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너리스 1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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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의 공출 정책으로 경제적인 궁핍에 시달리던 농민에게 자신이 부치는 밭에 금이 묻혀있다고 하면 농작물을 갈아엎어서라도 금을 손에 넣으려고 할 수 있다. 극한적인 궁핍으로부터 어떻게든 벗어나 보려고 몸부림치던 영식이 금을 캐겠다고 콩밭을 뒤엎는 허망한 행위를 보며 물욕으로 생계까지 잃고 마는 어리숙함과 대면하는 금 따는 콩밭이 떠올랐다. 저마다 사연을 안고 길을 떠난 이들이 현재의 곤란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금광을 찾아 관련 정보를 얻으려던 무디는 휴식을 위해 들른 크라운 호텔에서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맞닥뜨리며 생각하였던 방향과는 달리 노선을 변경해야 했다.

 

    배가 드나드는 항구 도시답게 금이 실려 나가는 배에 관심이 많은 만큼 호키티카에 배를 정박하는 게 위험하다고 혹평이 날 정도로 악명이 높은 도시이기도 했다. 오두막에서 홀로 살아가던 은둔자 크로스비 웰스의 죽음과 길 한복판에서 발견된 창녀 아편쟁이 안나, 남쪽 금광지대에서 최고의 부자라 불리는 에머리 스테인스의 실종을 둘러싼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12명의 사람들은 모였다. 갖가지 일화를 들려주며 자신의 인생 이력을 드러내는 이들은 환경에 지배를 받으며 지내던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삶을 찾아 가는 도정에 놓인 이들이었다. 의문의 죽음과 실종, 자살 미수로 판가름나버린 사건을 명쾌히 해결하기 위해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 듯 이들은 뉴질랜드의 호티키카 크라운 호텔의 흡연실의 자욱한 연기 속을 헤집고 서야 했다.

 

   은둔자로 살던 웰스의 오두막에서는 어떤 문서 하나 발견되지 않아 상속인이 없었던 그였다고 판단한 정부 산하기관에서는 유산을 국고에 귀속하였지만 미망인 리디아 웰스의 출연으로 재산 상속 분쟁을 예상하게 되었다. 능수능란하게 자신의 욕망을 채워가는 그녀의 삶과 연루된 남성들의 이면의 삶은 덮어져 있어 의구심을 더했다. 수완이 좋은 야심찬 정치인 로더백이 선거 운동을 위해 이 지역을 지나던 길에 들른 웰스의 집에서 막대한 양의 제련된 금을 발견한 것도 이 사건과 관련 있어 보인다. 국고에 환속된 재산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은행원, 중개상, 호텔경영인, 교도소장 등이 수수료와 토지 매입 등을 고려해 혜택을 나누어 가졌지만 법적인 배우자의 돌연한 개입으로 이들은 난관에 봉착했다.

 

   수감되었던 창녀 안나는 깨어나 자신의 드레스 솔기에 숨겨진 많은 금이 있음을 드러내며 벌금을 회수하기 위해 교도소에 들른 법원 서기에게 자신을 도와주기를 간청하였다. 그녀가 입고 있던 드레스뿐 아니라 외의 4벌의 옷 속의 금은 오로라 광산 마크가 찍힌 제련 금덩이로 바뀌어 있었다. 그 금은 여러 손을 거치며 다시 사라졌고, 그 사라진 금이 죽은 웰스의 집에서 발견되었다. 누군가가 금을 빼돌려 돈으로 새로운 인생을 사서 귀향하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였고, 부정적인 방법으로 축적한 귀향금으로 재창조의 기회를 삼으려는 이의 야합이 현상 이면에는 자리한다. 사악한 의도로 죄를 저지른 범인은 아편 상용자인 안나를 이용한 것은 범죄를 은폐하기 쉽다고 판단해서였을 것이다

 

