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빠져드는 기독교 역사 -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재미있는 기독교 이야기
유재덕 지음 / 브니엘출판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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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기독교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흥미진진하게 살펴 볼 수 있도록 구성해 놓은 책.

12파트로 나누어 기독교의 처음 출발에서부터 지금까지의 흥망성쇠의 2천년 역사를 꼼꼼하게 정리해 놓은 책이다.

 

위대한 사상가 아우구스티누스는 15년 집필한 22권으로 된 [하나님의 도시]라는 책에서, 세상에는 처음부터 두 종류의 인간적인 도시가 있었다고 설파했다.

그 하나는 물질적이고 자신을 자랑하는 인간의 도시이고, 또 다른 하나는 창조주를 향하는 영적인 도시가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와 같은 아우구스티누스적인 관점에서 영적인 도시의 이야기라고 할만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 역사는 인간의 도시영적인 도시가 두 줄로 꼬여진 새끼줄처럼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흥하고 망하고를 반복하면서 계속된다.

 

저자는 동명 제목의 책을 5년 전에 집필하여 8쇄를 거듭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5년 전에 쓰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함은 물론,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인물이나 사건은 물론이고, 불편한 진실까지를 과감하게 소개하고자 한다고 저술 의도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은 1세기 당시, 시리아의 안디옥에서 역사상 최초로 나타난 그리스도인(그리스어로는 크리스티아노이)들을 유대인들은 변절자 정도로 치부하며 박해를 받은 사건부터 기록하고 있다.

아마 이 사건은 그 후에 계속되는 박해의 서막을 예감하는 전조의 성격을 갖는다.

 

저자는 이 맨 처음의 사건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잘 못 알고 있었던 사실 하나를 정정해 주고 있다. 64년 여름에 발생한 로마의 대형 화재사고 때, 그 당시 로마의 황재였던 네로가 궁에서 불타는 로마를 바라보면서 수금을 타고 있었다는 소문은 그 당시의 정황을 참작했을 때, 사실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바로 이런 바로 잡음이, 저자가 이 책의 저작 의도에서 밝힌 사건의 제대로 조명하기인 것이라고 이해한다.

 

그 당시 로마에서 기독교가 박해를 받는데 일조한 것은, 그리스도인들의 가치관이 기존의 질서와 달랐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노예를 환영하고, 여성과 고아와 과부를 대우한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64년 이후 4세기 초반까지 순교를 각오하지 않고는 기독교의 신앙을 가질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그리스도인의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만 갔는데, 그 이유는 하나님의 영, 곧 성령이 교회와 함께 하셨기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한다.

이의 현상을 테르툴리아느스 교부는 순교자의 피는 교회의 씨앗이다고 표현했다.

 

이 책에서는 여러 가지 상식을 제공해 주고 있다.

수도사 디오니시우스는 주님의 해라는 AD(Anno Domini)를 제안하였고, 이그나티우스 감독은 감독, 장로, 집사라는 교회의 세 가지 직제를 제안했다.

또한 아타나시우스는 니케아신조의 지지자들과 성부, 성자, 성령은 본질을 공유한 세 위격이라고 정의했다.

 

, 367년 경에 영지주의의 폐해를 막기 위하여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66권의 성경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4세기 경에 사도 신경이 완성되어 신앙을 고백하게 되었던 것이다.

중세의 암흑기를 거친 후, 존 위클립은 교황이나 사제, 성례전이 교회의 토대가 될 수 없음과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사람들 모두가 교회라는 성경적 교회관을 주창하였다.

 

이 책은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인한 신, 구교가 분리됨을 분수령으로 개신교는 유명한 선교사들과 설교자들에 의해 세계로 확장해 가는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은 기독교의 역사를 기둥 줄거리로 삼아 세계사와 사상의 줄기와 흐름을 한 눈으로 조감할 수 있게 잘 정리한 수작(秀作)이라 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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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하얀 렌즈, 그녀의 붉은 렌즈
서동우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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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얀 렌즈와 붉은 렌즈는 결국 하나의 초점에 고정되어 있다.

열 세 번의 게이클럽 출입과 열 두 번의 잠자리의 이야기로 이 책은 시작한다.

이 소설은 이런 외설스런 이야기로 진행될 것 같은 예감으로 책에 몰입하게 한다.

