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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하와이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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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발트빛 바다에 부서지는 파도가 포말을 이루다 사라지는 해변에 서있는 야자수 아래 서핑을 즐기는 이들을 보면서 휴식을 취하는 여행자들의 모습이 먼저 떠오르는 하와이다. 와이키키 해변을 거닐고 싶은 바람만 키웠지 정작 그곳을 찾을 것이라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고 지냈는데 한 소설가가 쓴 짧은 여행기는 또 다른 꿈을 꾸게 한다. 지상의 낙원꿈의 휴양지로 불리는 하와이로 여행을 떠난 저자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현지 문화를 경험하면서 마음의 짐을 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와 일상생활을 시작했으리라.

 

  여행은 머리로 재고 생각하기보다는 가슴의 울림을 따라 걸음을 옮기고 느끼는 가운데 새롭게 자아를 발견하는 감성적인 활동이다. 여행 중 현지에서 손과 팔을 부드럽게 움직이며 잔걸음으로 허리 부위를 빠르게 떠는 훌라를 배우면서 춤 실력은 잘 늘지 않았지만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달팽이처럼 훌라 실력이 늘어날 것이라 낙관하는 저자를 보면서 현지 문화를 즐기는 여행자를 떠올려 본다. 자연 보호 구역에서 자라는 물고기들은 크게 자라 자연의 재생력을 가늠케 할 정도라니 자연 보존에 대한 정성을 더하는 하와이 천혜의 비경을 만끽하고 싶은 순간이다. 국립공원 내에 있어 유료 입장인 하나우마베이 해변은 만져서는 안 될 조항들이 많았지만 입장하여 구경하는 대신 지킬 것은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장기적인 안목이 내규에 깃들어 있었다.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넉넉하게 품어주는 엄마 같은 공간이 있다면 힘들고 지칠 때 심신을 달래기에 그만일 것이다. 저자에게 하와이는 일상을 벗어나 지상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즐비한 공간이었을 것이다. 상상력을 발휘하여 개연성 있는 허구 세계를 그려 가는 일이 쉽지 않은 일임을 알기에 책상 앞에 앉아 긴장하며 지냈던 일상에서 비껴나 오감으로 느끼며 즐기는 여행은 또 다른 감흥을 전하며 피부 깊숙이 들어와 호흡하게 만들었다. 소년시절의 에너지는 또렷한 그리움으로 각인되어 일렁이는 파도에 마음을 싣고 마우이의 하나의 물결 따라 움직이는 듯한 착각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지금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을 겪으며 생경한 생활에 눈을 뜨고 그 시간 속으로 몰입하는 여행 생각만 해도 가슴이 요동을 친다.

 

   어디를 봐도 광활한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하와이는 하늘과 바다 빛깔이 닮아 싱그러움을 더한다. 만나는 이들 역시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며 취미를 즐기는 생활로 각기 다른 여가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서 느끼는 정서는 논리로 무장하기보다는 농밀한 감성으로 살아나 한 사람의 마음을 이끈다. 쿰 훌라 샌디의 할라우에 들어가 취재를 하였던 하와이를 다시 찾았을 때는 아이를 잉태하였고, 그 후 친구인 지호가 그곳에서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저자의 삶 깊숙이 하와이는 자리하였다. 몇 차례 하와이를 찾을 때마다 예전에 갔던 곳을 피하여 다른 방법으로 현지를 밟으며 다양한 인생의 흔적을 확인하는 시간으로 다채로운 정서를 담을 수 있었다.

 

