘 알기에 차 한 잔에 고마움을 새긴다. 천천히 향을 음미하고 입안에 퍼지는 녹차의 맛에 스며든 평화를 새긴다. 화가 날 때는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차 한 잔을 우려 마시며 밖으로 향하던 시선을 안으로 거두는 일을 시작하고, 미혹하게 하는 것들을 차단한 채 고요함에 마음을 맡겨보는 일로 갈무리해야 평화의 균열을 막을 수 있다. 마구 일어나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쓰다듬고 어루만지며 너그럽게 대해 부정적으로 치닫는 마음을 향해 긍정적인 방법이 있을 것이라 타이르는 과정은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가는 마음을 다잡는 방편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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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지구라는 별에서 한 점으로 살아가며 여러 점들을 만나 교유하고 선을 이루며 사는 인생의 고독은 심연 깊숙이 자리한다. 상식을 벗어난 생각으로 어떻게 살아가느냐며 특별한 생각과 의도를 평준화하려는 태도는 다른 생각을 수용하는 데 인색한 편이다. 미래의 과학 기술을 현실로 재현하여 언젠가는 닿을 지도 모르는 미래의 꿈을 그리는 공상과학 소설을 읽으며 지금은 만날 수 없으나 데이터 시뮬레이션으로 죽은 혈육을 만날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품는다. 과학 기술력은 최첨단 정보 기술력과 만나 생활에 이로움을 주고 있지만 양날의 칼처럼 순기능과 역기능은 교차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적 요소들을 불식시키고 사회적 이익을 대변하는 과학 기술이 현실로 재현되길 바라며 과학기술을 융해한 창조적 세계로 나아간다.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할 거야.’

   수많은 선택과 결정으로 이어지는 삶에서 어떤 선택과 결정이 자신에게 합당한 것이었는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우리는 선택을 잇는다. 전통적으로 자리하는 선택 결정론에 따라 성년식을 치르기 위해 순례를 떠나는 이들 중 돌아오지 않는 이들에 대헌 의구심을 품은 데이지가 지구에 대해 들려주는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속 지구는 벗어나고 싶은 단면을 드러낸다. 릴리의 인간 배아 디자인으로 완벽하게 태어난 개조인과 그렇지 않은 비개조인 사이에 반목과 갈등은 차별을 낳고 어떤 낭만적 감정과 성애도 지니지 않는 이유를 고민하며 데이지는 지구를 떠난다. 얼굴에 혐오스런 흉터를 달고 살아야 하는 비개조인은 인간 배아 디자인의 불량품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삶을 지속하는 일이 운명의 굴레처럼 여겨진다. 낭만적 감정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고 지내야할는지도 모른다. 아름답고 유능한 디자인으로 탄생한 신인류는 질병 없이 수명이 긴 새로운 인류로 인간의 욕망을 최적화한 표본으로 보이지만 인류는 끝없는 욕망을 추구하며 살아갈 것이다. 이와는 달리 지구 밖에 새로운 마을을 만든 릴리는 어떤 장애가 있더라도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를 누리며 공생하는 마을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데 동조한 이들은 순례를 떠나기 전으로 회귀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타자를 온전하게 이해하는 길은 출구 없는 미로처럼 막혀 있는 것일까?

   나와 다른 상대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최상의 비법을 내놓지 않더라도 상충하고 반목하는 갈등 요인은 다소 줄어들 것이다. 타인의 감정을 읽고 상대의 마음과 교유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고 여길 때쯤 그 사람은 죽음으로 사라진다. 낯선 행성에 도착해 외계 지성 생명체들과 동굴 속에서 지낸 <<스펙트럼>>의 희진은 의사소통이 가능한 언어가 없더라도 제 1의 루이가 죽고 또 다른 루이가 부재를 채우며 그림에 쓰인 색채로 루이의 마음을 읽고 교감했다. 한 개체의 영혼과 자의식을 넘겨주는 과정을 전수받은 것처럼 대체된 루이는 그림을 그리며 색체 언어로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았다. 마음을 다해 희진을 돌봐 준 루이는 인간의 감각으로 사랑하기에는 너무 빨리 죽어버려 안타까움이 더했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는 동안 타자를 사랑한 아름다운 생명체임에는 틀림이 없다.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그리는 류드밀라는 머릿속에는 그곳의 이름이 있지만 어떻게 그곳을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류드밀라는 유년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인간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외계 행성을 그리워하며 그곳을 자신의 이상향으로 삼고 위안 받는다. 인류와 공생해온 이질적인 존재가 있다고 가정하고 데이터를 분석하여 인간의 뇌 속에 서식하며 영향을 미치는 지를 풀어낸 <<공생 가설>>의 서사는 독특하다. 인간과 수만 년 간 공생해온 어떤 존재들이 있어 본 적은 없지만 심연 아래 있어 그리움으로 작용하며 교신을 보내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게 된다. 고독한 삶을 사는 인간들에게 위안을 주는 미답의 공간이 기억 속에 존재하는 공간은 아련한 그리움을 돋운다.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 수준을 넘어서면 제대로 숨을 쉬기도 힘들어 맑고 공기가 대기에 가득한 투명한 행성으로 이주해 살고 싶다는 생각이 차오른다. 살기 좋은 제3의 행성으로 남편과 아들은 이주했고 100년 동안 정거장을 점유하고 있는 안나는 슬렌포니아 행성계로 떠나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을 꿈꾼다. 우주 여행자들이 이용하는 정거장을 관리하는 남자와 과학자 안나의 대화가 주를 이루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속 주인공은 급변하는 시대에 날로 발전하는 과학 기술에 행성 간의 이동 방법은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하였다. 지구와 행성 간의 새로운 이동 수단이 발견되면서 이전의 이동 방법으로 운항하는 우주선은 폐기되었다.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

