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라는 나이가 안고 있는 삶의 무게는 청춘 시절의 황금기가 막을 내리고 스스로 삶을 책임지고 홀로서기를 해야 할 것만 같아 가볍지만은 않다.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 볼 때가 많았다. 이제는 그런 고민조차 하지 않고 현재에 선택한 일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일이 더 소중함을 알고 있기에 감정의 허영에 붙들려 지낼 여유가 없어져 버렸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날아드는 조문 소식과 자녀들의 결혼 알림장은 나이 듦을 인정하며 건강한 중년을 보내고 정신 잃지 않는 노년으로 자리하여야 함을 각인시킨다.

나이 서른을 눈앞에 둔 회사원 미야타는 대학생 때 사귄 첫 남자 친구와 헤어진 뒤 6년 반 만에 새로운 상대를 만나 연애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겪지 않았던 경험으로 일상의 활기를 찾아간다. 거래처 영업 사원인 남자친구의 고백으로 시작된 둘의 연애는 심드렁했던 일상에 생기를 넣어 소소한 기쁨을 맛보게 한다. 미야타의 연애 세포가 살아남으로써 달라진 그녀의 일상 변화와 감정을 담아낸 4컷 만화는 그동안 잠재해 있던 연애 감각이 살아나 또 다른 부러움을 낳는다. 한편 미야타의 친구 미나미는 8년 동안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결별하고 무덤덤하게 시간을 보내며 오랜 연애에서 빠지기 십상인 것들을 전하며 연애할 때 간과해서는 안 될 것들을 이야기한다.

연애를 하면 예뻐진다는 말처럼 옷을 차려 입고 화장을 하는 일련의 일들이 새로운 삶을 살게 하는 원천으로 작용해 그동안 귀찮다고 치부했던 일들 역시 부지런히 움직이며 살아가는데 필요한 움직임으로 자리한다. 비밀 연애를 지속하고 싶지만 사무실 사람들은 그녀의 연애 사실을 알고 반색하는 눈치다. 젊은 여인이 연애도 못하고 늙어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이의 넋두리를 들을 때마다 한마디마다 처연함이 묻어난다. 서로의 기호와 취미에 부합하는 만남으로 동반 성장을 도모하며 교제를 지속하는 일은 고무적이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만남과 이별 속에 좋은 인연은 자리할 테니까 말이다.

부는 바람에 나뭇잎이 팔랑거리며 떨어진 자리 낙엽은 쌓여가고 앙상한 가지에는 날아가던 새 한 마리 앉아 외로움을 달래주는 듯 고독이 묻어나는 자리 홀로 지내는 것보다 둘이 살갑게 지내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다. 미야타가 6년 반 만에 새로운 만남을 잇고 연애를 시작하는 데는 적잖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무미건조했던 일상에 박동을 가하는 심장 소리에 마음은 요동을 치고 퇴근 후 그와의 만남이 기다려지는 것은 서로를 향한 마음이 열려 있음을 입증하는 셈이다. 연애를 시작했을 때는 조금 서툴더라도 감정을 표현하면서 조건 없이 잘해주면서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려던 미야타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은 남자 친구의 약속 파기가 야속하지만 또 다른 시간을 대비하며 마음을 추스르는 사이 사랑은 단단한 끈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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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와 메모광
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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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변한 유치원도 없는 궁벽한 시골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산과 들판을 가로지르며 나뒹굴던 때의 추억은 아동기의 핵심으로 떠오른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인 여덟 살 동네 친구들과 함께 가슴팍에 가제손수건을 달고 십 리를 걸어 면소재지에 위치한 학교에 들어갔다. 한 반에서 생활할 55여 명의 친구들은 문자를 익히지 못한 채 학교에 온 친구들을 도와 함께 글자를 공부하며 소통의 기쁨을 누렸다. 처음 받은 교과서로 공부하며 신기한 세상을 알아가는 즐거움은 또 다른 세상을 동경하는 상상의 세계로 이끌었고, 선생님이 건네 준 간행본을 소리 내어 읽으며 또 다른 세계로 빠져들었다. 교과서 외의 책들이 있어 앎의 영역을 확장하여 잠재적인 역량을 발휘하며 살 수 있는 길을 얼 수도 있음을 알아차림으로써 책은 공부하며 사는 삶의 방편으로 자리하였다.

