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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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지가 길가다가 담벼락 아래에 싼 똥이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괴로워하다가 민들레를 위해 한 몸 바쳐 소멸한다는 슬픈 내용이다. 정체성이 없는 사람은 이용당하기 쉽다는 교훈을 보여준다. 정체성을 찾는 시기인 사춘기의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좋은 책이다.

 

주의할 것은 책이 너무 슬퍼서 그 아래의 미취학 아동들에겐 보여주기 힘들다는 것이다. 탄생부터 개똥인데 참새한테 쪼이고, 닭에게 무시당하고, 홀로 쓸쓸이 맨몸으로 눈을 맞는 삽화는 너무 잘 그려서 몹시 슬프다.

 

특히 강아지똥은 매우 호감형으로 생겼는데 그런 호감캐릭터가 비극적 운명을 맞아 더욱 슬픔이 극대화된다. 게다가 강아지똥은 한 몸 희생해서 꽃을 피워낸다는 것은 상징적으로 중요하다. 가진 것 없는 최하층 천민 강아지똥이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제 한 몸을 바치는 일밖에 없다. 역시 가진 것 없으면 몸이라도 내놔야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그래도 작화의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참새한테 쪼여서 강아지똥의 헤어디자인을 탄생시킨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다. 단순하게 보이는 것 같아도 참새에게 쪼임으로 강아지똥은 자기만의 스타일을 갖게되어 개성적인 캐릭터로 탄생했다. 작화가는 천재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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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 두레아이들 그림책 1
프레데릭 백 그림, 장 지오노 글, 햇살과나무꾼 옮김 / 두레아이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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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무지에 평생 나무를 심어온 노인의 이야기다. 보통 노인이 아니다. 혼자서 황무지에 나무를 심어 수십년이 걸려 숲을 만들어내고야 만다. 참 대단한 사람이다. 어떤 일에 끊임없이 노력하면 결국은 성취를 얻는다는 교훈을 준다. 그것도 자신의 이익을 위한 일이 아니고, 누군가를 위한 일이다. 그래서 한편으론 이 노인을 이해하기 힘들다. 뭐가 얻어지는 게 있다고 계속 그 일을 할까? 요즘처럼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 볼때는 바보도 이런 바보가 없는 것이다. 자신의 이익에 본능적으로 영약한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노인은 나무를 심을 때 진정한 행복을 얻은 것이 아닐까. 가족도 다 죽고 친구도 없는 그가 하루 하루 시간을 보내기 이해 선택한 나무 심기를 통해 기쁨을 만끽했다는 가정을 해본다.  
'아아, 내가 나무를 심고 있어. 이건 나에게 주어진 소명이야.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아, 행복해' 
자신의 내면에 소명의식과 행복이 없었다면 평생 같은 일을 하는 것이 고역이었을테니까. 노인은 이런 기쁨을 얻기 때문에 굳이 자신의 업적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좋았던 거라고... 그것도 평생.

 

평생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든 엘제에르 부피에는 1947년 요양원에서 조용히 숨을 거뒀다.


 이 책은 작가 장 지오노가 오트 프로방스 지방을 걸어서 여행하다가 만난 양치기 노인의 실제 이야기를 그렸다. 실화라서 더욱 놀랍고, 엘제에르 부피에 노인처럼 이타적인 삶을 산 사람이 진짜 좋은 사람이다.

 

 똑같은 경험을 두 번 하는 것(같은 책이나 영화를 또 보거나 공부 따위)을 싫어하는 나에겐 약간은 꿈같은 이야기다. 차라리 나에게도 한 가지 일을 계속 할 수 있게 만들 동기같은 것이 생겼으면 좋겠다. 아아, 힘든 일이다. 노력은 해봐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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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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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맨날 놀수만은 없다는 압박감, 예상치 못한 수능점수에 하게 될 전공이(아직 합격결과도 안 나왔지만) 정치외교학(사실 난 정치인이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이런 이유들로 인해 고른 책, '닥치고 정치'. 뭔가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이 풍겼다. 주워들은 말로 대충 어떤 책인지는 알고 봤다. 그런데 오, 생각 이상의 책이다.

 

 처음엔 책을 쓰게 된 이유 중 하나인 조국현상에 대해 말하는데 나는 그 동안 학교에 쳐박혀있었으니까 넘어가고, 한국의 좌.우 개념에 대해 설명해주는데 읽으면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타고난 본성에 따라 좌,우를 나눈다는 것이 굉장히 독특하고 인상깊었다. 어느 정도 타당한 말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주위환경과 그에 따른 학습과정을 통해서 생성되는 것이 더 맞지않나 생각해본다.

 

 이명박의 bbk문제에 대해 전체적으로 정리를 해주는데 보면서 재미를 느꼈다. 내가 이명박, 아니 가카에 대해 잘못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정도는 개념이 있는 사람이겠지, 그래도 대통령인데 말이야하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그 생각이 바뀌었다. '가카는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라는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이제 알게되었다. 그 말엔 뒷말이 숨겨져 있었다. '가카는 그보다 더 할 양반입니다'

 

