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지구라는 별에서 한 점으로 살아가며 여러 점들을 만나 교유하고 선을 이루며 사는 인생의 고독은 심연 깊숙이 자리한다. 상식을 벗어난 생각으로 어떻게 살아가느냐며 특별한 생각과 의도를 평준화하려는 태도는 다른 생각을 수용하는 데 인색한 편이다. 미래의 과학 기술을 현실로 재현하여 언젠가는 닿을 지도 모르는 미래의 꿈을 그리는 공상과학 소설을 읽으며 지금은 만날 수 없으나 데이터 시뮬레이션으로 죽은 혈육을 만날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품는다. 과학 기술력은 최첨단 정보 기술력과 만나 생활에 이로움을 주고 있지만 양날의 칼처럼 순기능과 역기능은 교차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적 요소들을 불식시키고 사회적 이익을 대변하는 과학 기술이 현실로 재현되길 바라며 과학기술을 융해한 창조적 세계로 나아간다.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할 거야.’

   수많은 선택과 결정으로 이어지는 삶에서 어떤 선택과 결정이 자신에게 합당한 것이었는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우리는 선택을 잇는다. 전통적으로 자리하는 선택 결정론에 따라 성년식을 치르기 위해 순례를 떠나는 이들 중 돌아오지 않는 이들에 대헌 의구심을 품은 데이지가 지구에 대해 들려주는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속 지구는 벗어나고 싶은 단면을 드러낸다. 릴리의 인간 배아 디자인으로 완벽하게 태어난 개조인과 그렇지 않은 비개조인 사이에 반목과 갈등은 차별을 낳고 어떤 낭만적 감정과 성애도 지니지 않는 이유를 고민하며 데이지는 지구를 떠난다. 얼굴에 혐오스런 흉터를 달고 살아야 하는 비개조인은 인간 배아 디자인의 불량품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삶을 지속하는 일이 운명의 굴레처럼 여겨진다. 낭만적 감정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고 지내야할는지도 모른다. 아름답고 유능한 디자인으로 탄생한 신인류는 질병 없이 수명이 긴 새로운 인류로 인간의 욕망을 최적화한 표본으로 보이지만 인류는 끝없는 욕망을 추구하며 살아갈 것이다. 이와는 달리 지구 밖에 새로운 마을을 만든 릴리는 어떤 장애가 있더라도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를 누리며 공생하는 마을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데 동조한 이들은 순례를 떠나기 전으로 회귀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타자를 온전하게 이해하는 길은 출구 없는 미로처럼 막혀 있는 것일까?

   나와 다른 상대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최상의 비법을 내놓지 않더라도 상충하고 반목하는 갈등 요인은 다소 줄어들 것이다. 타인의 감정을 읽고 상대의 마음과 교유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고 여길 때쯤 그 사람은 죽음으로 사라진다. 낯선 행성에 도착해 외계 지성 생명체들과 동굴 속에서 지낸 <<스펙트럼>>의 희진은 의사소통이 가능한 언어가 없더라도 제 1의 루이가 죽고 또 다른 루이가 부재를 채우며 그림에 쓰인 색채로 루이의 마음을 읽고 교감했다. 한 개체의 영혼과 자의식을 넘겨주는 과정을 전수받은 것처럼 대체된 루이는 그림을 그리며 색체 언어로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았다. 마음을 다해 희진을 돌봐 준 루이는 인간의 감각으로 사랑하기에는 너무 빨리 죽어버려 안타까움이 더했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는 동안 타자를 사랑한 아름다운 생명체임에는 틀림이 없다.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그리는 류드밀라는 머릿속에는 그곳의 이름이 있지만 어떻게 그곳을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류드밀라는 유년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인간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외계 행성을 그리워하며 그곳을 자신의 이상향으로 삼고 위안 받는다. 인류와 공생해온 이질적인 존재가 있다고 가정하고 데이터를 분석하여 인간의 뇌 속에 서식하며 영향을 미치는 지를 풀어낸 <<공생 가설>>의 서사는 독특하다. 인간과 수만 년 간 공생해온 어떤 존재들이 있어 본 적은 없지만 심연 아래 있어 그리움으로 작용하며 교신을 보내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게 된다. 고독한 삶을 사는 인간들에게 위안을 주는 미답의 공간이 기억 속에 존재하는 공간은 아련한 그리움을 돋운다.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 수준을 넘어서면 제대로 숨을 쉬기도 힘들어 맑고 공기가 대기에 가득한 투명한 행성으로 이주해 살고 싶다는 생각이 차오른다. 살기 좋은 제3의 행성으로 남편과 아들은 이주했고 100년 동안 정거장을 점유하고 있는 안나는 슬렌포니아 행성계로 떠나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을 꿈꾼다. 우주 여행자들이 이용하는 정거장을 관리하는 남자와 과학자 안나의 대화가 주를 이루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속 주인공은 급변하는 시대에 날로 발전하는 과학 기술에 행성 간의 이동 방법은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하였다. 지구와 행성 간의 새로운 이동 수단이 발견되면서 이전의 이동 방법으로 운항하는 우주선은 폐기되었다.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

