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 최인아 대표가 축적한 일과 삶의 인사이트
최인아 지음 / 해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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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가 입원한 병실을 찾은 날, 저쪽에서 알은체를 하고 오는 아줌마를 본다. 20년 전 제자의 어머니가 반가워하며 딸과 아들의 안부를 전한다. 서른여덟의 딸이 정교사로 발령을 받았고 작년에 결혼했다며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좋아하고 잘하던 국어 교사로 잘 지내고 있다니 마냥 좋았다. 십 대들과 소통하며 시와 소설을 공부하던 문학 시간이 기다려진다는 학생들의 말을 들을 때면 배우며 가르치는 일에 보람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한다. 생각이 깊은 고등학생들과 수업하던 지난시간과는 달리 운동부 학생들이 절반이 넘은 교실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30년이 넘은 교직 생활을 돌아보게 한다.

   월급쟁이로 전락하여 교실 수업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며 하루하루 무탈하게 보내려는 데 뜻을 두고 사는 것은 아닌지 되묻는다. 말이 통하지 않는 학생들을 탓하면서 우선에 먹기 좋은 곶감을 빼먹으려는 생각에 매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보다는 교사의 말에 순종적인 아이들로 길들이려는 욕심이 앞섰는지 모른다.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며 여성 최초로 대기업 부사장 자리까지 오른 저자의 글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를 읽으며 일에 대한 태도를 가다듬는다.

   무엇이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시간에도 꺾이지 않고 애쓰고 견뎠던 시간 덕분에 광고업계의 입지전적인 인물로 팀을 이끌 수 있었다는 저자의 말에 담긴 태도에는 지속하는 마음이 커 보인다. 현혹됨 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 여겼던 마흔 살은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였음을 떠올리며 저자의 고민에 공감이 갔다. 마흔 중반 퇴직을 생각하며 사직 의사를 드러냈을 때, 1년 휴직을 권고 받고 산티아고 순례를 다녀온 저자는 길 위에서 고민들의 임계차를 넘어설 수 있었다고 하였다. 그동안 일에 집중하여 사느라 자신의 삶을 돌아보지 못한 채 살아온 시간에 휴지를 찍고 새로운 삶을 구상할 수 있었다. 저자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자유, 아무것도 안 할 자유를 선택하고 결정하며 진정한 자유를 찾아 제일기획 입사 후 29년 뒤 퇴직하였다.

   퇴직 후 자유를 즐긴 후 자신의 순수한 관심사를 따라 대학원에 진학하여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자신을 상향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해법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인생이라 한다면, 생각하는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밖에 없음을 종국에는 깨닫는다. 정체되지 않은 시간을 살기 위하여 고민하던 불면의 시간은 스스로 나아지려는 실천의 시간이다. 한 번 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에 한정된 시간에 밀도 높은 생활을 지속하여야 할 당위성이 있다. 타인이 나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야속해하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으로 깊이를 채우는 일은 고차원적인 욕구를 실현케 하는 열쇠로 작용한다.

  자신의 이름을 건 책방을 생각이 오가는 공간으로 설정하고 자신을 브랜드화 하는 일에 방점을 찍으며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실체를 바탕으로 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만드는 브랜딩은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편으로 보인다. 시간을 가지고 가치를 축적해 가는 과업을 실현하는 일이기도 한 브랜딩은 한 사람에 대한 가치를 객관적으로 통찰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 슬럼프 속에서도 꾸준히 자기만의 관점으로 자신만의 고유 가치를 찾아 스스로를 존중하며 나아가서는 타인의 존중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결과를 바꾸어갈 수 있음을 알고 도전하는 결기, 작은 일에 안달재신하지 않는 강심장으로 밀도를 높이는 시간 속에 역량은 쌓임을 알아차린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 중 하나는 감수성이다. 타인에 대한 반응을 살피며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감수성은 공감 능력으로도 이어진다. 함께하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낄지 예특하고 판단하며 상대의 의견을 적절히 수용하는 능력이 사회생활에 필수적인 능력으로 여겨질 정도로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곳곳에 자리한다. 거리낌 없이 말하며 자신의 생각에 갇혀 지내는 이들과 화합하기 힘들었던 점을 떠올리면 공감능력은 좀 더 잘 살아가는 데 필요한 덕목임을 깨닫는다.

    퇴직을 염두에 두고 아이들과 만나며 지내는 일상의 소중함은 유한한 시간의 효용성을 떠올리게 한다. 배우며 가르치는 일이 좋아 십대들과 교유하며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기 위하여 오늘도 책을 펴 읽고 기록한다. 끝이 언제인지 명확히 알 수 없기에 현재라는 시간을 선물로 여긴다. 좋아하는 마음 이면에 자리하는 지속하려는 마음이 결합할 때 맺힌 꽃봉오리가 열매로 맺혀 성취감을 선물한다는 점을 새기며 인생 후반은 나답게 살기 위해 마음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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