   깎아지른 경치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하와이 최남단에 위치한 사우스포인트는 끝이 배태하는 고요함에 짓눌려 있다가도 이내 시끌벅적한 인간 세상을 그리워한다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며 사람들 속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가는 일상이 그리울 때가 있음을 알아차린다. 투숙한 호텔에서 겪을 수 있는 사소한 일들은 여행의 맛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할 때도 있지만 종업원의 불친절한 행동에 휘둘리기보다는 낙원에서 또 다른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기분을 전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위해 좁아지는 길로 방향을 틀기보다는 너그러운 포용력으로 세상을 보듬고 살아간다면 꿈의 공간 하와이의 창망한 바다가 주는 넉넉한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그곳에서 훌라를 배우며 현지인들과 함께 호흡하는 여행을 꿈꾼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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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여행]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헤세의 여행 - 헤세와 함께 하는 스위스.남독일.이탈리아.아시아 여행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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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처럼 비가 촐촐히 내리고 간간이 바람이 불어 스산함이 밀려들 때면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고 싶은 열망이 강해진다. 한 달 남짓 네팔로 단체 배낭여행을 함께 떠났던 카페에서는 다음 여행 일정을 올리며 마음 내어 인도로 가보자고 손짓한다. 올해는 영혼과 마음의 도시 델리로 들어가서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와 힌두교 인들의 성소로 알려진 바라나시, 사르나트, 코치, 마이소르 등을 돌아 첸나이에서 귀국하는 한 달 일정으로 예정돼 있어 가슴이 요동을 쳤다. 일상에 매몰되어 살아갈수록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강렬해지는 만큼 보충수업만 빠질 수 있다면 용기를 내어 떠날 수 있을 텐데 가고 싶은 생각에 마음만 앞선다.

 

   ‘심장이 느긋하게 뛰는 사람만이 앉아서 쉴 수 있으리라. 그러나 방랑자는 번번이 기대가 빗나가도 여행의 수고와 고난을 견뎌낸다. 방랑의 온갖 고통스러움이 고향의 계곡에서 평화를 찾는 것보다 더 편안할지니.’

   헤세가 인도 여행의 서문에 작성한 구절을 보니 규율에 매여 살기보다는 전근대적인 여행 방식으로 세계를 떠도는 방랑자로 살고 싶은 그의 마음이 전해져 온다. 독서와 그림을 좋아했던 헤세는 서구적인 취향에서 벗어나 동양적인 가치를 추구하며 살고 싶은 마음이 커 보였다. 정주하여 은둔자로 살아가기 힘든 이들은 책을 보고 글을 쓰는 일을 병행하면서도 너머 세상을 동경하며 살아갈 때가 있다. 독일에서 태어나 생활하던 헤세는 1901년 처음으로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 후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인도 등을 돌아보고 독일의 뉘른베르크를 거쳐 스위스의 작은 마을 테신에서 노후를 보냈다.

 

   익숙한 공간을 떠나 낯선 환경에 놓이는 일을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에게 여행은 무의미하여 보일 테지만 현지인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만나 사회 문화적 상황을 이해하며 여행자로서 인간 미 있는 관계를 맺는 일에 관심을 두었다. 여행은 편견과 선입견을 내려놓고 여행지에서 현지인들과 정신적인 교류를 행할 때 체득하는 일상으로 의미를 가질 수가 있다. 헤세 역시 정신적인 소통 속에 가치 있는 체험이 가능함을 알아차리고 관계 형성을 위한 기회를 만들어 갔다. 물량적인 생활을 중시하며 속물적인 근성을 버리지 못한 채 일상을 잇는 생활에서 탈피해특정한 내용과 의미를 지닌 확고한 체험이 가능한 여행을 선호했다. 낯선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낯선 현상에 담긴 이면을 꿰뚫기 위한 시선을 모으는 일을 시작으로 체험한 일들을 실천하는 생활로 이을 수 있어야 한다고 헤세는 말하였다.

 

   아시아 여행은 원시림에서 풍기는 강렬한 생명력과 호흡하는 종교 속에 깃든 구도자적인 삶의 자세는 저자의 작품 속에서 재해석되어 창조되었다. 삶의 근원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움직임은 사유하는 가운데 이동하며 계속되었다. 스무 살 청춘과 이별한다는 심정으로 안락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환멸감으로 회한이 들 때면 나만의 방에서 정적을 벗하며 은둔을 즐겼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소리대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내적 자아의 부름대로 보덴 호에서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할 때마다 조그만 수첩에 메모하면서 체험 욕심이 컸던 자신과 맞닥뜨리며 그 욕구를 충족시켜갔다.

