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해빙 -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
이서윤.홍주연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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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버스를 타고 퇴근하기 위해 한 정거장을 걸어가는 길,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까르르 웃다 재잘거리며 걸어가던 여고생들은 뒤따라 걷던 선생님을 보고 반색하며 걸음을 멈췄다. 평소 책 이야기를 전하는 이를 보고는,

   “선생님, 오늘 제가 도서관에서 끌어당김의 법칙을 읽었는데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에너지를 얻었어요. 선생님도 끌어당김을 한번 해보세요.”

   상기된 표정으로 말하는 학생은 노력한 만큼 성적이 안 나온다고 투덜대던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긍정성으로 무장해 보는 이도 의욕을 돋웠다.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더 해빙>>을 읽으며 12년 전 의욕 넘치는 여학생이 떠올랐다.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이루며 살기 위해서는 바라지 않는 모습은 차단하고 바라는 것들에 초점을 맞추며 불안감을 떨쳐 버리는 데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음을 알아차린다.

 

   2002년 한 카드회사 TV 광고를 보며 씁쓸함이 더했던 적이 생각난다. 설원을 뛰어가던 여성이 빨간색 털장갑을 끼고 시청자들에게 외치는,

  '여러분 부자 되세요.'

   한마디는 소비를 부추기며 부자로 살아가라고 하니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어디 있느냐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적절한 소비로 충족감을 더하는 일도 있으니 재화를 얻기 위해 소비하는 경제 행위에 깃든 의미를 발견하는 데 기인한다. 돈이면 다 된다는 배금주의 사상에 빠져든 이들이 늘고 있는 자본주의 시대에 내 꿈은 건물주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상가 건물 혹은 꼬마 빌딩을 취득한 지 1년 만에 몇 억을 벌었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건물주는 부를 거머쥐는 열쇠로 여겨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영적 스승인 구루로 불리는 저자는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홍 기자의 아버지는 가장으로 식구들을 위해 평생을 희생하며 살다 지병으로 세상을 떴다. 하고 싶은 일은 가슴에 묻어둔 채 돈을 모으느라 안간힘을 써온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켜본 딸은 돈에 구애받지 않는 부자로 자유롭게 인생을 즐기고 싶은 바람이 컸다.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던 홍 기자는 오래 전 서윤을 만나 인터뷰했던 때를 떠올리며 그녀에게 메일을 보낸 뒤 만남을 약속한 뒤 부자가 되는 법은 바로 ‘Having’에 있음을 일깨운다. 부를 끌어당기는 힘을 발현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더 많은 부를 향해 돈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하고, 돈을 쓰는 순간 가지고 있음충만하게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현재 자신에게 있는 돈을 대상으로 삼아 없음에서 있음으로 초점을 옮겨 긍정적 감정이 생기도록 ‘Having’스위치를 켜는 것이 우선이다.

 

   같은 노력을 해도 훨씬 쉽고 효율적으로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은 행운의 흐름을 타는 법을 아는 데에 있다.

   ‘우리 뇌는 어떤 명령을 입력 받느냐에 따라 그에 맞는 운의 흐름을 선택하게 된다.’

   자신이 아는 것보다 많은 능력과 자원을 가지고 있는 개인이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평가절하한 채 부정적인 편견에 사로잡혀 내 안에 잠든 거인을 일깨우지 못하며 지낸다. 돈을 쓰는 순간 불안감에 휩싸이기보다는 소비로 얻은 물건이 있어 이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때의 충족을 만끽하며 있음을 늘려 간다. 작년 친구들 모임에서 함께 본 오페라의 유령으로 그동안 모은 곗돈 백만 원 넘는 돈이 나갔지만 오리지널 팀의 공연을 관람하며 우정을 돈독히 할 수 있어 만족감은 컸다. 흉측한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 음악가 '유령'과 프리마돈나로 급부상한 '크리스틴', 크리스틴의 약혼자인 귀족 청년 '라울'의 사랑 이야기는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 연주로 농밀함을 더했다.