    동결과 해동을 반복하는 동안 슬렌포니아 행성에 있을 가족은 이미 생을 거두었을 텐데도 안나는 가족이 존재했던 곳으로 떠날 계획을 강행했다.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무의미함을 깨닫게 되더라도 한 점의 별이 되어서라도 가족과 함께하려는 생각으로 우주정거장에서의 기다림은 지속되었을 것이다. 오지 않을 고도를 기다리며 기다리는 것만으로 새로운 희망을 품고 있던 사내처럼..............

 

    인공 눈물 액을 떨어뜨려 안구를 촉촉하게 가꾸듯 감정을 조형화한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에 필요한 감정을 구매한다는 <<감정의 물성>>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상대가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인간의 욕구를 투영한다. 가깝게 지낸다는 이유로 상대의 감정을 채 헤아리려는 생각보다는 으레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며 짐작하는 일들이 떠올라 괴란쩍어진다. 타자의 세밀한 감정의 파란을 읽어내느라 안간힘을 쓰기보다는 현상 이면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이해 불가한 일이라고 속단하기보다는 보현이 지금의 감정을 드러내듯 내밀한 감정을 털어놓는 분위기 조성은 절실하다.

 

    죽은 사람들의 정보를 데이터로 만든 마인드를 관리하는 도서관에서 죽음을 애도하는 방식이 나온다. 추모하려는 이가 마인드와 접속하여 죽은 자의 영혼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다룬 <<관내분실>>에서 지민은 엄마를 인식하는 마인드가 분실됐음을 알게 되었다. 엄마와 소원하게 지냈던 지민이 한 아이의 엄마가 될 무렵 죽은 엄마의 마인드를 찾는 과정에서 결혼 후 여성이 사회와 단절돼 고립되는 부정적 상황을 보여준다. 산후우울증이 심했던 엄마는 딸에게 집착하였고, 지민은 자신을 엄마의 소유물처럼 여기고 통제하려는 엄마로부터 벗어나려는 딸로 모녀 지간은 멀어져 갔다. 엄마와 함께 살던 집에는 엄마만의 방이 없었다는 사실을 마인드로 확인하며 공감한 지민은 임신을 통해 엄마의 고립된 삶을 이해하기에 이르렀다.

 

   못할 이유를 여럿 들어서 한계상황에 맞서는 일을 두려워했던 시간은 축적되어 현실에 순응하며 무탈한 일상을 다행으로 여기며 사는 안일함을 낳았다. 상상 너머의 세상을 그리며 사는 것보다 지금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더 낫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게 한다. 48세 동양인 비혼모로서 우주비행사로 선발된 재경의 도전을 담은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는 정형화된 틀을 깨는 용기는 그동안 소외되고 배제된 인간의 의지를 드러낸다. 세간의 편견을 불식하며 신체의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데 집중한 우주비행사 재경의 선택과 집중은 후발 주자인 가윤에게 역할 모델로 자리했다. 비혼모 커뮤니티로 만나 또 다른 가족의 형태를 이루며 다수의 선택을 정상으로 여기는 상식을 뒤집는다. 백인 남성 중심의 우주비행사의 편견을 깨고 재경이 걸었던 우주비행사의 길을 가윤이 걸음으로써 소수의 절실한 꿈은 실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인간적 유대의 상실과 공동체 의식의 붕괴가 낳은 각박한 시대에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상상 속에 담은 SF소설은 미래의 시점에서 현재를 돌아보게 한다. 연구원으로 살다 한 점의 별로 박힌 존재의 현실적 부재 · 관습과 상식을 넘어서는 일들이 의미 있는 일들의 총합으로 귀결되는 때, 고차원적인 사고를 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한다. 환경에 대한 사랑을 은폐하고 사장하지 않은 채 인간과 자연계를 둘러싼 공동체적 연대로 함께하는 인류 공생체의 밝은 미래를 선도하는 과학적인 시도가 광범위하게 펼쳐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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