 

   삶에 지친 인간이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떠올리며 단 며칠이라도 시름없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말레이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수상 가옥 도시 팔렘방의 이색적인 풍경은 만조와 간조 때가 상이하여 대별되는 양상에 적응하기 힘들 정도로 보였지만 현지인들은 이 역시 자연적 질서로 받아들이며 생활하고 있었다. 스리랑카 중부의 도시 캔디에 위치한 사원과 아름다운 삼림을 찾고 싶은 열망이 큰 이유는 오래된 석굴 불교 사원을 참배할 수 있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수정으로 조각된 불상의 매혹적인 모습에 끌리는 것은 인지상정이겠지만 헤세는 무엇보다 현지에서 만나는 인간들의 부딪침에 의미를 두고 따스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인간적인 소통에 적극성을 띨 때 여행은 비로소 체험하는 여행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하였다. 말은 잘 안 통하여도 몸짓으로 덧칠하며 서로를 이해하며 인류애를 찾아가는 과정을 중시하는 여행의 묘미를 재발견하며 유목민적 성량을 잠재우지 못한 채 유럽과 아시아를 떠돌며 살았던 작가의 여행 궤적은 또 다른 꿈을 불러일으킨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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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사는 비결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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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보이지 않던 이웃 아줌마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 보였다. 살이 빠지고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췌장암 3기 판정을 받고 집에서 주변 정리를 하면서 죽음을 예비하라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덧없이 소멸하는 삶의 가운데에서 느끼는 불안이 증폭될 때마다 염세주의적 태도는 특정 종교에 매달릴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만큼 니체는 특정 종교와 정치적 이념에 사로잡히는 일은 자기소외이며 스스로 노예가 되는 길이라고 경고하였다. 자유로운 사고를 막는 확신의 노예에서 벗어나 확신에 굴복하지 않는 대신 자신을 주인으로 삼아 질적인 삶으로 고양하는 일을 예술에서 찾으려고 했다.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예술가들 역시 삶의 예술가가 될 때 생을 긍정하며 살아갈 수 있는 양분을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물리학자 이기진 교수의 딴짓은 기억 속에 멀어져 가버린 애장품을 떠올리게 한다. 밋밋한 일상에 변화를 주면서 살고 싶은 마음이 강하여서인지 다르게 행동하며 좋아하는 일을 찾아 딴짓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강해진다. 쉽사리 벗어나기 힘든 일상 속에서 새로운 생활을 병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즐거움을 줄 때가 있음을 안다. 나이 들어도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기울일 수 있는 취미에 몰입할 수 있다면 소소한 기쁨으로 일상은 충만해질 것이다. 미답의 공간을 찾아 발품을 팔며 거리로 나서 현지인들의 생활을 알 수 있는 곳으로 시장만한 곳이 없다. 갖가지 볼거리로 이방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시장 풍경은 언제 보아도 신기한 볼거리들로 가득하다. 정해진 궤도대로 살아지지 않는 인생에 도전하는 삶은 무모하여 보일지라도 새로운 일상을 살게 하는 토대가 된다. 파리로 공부하러 갔을 때 두 살배기 딸을 데리고 오기 전 정착 준비를 하느라 감기를 얻었을 때 레몬즙과 오렌지 즙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기구를 만나 함께 한 경험은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할 것이다.

   공상하기를 즐기며 술 한 잔에 망가지기도 하는 비과학적인 행동들이 모여 한 사람의 차별화된 역사를 이뤄내는 듯하다. 과학적인 사고로 객관성과 논리성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물리학자가 일상에서 행복하고 낭만적으로 살아가는 법을 일러준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물리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로 물리학 공부를 시작하였다는 저자는 병따개 하나에 담긴 물리적인 원리를 분석하며 자신의 존재 방식을 찾았다. 러시아로부터 독립하지 않은 아르메니아 연구소에서 일하던 시절은 어두웠지만 따스함을 나눴던 일들로 가득했고 이후 그곳의 학생들을 초청해 함께 연구하며 재충전하는 시간은 다른 빛깔로 향을 만들어가는 관계에 긴밀함이 깃들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진정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고 대세를 따라가는 것은 자신의 개성을 없애고 획일화로 몰아넣고 만다. 상처가 난 백색의 도자기를 보고 다른 것과 차별화된 감성을 지닌 물건으로 간주하는 저자의 다른 생각은 볼품없어져 버렸다고 버리는데 급급했던 생활을 돌아보게 한다. 영혼을 갉아먹는 소리로 일본에서의 공부를 지탱하게 해 준 연필깎이를 선물해 준 이구치 교수의 정을 확인이라도 하듯 연필을 돌려서 깎고 싶은 마음이 동한다. 아르메니아, 몽골, 일본, 프랑스 등을 찾아 공부하였던 기간에 소장하게 된 물건들의 의미는 추억의 시간을 돌려주는 또 다른 타임머신처럼 여겨진다. 취미 중 하나가 설거지라고 밝히는 저자는 물기를 닦아내는 행주에 대한 단상을 적으며 프랑스에는 행주도 대물림된다니 다소 놀라웠다.