 

   진짜 부자들은 ‘Having’을 삶의 일부처럼 실천하며 지낸다고 한다. 지금 내가 돈을 썼지만 해빙을 품을 때는 돈의 에너지가 내게로 들어오는 흐름을 타고 있으므로 머지않아 돈이 들어옴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적은 돈이라도 지금 나에게는 쓸 수 있는 돈이 있음에 집중한 뒤 돈을 쓸 때, 걱정과 불안의 노예에서 벗어나 돈 쓰는 순간을 즐기면서 행복해지기를 바랐다. 하루를 보내며 감사 일기를 작성하며 긍정적인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 속에 행복이 깃들 수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처럼 해빙일기를 쓰라고 권한다. 해빙 감정이 증폭되어 충만한 나를 만나고 돈의 흐름이 나에게로 향하게 하는 방법의 물꼬를 틀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선택의 총합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각자의 인생이 달라진다. 직장인으로 일하며 틈틈이 적금을 부어 마련된 목돈을 들고 미답의 공간으로 떠날 계획을 자주 세운다. 10년 전 수백만의 돈을 들여 걷고 싶은 길 밀포드 사운드 트레킹을 다녀온 뒤 가고 싶은 곳을 더 찾고 싶은 마음에 현재에 충실하였다. 시간을 내어 책을 읽고 앎을 충전하였고 아는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길에 오르기도 하였다. 편안하고 행복하게 돈을 쓰며 어떤 일을 할 때 스스로 행복한지 묻는다. 소소한 행복을 일상에서 발견하며 자존감을 회복하여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Having 신호등을 켤 때를 판단하며 지낸다. 부와 행운을 끌어당겨 부자로 지내고 있는 이들의 일화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지금 있음에 집중하며 살아갈 때 행운은 나에게로 향할 수 있음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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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멀었다는 말 - 권여선 소설집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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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향해 마모되어 가는 불확실한 인생이지만 햇수가 늘어날수록 자신만의 언어로 집을 만들며 살아간다. 노화의 진행과 함께 일어나는 퇴행은 중년의 삶에 서글픔과 회한을 더한다. 낮달만 만나는 해는 밤에 뜨는 반달을 모르듯 경험하지 않은 시간을 이해하며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타인에게는 싹싹하면서 아버지에게는 야박하게 구는 딸을 보며 명덕은 모르는 영역이 많은 가족을 떠올린다. 딸과는 달리 감정의 오르내림이 전혀 없던 전처를 떠올리며 함께 지내도 모르는 영역이 많은데 떨어져 지낸 시간이 많은 딸과는 서로 친밀해질 시간조차 많지 않았다. 가까이 지내도 서로의 마음을 모른 채로 마음결을 살피지 못한 채 지내다 스러져가는 것이 인생인지도 모르지만 남은 시간 스스로를 다잡고 살아야 할 명분은 있다.

 

   ‘손톱은 슬플 때마다 돋고 발톱은 기쁠 때마다 돋는다.’

   는 속담처럼 우리 삶은 슬픔이 기쁨보다 더 많다는 말처럼 손톱의 소희는 참혹함 속에서도 집 나간 언니를 기다린다. 그녀는 판매원으로 일하며 한 달에 번 돈 중 일정액을 저축하며 계획적으로 생활한다. 엄마가 언니의 돈을 들고 집을 나간 것처럼 언니도 동생의 적금을 들고 집을 나갔다. 옥탑방 보증금 걸었던 대출금을 먼저 갚을 요량으로 고단함을 감내하며 아껴 쓰고 저축하는 일에 골몰하였다. 하지만 손톱이 깨져 염증이 생기고 덧나 냉동치료를 해야 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가 그마저도 포기하고 손톱 없어도 된다고............

   ‘내가 어쨌다고? 내가 뭘, , ? ? ?’

   외쳐보지만 공허한 메아리만 그녀의 가슴을 후려칠 뿐이다

  

   악행과 악덕이 횡행하는 폭력을 받아들이며 현실의 부조리를 견디는 일이 다반사로 이어지는 삶은 사회적 약자들의 일상과 흡사하다. 부정한 사회 구조에 편승해 사는 이들에 맞서 항변조차 못하는 비정규직 직장인들이 있다. 두 달 동안 임시교사로 일하는 N너머공간에 짙게 드리워진 패악을 목도하며분노에 휩싸였다. 학급의 뒷문이 고장 나 수리를 부탁하는 N교사를 향해 기사가 어디 있냐며 주무관이라 부르라는 고압적인 태도는 주객이 전도되는 광경을 떠올리게 한다. 요양 병원에 있는 어머니를 방치한 간병인의 가증스러운 태도는 잡급직에 대한 경계를 허물고 간병인을 대했던 자신의 우둔함을 탓해야 했다. 어째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물을 수도 없고 무엇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지 알기도 힘든 마음은 희박한 마음에도 드러난다.