 

   1980년 이른 봄 학교에 입학한 후로 줄곧 학교를 오가며 이제는 자신만을 위한 공부에서 벗어나 교육자와 피교육자가 동반 성장하는 길을 모색하는 교사로 생활한 지 26년째에 접어들었다. 돌이켜보면 회한으로 얼룩진 날들이 많았지만 독서로 생각의 깊이를 더하면서 자기 성장을 도모하는 생활을 잇는 제자들을 보면서 희망을 읽는 날이 늘어났다. 삶과 우주에 대한 원대한 비전을 탐구하는 읽기로 지평을 넓혀가는 공부의 본질에 가까운 독서는 내실 있는 인생의 고갱이로 자리하여 예기치 않은 문제들에 직면할 때마다 크고 작은 지혜를 주었다. 서자로 태어났지만 읽는 이가 주인인 물건으로 대변되는 책이 있어 신분의 벽을 넘어서는 혜안으로 닫힌 문을 열 수 있었다.

 

   세월 속에 묻혀 빛을 볼 수도 없는 글들을 찾아 나서는 길에 잰걸음으로 바삐 움직이는 저자는 20127월부터 1년간, 하버드대학교 옌칭 연구소의 방문학자로 있으면서 선본실의 서고에 있는 희귀한 책들을 많이 접하였다. 진리를 궁구하며 지행합일을 덕목으로 삼은 학자들이 걸었던 길을 재조명하는 후대 학자는 그들이 남긴 정신적 유산들의 궤적에 깃든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놓쳐서는 안 될 가치를 넌지시 일깨운다. 오랜 책들이 뿜어내는 퀴퀴한 냄새 가득한 서고에서 옛사람들의 책읽기와 메모에 관한 많은 자료들을 보면서 책에 찍혀 있는 장서인, 책을 좀 먹는 책벌레, 책벌레를 막는 나뭇잎 책갈피, 책 내용과 관련한 메모 등에 얽힌 사연들이 융해되어 흐른다.

 

   십대의 아이들과 마주하고 수업하는 시간 지금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물으면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데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볼멘소리를 낸다. 내신 성적 관리와 수능시험 대비, 비교과 활동까지 챙겨야 하는 고등학생들의 답은 상위 등급을 받아야 유리한 위치에서 대학 입시를 준비할 수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치부하기에는 씁쓸한 면이 있다. 숲을 보지 못한 채 나무에만 국한해 미래를 보는 근시안적인 태도에 변화를 요구해보지만 쉽지는 않아 틈을 내어 책벌레들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만 보는 바보 이덕무는 어려서부터 하루도 고서를 손에서 놓지 않았을 정도로 책 읽기에 몰두하였다. 규장각 검서관으로 일하기까지 그는 가난과 결핍으로 점철된 생활 속에서도 형편이 넉넉했던 이서구의 책들을 빌려 읽고 베껴서 보관하여 사유하는 가운데 내용을 음미하였다. 그는 책을 낭독하며 소리로 기운을 돋웠고, 책을 읽으면 내용을 뽑아 적는 초서, 책을 교정하는 교서, 책을 평하는 평서, 책을 저술하는 저서, 책을 빌리는 차서, 책을 햇볕에 쪼여 말리는 포서로 갈무리하는 9가지 활동을 구서재(九書齋)에 담았다.

 

   경계를 분명히 짓고 자기 한계를 규정한 채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스스로 앗아가는 자멸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세 끼 밥을 먹듯이 독서 활동도 자유로울 때 살아있는 유기체로 질적인 성장에 공명할 수 있다. 기억의 한계로부터 생각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로 작용하는 메모는 공부할 때에도 학습 내용을 기억하고 생각하며 관리하는데 위력을 발휘한다.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하거나 책 속의 내용이 유발하는 궁금증을 적는 경우, 발췌한 내용을 초서한 메모를 계통 있게 조직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폭넓은 독서력과 꼼꼼한 메모 습관이 빚어낸 이덕무의 앙엽기는 가난한 시절 항아리에 든 잎사귀를 꺼내 떠오른 생각을 메모하였다가 저술하였던 생활 속의 기록이 창작물로 승화되었다. 박지원은 이덕무의 앙엽기를 적절히 변형하여 청나라를 다녀온 연행일기(燕行日記)인 열하일기의 현장감은 보이면 적고 떠오르면 썼던 즉석 메모를 잊기 전에 옮겨 적음으로써 가능했다.