   애정과 관심에 다라 취미의 깊이가 달라진다는 점을 살아오면서 절감할 때가 있다. 아르메니아에서 보드카를 마실 때 애용했던 유리잔은 한 번에 술잔을 비워내야 하는 만큼 중량감을 견딜 수 있는 잔으로 마련한 모양이다. 같은 술을 마시더라도 어떤 잔에 술을 따라 마시느냐에 따라 그 맛과 향은 달라진다. 저자는 자신이 가진 시간과 공간의 종횡 속에 제 빛깔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삶에 특별함을 준 계기를 알프스 프라리옹에서 찾았다. 사연이 있는 물건들을 소장하고 있다가도 생활에 무용하다는 점을 들어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버리지 않고 한곳에 모아두는 것도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며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골동품처럼 되어버린 다관에 녹차를 따라 마시며 25년 전의 시간을 불러내 그 시절 함께 했던 인연들을 불러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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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 10] 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두 번째 이야기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2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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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유럽 5개국을 패키지여행으로 다녀온 기억이 아련하여질 때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 10’이라는 제목은 미답의 공간으로 이끌었다.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독일의 명소를 훑어보는 여행의 일종이었던 터라 여행을 다녀 온 뒤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그 중에서도 문화 유적지로 관광 수입을 올리는 로마에서 유격 훈련하듯이 바쁘게 움직이며 원형 경기장, 콜로세움, 트레비 분수 등을 돌았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다.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서 입장하는 데만 2시간 남짓이 소요된 바티칸 박물관에서 보았던 유작(遺作)들 중에서도 미켈란 젤로의 천지창조를 쳐다보면서 그의 광적인 노력과 천재성에 숙연해졌던 기억이 떠오른다.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헌신적인 모습은 순교자의 모습과 중첩되었다.

 

   오래 된 문화재를 잘 보살피는 문화 정책을 펴는 유럽의 문화 보존 정책에 감명 받으며 문화재 발굴뿐 아니라 기존의 문화재를 지키는 일이 더 절실해 보인다. 세계에서 3번째로 작은 산마리노는 이탈리아의 작은 공화국으로 오래된 유적들을 보호하고자 마을 내에서는 자동차 이용을 금지하고 있을 정도로 주민들의 문화적 자긍심은 문화재 보호로 모아졌으리라. 티타노산 등성이를 따라 걸음을 옮기며 웅장한 요새와 성벽 사이사이에 깃들어 사는 현지인들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산마리노 공화국을 찾아보고 싶다. 세계 최대의 화산 폭발로 폐허가 되어버린 폼페이에서 가득 차 있어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발견하며 화산재 속에 잠자고 있는 유물들을 통해 욕망을 버리고 절제하는 일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웠다는 저자의 글에서 현존하는 것에 감사할 수 있었다.

 