 

그러나, 그의 하얀 렌즈와 그녀의 빨간 렌즈로 나누어져 있는 소설은 비교적 단순한 포맷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진주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한 엄마와 헤어지고 아버지에게 남는다. 그런 아버지에게 새 여자가 생기고, 그 여자에게서 남자 동생인 이시후를 낳게 된다.

 

그녀는 그 동생에게 강한 동질감을 느낀다. 아빠는 출근하고 그 아이의 엄마는 베란다에서 빨래를 너는 사이 그 아이를 몰래 안아 보다가 침대의 모서리에 부딪혀 왼 쪽 눈 아래를 일곱 바늘을 꿰매는 큰 상처를 입히게 된다.

 

그녀는 그 일로 인하여 아이의 엄마가 준 우유를 마시고 깊은 잠에 빠져서 보육원에 맡겨진다. 그녀는 거기서 살다가 마음씨 좋은 부부의 딸로 입양되지만, 그녀가 대학에 입학할 즈음 양부모의 사업이 망하게 되어 그녀는 대학을 포기하고 술집에 나가서 돈을 벌게 된다.

열심히 돈을 벌어 마음씨 좋은 양부모에게 방 한 칸을 얻어 주려고 양부모를 찾아 갔는데, 양부모는 연탄을 피우고 자살을 한 뒤였다.

 

그녀는 삼 년 번 수입으로 호스트바를 개업하였다.

그리고, 여자의 아이인 왼 쪽 눈 밑에 상처를 가진 이복동생을 고등학교 3학년 때 납치 하다시피 하여 호스트바에 취직을 시킨다. 그리고 자기를 버린 의붓어머니의 복수를 추진한다.

 

그녀가 경영하는 호스트바에서 그 남자 아이는 술을 배우고, 호스트 업무에 열심한다.

순수한 그가 호스트로 지내면서 나쁜 습관에 서서히 무너져 내리게 된다.

그러던 중 그의 다이어리에 끼어 있는 사진을 통해 그녀는 그도 자신이 살았던 그 보육원에서 자란 형편임을 알고는 그를 타락하게 한 것에 대하여 깊은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

 

그녀는 결국 자신은 수면제를 먹고 생을 마감하면서, 자기의 이복동생인 그에게 3억원이 든 예금통장을 주면서 그 생활을 청산하라고 당부한다.

이 소설이 끝 날 때까지 그녀는 그의 누님이라고 명백히 밝히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녀가 그의 보육원 성장과정을 알고 난 후로는 자기를 누나로 호칭하게 한다.

 

그리고, 그의 다이어리에는 그녀를 누님으로 생각하는 뉴앙스가 짙게 표현되어 있음으로 누나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을 암시해 주고 있다.

말은 하지 않지만, 이심전심으로 느끼는 형제간이라는 의식이 내내 안타깝게 한다.

자살한 그녀의 죽음을 끝내 인정하지 않으려는 그의 단호한 고집에 가슴이 저려 오는 통증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자연스럽지 못한 대목이 있다.

그녀가 편의점에서 그를 다짜고짜 데리고 나올 때, 고등학교 3학년인 그는 거부할 수도 있었을 것인데 순순히 따라 간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옆에 있는 두 친구들의 어정쩡한 태도도 영 부자연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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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힘내라는 말 - 당신의 마음에 잔잔히 새겨질 희망 일기
김요한 지음 / 바이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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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어느 여론 조사 기관에서 ‘우리가 듣기 좋은 말, 듣고자 하는 말을 조사한 앙케이트’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많은 말 중에서 가장 듣고자 하는 말로는 ‘힘내!’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고맙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힘내라는 말’ 참, 제목부터 산뜻하고 기분이 좋다.

이 책의 저자 ‘김요한’이라는 사람은 한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혼혈인이다. 1950년 한국전에 참전한 미군 상사, 파워스(한국명 고팔수)씨의 도움으로 미국 유학을 했고, 그 곳에서 미국 여성 트루디 스티븐슨이라는 여자와 국제결혼을 하여 태어난 사람이다.

이 책은 사람, 마음 생각, 습관이라는 네 챞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은 별처럼 영롱한 빛을 발하는 글들로 채워져 있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이 보석같은 이야기들을 부모님, 아내, 아이들, 친구들에게서 얻은 것이라고 글감들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특히 [샤프 선생님]과 [이종환 선생님]의 글은 내용적으로 짝을 이루는 글이다.