 

   책을 읽다 떠오른 생각을 메모하여 두었던 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면서 학술적 사유로 갈무리하여 온 다산 정약용은 밥 먹듯 메모하고 숨 쉬듯 기록하여 강진의 제자들에게 맞춤형 가르침을 전하였다. 사소한 관찰과 메모로 시작된 기록이 강진에서의 유배 생활 18년 동안 다량의 저술로 인문학적 고찰을 염두에 둔 다산의 사유는 어떻게 공부하며 현재적 삶에 충실한 인간으로 자리할지 반문케 한다. 번갯불처럼 달려드는 깨달음-묘계-이 가뭇없이 사라지기 전 잽싸게 메모하여 질서를 잡아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생각에 다수가 공감할 때 망량을 막을 수가 있다는 말에 숙연해진다. 지금껏 아이들 앞에서 남의 소리를 그대로 전하며 마치 자신의 생각인 것처럼 가공하여 온 것은 아닌지 회의하며 눈의 피로가 더하기 전 본질을 궁구하는 책 읽기로 앎의 지평을 열어 활달한 자유인으로 걸림 없이 나아가고 싶은 바람에 열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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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1112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수능 시험의 변별력과 체감 난이도 등을 둘러싸고 말들이 무성하지만 서울대 갈 놈은 어째도 서울대 간다는 말이 정설처럼 자리하는 교육 현실이다. 교육 현장에서 생활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학 진학을 위한 가교로 원하는 대학보다는 명문 대학 합격률을 높이는 게 진로 교육의 최선이라 여기며 내신 등급 불변의 법칙을 외치는 교사들이 산재한다. 교과 우수 전형을 제외한 학생부종합 전형으로 대학을 가야 할 대다수 학생들의 고민은 내신 성적뿐 아니라 창의적 종합 체험 활동인 비교과 영역의 활동을 다양하게 꾸릴 필요가 절대적이다. 앞으로 사라질 전문직으로 의사와 약사를 꼽고 있지만 여전히 의대 열풍은 센 편이라 자연계 1등은 의대로 진학하는 경우가 흔하다.

 

    2015년을 한 달 앞두고 2016년도를 내다보며 교육의 흐름을 선도할 13가지 트렌드를 발표한 <<트렌드 에듀 2016>>은 이병훈 교육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의 글로 교육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라는 주문을 담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생활하는 학생들이 흥미롭게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교육의 핵심인 코딩 교육이 이뤄져 문제를 구조화하고 관련 정보는 수집하여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이 자동화되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서비스 플랫폼을 선점하고 있는 코디 시스템에 사물인터넷이 더해져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분석으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시대를 열었다는 일간지의 보도와 맞물려 코딩 능력은 융합형 인재로 성장하는 교육 시스템과도 상통한다.

 

   지식 축적 교육에 편중돼 등한시해온 인성교육을 체계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제정된 인성교육진흥법은 내면을 바르게 가꿔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려는데 목적이 있다. 밥상머리에서부터 타인을 배려하며 존중하는 가운데 책임을 다하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내적 기반을 다져 내적 역량을 신장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자유학기제 시행으로 진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학생 스스로 진로에 대한 치열한 고민으로 주도적으로 선택하여 책임 있는 성년으로 자리할 수 있는 근간을 이뤄 성년이 되어 방황하는 시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

 