   단조로운 일상에 변화를 주어 특별함으로 채색하고 싶은 갈망이 커질 때면 여행지를 물색하며 여행 계획을 수립한다. 애써 모은 돈을 여행비로 충당하는 것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지만 여행을 통해 느끼는 내면의 풍경은 윤기를 더하고 현재적 삶에 충실할 당위성을 제공하며 오랫동안 머물러 질적 향상을 촉진한다. 파리의 문화적 중심지인 샹젤리제 거리에서 만난 창부이자 미녀인 마르그리트와 귀족 청년 아르망이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였지만 끝내는 이들의 사랑이 파국을 맞고 그녀가 몽마르트 묘지에 묻힘으로써 종결되어 씁쓸함을 더했다. 2천 개가 넘는 등산로가 있어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스페인의 몬세라트에 위치한 수도원을 찾아 예배당 내 제단 뒤에 위치한 검은 성모상 라 모레네타를 보고 싶다. 한때는 실업과 빈곤으로 불안이 증폭되었던 마리날레다 사람들이 연대와 우정으로 이상적인 마을 건설을 위해 공동체적 삶을 활성화시켜 평화를 위해 용기를 내었던 점이 낙후된 지역민으로 살아서인지 눈에 띄었다.

 

   유명을 달리하였지만 위대한 예술가가 남긴 작품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자리하고 있어 그들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순례에 나서는 이들 가슴 속에는 좋아하고 존경하는 예술인들이 자리한다. 열정의 화가로 불리는 반 고흐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머물렀던 프랑스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있는 고흐의 방은 한번은 찾고 싶은 공간이다. 정신적 고통과 절대적인 고독 속에서 그림을 그렸을 그의 흔적을 찾아 한참을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이방인들의 마음에 애잔함을 더하는 리스본의 파두는 바다를 향한 갈망과 바다로 떠난 이들을 그리워하는 감정이 응축되어 구슬픈 선율로 흐른다니 현장에서 생생한 파두 공연을 접하는 상상에 빠져 본다. 183712738세의 푸슈킨은 아내 나탈랴를 짝사랑하는 프랑스 망명귀족 단테스와의 결투로 부상하여 죽었고 생전에 그가 살았던 상트 페테르부르크 집에는 그의 시가 선율 속에 흘러 그를 추모하는 이들의 발길이 잦은 모양이다.

 

   뚜벅뚜벅 걸어서 길을 헤매다 지칠 때 눈길을 끄는 음식을 맛보며 휴식을 취하고 여독을 풀 때면 맥주를 즐겨 마셨다. 알코올 도수가 낮은 여러 종류의 맥주를 맛보며 그 나라의 술맛을 알아갈 때쯤 여행지에서 돌아올 때가 많아 아쉬울 때도 있었지만 다음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달래며 여행지에서 맛보는 술은 추억과 함께 내장되었다. 영국 스코틀랜드에서만 생산하는 스카치위스키 맛을 현지에서 보지 못해서인지 현지에서 얼음 조각에 희석된 위스키 맛을 음미해보고 싶어진다. 정원을 가꾸기를 좋아하고 여행을 즐겼던 헤르만 헤세가 노년을 보낸 스위스의 몬타뇰라는 조용한 호숫가로 그의 집필 활동에 촉매로 작용한 곳으로 여겨진다. 융과 깊게 교류하며 그림 그리기로 우울증 치료를 돕고 아마추어 화가로 인생의 전환점을 찾은 곳이라니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아 안식을 찾아 내면의 평안을 도모하며 살아가는 일이 귀해 보인다. 2년 뒤 동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서인지 유럽 여행지는 설렘과 호기심을 동반하여 유희의 즐거움을 더했다. 욕심 내지 않고 현지인들 삶에 밀착하여 기억에 오롯이 남을 여행을 오늘도 바라며 미지의 세계로 시선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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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윤대녕 지음 / 현대문학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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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동네 아이들은 섬진강으로 달려가 멱을 감고 재첩을 잡으며 더위를 식혔다. 물살을 가르는 모래 이랑 사이로 노란 재첩을 소쿠리에 주워 담아 물통에 부었던 기억은 재첩국을 먹을 때마다 씨가 말라버린 섬진강 재첩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그 많던 재첩이 자취를 감추고 멱을 감는 아이들도 보이지 않지만 유유히 흐르는 강물은 아련한 향수를 품에 안고 가슴 속으로 파고든다. 편의성과 효율성을 들어 개발 정책으로 치닫는 시대에 추억 속 공간은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 예스러운 정취를 풍기고 있던 공간도 변형되어 생경함을 주고 사라진 공간에서는 사위어가는 촛불의 유한함을 떠올리게 된다.