 

   가족이라는 생물학적 범주로 서로를 묶어 불편한 도리를 강조하며 형제 들은 서로를 힐난하며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고받는다. 자식으로서 고령의 어머니가 피안의 세상으로 떠나는 날까지 잘 모시자고 하면서도 각기 다른 생각을 고집하며 불화하는 경우가 흔하다. 어머니는 원하지도 않는 일을 감행하는 큰아들은 다른 형제들의 생각을 수용할 생각조차 않는 위압적 태도로 일관한다. 어머니 뜻까지 거스르며 아버지 묘를 파헤쳐 유골을 화장한 뒤 평장하려는 송추의 가을속 맏형의 고압성은 가족 내 서열에 따른 불평등 구조의 심화를 드러낸다.

   예상 밖의 일들을 겪으며 낯선 환경에 노출되어 적응하느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2020년은 코로나블루로 절망적인 시간을 견디며 지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 별 일 없이 학교를 다니며 친구들과 만나 소통하고 교감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었는지 떠올리게 한다. 창문 너머 맑은 하늘을 쳐다보고는 일상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 고맙다는 눈빛을 보내며 하루를 시작하는 내가 있다. 생로병사의 법칙 아래 놓인 우리는 늙고 병들어 지난한 시간을 보내다 영면에 든다.

 

   전학이 얼마나 힘든데……. 전학 가면…… 불쌍해, ……불쌍해선 안 돼.’

   ‘친구속 민수는 가해 학생들의 폭력 아래 상습 자해로 스스로를 망가뜨리면서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여성용품 마케터로 일하는 해옥은 아들의 상처를 알지 못한 채 학교에서도 친구가 많은 아들로만 여겼던 것이다. 전학을 많이 다녔던 민수는 익숙한 환경에서 지내고 싶은 욕구가 컸다. 폭력을 일삼는 아이들의 행동을 장난이라고 치부하며 낯익은 공간에서 살고 싶었다. 엄마에게 사실을 은폐하고 가해 학생의 폭력을 문제 삼지 않음으로써 더 큰 폭력은 연쇄적으로 일어나 걷잡을 수 없는 일로 비화될 수도 있었다. 폭력을 장난으로 미화하여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진실한 태도는 차별과 억압의 사슬을 끊기 위한 문제 제기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기댈 곳도 없고 아무 쥘 것도 남지 않은 이제 와서야 비로소 겉돌던 세상의 틀 속에 겨우 들어앉게 된 기분

   을 느끼며 살아날 가망 없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 의 주인공은 불안을 공허함으로 덮는다. 잠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가 흉측한 벌레로 변한 변신이야기를 해충으로 규정하며 주인공 역시 불투명한 수술을 앞두고 지난 시간을 반추한다. 자신의 병을 알고 민지를 데리고 나가버린 아내는 저세상으로 갔고, 민지를 돌보던 이모 역시 고단한 중년을 보내고 있어 연락이 끊긴 민지에게 관심을 계속 두지는 않았다. 보호자 없이 수술대에 오를 주인공은 불확실한 결과에 충실해야 할 이유를 찾고 있었다.

 

   곤궁, 차별, 불공정 등의 이유로 불행을 겪으면서도 슬픔을 견디고 힘을 빼는 행위는 생의 감각을 살려내는 몸짓에 해당한다. 흡인력 있는 말로 좌중을 전율케 하던 전갱이의 맛속 그는 성대 낭종 수술을 받고 묵언함으로써 목소리를 지켜낼 수 있다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말로 먹고 살 것이라 여기던 이가 목소리를 잃고 사서 일을 대안으로 여기며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모습은 고무적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돌연한 일들에 짓눌리게 되더라도 아직은 남은 시간이 있으므로 지레 겁먹고 삶의 의미를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아직 멀었다는 말은 함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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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살고 있습니다 - 수짱의 인생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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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 불혹(不惑)이라는 나이 마흔은 인생의 무게를 더한다. 해가 바뀌고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도 중년에 편입되는 나이 마흔이 주는 씁쓸함은 지금껏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회의하는 물음을 던진다.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는 새로운 나이를 먹으며 마흔을 넘기고 오십을 넘긴 지금은 온전한 정신으로 건강하게 잘 살다 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살아온 시간이 쌓여 나를 형성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가끔은 정해진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은 열망에 휩싸이는 자신과 맞닥뜨리며 현재를 살아갈 뿐이다.

