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기말 고사를 치른 3학년 교실의 풍경은 수시 전형을 앞두고 학생들은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인기 있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면 성공한 인생일 것이라 믿는다. 내신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조금은 안정적으로 원하는 대학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성적이 낮은 학생들의 불안은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이다. 균형을 잃지 않고 일상을 지속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세상일이 계획한 대로만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 무력해지고 만다. 돌연한 일로 일상의 감각을 잃을 때도 있지만 두려움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사는가에 따라 인생의 향방은 달라진다.

 

   엄마가 자식들을 버리고 떠날까 두려워 검지가 썩어 들어가는 것도 삭이며 전전긍긍하였던 수인의 불안은 어린 시절 행상을 나간 어머니가 동네를 돌며 장사하느라 며칠 지나 집으로 돌아오던 추억 속 남매를 떠올리게 했다.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을 부양하느라 고단한 일상을 버텨내었던 어머니들의 희생이 떠올라 가슴이 아려온다. 오롯이 엄마로서 자식들 곁에 있어 주기를 바랐던 그 시절의 이기심이 또 다른 폭력으로 어머니의 여성성을 옥죄어 왔는지도 모른다. 어린 수인이 어머니를 기다리며 도서실에서 책을 읽는 시간은 엄마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하는 불안감을 상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수인이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자리를 옮길 때 동료 교사들은 평판이 좋지 않은 학교로 옮기길 때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낯선 곳에서 처음 만나는 이들과 관계를 형성하며 시작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낯가림은 내면의 불안 증폭시켰다. 울울창창한 숲에 자리한 도서관은 방치된 고성처럼 퇴락한 흉물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어 도서관 본연의 기능을 찾는 일에 수인은 골몰하였다. 사춘기의 정점에 이른 남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정서적 지지를 통해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길에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큰 사서 교사는 독서회를 조직하여 소통하는 모임을 유도하였다. 근시안적인 태도로 독서회 조직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 커져버린 의견차를 좁히며 도서관 수업을 잇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수인은 어른스럽게 아이들 태도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며 유연하게 행하였다.

 

    감정이 앞서서 폭력을 행사하고 주의를 당하며 학교를 옮겨 다녀야 했던 도범은 새 학교에서의 생활을 무탈하게 해낼 수 있을는지 장담하기 힘들었다. 입소문으로 악명이 나 있는 도범에게 그 학교의 주먹으로 통하는 아이는 도전장을 내밀었고 그에 응하지 않으면 무시한다는 이유로 또 다른 응징이 연쇄적으로 일어나 폭력의 고리를 쉽게 끊을 수 없었다. ‘강도범을 그대로 부르기보다는 강도 범으로 불러 가슴팍에 주홍 글씨를 달고 사는 범죄자처럼 지내야 했던 굴레를 벗어나 조금씩 본연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불안하여 보이지만 스스로 손가락을 짓이겨 의지를 보였던 용기에 숙연해진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말문을 닫고 지내는 게 낫다는 판단이 섰던 해머는 애초부터 말을 잃은 아이가 아니라 여러 정황이 말문을 닫게 한 것이었다. 거친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마음을 졸이며 자신을 지키는 방편으로 침묵을 고수하였고, 자신의 말이 웃음거리로 전락할 것 같은 두려움에 떨며 지냈던 아이가 수인에게 내면을 드러냈다.

 

   힘의 논리가 지배적인 사회에서 소수의 의견은 묵살되기 십상이지만 한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는 소수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수인이 낡은 서고를 지탱하지 못하고 책들이 쏟아져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도서관을 학교 중심부로 옮기자는 의견을 내어 여러 선생님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지만 옳다고 생각한 일은 의연히 행하였다. 최상위의 자리에서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면서도 자기 계발을 하지 않으면 퇴직당하는 정글 같은 기업의 생리를 말하며 불안에 떨던 율이 더 나은 스펙을 찾아 수인을 떠날 때도 그녀는 그를 만류하지 않았다. 어쩌면 곡예를 하듯 불안하게 자리하여 곁에 있는 사람까지 불안케 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행동인지도 모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도서관에 화재가 나고 그 진원지를 둘러싸고 책임 소재를 추궁하는 사이 사서 교사인 수인에게 견책은 피할 수 없었지만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을 다독거리며 불안을 태동시켰던 엄마를 찾았다

      