   말로 전하기 힘든 상황에서는 편지를 전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몰두하는 이들은 새로운 정보를 접하며 미궁 속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는 단서를 찾아가지만 범인은 쉽사리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제일가는 최음제인 재산은 돈에 눈독을 들이는 이들에게는 집중 공략의 대상이라는 말과 함께 오로라 광산의 소유권을 공동으로 취득한 직후부터 오로라의 이익이 떨어지기 시작한 점을 발견한 프로스트는 또 다른 배후를 지목하며 사건의 전말이 밝혀질 것 같더니 사건은 또 다시 베일에 가려진 채로 오리무중이었다. 범죄를 저지른 이는 차이나타운의 경계를 넘어 오키티카의 경계까지도 넘나드는 강도짓을 꾸몄는지 모른다는 호텔 경영인의 판단에 힘이 실린다.

 

   연감을 읽어내는 전문가인 서류상의 미망인 리디아는 달이 구름 위에서 차오르고 있음을 말하며 보름달이 뜬 뒤 이지러지는 자연의 법칙을 들어 초하룻날 과거와 현재의 시각이 만나는 지점을 들어 사건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인상을 풍겼다. 크로스비 웰스가 휴식처로 삼은 벗은 실종되거나 수장되어 증인으로 나설 수도 없는 점을 감안한다면 인물들의 친소 관계까지 꿰뚫은 이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안나의 빚을 갚아주고 그녀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데 도움을 주겠다는 리디아는 탄로 날 일을 미연에 방어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두고 볼 일이다.

 

   던스탄에서 크게 성공한 크로스비 웰스나 가난한 청년 에머리 스테인스가 호키타키의 거부로 등극한 점을 들어 운이 좋다고들 말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실상은 이들의 생명은 끊어졌다. 사건이 일어난 114일 밤 뉴질랜드에 첫발을 디딘 무디의 행보 역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모임에 가담하게 되었고 이제는 문제 해결을 위한 흡연실 모임에서 벗어나기도 힘들어졌다. 탐광자 스테인스가 부를 걸머진 운은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것이지만, 광산촌 창녀 안나는 뭇 남성들의 공공재라는 판단이 미치자 그녀를 이용하여 야욕을 충족하려는 범인의 행각으로 좁혀졌다.

 

   금을 찾아 떠나온 무디는 갓스피드호를 타고 이 마을에 들어오던 중 배는 폭풍을 만나고 흔들리는 배 안의 화물칸에서,

막달레나, 막달레나, 막달레나

를 부르는 남성의 절박한 부르짖음을 상기하며 그날 목격한 기괴한 사건을 주변인들에게 말하며 사건의 단서를 제공하였다. 동업자를 상자에 가둬 죽이는 방식을 택한 범인의 술수임을 말하며 물과 공기 없이 13일이나 버틸 재간이 없는 점을 들어 스테인스의 죽음을 예견하며 범인을 떠올리지만 격렬한 파도에 모래톱에서 침수된 갓스피드 호를 말하며 사건은 또 다른 형국으로 치달아 궁금증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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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프레임 - 진보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방법
조지 레이코프.엘리자베스 웨흘링 지음, 나익주 옮김 / 생각정원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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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공정성을 위한 진보세상 도래는 멀기만 한 걸까요. 진보 세상을 위해 시민들이 알아야 할 것들을 짚어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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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 스탠퍼드대 미래실행 보고서
티나 실리그 지음, 김효원 옮김 / 마일스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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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인 삶을 위한 방편인 혁신 코드를 읽습니다. 상상력으로 관성을 깨며 창의성을 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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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 스탠퍼드대 미래실행 보고서
티나 실리그 지음, 김효원 옮김 / 마일스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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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인 삶을 위한 방편인 혁신 코드를 읽습니다. 상상력으로 관성을 깨며 창의성을 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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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 수업 - 중년 이후, 존엄한 인생 2막을 위하여
고미숙 외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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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가 축복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재앙으로 간주되는 현실에서 성숙한 어른으로 품위를 잃지 않고 사는 일을 고민합니다. 노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에 상응하는 마음으로 나이 듦을 달게 받으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현들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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