 

   마흔 번째 생일을 맞은 수짱은 어린이집 조리사로 일한 지 3년이 지났다. 허드렛일을 담당하고 있지만 음식 재료를 꼼꼼히 손질하며 아이들에게 산지식을 전하며 맡은 일을 열심히 해내고 있다. 마흔 해가 되도록 혼자 살면서 결혼과 육아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배재하지 못한 채 지내서인지 그 나이에 드는 고민이 있다. 수짱과 만난 자리에서 마흔 다섯 살 사와코는 내 인생을 사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며 나답게 사는 것은 무엇인지 대화하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한다. 청춘 시절의 패기는 점점 사라지고 곡예를 하듯 위태로운 현재를 직시하며 위축되는 자신을 바로 세우기 위해 가치 있는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한 번도 걷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은 막연한 불안을 낳고 불안은 긍정적인 생각을 갉아먹는다. 수짱은 이대로 시간이 흘러 의지가지없는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소소한 일상의 의미를 발견하며 기분 좋아질 일들을 찾아 언행으로 옮겼다. 그녀의 생일에 미도리 선생은 젓가락을 선물하며 맛있는 것 먹으며 행복을 발견하기를 바랐다. 고형식을 섭취하기 힘든 직원들에게 수프를 끓여 전하며 사랑을 전하였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를 찾은 수짱은 옆 침상에 앉은 환자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를 지켜본 병원 직원은 그녀에게 경청하는 능력이 있음을 발견하고 경청 자원봉사를 권하였다. 순식간의 시간 속에서 일어난 일들이 쌓여 이뤄낸 공과가 일생을 형성한다며 조바심내기보다는 지금 나를 변화시킬 일들을 찾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3년의 공백 끝에 우연히 재회한 서점 직원과 차를 마시고 중화요리를 나누며 일순 설렘에 빠지기도 했지만 유부남인 그와 적정 거리를 유지하였다.

 

   여러 형태로 발현돼 영향을 미친 지나온 시간은 그리움과 회한의 대상이다. 별 일 아닌데 눈물이 나면서 애틋해지는 시간이 많아지는 중년은 하고 싶은 일보다 지금 하는 일에 충실해야 함을 나이로 일깨운다. 추억을 반복해 더듬어보는 것도 그 사람에게는 소중한 일이기도 하니까 나이 듦을 슬퍼할 필요는 없다. 이대로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고 할머니가 되어버린다면 안타까움이 더할 수 있으니 품위 있게 사는 할머니가 되자고 마음먹으니 홀가분해진다.

 

   한 번뿐인 인생이라 또 하나의 세계를 살아갈 수 없으므로 내게 주어진 시간 스스로 생각한 대로 움직이며 지내야할 이유가 있다. 스냅완두콩 안에 각기 다른 방을 부리고 사는 콩처럼 우리는 우리만의 인생을 살아갈 뿐이다. 선생님 구순을 추가하러 도쿄를 찾은 아버지는 딸과 조촐한 음식을 나누며 사는 이야기를 나눈 지 오래지 않아 이승을 뜨고 말았다. 급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은 지금 나답게 살아갈 일들을 찾아 나서기에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마흔임을 일깨운다. 언젠가는 피안의 세계로 떠나며 미련이 덜 남게 결이 고운 이들과 교감하며 이 순간 정성을 기울이며 살다 보면 긍정적인 변화의 씨앗은 싹을 틔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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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kang1001 2021-07-18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에게나 인생은 한번뿐입니다. 인생을 두 번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모두 내일은 오늘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더 나은 날이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 화이팅! 모두 자기 자신을 위해 화이팅!
 
청소년책 쓰는 법 - 쉽게 쓰기가 가장 어려운 당신에게 보내는 원고 청탁서 땅콩문고
김선아 지음 / 유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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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는 일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발판이자 새로운 세계를 만나 사유의 폭을 넓혀 성숙한 삶을 도모하는 일로 이어진다. 청소년은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책으로 만나며 세상 밖에 있는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삶을 수정하며 살아간다. 저자는 글을 쓰기 전 독자를 염두에 두고 글쓰기 재료를 수집하여 적절한 구상 과정을 거친 뒤 집필에 들어간다. 편집자인 저자는 청소년 책을 쓰는 이들은 어른으로 청소년들을 일깨워 바른 길로 이끌려하기보다는 청소년과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이 상대보다는 어른이라는 자각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잔소리로 만들 수 있음을 기억하고 청소년 책을 써야 한다.