   가려워서 밤잠을 설쳐 본 경험 하나 둘은 지니고 있는 우리는 가려움의 진원지가 어디든 찾아내어 문제를 해결하여 나갔다. 가려운 환부에 약을 바르며 괴로움을 일시적으로 덮어보려 하지만 그 싹은 다시 발아하여 가려움을 옮길 때가 있었다. 남들이 주문하는 대로 움직이며 하고 싶을 일을 미루어 왔던 생활은 가려운 자리에 난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환부를 덮어버리고 마는 우를 범하게 된다. 여러 선생님의 조소(嘲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로 인생의 무늬를 새기며 사는 미술교사를 보며 스스로 계획한 대로 움직이며 사는 일이 나를 사랑하는 방법에 가깝다고 인식하게 된다. 힘듦이 증폭될수록 학교를 그만 두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쉽게 결정 내리기 힘들 때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인은 엄마를 찾았다.

 

   남편이 떠난 빈자리가 주는 불안을 잠재우며 자식들을 길러낸 엄마는 욕망을 유예하고 사느라 쇠진할 때로 쇠진해진 어머니는 지혜로운 말로 딸의 불안을 덜어주었다. 중닭이 몸뚱어리는 땅에 대고 비비는 광경을 보며 반문하는 딸에게 어머니는 중학생들과 중닭에 유사성이 있음을 발견하고 포용력을 발휘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가렵다고 크느라고 가려워 죽겠다고 투정부리는데 아무도 안 받아주고, 대체 왜 그러냐고 면박이나 주고, 꼼짝없이 가둬놓기만 하는데 어떻게 전딜 수 있겄냐.’

   가려운 데를 긁어주지는 못할망정 가렵다고 소리 내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일은 불안감에 싸인 아이들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토대 마련을 위해 필요해 보인다. 오래 전 퇴락한 고성 같은 도서관에서 배경이 좋은 학생들 사이에서 자존감을 세우기 위해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읽으며 지냈던 교장 선생님 역시 새로 부임한 모교에서 권위가 실추될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 이면에는 불안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길에 서 있는 이들의 기저에 자리한 심리적 불안은 성장하여 가는 과정에 피할 수 없는 관문처럼 보인다. 생명력 있게 꿈틀거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증표로 우리는 오늘도 불안에 떨면서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걷고 행하지 않았던 일들을 시도하며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의 뜻에 따라 저희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제 아이와 아내를 돌보아 주소서.’

  소방관의 기도에 나오는 한 구절처럼 온조의 아버지는 위급한 상황에 놓인 이들의 생명과 소중한 재산을 지키는 소방대원으로 활동하던 중 속도광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가족들과 살가운 시간을 제대로 보내지도 못했는데 영원한 이별로 다시는 이승에서 볼 수 없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그의 딸은 예기치 않은 불행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정을 나누며 의미 있는 활동을 잇는 일이 절연될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는 온조는 모범생이었던 아이가 학교 옥상에서 투신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을 때 안타까움이 더했다. 숨통을 끊을 만큼 힘든 일을 함께 나누고 싶은 바람은 소중한 생명을 무참히 저버리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결심을 더한다.  

 

  주인공은 재정 상태가 열악한 시민단체 간사로 일하는 엄마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제과점과 쌀국수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도하였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며 돈 버는 일을 접고 시간과 속도에 대한 탐구를 접목한 인터넷 카페‘시간을 파는 상점’을 열었다. 시간의 경계를 나누고 관장하는 크로노스 신을 카페 대문 사진으로 내걸고 온조는 카페 운영 규칙을 정하여 의뢰인들을 맞았다. 첫 의뢰인 네 곁에는 장물한 PMP를 해당 반의 제자리에 놓아달라고 부탁하였다. 작년 이 학교에서 MP3 도난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훔친 친구는 그 사실이 알려지자 이튿날 보자는 담임 말을 뒤로 한 채 투신한 사건이 떠올라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막아야 하는 당위성에 사로잡혔다. 끊임없는 시간을 조각내어 치밀한 계산 아래 움직이는 활동은 의미 있는 운영으로 가치를 발현해 갔다. 어떤 공간에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균질적인 시간이 갖는 의미는 달라진다. 호수그릴 레스토랑에서 할아버지와 점심을 맛있게 먹어 달라던 강토의 의뢰로 만난 할아버지는 속력을 내며 내달리던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출세를 위한 명분을 앞세워 속력을 내다 벽에 부딪혔을 때 시간은 돌이킬 수 없는 잔인한 기억을 남기고 흘러 가버려 안타까웠다. 삶의 목적을 헤아려 인간적인 유대를 쌓는 대신 물질을 토대로 한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안달재신하며 사느라 살피지 못하며 지낸 시간에 대한 대가를 치르며 회한에 젖는 할아버지를 통해 의미 있는 시간의 집합체가 소중해 보인다.