저자의 형은 초등학교 4학년일 때, 저자의 외가가 있는 미시간 주에 있는 학교에서 첫 수업을 받게 되는데, 영어 철자법이었다. 그러나, 형은 영어는 전혀 모르는 형편이라 잔뜩 겁을 먹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선생님은 형의 차례가 되자 앞으로 불러낸다.

잔뜩 겁을 먹은 형에게 선생님은 ‘선생님의 이름을 한글로 쓰라’는 지시를 한다.

형은 당연히 한글로 선생님의 이름을 잘 쓸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형은 친구들의 이름을 한글로 써 주는 등 인기를 얻을 수 있었고, 학교생활에 자신감을 가졌다는 이야기이다.

그 기회를 반전이 일어난다.

또한 저자의 형이 5학년일 때 담임선생님은, 혼혈아이기 때문에 왕따를 당하는 처지를 반전시키기 위하여 동아일보사에서 주최하는 전국 규모의 웅변대회인 ‘외국 사람이 우리말로 하는 웅변대회’에 출전시켜서 국무총리 상을 수상하게 되었고, 모 대학교에서 4년 장학금까지 받는 행운을 차지하게 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블레이크 마이코스키가 고안한 신발 기부인 ‘탐스슈즈’의 원포원전략, 즉 신발 한 컬레를 구입하면, 또 다른 한 켤레가 자동으로 기부되는 개년으로 회사를 설립하여 2010년 9월에 100만 번째 신발 기증을 달성하게 된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록 가수 ‘본 조비’는 미국의 필라델피아에 ‘솔키친’이라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이 식당에서 밥을 사 먹으면 1인분을 사 먹었어도 2인분의 가격을 받아서, 밥을 사 먹을 형편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식사를 제공해 주되, 얻어먹은 사람들의 자존심을 위해 설거지나 주방 일을 시킴으로 응분의 노동을 제공하도록 배려했다는 얘기는 바로 원포원전략의 짝인 것이다.

우리의 눈이 머리 앞 쪽에 달려 있는 것은 지나간 일은 잊어 버리고, 앞으로 닥쳐 올 일을 향하여 나아가라는 의미와 밝은 쪽을 바라보라는 내용과 일맥상통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결코 길지 않은 이야기가 책을 부담 없이 읽는데 도움이 되고 , 중간 중간에 배치한 관련 사진들도 책의 제목과 잘 어울리는 효과를 준다.

참으로 오랜만에 가슴 따뜻한 책을 만나는 행운을 얻게 됨에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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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제주
서미정.이신아.한민경 지음 / 루비콘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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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책갈피, 노란색.

비행기의 좌측 날개 아래로 떠 있는 하얀 뭉게구름의 책 표지 사진.

솜털같이 부드럽고 병아리 같이 깜찍한 내용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은 기대로 설레는 가슴의 진동을 느낀다.

제주 여행자와 제주 생활자, 그리고 제주 이민자 세 사람이 똑같지만 정확히 똑같지 않은 시각으로 이 책을 엮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제주도를 좋아한다는 취지에서는 결국 시선이 한 곳으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 제주가 좋다는 것이다.

우선 제주여행자는 서울에 살면서도 마음은 제주를 향하여 있다.

그러므로, 바쁘고, 스트레스가 쌓인다해도 제주하는 해방구가 있기에 언제나 주말이 기다려지고 마음은 허공에 붕 떠 있듯이 가볍게 살아 갈 수가 있는 것이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백수가 되었을 때 확실한 이유도 없이 찾았던 제주, 제주에서 ‘제주에 오게 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도 ‘그레게요’라고 얼버무리며, 뚜렷한 이유도 댈 수 없는 그냥 좋은 제주인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대답을 찾게 된다. ‘제주라는 낯선 장소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일상으로 돌아 올 힘을 얻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제주생활자는 또 어떨까?

그녀와 제주도의 인연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온 수학여행이었다.

그리고, 대학교 4학년 때의 1주일 동안의 여행, 제주 올레길을 걷다가 제주 사랑에 빠지고, 졸업과 취업의 과정에서 한 달 여행일정으로 온 제주에 2년을 살게 된 것이다.

제주여행자와 제주생활자의 차이점은 외출할 때 등산복을 입고 나가는 사람은 제주여행자이고,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가는 사람은 제주생활자라고 한다.

제주는 육지 생활에 비해 시간여유도 많고 한가할 줄 알았는데, 역시 제주에 살아도 그 삶의 템포와 스케줄은 육지의 그것과 똑같다.