   기존의 수업 과정과 활동 내용을 뒤집는 형태의 학습 유형인 플립 러닝은 교육 현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제로 작용한다. 교과 수업 시간 전 학습 내용을 미리 살펴보고 그 내용을 서로 토론하며 프로젝트 작업을 수행함으로써 활발히 교류하는 시간에 학습 내용은 지속적으로 연결되고 축적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학습에 대한 적극성과 주도성, 책임감을 가짐으로써 수동적 강의 중심의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 중심의 참여 수업으로 활성화돼 심화 내용을 스스로 찾아가는 수업 형태로 정착될 것이다. G2로 급주상한 중국을 제대로 알고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어 교육은 또 다른 어학연수 과제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인지적 영역에 치우친 교육으로 정서적 불균형이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해 음울한 아동기와 청소년 시기를 보내는 경우 대안으로 지덕체(智德體)의 조화를 위한 자연주의적 교육을 찾아볼 수 있는 교육 형태까지 실어 정보를 확대하고 있다. 2017학년도 대입부터 적용되는 수능시험에서 인문자연으로 분리된 국어 시험이 통합되고, 한국사 시험이 절대평가로 도입되어 시행될 것이다. 2018학년도 대입에서는 영어 수능시험이 절대평가로 시행됨에 따라 수학 성적으로 변별력을 높이려는 경향이 또렷해질 전망이다. 기본적인 원리와 계산식을 암기하고 반복적으로 문제를 풀어 문제 유형을 익힌 뒤 난이도 높은 문제까지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고민하여 문제를 풀어 정답을 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수학 학습을 포기하는 학생이 늘어나는 고등학교 현실에서 생각의 길을 터주는 수학 학습의 대안이 절실하다.

 

   수능 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정하고 학교생활 중심의 과정을 평가하는 학생부 종합 정형 중심의 수시 전형이 대입의 정형으로 자리하는 만큼 학생의 성장 가능성과 재능, 열정 등을 평가하는 정성 평가에 걸맞은 활동이 요구된다. 우리나 교육 1번지로 불리는 강남의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수시 전형에 부합하는 입시 컨설팅으로 대입 전략을 수립하여 적용하고, 유명 학원의 수강생으로 자리하기 위해 새끼 학원에서 수강까지 해야 하는 사교육 시장의 현주소를 접하면서 고착화된 학벌 위주의 풍토는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은 암울한 생각도 든다. 저자 역시 2016년 교육 트렌드를 다루면서 특목고 입시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여 명문대학이나 세계적인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위한 토대 마련을 위한 안내자 역할에 충실한 듯이 보인다. 농어촌 지역에서 변화되어 가는 교육 패러다임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많은 점을 감안하지 않은 점은 소외된 지역의 교육 소외 현상을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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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는 삿포로는 일본의 북단 홋카이도에 위치한 도시로 겨울에는 폭설과 추위가 지속되는 지역으로, 곳곳에서 눈과 얼음을 소재로 하는 축제가 열려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다. 해마다 열리는 삿포로 맥주 축제장으로 가보고 싶은 마음으로 동경하던 도시 삿포로는 익숙한 공간으로 자리한다. 일본으로 공부하러 간 저자의 삿포로 여행은 달콤한 맛으로 미각을 자극하고 사랑스럽고 귀여운 컵케이크, 아이스크림 등의 전문점이 즐비하여 여행의 묘미를 더한다.

와플에 과일을 넣은 유제품을 얹어 먹는 즐거움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하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동안 서로를 향한 마음까지 두터워질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갖가지 모양을 한 도넛은 재료의 특성을 살려 폭신폭신한 도넛 속에 버커츠림을 듬뿍 담은 도넛에서

부드럽고 쫄깃쫄깃한 찹쌀 도넛, 커피 시럽을 돌돌 말은 커피 도넛 등을 맛보는 상상 속으로 빠져드는 시간은 달콤한 일상의 맛을 연상케 한다.

속에나 있을 법한 골목길을 돌아서면 아기자기한 동화 속 빨간 지붕 쿠키 하우스가 나와 그곳을 들여다보면 콧등에 안경을 걸치고 앉은 할머니가 손녀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환상 속으로 이끈다. 골목마다 맛있는 가게들이 도열해 이방인의 발길을 끄는 이색적인 가게들에는 신선한 유제품으로 만든 스위츠 숍이 가득하여 여행 중의 피로를 풀면서 힘을 얻어 향긋한 음료를 들고 서성거리기에 그만인 공간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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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습관 - 나만의 업業을 만들어가는 인문학 트레이닝북
윤소정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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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처럼 비가 촐촐하게 내리는 날 들른 술집에서 만난 제자는 인사를 하면서 자연스레 동석하게 되었다. 술잔에 맥주를 따라주며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물었을 때, 그는 면사무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며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위축되어 있었다. 술을 비운 뒤,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 꿈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스스로를 답답해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제자의 처진 어깨를 토닥거리며 지금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부터가 기존의 틀을 깨기 위한 몸짓으로 보인다며 경험 속에 길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이라는 피상적인 답으로 마무리 짓고는 우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공부는 대학을 가기 위한 자식을 전수받는 곳으로 고착화되어 다른 데 신경을 쓸 기회조차 주지 않고 오로지 내신 등급을 올리고 수능시험 고득점을 위해 질주하라고 다그치고 있다.