   규범 속에 들어있는 것 같지만 자유분방해 보이는 온조가 궁금하다는 가네샤 닉네임을 쓰는 혜지는 유료 카페를 열어 이윤을 추구하는 상거래는 부당한 것이라며 카페 주인을 당혹스럽게 하지만 뜻을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였다. 자신의 생각은 유폐해 둔 채 부모의 매뉴얼대로 움직이던 혜지는 온조에게 속내를 열어 보이고 싶어 시간을 파는 상점 운영에 대한 의의를 제기하였지만 궁극적으로는 한정된 시간을 쪼개어 행복을 전하는 일에 함께 하려는 뜻이 강하였기 때문이다. 시간을 팔아 의뢰인의 부탁을 들어주며 그들이 행복한 생활을 시작하게 되자 카페 주인은 자기 나름대로의 뿌듯함에 동시간대를 공유하는 이들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때 행복한 삶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음을 알아차렸다. PMP를 훔쳤던 아이가 투신자살을 연상케 하는 문자를 받고는 자살을 막기 위해 아파트 옥상을 찾았을 때 첫 번째 의뢰인 정이현임을 알게 되었고, 오지랖이 넓은 명랑 소녀 홍난주 가슴에 짝사랑의 열병을 지핀 상대가 바로 그였음이 밝혀졌다.

 

  자신의 생각은 철저히 외면당한 채 부모의 생각대로 걸어야 했던 아이는 어릴 때 겪은 일이 초래한 극도의 불안감으로 나의 물건에 손을 대게 된 경위를 전하며 학교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가 전해 온 깃털 같은 엽서 한 장이 일으킨 파장은 컸고 시간을 파는 상점 카페가 표면화될 위기에 봉착하였지만 의뢰인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행복한 시간으로 치환하는 정성으로 카페 활동은 지속할 수 있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 길을 내고 다져둔 등산로를 따라 걸으며 지리산 천왕봉을 향해 한 걸음 다가설 때마다 발톱이 깨지고 피가 흘러 고통이 더했지만 아이는 스스로의 힘으로 죄를 씻고 새로운 삶의 전기를 마련하려고 시도하였다. 지나 온 시간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열여덟 살 청소년들의 절정은 미래에 있음을 인지하며 그 누구도 혼자가 아니라는 인식 아래 시간을 파는 상점은 다른 사람들과 행복을 나누는 의미가 커 보인다. 

 

 

  한정된 시간을 유한한 것처럼 여기며 후회막급한 일을 서슴지 않고 살아왔다. 오늘 못하면 내일 하면 되고 내일 못 하면 모레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게으름을 부추기며 지내왔다. 연속적으로 흐르는 시간을 끊어서 하루를 스물 네 시간으로 정하여 시계추처럼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이들을 보면서 정해진 시간에 매몰되지 않고 의미 있는 활동으로 가치를 발견하며 살아가는 일은 현재적 삶에 충실한 일상으로 가능하여 보인다. 들꽃 자유가 의뢰한 편지를 배달하러 갈 때는 자신의 용돈을 보태고, 엄마와 교제를 하는 불곰 선생님에게 서운한 생각을 내비칠 때는 온조 역시 영락없는 십대 소녀이다. 엄마와 선생님의 만남을 통해 사랑에는 여러 빛깔이 있음을 알아차리고 환사모의 활동을 이해하며 그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는 성숙함은 시간을 파는 상점이 건넨 선물이었다. 의뢰인들은 소중한 사람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는데 물리적인 시간이 어느 새 사라져 버리고 만다는 점을 깨닫고 표준화된 시간을 이탈하여 스스로 선택한 시간의 영역에서 행복의 의미를 발견하여 허탈해 하지 않길 바란다. 눈에 잡히지 않는 시간의 흐름 속에 점점 퇴색해 가는 추억 속 빛바랜 풍경 속에 함께 했던 기억 속 인물을 불러내 희미해져 가는 생각을 동여매고 싶을 때가 있다.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기억의 지속’에 녹아내린 세 개의 시계는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을 제어하여 지속하고 싶은 기억의 순간을 의미를 부여하며 왜 뛰는지도 모른 채 앞만 보고 달려 온 삶의 길 위에 서서 삶의 존재 가치를 꿰뚫어 보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술라디오] 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마술 라디오 - 오래 걸을 때 나누고 싶은 이야기
정혜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결핍에 익숙해져 문명의 이기와는 거리를 두고 지내야 했던 십대에 별이 빛나는 밤에프로그램을 애청하며 청취자들이 보낸 사연에 울고 웃었던 기억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 라디오만이 유일한 문화생활을 가능케 하였다. 주파수를 맞추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에 몸을 맡기며 흔들거리던 시절 프로그램 진행자는 상상하는 세상 속으로 이끄는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하여 새로운 세상을 동경하며 꿈을 키워주었다. 한낮의 더위를 피해 느티나무 아래로 몰려든 동네 아이들은 장기자랑으로 무료함을 달래며 라디오 방송국에 경쟁적으로 엽서를 보냈다. 사연이 당첨되면 원하는 바를 들어주기 내기를 걸고는 정성을 다해 엽서를 꾸미고 깨알 같은 글씨로 사연을 담아 신청곡이 방송을 타면 환호했던 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책 <<마술 라디오>>는 무미건조한 일상에 소소한 행복을 전하여 준다