 

   중·고교생들을 청소년이라 칭하지만 사춘기가 빠른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청소년 독자로 생각한다면 청소년 문학의 독자층이 꽤 넓은 편이다. 학업 부담이 적은 편인 중학생은 청소년 책을 활발히 읽는 독자들인 만큼 청소년 책을 쓸 때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중2나 중3을 기준으로 쓰는 것이 무난하다고 한다. 청소년 도서의 실질적인 구매자는 부모, 독서·토론 동아리 운영자, 학교 도서관 담당자들로 이들이 먼저 책을 선택한다. 어른들이 청소년 책을 읽고 함께 공유하면 좋을 책들을 청소년들에게 권하는 만큼 책을 고르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 청소년 책을 출간할 때에는 주제의 타당성, 글의 난도, 재미, 저자의 신뢰성, 수업과의 연계, 독후 활동 가능성, 교육적 효과 등을 고려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성인이 되기 전 청소년기에 읽으면 더 좋을 텍스트로는 청소년의 지적·정서적 성장에 도움 될 필요가 있다. 사실성을 염두에 둔 논픽션은 청소년이 읽을 수 있을 만큼 유익한 교양서와 감수성을 중심으로 한 청소년기에 읽어야 할 의미 있는 교양서가 있다. 글을 써내려갈 때 어떤 문체를 써야할지 고민된다면 저자와 독자 사이의 객관적 거리 유지를 위해 습니다체를 쓰는 것이 낫다고 한다. 청소년 독자를 독자적 존재로 존중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라도 아주높임으로 표현한다. 저자는 자신이 청소년일 때 이런 책이 있다면 좋겠다는 책을 떠올리며 책의 난도나 목적을 정할 때 유용함은 더해질 것이다.

 

   추상적인 개념어 일색인 어려운 책을 보고 싶어 하는 청소년 독자들이 많지 않음을 자각하고 개념어를 풀어 쉽게 글을 써야 한다. 초고는 최대한 개념어를 피해 써 보고, 퇴고할 때 개념어들을 다시 쉬운 표현으로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야기 전달하기로 어려운 지식을 이야기와 결합시키는 방식을 쓸 때에는 사실과 상상이 헷갈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접한 내용이 많지 않은 청소년 독자가 다양한 책을 접하며 자신만의 기호를 만들어가는 데 도움을 주는 청소년 책을 출간하는 일은 현재에 발을 딛고 살면서 미래를 도모하는 일이기도 하다.

 

   온라인 서점의 청소년 분야의 세부 항목에는 공부법 분야가 따로 있을 정도로 학업 성취를 목표로 하는 경쟁 중심의 학벌 사회를 투영한 교과 연계 도서가 매출을 돕는다. 교과 관련 도서 발간이 학업에 도움 될 수도 있으나 편중되지 않는 책 읽기로 다양한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일도 중요하다. 교과서 지식의 외연을 확장하는 책, 청소년 책 중에서도 논픽션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청소년 책을 쓰고자 하는 이들과 만드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미발표 장편소설을 대상으로 신인과 기성작가 모두 지원할 수 있는 출판사 청소년 문학상이 시행될 정도로 청소년 독자층은 늘고 있다. 교과서 외연의 다양한 지식을 접하고 교양을 함양하며 독자적인 철학을 갖추고 세상을 보는 창으로 자리할 청소년 책과 함께할 십대들을 염두에 둔 책들이 발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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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의 말 - 파리에서, 밥을 짓다 글을 지었다
목수정 지음 / 책밥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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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한 모임 규제로 여럿과 함께 밥을 나누는 시간이 줄어들고 홀로 밥을 먹는 시간이 늘어난다. 신 김치를 잘게 썰어 볶은 데에 식은 밥 한 덩이를 얹어 볶음밥을 만들어 먹는데 고향 친구가 안부를 묻는다. 친구는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는 거냐며 주말이면 집에 박혀 지내느라 갑갑하지만 만남을 준비하며 감염병이 진정 국면으로 돌아서면 밥 한 끼 하자고 전한다. 친구는 이승에서 다시 만날 수 없는 엄마가 해주던 제철 음식을 떠올리며 추억을 곱씹는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짓던 시절, 솥에 김이 오르기 시작하면 호박잎과 들깻잎, 고추 서너 개를 밥 위에 쪄서 양념장에 싸 먹던 담박함은 추억의 맛이다. 엄마가 해주던 추억이 집밥을 그리워하게 된다.