 

   강마른 체구에 깊은 눈으로 응시하는 눈빛이 처연하게 다가오는 저자를 떠올리며 윤대녕 작가의 내밀한 삶의 조각은 유쾌한 것만은 아닌 듯하였다. 생업으로 바쁜 부모와는 떨어져 완고했던 조부모와 함께 생활하며 고독한 상황을 감내하게 한 문학은 정신적 방황을 달래며 문학인으로 살아갈 힘을 실어줬다. 유교적 가르침을 들어 좇아야 할 규범을 강조할수록 자신을 옥죄는 질서를 파기하려는 움직임은 백일장 참여로 문학 동아리 회원들과 교유하며 영역을 확장하는 계기로 삼았다. 일탈의 욕구가 커질수록 정신적 방황은 깊어졌고 어느 새 작가는 또 다른 공간을 찾아 이동하며 잠재되어 있던 방랑벽을 다독거렸다. 손 내밀면 끌어당겨 줄 대상은 피안의 공간으로 자취를 감추고 닿을 수 없는 시간들만 진공 속에 남아 추억으로 공명하고 있다.

 

   학창 시절부터 작가를 꿈꾸었던 저자의 집필은 소설가로서의 위상을 굳히며 낯선 공간을 찾아 현지인들의 사는 모습을 관찰하며 독립된 존재인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집필하는 자유를 누렸다. 행장을 꾸리고 익숙한 공간을 떠나 새로운 땅을 찾아 길 위에 서기를 반복했던 저자는 우리나라의 후미진 공간에서부터 번화한 국제도시로까지 집필 공간을 확장하여 유목민을 연상케 하였다. 그가 머물렀던 조부의 집은 이웃이 없었고 어쩌다 친척들이 찾아와도 곧 떠나버리고 말아 을씨년스럽기만 했던 고독의 공간으로 그곳을 떠나는 순간 버림을 받는다는 점을 알고 떠나야 하는 집이었다. 지금은 사라지고 말았지만 그 집은 저자에게 서글픈 꿈을 심어주었고 지난한 시간 속에 발아하여 상상의 산물인 소설을 집필하는 작가로 열매를 거두게 했다.

 

   새로운 공간을 찾아 이동할 때 거쳐 가는 공간을 좋아하는 작가는 휴게소와 역, 공항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기도 하였고 우연히 마주친 사람과 소통하며 창작의 질료(質料)로 삼기도 했다. 사라져 버릴 이야기를 작품 속으로 끌어들여 상상력을 가미하여 구성진 작품을 창작한 작가의 생각은 사라질 수도 있는 기억들을 끌어안아 나갔다. 지금 발을 딛고 서 있는 공간이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예감을 상쇄하기 위해 제주도에 머무를 때 아들과 함께 낚시하는 작가의 뒷모습은 고독을 치유하며 살아가는 방편처럼 다가왔다. 술집을 드나들며 고통을 잊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내면의 평안을 얻었던 공간으로 인생의 허무를 달랬던 시절의 추억은 가슴 저편으로 자리를 내어주었다.

 

   음반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에 마음을 내어주며 지냈던 음악 감상실은 힘들었던 시절을 동행한 추억의 공간으로 자리한다.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저자는 고독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음악으로 위로받으며 즐기는 인생을 살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길거리를 걷다 담장 너머로 들려오는 연주곡에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게 했던 아동기의 친구가 떠오르는 것은 과거로 회귀하여 현재의 나이 듦을 보상받고 싶은 욕구가 내재한 것인지도 모른다. 휴대폰이 대중화됨으로써 찾아보기 힘든 공중전화 부스를 보면 한 줄로 늘어서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마음이 내는 소리에 집중했던 청춘 시절이 떠오른다. 소설 당선 소식을 듣고도 기쁜 소식을 알릴 대상이 선뜻 나서지 않아 외로웠던 스물아홉의 저자가 용기 내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 작가의 길을 선언하였을 때 시큰둥한 어머니의 반응은 소설가가 되었다는 사실보다 스스로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필연성을 낳았다. 공중전화 부스에서 반전을 거듭한 인생을 살아왔던 이에게 눈앞에서 사라져가는 희망의 출구는 가슴 속에 남아 창작의 불을 지피는 꿈결로 피어오른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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