    동결과 해동을 반복하는 동안 슬렌포니아 행성에 있을 가족은 이미 생을 거두었을 텐데도 안나는 가족이 존재했던 곳으로 떠날 계획을 강행했다.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무의미함을 깨닫게 되더라도 한 점의 별이 되어서라도 가족과 함께하려는 생각으로 우주정거장에서의 기다림은 지속되었을 것이다. 오지 않을 고도를 기다리며 기다리는 것만으로 새로운 희망을 품고 있던 사내처럼..............

 

    인공 눈물 액을 떨어뜨려 안구를 촉촉하게 가꾸듯 감정을 조형화한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에 필요한 감정을 구매한다는 <<감정의 물성>>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상대가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인간의 욕구를 투영한다. 가깝게 지낸다는 이유로 상대의 감정을 채 헤아리려는 생각보다는 으레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며 짐작하는 일들이 떠올라 괴란쩍어진다. 타자의 세밀한 감정의 파란을 읽어내느라 안간힘을 쓰기보다는 현상 이면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이해 불가한 일이라고 속단하기보다는 보현이 지금의 감정을 드러내듯 내밀한 감정을 털어놓는 분위기 조성은 절실하다.

 

    죽은 사람들의 정보를 데이터로 만든 마인드를 관리하는 도서관에서 죽음을 애도하는 방식이 나온다. 추모하려는 이가 마인드와 접속하여 죽은 자의 영혼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다룬 <<관내분실>>에서 지민은 엄마를 인식하는 마인드가 분실됐음을 알게 되었다. 엄마와 소원하게 지냈던 지민이 한 아이의 엄마가 될 무렵 죽은 엄마의 마인드를 찾는 과정에서 결혼 후 여성이 사회와 단절돼 고립되는 부정적 상황을 보여준다. 산후우울증이 심했던 엄마는 딸에게 집착하였고, 지민은 자신을 엄마의 소유물처럼 여기고 통제하려는 엄마로부터 벗어나려는 딸로 모녀 지간은 멀어져 갔다. 엄마와 함께 살던 집에는 엄마만의 방이 없었다는 사실을 마인드로 확인하며 공감한 지민은 임신을 통해 엄마의 고립된 삶을 이해하기에 이르렀다.

 

   못할 이유를 여럿 들어서 한계상황에 맞서는 일을 두려워했던 시간은 축적되어 현실에 순응하며 무탈한 일상을 다행으로 여기며 사는 안일함을 낳았다. 상상 너머의 세상을 그리며 사는 것보다 지금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더 낫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게 한다. 48세 동양인 비혼모로서 우주비행사로 선발된 재경의 도전을 담은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는 정형화된 틀을 깨는 용기는 그동안 소외되고 배제된 인간의 의지를 드러낸다. 세간의 편견을 불식하며 신체의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데 집중한 우주비행사 재경의 선택과 집중은 후발 주자인 가윤에게 역할 모델로 자리했다. 비혼모 커뮤니티로 만나 또 다른 가족의 형태를 이루며 다수의 선택을 정상으로 여기는 상식을 뒤집는다. 백인 남성 중심의 우주비행사의 편견을 깨고 재경이 걸었던 우주비행사의 길을 가윤이 걸음으로써 소수의 절실한 꿈은 실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인간적 유대의 상실과 공동체 의식의 붕괴가 낳은 각박한 시대에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상상 속에 담은 SF소설은 미래의 시점에서 현재를 돌아보게 한다. 연구원으로 살다 한 점의 별로 박힌 존재의 현실적 부재 · 관습과 상식을 넘어서는 일들이 의미 있는 일들의 총합으로 귀결되는 때, 고차원적인 사고를 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한다. 환경에 대한 사랑을 은폐하고 사장하지 않은 채 인간과 자연계를 둘러싼 공동체적 연대로 함께하는 인류 공생체의 밝은 미래를 선도하는 과학적인 시도가 광범위하게 펼쳐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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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살찌우고 생각을 키워줄 독서교육 경험을 생생하게 전하는 저자의 독서 수업을 들여다보며 책이 귀하던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던 할머니가 떠올랐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호롱불에 의지하며 지내던 산골에서 살던 시절, 칠흑 같은 긴긴 밤이 이어지는 한겨울 손녀를 귀애하던 할머니는 이야기를 들려줄 때가 많았다. 할머니는 욕심으로 혹이 점점 커져버린 혹부리 영감이야기, 산골에서 가난하게 사는 일상이 힘들다고 이른 새벽 보따리를 싼 마산 댁 이야기, 빨치산 활동을 하다 세상을 뜬 5촌 삼촌 이야기 등을 들려줬다. 모든 것이 귀하던 시절 큰 힘 들이지 않고 들었던 할머니의 이야기는 한겨울 추위를 녹이는 묘약이었다. 귀신 이야기를 들은 밤중에는 헛간 옆에 자리한 화장실을 못가 발을 동동 굴리며 고통스러워하면 할머니는 손을 잡아 이끌어 근심을 털 수 있도록 배려했다. 경험한 내용을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일은 청자를 향한 관심이고 배려에서 나온 일이다.