 

   남이 해주는 밥이 최고 맛있는 밥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요리하는 수고는 음식에 녹아 있다. 가족 모임이 있을 때 번거롭지 않게 외식을 하자고 해도 여든이 가까운 어머니는 손수 음식을 만든다. 차밭에서 김을 매다가도 딸이 간다면 집으로 와 딸이 좋아하는 찰밥을 찌고 들깨를 빻아 체에 걸러 들깨탕을 준비한다. 어머니는 농사일로 고단한 일상인데도 누군가가 즐겨 먹는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을 귀찮아하지 않았다. 저자는 추억 창고에 갈무리해 둔 엄마와 외할머니의 밥상을 떠올리며 프랑스 파리에서 밥을 짓고 음식을 함께 나누는 과정 속 건강한 생존을 위한 단상들을 글에 담았다.

 

   ‘요리는 각기 다른 문명이 음식으로 만나 서로의 온기와 에너지를 몸 안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밥 짓기가 쌓여 글이 되고, 글쓰기가 쌓여 나와 가족의 밥이 되는 순환은 건강을 먼저 챙기는 모성적 자아가 중심에 자리한다. 자연이 주는 것들로 요리한 음식으로 축제를 만드는 할머니와 본질로만 존재하려 했던 어머니의 음식에 대한 추억은 따스함을 전한다. 아버지를 여의고 육개장을 먹으며 위로를 받았고, 몸에 좋은 과일과 와인을 끓여 낸 뱅쇼를 마시며 치유 받은 경험은 열정적으로 살아갈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새로운 맛을 짓는 창조적 공간에서 요리사가 빚는 음식에 담긴 온기와 사랑을 함께 섭취하며 우리는 성장해 왔다. 한량없는 가사노동의 공간인 부엌에서 밥을 짓고 국을 끓이며 음식이 식기 전에 집중하며 밥을 먹도록 거드는 밥상의 말은 건강한 나눔의 언어다. 밥상에 둘러앉은 이들이 평등한 위치에서 대화하며 관계를 회복하는 일은 일상의 민주주의로 귀결된다. 존재적 의미로 각별한 칼리(외손녀)를 대하는 어머니의 애정은 손녀가 좋아하는 음식 마련으로 발현되었다. 살뜰한 정성으로 음식을 만들어 주는 기쁨을 즐거움을 여기던 어머니가 음식 만들기를 꺼리며 조리 방법을 잊어가는 치매 판정을 받은 일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별반 다를 게 없는 요리 프로그램 방영이 성행하고 맛집을 찾아 떠나는 음식 순례자들이 늘어나는 때에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커진다. 건강한 식재료를 엄선해 담백하게 조리하는 것보다 자극적인 맛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려는 상술이 지배하는 현실에 생명을 지키는 음식 문화를 떠올린다. 존엄한 노년을 생각하고 잘 늙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참여형 주거공간인 바바야가의 집에서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노인들의 모습에서 연대함으로써 공존하는 삶의 가치를 생각한다. 하지에는 포슬포슬한 감자 껍질을 벗기고 강판에 간 뒤 그것에 물, 소금, 감자 전분을 넣어 반죽한 것을 부친 감자전을 나누는 사람들을 연상한다.

 

   생태적 삶의 가치를 인지한 저자는 여러 이유를 들어 간편식으로 해결하며 지내는 현대인들의 식습관을 돌아보며 식생활 전환으로 건강을 유지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곡진히 담았다. 음식물을 통한 농약 섭취가 병을 일으켜 금전적 손실과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멈출 방법을 밥상에서 찾아야 한다. 사람 속에 들어가 약이 되기도 하고 병을 일으키기도 하는 음식은 자연과 밀착되어 살아온 사람들이 지키고자 했던 공생의 철학이 녹아 있다.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하며 손끝에서 어우러지는 창조의 맛을 즐기며 오늘도 밥상을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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