   

    책을 즐겨 읽고 낮은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가슴 속에는 각박한 세상을 살게 하는 활기가 묻어난다. 가슴이 이끄는 대로 살고 싶은 욕망에 불을 지펴 온 라디오 프로그램 PD로 쉽게 범접하기 힘든 사상적 가치를 지니고 살아온 이들을 만나 그들이 창조하는 세상을 전하는 목소리는 명징한 깨달음을 준다.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의 본질을 찾아 떠난 길에서 만난 사연의 주인공들의 질박하면서도 정성이 묻어나는 삶은 편견과 선입견에 사로잡혀 표류하는 인생이 아니었는지 성찰케 하였다. 다양한 모습으로 삶의 무늬를 아로새기는 이들의 일상 속에는 소중한 씨앗이 자리하여 귀한 열매를 맺고 있었다.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공명하기 시작할 때 우리의 일상은 더 넓은 세계로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다는 저자의 말은 소통의 영역을 확장해준다.

 

 

 

   연간 소득에 관심을 보이며 봉급이 많은 직장을 찾아 욕망하는 세상에 높은 소득에 걸맞은 소비를 통한 지출은 생활인들의 관심사로 모아졌다. 윤택한 생활 소비자로 살고 싶었던 일상에 제동을 걸어 준 인터뷰 속 주인공들의 삶은 어떤 방향으로 살아야 할지 성찰케 하였다. 라디오 피디로 수많은 삶의 형태를 전하며 살아갈 방법을 찾아 헤매는 이들에게 삶의 좌표가 될 만한 방송을 진행하는 일이 지금까지 저자가 걸어온 길의 총체였다. 저자는 처세에 능하지 않는 사람들의 진솔한 내면의 소리를 들으며 방송으로 사연을 전달함으로써 칙칙한 세상을 밝게 만드는 힘을 주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일희일비하는 인생에 존재 방식을 고민하게 만드는 이야기 속 여백에 새로운 의미를 각주로 붙이는 마술 라디오의 매혹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바다에서도 지킬 것을 지키는 늙은 어부에게 그 이유를 물었을 때,

    “그건 내가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라고 답했다는 대목에서는 자신을 자신으로부터 소외시키지 않으며 살아가려는 강한 집념이 자리한 것처럼 보였다. 자폐아를 둘이나 둔 빠삐용 아버지는 세상에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은 없다며 오히려 자신이 아들을 핑계로 삼을 수 있음을 경계하며 자식이 아니어도 인생은 힘든 것이라고 말할 때 콧잔등은 시큰해졌다. 히로시마 원전 폭파의 후손으로 피해가 대물림되는 원치 않은 인생의 굴레로 빠져들었지만 사회적 약자들 편에 서서 책무를 다하려 했던 청년의 이야기는 평화를 사랑하며 인간답게 살아가려는 움직임으로 비춰졌다.