 

   무한 경쟁 시대에 남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고 닦달하면서 동일한 스펙을 쌓느라 고군분투하는 젊은이들을 볼 때마다 무엇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지 반문하게 된다. 자신만의 인생을 기획하고 실현하기보다는 남들이 정해 놓은 것들을 취하기 위해 끌려 다니는 삶의 패턴으로는 현안을 해결하며 살아갈 대안을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그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릴 수 있을 때 인문학적 삶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게 된다고 여긴 인큐 대표인 저자는 다양한 사례와 수강생들의 후기를 통해 변화 양상을 드러내며 자신이 즐기는 일을 찾은 성공담을 곁들였다.

 

     ‘The book must be the axe for the frozen ocean within us.’

     (책이라는 것은 얼어붙은 나의 세상을 깨는 도끼와 같아야 한다.)

    카프카가 남긴 문장은 인문학 서적을 읽고 그 내용을 수용하는 수동적인 독자에서 벗어나 스스로 물음을 던지고 해답을 찾음으로써 책 속의 내용을 다르게 해석하고 재구성하여 실천력을 겸할 때 인문학적 소양은 깊어짐을 명확히 하였다. 남들이 정해놓은 길을 답습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선택한 길에 집중함으로써 선택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춰가는 일은 11글쓰기 훈련부터 시작해 습관화하여 갈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수백 권의 책을 읽더라도 가슴에 새기고 싶은 구절 하나 제대로 말할 수 없다면 그것은 체화한 독서라고 말하기 곤란할 것이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자리하는 장단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장점이 단점이 될 때가 있는 것처럼 단점을 장점으로 치환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추고 달갑잖은 직장 상사를 반면교사로 삼는 일 역시 인문학적 고찰로 여길 수 있다.

 

    인생이란 게 매뉴얼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때가 더 많아 이런저런 일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때가 늘어난다. 양질의 질문에서 출발하여 여러 사안을 해결하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자존감을 키워주는 일 중 하나이다. 적성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푸념하며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아갈지도 모르겠다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적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쉽지 않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자신을 공부하기 위해 빅 데이터를 수집하듯 나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끊임없는 관찰을 통해 스스로가 몰입하는 지점을 발견하여 적성을 찾아가는 과정은 인상적이었다. 무의식적으로 끌리는 책을 선택하여 그 내용을 읽을 때 가슴에 와 닿는 구절에 밑줄을 그어가며 그 이유를 찾아 정리하는 가운데 본질을 찾아 집중할 힘을 기를 수가 있다. 타인의 답을 따르는 게 아니라 나만의 답을 찾아 행동으로 옮기는 가운데 참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중시하는 인문학적 실천은 하나의 습관으로 정착될 것이다.

 

    정형화된 획일적인 공간을 벗어나 하늘을 학교 삼고 땅을 이론 삼아 경험을 확장해 나의 생각을 실현시키는 공부를 지속하겠다는 의지의 실천은 전문성을 갖춘 인재로 자리할 힘을 얻는다. 관심 분야는 독학을 해서라도 자신을 무장하고 사유하는 가운데 글을 씀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일에 능숙하여지도록 애쓰는 과정이 담보될 때 체계적인 글쓰기는 가능할 것이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주창하는 대신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하며 나만의 정체성을 갖추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몰입하는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이 길어질 때 우리는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여기게 될 것이다. 경제적 자립을 위해 돈벌이에 나설 때 자신의 적성을 찾아 잠재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라면 좀 더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을 것이다. 급변하는 시대에 생존력을 기르는 일은 한 영역에서 배운 것을 다른 곳에 적용하는 능력인 전이가 적절히 이뤄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생활 속에 인문학적 트레이닝을 실천함으로써 현재적 삶에 충실할 때 의미 있는 시간은 축적되어 나만의 분위기를 형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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