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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폭력이라 부르는 것들 - 교과서에서 배웠지만 잘 몰랐던 폭력 이야기 ㅣ 온 세상이 교과서 시리즈 6
전국도덕교사모임 지음 / 해냄에듀(단행본) / 2022년 6월
평점 :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 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학교폭력 예방법 2조에 명시되어 있는 법적인 정의이다. 끊이지 않는 학교폭력은 다양한 현상으로 드러나 우려가 크다. 학교폭력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청소년이 증가하는 추세에 사람들 간의 갈등을 적절히 해소하며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은 때 학생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일련의 과정이 절실하다. 해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학교폭력 실태 조사를 익명으로 시행하여 배움의 공간에 자리하는 폭력을 예방하여 궁극적으로는 평화로운 학교생활을 지향한다. 아침에도 선배가 곱지 않은 시선으로 자신을 보고 있어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눈을 내리깔지 않아 주의 준 것이라 했다니 크고 작은 문제들이 곳곳에 자리한다.
피해자가 겪는 정신적‧물질적 피해보다 조회수를 늘려 얻는 경제적 이익을 중시하는 SNS 운영자는 가짜 뉴스를 양산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평화롭게 지냈던 수렵 생활과는 달리 농경사회로 진입하면서 권력이 분화되는 신분제가 생겨나 집단 폭력을 행사해서라도 약탈을 일삼는 일들이 일어나 구조적 폭력 행태가 두드러졌다.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발생하는 억압과 착취가 구조적 폭력에 해당하며 구체적으로는 빈곤, 기아, 사회적 소외, 독재 정치, 경제적 독점, 인종차별, 성차별 등을 들 수 있다.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고 공격적인 약육강식으로 여긴 홉스의 사상에 다윈의 진화론이 합쳐져 사회 진화론의 본질은 제국주의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었다.
자식을 잘 키워야 한다는 명분에 사로잡혀 훈계를 일삼는 부모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녀를 징계하는 경우가 있다.
‘친권자는 그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동의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
는 민법 915조가 체벌을 정당화해 훈육을 빙자한 아동학대의 빌미가 되어왔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법무부는 징계권을 삭제해 아동 권리가 중심이 되는 양육 환경을 조성하고 아동학대에 관한 사회적 인식개선을 기대하게 되었지만, 친권자의 아동학대는 심화 양상을 띤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만큼 부모는 아이 스스로 결정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과정에 성장이 일어날 수 있도록 양육하여야 한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아동에 대한 부모의 통제와 간섭을 최소화하는 실천은 건강한 부모∙자식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인정받으며 인간답게 살 권리를 타고난 생명체는 어떤 상황에서도 인권이 짓밟혀서는 안 될 것이다.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주장하면서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가운데 타인의 다양성을 수용하고 인권을 존중할 때 연대하며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특정인‧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고 그들의 존엄성을 훼손하며 사회적 차별과 폭력을 유발하는 혐오 표현은 서로를 갉는 고질병으로 사회를 곪게 한다. 혐오 표현에 반하는 의사 표현을 명확히 하여 집단 폭력으로 치닫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어떤 사안 결정을 앞두고 망설일 때, ‘결정장애’란 말을 종종 해왔다. 이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용어라는 인식을 전혀 하지 못한 채 특수어처럼 단어를 써왔다. 무심결에 하는 말들 속에 장애인을 차별하고 비하하는 의미가 존재한다니 용어를 선택할 때, 좀 더 심혈을 기울여야겠다. 학생들 성적에 따라 우열반을 편성하고 수업하면서 학생들 학업 수준에 걸맞은 수업을 시행한다며 형평성에 부합한 것처럼 여기지만 실상 능력주의는 성공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소외감을 낳을 수 있다. 능력에 따른 결과물이 오롯이 개인의 성과라는 생각이 싹트면서부터 능력을 갖춘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갈등은 첨예한 대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성‧감정‧의지를 균형 있게 갖추고 원만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전인적 성장은 작은 사회라 일컫는 학교에서부터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수준 높은 학문과 기술을 배워 자아실현의 기쁨을 성취할 수 있어야 한다.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함께하려는 움직임으로 연대할 힘을 돋우는 사회에서 발아한 비폭력적 행동이 열매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