 

   사랑하던 여인을 떠나보내고 난 뒤 상실감에 무작정 떠난 도시에서 동행한 군인과 들른 식당에서 사랑의 어려움을 겪은 이들에게 특별한 요리로 대접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식당을 연 남성의 일화는 쇠진하여 가는 한 인간을 살게 한 마술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 라디오가 좋아.’라는 유언을 남긴 아버지의 유품인 라디오는 한 사람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유족들에게는 아버지를 추억하는 매개물로 작용했다. 보이지 않는 내면을 상상하며 그것을 무한히 사랑할 때 환상 속의 현실이 마술을 부린 듯 현실화되는 일이 흙집에 살고 있는 장승 깎는 노인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저마다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인생에서 전파를 타고 흘러나오는 안타까운 사연에 공명하며 마음의 문을 열고 살아가는 일은 외롭고 척박한 삶을 살아가는데 위로를 받는다. 낚시를 좋아하는 제주 이민자가 들려주는 부부의 균형 잡힌 삶은 서로에 대한 배려에서 나온 것으로 버려진 나무로 유일한 찌를 만들어 선물하는 지혜가 발현되어 나왔다.

 

   영상으로 효율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송 매체보다 라디오는 인간의 청각에 의존하는 방송으로 진행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그 한계가 있다. 수단과 목적만이 가득한 세상에서 음울한 사회적 병리를 걷어내고 희망의 빛을 투사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는 진행자의 노력은 우리가 사로잡고 있는 것을 갈망하게 하고 동경하게 만들어 새로운 변화를 이끈다. 소리를 통해 보는 것처럼 상상하며 현재적 삶에 믿음을 가지고 살 만한 세상이라고 믿으며 희망을 버리지 않을 때 마술을 부린 듯 살고 싶은 마음이 들끓는 세상으로 화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한 해의 절반이 떨어져 나간 느낌이다.

황량함으로 마음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 하루하루가 힘들어진다.

그만큼의 무게를 지니고 산다고 여겼는데 올해는 유난히 그 업이 무거운 해라서

마음에 댓돌을 얹고 부채를 안고 사는 느낌이다.

여행과 독서를 즐기는 생활 속으로 빠져들고 싶은 날

가슴을 적셔 줄 책들로 모았다.

 

 

제주도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저자의 제주도에서의

삶이 궁금해진다. 제주 이민자로 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인지

자꾸만 제주도로 시선이 간다.

제주도 올레길 걸으러 가고 싶은 날 랄랄라 콧노래 부르며

걷고 싶다.

 

 

 

 

 

 

 

 

 

정여울 작가의 글에 푹 빠져 지낸 적이 있어서인지 그녀가

출간하는 책에는 관심이 쏠린다. 사랑하는 유럽 10에 이어 나만 알고 싶은 유럽 10을 접하여 보고 싶다.

2년 뒤 떠날 동유럽 여행을 대비하여 미리 찾고 싶은 곳이

이 책에도 있으리라 여긴다.

 

 

 

 

 

 

 

푸른 하늘은 답답한 마음을 거두어 가는 힘이 있어 좋아하지만

마시면 배만 불러오는 맥주는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하지만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마시는 맥주는 감로수가 따로

없을 듯하다.

등을 돌리고 맥주 한 병을 따서 하늘과 건배하는 남자의 호기로움이

인상적으로 보인다. 왜 저러고 앉았는지 궁금해서 책을 펴 보고 싶을

정도다.

 

 

 

 

 

 

 

 

 

낯선 땅을 밟는 여행자들에게 그 나라의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함께 한다면 생생한 감각은 살아나 또 다른 꿈을 꾸게 할 것이다.

여행은 일상을 벗어난 축제로 즐기고 싶은 마음에 불을 지핀다.

 

 

 

 

 

 

 

 

조국 교수는 조각 같이 멋스러운 외모만큼이나 통찰력 있는

삶의 지혜로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역할을 자처한다.

법대 교수로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지 원론적인 문제를 되짚고

있을 것 같다. 정의의 실현자로 부정을 척결하는 일에 책임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일까? 그보다는 16세에 서울대 법대를 입학했고 26세에 대학교수가 되었다는 인생 이력에 호기심이 더하여 이 책을 접하고 싶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한겨울 난방이 되지 않는 곳에서 벌어진 틈새로 바람이 불어와 오들오들 떨며 달빛을 받은 설산을 호위하는 하늘에는 이름 모를 별들이 반짝이며 시린 겨울의 환영을 드러내고 있었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해 들르는 곳 포카라에서 침낭과 스틱을 빌리고 방한용 점퍼를 대여한 뒤 이튿날 나야풀로 향하였다. 고르지 않은 흙길을 따라 걸으며 시작된 34일 간의 트레킹은 푼힐 전망대를 찍고 내려오는 여정이었다. 고용한 포터들과 잘 통하지 않는 말로 소통하며 눈 덮인 산을 쳐다보면서 네팔 민요를 부르고 우리 가락을 전하며 멀리 보이는 큰 봉우리들을 우러러보며 걸었다.

