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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
박동규 지음 / 강이북스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우리의 생애 중 가장 따뜻한 날들은 언제일까?
나는 이 책의 제목을 읽으며, 나 자신에게 물어 본다. 내 경우, 지나간 과거시절이었다.
사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우리가 살아 왔고, 지내왔던 시절은 가난과 불편의 시대였다.
물리적인 기준으로 따진다면 가장 슬프고 아프고 추운 시절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지나간 시간은 환상효과와 무지개효과가 있나보다. 지나간 어린 시절의 고향과 어른 들, 그리고 산을 두 개나 넘고 다녔던 초등학교 시절은 언제나 따뜻한 기억들이다.
이 책을 쓴 박동규교수님도 지난했던 육이오 전쟁과 생사를 걱정했던 피난시절과 굶기를 밥 먹듯 한 가난한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아쉬움이 과대 포장되어 가슴을 뜨겁게 하고 안타까움으로 저미게 하는가 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박교수님의 부친은 유명한 박목월시인이다.
지금이나 그 때나 시인은 생활이 여유롭지 못하다. 더군다나 저자는 다섯 형제의 맞이였다.
수입은 변변치 않은 상황에서 식구들이 많으니, 저자의 어머니는 식구들의 구멍 난 양말을 기우느라고 전구를 넣어 바느질을 하던 기억을 떠올린다.
어려웠던 시절, 군고마를 팔아서 어려운 친구의 학비를 도와 준 군고구마 장수의 이야기가 아릿하기만 하다. 또 저자의 집에 도둑이 들어 왔다가 발각되고, 시인의 아버지는 그 도둑을 네 시간동안 대화를 나누고는 사이렌이 울리고 통금이 해제될 때를 맞춰, 어머니를 통해서 장롱에 있던 뭔가를 가져오게 하여 도둑에게 주어 훈방했다는 이야기가 따뜻하다 못해 뜨겁기까지 하다.
또 저자의 고등학교 1학년 입학식 때, 친구들은 대부분 구두를 신고 있었는데, 저자는 구두가 없었다. 그러나 저자의 형편에서는 구두를 사 줄 형편이 되지 못하였고, 1년에 한 번 선물로 사 주던 크리스마스 때를 기다렸다.
크리스마스 때, 시인의 아버지는 일일이 형제들에게 필요한 선물 목록을 받아 적으셨다.
그런데 사고가 발생했다. 저자가 선물목록을 신청하기 전,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던 여동생이 먼저 ‘털 오버’를 신청하는 바람에 저자는 차마 구두를 신청하지 못하고, ‘털장갑’으로 신청할 수 밖에 없었다.
시인의 아버지는 저자의 마음을 아셨기에 다시 물었고, 저자는 같은 대답을 되풀이할 수 밖에 없었다. 저자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 와 불을 끄고 이불 속에 들어 있는데, 시인의 아버지가 자신의 방에 들어와서 저자의 얼굴을 매만지며, ‘철이 들어서, 철이 들어서--’말씀하시며 우셨다는 이야기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지나간 시간은 이토록 아름답고 안타깝도록 가슴을 저미게 한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힘겹고 버겁다. 그러나 지나고 나면 그 시간들은 다 추억이라는 보물 창고에 저장된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아름다움들이 시간이 지나 놓고 보면 선명히 떠오른다.
세월은 우리가 살아 왔던 그 시간들이 귀한 보물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내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은 지난 시간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