 그 밖에 삼성의 비자금, 진보진영의 현실, 박근혜와 한나라당, 그리고 기타등등. 학교에 있던 세월 동안 잊고 지냈던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에 대해 정말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요즘 정치에 대한 지식 전달이 다가 아니라 이 책은 메세지를 담고 있다. 기득권 보수세력이 만들어낸 프레임을 인지하라!는 것이 가장 인상깊은 메세지다. 프레임, 즉 우리의 인식의 틀이라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무서운 것이다. 우리들의 무의식에서 작용하기에 자기도 모르게 그 틀 안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그 틀을 정확히 알고, 균형을 유지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닥치고 정치' 국민 모두가 읽어야할 정치 입문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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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전쟁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70
서석영 지음, 이시정 그림 / 시공주니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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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을 하는 아이들과 욕을 그만 하게 하려는 담임 선생님의 이야기가 책의 내용이다. 읽으면서 초등학생 때가 생각나 재밌었다. 내가 초등학생 때도 욕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책의 담임 같은 선생님은 상당히 짜증나는 타입이었다. 애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지 않고 상당히 낮춰서 보는 이런 관점을 가진 선생님은 학생 입장에선 정말 최악이다. 그런 선생님은 별일도 아닌 것 갖고 아이들이 자신을 우습게 본다고 생각하여 화를 내곤 한다. 책에도 그런 부분이 있어서 상당히 공감이 갔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알 테니 따로 소개는 안 하겠다. 이렇게 담임과 학생으로 만났으니 일 년 동안 잘해 보자. 알겠나?" 대답이 없자 선생님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왜 대답이 없나!" 모두들 선뜻 대답하기가 어색해 가만있는 걸 텐데, 선생님은 그게 못마땅한지 다시 물었다. "끝까지 대답을 안 하겠다고? 너희들, 첫날부터 나하고 기 싸움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11쪽) 

이런 상황은 몇 번 겪어본 상황이다. 그때마다 갑갑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부터 끝가지 아이들의 입장에서 책을 보았다. 욕을 못하게 하는 담임의 처사가 굉장히 불합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담임은 단순히 아이들이 욕을 하면 안된다는 입장인데, 굉장히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하게 보인다. 담임은 욕을 하면 안되는 합리적인 이유도 대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딴게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욕하고 영화에서도 욕을 하는데 왜 아이들이 욕을 하면 안된다는 건가?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X만한 것들이 욕하는 것이 보기 싫어서 욕을 금지시킨 것에 불과하다.  

나는 아이들도 욕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욕을 하는 건 정서상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나도 어렸을 때부터 욕을 하며 자라왔고, 지금도 욕을 즐겨 사용한다. 그러니까 욕은 그 자체로 나쁘다고 볼 수 없다. 즉, 목적이라기 보다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 쓰느냐에 달려 있는 거지 그 자체로 나쁘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담임의 욕금지 처사는 권리남용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튼 어른들의 불합리한 처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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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기적 - 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 2 독깨비 (책콩 어린이) 16
미도리카와 세이지 지음, 미야지마 야스코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책과콩나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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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네째 토요일만 집에 갈 수 있는 나는 수능을 코앞에 두고 있다.
모처럼 집에 와서 머리를 식힐 겸, 거실 책상에 놓인 <도서관의 기적>을 보게 됐다.
와우~ 이거 대박이다.  
애들 동화책이라고 내심 깔보는 마음으로 집어 들었는데 생각보다 재밌고 감동도 있다. 
나름 책을 잘 읽던 나의 초등시절도 생각나게 한 책이다.  

우리집에는 책이 많아서 학교도서관이나 지역도서관을 드나들 필요가 없었다.
엄마는 다른 건 돈을 아껴도 책 사는데는 인색하지 않아서 우리가 보고 싶은 책을 다 사줬다.
우리가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고 있으면 '너희들 할일은 다 한거냐?' 잔소리를 했지만
책을 읽고 있으면 공부를 하라거나 귀찮은 심부름도 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우린 책읽기를 좋아하는 척 독서를 했다는 게 진실이다.ㅋㅋ 

초등학교 6학년 때, 장래희망에 '작가'라고 써 넣었더니 엄마가 되게 좋아했다.
그렇다고 내가 작가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고, 딱히 써 넣을 게 없어서 작가도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까 이런 작품을 쓸 수 있다면, 작가가 돼도 정말 좋을 것 같다.
도서관에서 일어난 사소한 일을, 꼼꼼한 추리력과 반전을 숨긴 멋진 이야기로 만들어냈다는 게 대단하다.
이 작가는 어릴 때, 할머니나 어머니가 이야기를 많이 해줬을까?
아니면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었든지... 
이야기 솜씨가 보통이 아니어서, 애들 동화라고 얕잡아봤다가 뒤통수를 맞는다.  

나도 도서관에 날마다 드나들면 이렇게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 책의 전편인 <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는 못 읽었는데, 그 책도 정말 궁금해졌다.
엄마한테 그 책도 사달래서 꼭 읽어봐야겠다.  

이 책의 줄거리를 줄줄이 늘어놓을 필요는 없다.
초등학교 5학년인가 '시오리'라는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다섯 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시오리는 일본말로 '책갈피'를 뜻하는데, 소설가인 아빠가 지은 멋진 이름으로 의미가 깊다.
이런 멋진 이름을 지은 아빠라면, 엄마와 이혼하고 10년 동안 만나지 못했어도 다 용서할 수 있겠다.

"시오리는 책을 어디까지 읽었는지 알려주는 표시니까, 다음에 다시 책을 폈을 때는 반드시 시오리가 있는 부분에서부터 읽게 돼. 이 말은 곧 이야기는 늘 시오리가 있는 곳에서 시작된다는 뜻이지. '너의 이야기는 언제나 여기서 시작된단다.' 하는 뜻으로 '시오리'라고 지은 거야." (285쪽)

도서관이란, 단순히 책을 읽거나 빌리기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다섯 편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것이다.
'책이 있고, 사람이 있고, 마음의 문을 열면 새로운 만남과 세계가 펼쳐지는 작은 기적의 공간' 이라는 것.
그러니까 어린이들은 열심히 도서관에 다니면서 자기의 이야기를 만들어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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