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기적 - 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 2 독깨비 (책콩 어린이) 16
미도리카와 세이지 지음, 미야지마 야스코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책과콩나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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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네째 토요일만 집에 갈 수 있는 나는 수능을 코앞에 두고 있다.
모처럼 집에 와서 머리를 식힐 겸, 거실 책상에 놓인 <도서관의 기적>을 보게 됐다.
와우~ 이거 대박이다.  
애들 동화책이라고 내심 깔보는 마음으로 집어 들었는데 생각보다 재밌고 감동도 있다. 
나름 책을 잘 읽던 나의 초등시절도 생각나게 한 책이다.  

우리집에는 책이 많아서 학교도서관이나 지역도서관을 드나들 필요가 없었다.
엄마는 다른 건 돈을 아껴도 책 사는데는 인색하지 않아서 우리가 보고 싶은 책을 다 사줬다.
우리가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고 있으면 '너희들 할일은 다 한거냐?' 잔소리를 했지만
책을 읽고 있으면 공부를 하라거나 귀찮은 심부름도 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우린 책읽기를 좋아하는 척 독서를 했다는 게 진실이다.ㅋㅋ 

초등학교 6학년 때, 장래희망에 '작가'라고 써 넣었더니 엄마가 되게 좋아했다.
그렇다고 내가 작가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고, 딱히 써 넣을 게 없어서 작가도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까 이런 작품을 쓸 수 있다면, 작가가 돼도 정말 좋을 것 같다.
도서관에서 일어난 사소한 일을, 꼼꼼한 추리력과 반전을 숨긴 멋진 이야기로 만들어냈다는 게 대단하다.
이 작가는 어릴 때, 할머니나 어머니가 이야기를 많이 해줬을까?
아니면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었든지... 
이야기 솜씨가 보통이 아니어서, 애들 동화라고 얕잡아봤다가 뒤통수를 맞는다.  

나도 도서관에 날마다 드나들면 이렇게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 책의 전편인 <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는 못 읽었는데, 그 책도 정말 궁금해졌다.
엄마한테 그 책도 사달래서 꼭 읽어봐야겠다.  

이 책의 줄거리를 줄줄이 늘어놓을 필요는 없다.
초등학교 5학년인가 '시오리'라는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다섯 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시오리는 일본말로 '책갈피'를 뜻하는데, 소설가인 아빠가 지은 멋진 이름으로 의미가 깊다.
이런 멋진 이름을 지은 아빠라면, 엄마와 이혼하고 10년 동안 만나지 못했어도 다 용서할 수 있겠다.

"시오리는 책을 어디까지 읽었는지 알려주는 표시니까, 다음에 다시 책을 폈을 때는 반드시 시오리가 있는 부분에서부터 읽게 돼. 이 말은 곧 이야기는 늘 시오리가 있는 곳에서 시작된다는 뜻이지. '너의 이야기는 언제나 여기서 시작된단다.' 하는 뜻으로 '시오리'라고 지은 거야." (285쪽)

도서관이란, 단순히 책을 읽거나 빌리기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다섯 편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것이다.
'책이 있고, 사람이 있고, 마음의 문을 열면 새로운 만남과 세계가 펼쳐지는 작은 기적의 공간' 이라는 것.
그러니까 어린이들은 열심히 도서관에 다니면서 자기의 이야기를 만들어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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