 

   밋밋한 일상에 변화를 시도하려던 움직임과 함께 가슴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택한 여행지는 네팔이었고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문화유산을 찾아 발품을 팔았던 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소설가 둘이 의기투합하여 트레킹에 나선 길을 따라 걸었다. 신들의 눈이라 불리는 히말라야 고봉들을 보면서 숲길을 걸으며 쉬엄쉬엄 걸으며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하자고 말하였던 일들이 떠올라 특별한 산악 훈련도 없이 나선 초보자들의 강행군에 도전의식과 불굴의 용기에 외경심이 들었다. 푼힐 전망대를 다녀 온 뒤 다시 그곳을 찾으리라 다짐하였으면서도 일상에 묶여 살아가는 소시민적 근성에 소설가가 내디딘 17일간의 히말라야 환상종주는 또 다른 꿈을 심어준다.

 

   집필하던 소설을 끝내고 지친 영혼을 달래며 새로운 일상을 살게 하는 여행은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나 낯선 곳을 떠돌다 살던 곳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소화해 내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열이 올라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아팠던 고산병, 특유의 향신료인 마살라를 넣은 음식 때문에 고생한 일, 변비 등을 겪으면서 정점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해발 5416m의 쏘롱라패스를 넘는 험난한 길에 순응하기에는 영하의 극심한 기온에 체력은 고갈되고 동상으로 감각이 마비되는 시간을 감내하여 다시 길 위에 서기까지 길잡이 검부의 정성은 컸다. 뭉쳐 두었던 사과 봉지를 풀어 사과 한 개를 저자와 혜나에게 건네며 사랑을 보인 검부의 마음에 온기가 전해진다. 문명의 이기와는 거리가 먼 곳에서 세수는커녕 배설도 제대로 못 한 채 허기를 면하는 정도로 끼니를 때우고 걸어야 했던 시간들은 잃어버린 자아와 대면하며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도전으로 비춰진다.

 

   4남매의 맏이로 가장 못지않은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사느라 편할 날이 없었던 만큼 그녀의 강인한 정신은 희생으로 중무장하여 위기를 헤쳐 나가는 주춧돌이 되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마다 남은 식구들을 부양하며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길 바랐다. 간호사로 일하다 소설가로 변신하여 유명세를 띠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고백은 성과를 거두기 위한 그녀의 통과의례는 커보였다. 일상의 무거운 짐을 부리고 오롯한 자신과 만나는 동안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누리는 영혼의 자유로움에 젖어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는 그녀의 일화에 목울대가 시큰해지고 만다. 혹독한 고산병과 동상으로 죽음을 떠올리며 힘든 시간을 보냈으면서도 그녀는 안나푸르나 봉우리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가는 인생에서 겪게 되는 시행착오와 우여곡절 속에 우리는 철이 든 어른으로 자리하게 된다. 어떤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죽는시늉하지 말라던 어머니의 뜻대로 그녀는 자존심을 지키며 쉽지 않은 길을 걸었고 마침내 열이레 동안의 라운딩을 끝낼 수 있었다. 마살라 없는 볶음밥으로 배를 채우고 자이언트 오이로 뭉친 배를 풀어주며 사과 한 알의 식감에 행복해하던 이들의 영혼은 맑고 선하였다. 라운딩 중에 만난 독자가 건넨 라면을 끓여 먹을 때의 행복은 어느 곳에서나 느낄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었다. 매년 인명 사고가 일어나는 고약한 고개 쏘롱라패스를 힘겹게 넘으며 병마의 고통 속에 이승을 뜬 어머니의 고단한 삶을 떠올렸을 때 이제는 그녀가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바랐다.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으니 원하는 바를 성취하며 힘을 얻고 그것이 내적 동기의 불을 지펴 질적인 성장을 담보하는 방황이 이뤄지리라 믿고 싶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4-06-24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