  

   글을 쓸 때마다 표현하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써내려가는 과정이 쉽지 않음은 일반적인 생각이다. 책을 읽고 생각을 덧붙여 표현해보자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며 푸념을 늘어놓는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표현력을 키우기 위해 챙겨야 할 것들을 찾아 대안을 마련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해 잘 읽히는 글을 쓰는 일은 반복된 표현에서 가능해짐을 알아야 한다. 말하고 싶은 내용을 글로 옮기는 과정을 따르다 보면 글쓰기가 조금은 수월해진다. 글을 쓰기는 힘들어해도 말하기는 부담 없이 가능한 아이들이 흔하기 때문이다. 자기 생각을 남에게 드러내고, 자기 생각을 확인하는 과정인 글쓰기는 아동기부터 지속될 때 효용감은 커질 것이다.

 

   표현능력과 소통능력을 가늠케 하는 말하기는 한 사람의 지적 수준과 인성을 엿볼 수 있다. 책을 읽은 뒤 자기 방식대로 책에 대한 감상을 정리함으로써 즐거움을 깨우치며 다음 독서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발견할 수 있다. 책을 읽고 내용을 찬찬히 되짚어 볼 시간을 갖고 독자 나름대로 생각을 말하며 수정·보완 과정을 거쳐 글을 쓴다면 정밀한 글쓰기의 바탕이 될 수 있다. 책에 쓰인 예를 많이 보고 말해본 뒤 비슷하게 써보기를 반복해 자기만의 내용과 형식을 가질 수 있게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말투와 글의 내용을 분리해 지도하며 내용 전달을 잘하기 위해 말하는 스타일을 다듬어 가는 과정을 거친다.

 

   언어의 제약을 받지 않고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그림책은 책을 다양한 방법으로 읽을 수 있다. 그림책에 쓰인 타인의 창의성을 통해 창의적인 생각을 키울 수 있는 그림책 보고 말하기는 오감을 일깨우며 깊이를 더할 수가 있다. 동시를 함께 찾아 읽고 경험에 비춰 시를 해석하는 과정 속에 다른 사람의 감정을 헤아리고, 공통점을 찾는 공감 역량을 기를 수가 있다. 상상력의 보물창고라 부를 동화를 읽으며 읽은 내용에 대해 묻고 답하면서 생각 정리를 통해 자신만의 논리를 찾아갈 수 있다. ‘아는 것아는 것 같은느낌을 구분해 주는 설명적인 글 읽기는 여기저기 펼쳐져 있는 정보를 평가하며 편견과 반쪽 진실을 확인하여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으로 자리할 수 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스스로 확인하며 역량 계발에 집중하여 나갈 수 있는 메타인지 능력을 키우는 일은 읽은 책을 말하는 과정 속에서도 길러진다.

 

   자라는 아이를 위해 서가에 책이 충분한 독서 공간은 책 읽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필요하다. 어른들은 텔레비전을 시청하며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말하면 교육 효과는 떨어진다. 어른이 먼저 책을 들고 읽으며 아이가 어깨너머라도 책을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가야 한다. 책을 읽고 말하기 훈련을 거쳤다면 집중해서 글을 씀으로써 자기답게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여 당당한 삶을 길러갈 필요가 있다

 

  세상을 이해하고 자기 권리를 지키며 살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지식을 쌓아가는 공부는 필수인 시대를 살고 있다. 자기를 다스리지 못하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 편협한 자아에서 벗어나 무장무애한 자유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길에 책을 읽고 표현하는 일은 함께한다. 단편적인 지식을 습득하여 시험 문제 풀이용으로 한정하기보다는 마음먹은 일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며 타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사는 길에 말하기 독서는 동행해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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