그 2년 동안, 그녀는 제주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회사에 다니는 것 보다는 자영업이 맞다는 것과 요리를 잘 한다는 것도, 같이 있는 사람에 따라서 성격이 바뀐다는 것도 다 제주에서 알게 된 소득인 것이다.

가족과 떨어져서 제주에 살면서 그는 성숙했음을 알게 된다.

할 수 있는 것 보다는 할 수 없는 게 더 많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위축되었는데, 의외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또 한 사람, 제주 이민자. 한 민경.

그녀는 2012년 2월말까지 카피라이터로 직장생활을 하고, 그 해 3월부터는 제주에 내려 가 게스트하우스를 오픈 한다는 당찬 결심으로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요망지게 집을 지어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살게 된다.

그는 일본에서 7개월을 지내면서 이방인의 삶을 동경한 적이 있었다.

그러던 그가 이제 그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그 꿈을 이루게 된다.

제주에서는 ‘제주에 사는 서울 사람으로, 서울에 가면 제주에 사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녀는 말한다. 작은 용기가 가져다 준 커다란 특권이라고----

나는 누구 못지않게 제주를 마음에 품고 살고 있다.

이번 서평 참여 때도 나의 소원을 적었다. 지금은 제주 여행자의 입장이지만, 언젠가 제주생활자나 제주 이민자로 변신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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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속눈썹에 걸린 세상 - 허허당 인생 잠언록
허허당 글.그림 / 북클라우드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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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만나기 흔치 않은 책이다.

우리가 흔히 읽는 책과는 책의 내용과 구성이 특이하다.

출가 수행자이자 유명한 선화가(禪畵家)이신 저자는 ‘깨달음은 결코 찾아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비워 버리면 스스로 찾아오는 것’이라는 진리를 깨달은 분의 작품이라 그런가 보다.

또 이분은 스스로의 깨달음에서 ‘비고 빈 집’이라는 뜻의 ‘허허당(虛虛堂)’ 이라는 이름을 지어 부른다고 한다. 사실, 허허하면 웃음의 의성어로서 더 이해하기가 쉽다.

이러나저러나 허허당, 아무 것도 채우지 않는 비고 빈집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들이니 얼마나 깊고 은은할까 기대가 된다.

이 책은 그림책 같기도 하고 그냥 책 같기도 하다.

글 한 편에 어울리는 그림 한 점을 그려 놓음으로서 시각적으로 여백의 멋을 느끼게 되어 있다. 이 분위기가 저자의 생각과 아호와 연결되어서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봄, 여름, 가을, 겨울 한 해 동안에 기록한 책이며,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저자가 여행한 인도나 남미 등의 여행 감상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 놓았다.

비교적 단문(短文)이다. 그러나 저자의 생각을 가장 함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 여운이 길고 생각이 깊은 장문(長文)이라고 할 만하다.

저자는 ‘죽음의 선택하라’는 제하의 글에서 다음과 같이 설파한다.

[한 줄의 시를 쓴다는 것은 한 번의 죽음을 의미하고, 한 장의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한 번의 화장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저자가 이런 의식에서 이 책에 글과 그림을 그렸다고 생각해 보면, 이 책 한권을 쓰기 위해 수많은 죽음과 화장의 고통을 넘나들었으리라 여겨진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이 책은 저자의 세상을 향한 유언과 같은 성격의 글들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 덧붙인다. [시를 쓰는 것은 몸이다 그러나 몸은 시를 쓰지 않는다 몸은 죽어 환생한다, 시의 몸으로 진정 살아 있는 시는 몸과 시를 맞바꾼다] 즉 살아 있음과 바꾸어 탄생하는 한 편의 시의 무게와 울림을 실감케 한다.

육신은 죽으나 시의 형체로 환생하는 윤회와 순환. 이것이 허허당의 시의식이다.

그러기에 이 책은 종이로 만들어진 죽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호흡하고 맥박이 뛰고 체온이 느껴지는 또 다른 분신임을 헤아린다.

이 책에는 거의 모든 그림이 사람의 얼굴로 그려져 있다.

수많은 군상들의 그림에 형형색색의 음영과 질감으로 변화무쌍한 저자의 심상을 표현해 놓았다. 그 군상들 속에 저자가 있을 것이며,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허허당에게는 무심히 오고 가는 계절도 그냥 무심할 수가 없나보다.

[단풍이 들면 고독이라도 하면서 가을에 대한 예]를 표하자는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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