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만나는 신뢰의 즐거움 -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나는 신뢰로의 여행
알폰소 링기스 지음, 김창규 옮김 / 오늘의책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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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교수가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얻은 경험을 글로 녹여냈다는 설명글이 흥미롭다.

아마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철학적 사유의 글들이 주를 이루고 있겠구나 하는 선입견을 갖고 책을 펼쳤다.

 

이 책은 여행의 일정도 스케줄도 방문하는 나라들의 소개도 없이 사하라사막, 아라오유안을 가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사하라사막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아라오유안]이라는 구체적 지명은 이 책에서 처음 대하게 된다.

 

전혀 새로운 곳을 맞닥뜨리는 것으로 시작되는 감상이 바로 이 책에 대한 감상이 된다.

생소하고, 낯설고, 그만큼 신선하기도 하지만, 저자의 철학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여행담은 내게는 낯설기만 하다.

 

책 제목, [길 위에서 만나는 신뢰의 즐거움]을 나는 처음에는 오해하고 있기도 했다.

이 책이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나는 신뢰로의 여행이기에 이 신뢰는 외부의 다른 사람에게서 찾는 게 아니라 저자 자신 속에서 발견해 내는 것임을 이 글을 읽으며 차차 알게 되었다.

 

저자는 신뢰를 용기와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해 주고 있다.

저자는신뢰란 죽음만큼이나 동기를 짐작할 수 없는 어떤 인물에게 의지하게 만드는 힘인데, 이 낯선 이를 신뢰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결국 누군가를 신뢰할지 말지의 구체적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신뢰한다는 것은 우선 용기를 갖고 의지해 본다는 의미인 것 같다. 신뢰를 제공해 보고 신뢰를 확인한다는 의미이기에 위태로운 용기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저자는 여행 중 생판 모른 사람에게 자신의 귀중품이 들어 있는 짐 가방을 맡기기도 하며, 신뢰의 즐거움을 실천하였다.

 

파사드를 여행할 때, 저자는 모세가 지팡이로 바위를 때려서 샘물을 샘솟게 했다는 아인 무사 샘을 방문하였고, 그 샘에서는 아직도 샘물이 솟아나고 있다고 소개해 준다.

이 내용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새로운 사실이다. 모세가 반석을 쳐서 물이 나오게 한 곳은 지금은 건물이 지어지고, 그 반석이 있던 장소가 그 건물 안에 있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몽골을 여행할 때, 죽은 사람의 뼈로 만든 나팔을 샀다.

저자는 그 나팔을 실제로 불기 위해서 산 것이 아니라, 그 나팔을 보면서 나름의 역사와 문화를 유추하고 새겨 보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 유물과 관련하여, 레비 스트라우스의 말을 인용한다.

[인간은 사물의 근본 질서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체하는 일꾼인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사물을 강력하게 조직하는 일을 서두르고 있으며, 그렇게 조직된 사물들은 점점 더 무질서를 향해 나아간다.]

 

또한 루소의 고귀한 야만인의 심상과 니체의 너무 늦게 태어난 야만인을 소개하기도 한다.

이 책의 내용 전체를 요약 정리한 것은 아니지만, 저자가 여행 중 느낀 인류문화에 대한 소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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